- 28만 개 추천 영상 분석… 민주당 성향 계정에는 반대 진영 콘텐츠 더 많이 노출
세계 최대 숏폼 플랫폼인 틱톡(TikTok)의 추천 알고리즘이 2024년 미국 대통령 선거 기간 동안 공화당 성향 콘텐츠를 체계적으로 더 많이 노출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구진은 추천 알고리즘이 이용자의 정치 성향을 단순히 반영하는 수준을 넘어 정치적 정보 노출 자체를 비대칭적으로 형성할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는 미국 뉴욕대학교 아부다비(New York University Abu Dhabi) 컴퓨터과학과 하젬 이브라힘(Hazem Ibrahim), 장현석(HyunSeok Daniel Jang), 탈랄 라흐완(Talal Rahwan), 야시르 자키(Yasir Zaki) 연구팀이 수행했으며, 국제학술지 《Nature》에 「Systematic partisan content skews in TikTok during the 2024 US elections」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연구진은 실제 이용자를 대신하는 323개의 이른바 '소크 퍼펫(sock puppet)' 계정을 생성해 뉴욕, 텍사스, 조지아 등 정치 성향이 다른 미국 3개 주에서 27주 동안 틱톡 추천 시스템을 추적했다. 각 계정에는 민주당 또는 공화당 성향의 콘텐츠를 일정 기간 시청하도록 설정한 뒤, 'For You(추천)' 피드가 어떤 정치 콘텐츠를 노출하는지 분석했다. 연구 기간 동안 수집된 추천 영상은 28만 건이 넘었다.
분석 결과는 뚜렷한 비대칭성을 보여줬다. 공화당 성향으로 학습된 계정은 민주당 성향 계정보다 자신의 정치 성향과 일치하는 콘텐츠를 약 11.5% 더 많이 추천받았다. 반면 민주당 성향 계정은 공화당 성향 계정보다 상대 진영 콘텐츠에 약 7.5% 더 많이 노출됐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는 민주당을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차이는 조회 수, 좋아요, 댓글, 공유 횟수, 계정 규모 등 일반적인 참여 지표를 보정한 이후에도 유지됐다.
연구진은 특히 정치적 편향이 모든 주제에서 동일하게 나타난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성향 계정에는 이민, 범죄, 외교정책과 관련된 공화당 메시지가 집중적으로 추천됐고, 공화당 성향 계정에는 낙태 이슈를 중심으로 한 정치 콘텐츠가 상대적으로 많이 노출됐다. 이는 알고리즘이 단순히 정치 성향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각 정당의 민감한 정책 이슈를 중심으로 반대 진영의 메시지를 선택적으로 증폭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이 이용자의 행동만으로 설명되기는 어렵다고 분석했다. 틱톡의 'For You' 피드는 사용자가 구독한 계정보다 추천 알고리즘의 영향력이 훨씬 크기 때문에, 다른 SNS보다 알고리즘 자체의 영향을 측정하기에 적합한 환경이라는 것이다. 연구에서는 관찰된 편향이 존재한다는 점은 확인했지만, 그 원인이 알고리즘 설계인지, 콘텐츠 공급 구조인지, 또는 다른 시스템 요소 때문인지는 이번 연구만으로는 단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정치적 정보 소비에서 알고리즘의 역할을 실증적으로 측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연구진은 소셜미디어가 뉴스와 정치 정보를 접하는 주요 창구로 자리 잡은 상황에서 추천 알고리즘의 투명성과 독립적인 감시 체계가 민주주의를 위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젊은 세대가 정치 뉴스를 틱톡에서 소비하는 비중이 높아지는 현실을 고려하면, 알고리즘이 선거 과정과 여론 형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지속적인 검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틱톡은 연구 결과에 대해 "가짜 계정을 이용한 인위적인 실험은 실제 이용자의 사용 방식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사용자는 다양한 기능을 통해 추천 피드를 지속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연구진은 여러 참여 지표를 통제한 뒤에도 동일한 결과가 나타난 만큼, 플랫폼의 추천 시스템에 정치적 불균형이 존재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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