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을 골자로 한 형사사법체계 개편이 추진되면서 보완수사권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그러나 이 논의는 단순히 검찰과 경찰의 권한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 형사사법 거버넌스를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할 것인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과제와 맞닿아 있다.
거버넌스는 특정 기관의 권한을 확대하거나 축소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기관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상호 견제와 협력을 통해 국민에게 안정적이고 효율적인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운영체계를 의미한다. 형사사법 분야에서도 검찰과 경찰, 법원, 그리고 앞으로 출범할 중대범죄수사청이 유기적으로 협력하면서도 서로를 견제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한다.
최근 발표된 통계는 이러한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올해 상반기에만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한 사건은 6만5천913건에 달했다. 지난해에는 연간 11만623건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경찰이 해결하지 못한 미제 사건도 10만 건을 넘어섰고, 사기 사건을 중심으로 미제 누적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수치는 특정 기관의 역량 부족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기관 간 역할 분담과 협업 체계가 충분히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은 대부분의 사건에 대한 1차 수사와 종결권을 갖게 되었지만, 이에 걸맞은 수사 인력과 전문성 확보는 충분히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평가가 많다. 반면 검찰은 직접 수사 범위가 축소되면서도 사건의 법률적 완성도를 확보해야 하는 책임은 여전히 지고 있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보완수사 요구가 반복되면서 수사 기간은 길어지고 국민이 체감하는 사법서비스의 효율성도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버넌스 관점에서 보면 보완수사권은 단순한 권한이 아니라 형사사법 시스템의 품질을 유지하기 위한 조정 장치의 성격을 가진다. 경찰 수사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기소의 정확성을 높이는 기능을 수행하는 동시에, 경찰 역시 검찰의 법률적 검토를 통해 수사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완수사권을 폐지할 것인지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기관 간 권한 경쟁이 아니라, 이러한 조정 기능을 어떤 방식으로 제도화할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반대로 현재의 보완수사 체계 역시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경찰은 반복되는 보완 요구가 업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사건 처리를 지연시키는 요인이 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경제범죄와 금융범죄처럼 전문성이 요구되는 사건에서는 영장 신청과 보완수사가 여러 차례 반복되면서 수사가 장기화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국민의 권리구제 시기를 늦추고 사법 신뢰를 약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형사사법 거버넌스의 핵심은 권한의 집중이나 분산이 아니라 협력과 책임의 균형에 있다. 기관 간 실시간 사건 협의체계를 구축하고, 디지털 증거 분석과 금융·사이버범죄 전문인력을 확대하며, 보완수사 기준을 보다 명확하게 표준화하는 등 제도적 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검찰과 경찰, 중대범죄수사청이 각각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사건의 진행 상황과 법률적 판단을 효율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공공행정의 관점에서 거버넌스는 권한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책임을 함께 나누는 과정이다. 형사사법 개혁 역시 어느 한 기관의 권한을 줄이거나 늘리는 데 목적이 있어서는 안 된다. 국민의 안전과 권리 보호라는 공동의 목표 아래 각 기관이 전문성을 발휘하고 상호 견제와 협력을 통해 최적의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진정한 형사사법 거버넌스의 모습이다.
검찰청 폐지와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이라는 대규모 제도 개편을 앞둔 지금, 보완수사권 논쟁은 권한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형사사법 거버넌스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개혁의 성패는 권한 재배분이 아니라 협력 구조의 완성도와 국민이 체감하는 사법서비스의 품질에 달려 있다. 지속가능한 형사사법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관 간 신뢰와 협력, 그리고 책임 있는 거버넌스를 기반으로 한 제도 설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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