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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MO보고서, “뜨거워지는 지구, 더디게 움직이는 인간”

  • 유연정 기자
  • 입력 2025.10.3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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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5~2029년 5년 평균 1.5℃ 초과 확률 70%… 연간 온도 1.2~1.9℃ 상승 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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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MO(세계기상기구), 『Global Annual to Decadal Climate Update 2025-2029』 보고서 표지 [사진=WMO]

 

지구는 지금 ‘1.5℃ 임계선’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고 있다.


세계기상기구(WMO)가 2025년 5월 발표한 『Global Annual to Decadal Climate Update 2025-2029』(이하 GADCU)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5년 평균 전지구 기온이 산업화 이전(1850~1900년) 대비 1.5℃를 초과할 확률이 70%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보고서(2024~2028년)의 47%보다 대폭 상승한 수치로, 단기간 온도 상승의 가속화를 보여준다.

 

“앞으로 5년, 지구는 평균 1.2~1.9℃ 더 뜨거워질 것”

 

WMO는 2025~2029년 동안 매년 전지구 평균 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2~1.9℃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이 기간 중 최소 한 해는 1.5℃를 초과할 확률이 86%, 2024년보다 더 더운 해가 나올 가능성은 80%에 이른다고 밝혔다. 이는 파리협정이 설정한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제한” 목표가 단기적으로는 이미 초과 구간에 진입할 수 있다는 의미다. 비록 ‘단기(연·5년 평균)’ 수치가 협정 위반을 뜻하지는 않지만, 기온 상승 추세가 임계점 근처에서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고서는 또한 북극의 9월 최소 해빙면적이 급감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특히 바렌츠해·베링해·오호츠크해 등 주요 해역에서 예측 신뢰도가 ‘높음(high confidence)’으로 나타났다. 이는 북극의 해빙 감소가 제트기류 약화와 중위도 이상기온, 폭우, 한파 등의 이상기상 현상을 강화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정책: “목표는 강화, 경로는 유연하게”

 

유럽연합(EU)은 2040년까지 온실가스 90% 감축이라는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산업 경쟁력과 고용 안정을 위해 감축 속도 조절 및 기술 불확실성 반영을 병행하고 있다.


최근 공개된 내부 초안에는 “탄소흡수원과 제거기술이 예상보다 늦어질 경우 산업계의 조정 기간이 필요하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미국에서는 환경보호청(EPA)이 발전 부문 규제를 강화해 2032년까지 석탄·가스 발전의 90% 감축 기준을 제시했으며, 한국 역시 배출권거래제(K-ETS) 4단계(Phase IV)로 전환해 유상할당 비율 확대·가격 안정화 장치 도입을 준비 중이다. 이처럼 주요국의 정책은 ‘목표 강화’와 ‘현실 적응’이라는 이중 궤도로 진화하고 있다.

 

산업: AI·데이터센터·해운이 새로운 탄소 리스크

 

산업 부문에서는 디지털 전환이 새로운 탄소 변수로 부상했다. WMO는 “AI 인프라와 데이터센터의 급격한 확장은 전력 부문 탄소 배출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며, 글로벌 IT기업들이 무탄소 전력(PPA) 확보와 효율 지표(PUE) 개선을 핵심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해운업 역시 국제해사기구(IMO)가 추진 중인 탄소배출 감축 프레임워크(Net-zero Framework) 적용을 앞두고 암모니아·메탄올 연료선박, 저탄소 항로, MRV(측정·보고·검증) 시스템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운항비·보험·항만 이용료까지 모두 탄소가격 변수의 영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재난과 생태계: 수치로 확인되는 현실 비용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은 2025년 상반기에만 10억 달러 이상 피해를 낸 기후재난이 14건, 총 피해액은 약 1,014억 달러(한화 139조 원)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그중 캘리포니아 산불 피해액이 약 600억 달러, 중서부 홍수 피해는 220억 달러로 추산됐다. 이처럼 ‘기후재난’은 더 이상 환경문제가 아니라 경제 시스템의 비용 요인으로 전환되고 있다.

 

한편 미국 NOAA와 국제산호초구상(ICRI)은 ‘제4차 전지구 산호 백화(Global Coral Bleaching Event)’를 공식 선언했다. 2023~2025년 사이 전 세계 산호초의 84.4%가 열 스트레스를 경험, 83개국 이상에서 집단 백화가 보고됐다. 이는 연안 어업, 관광, 해양 생태계에 심각한 파급을 미치는 “해양의 경고등”으로 불린다.

 

“기후위기는 환경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다”

 

『Global Annual to Decadal Climate Update 2025-2029』가 제시한 데이터는 명확하다. 지구는 더 뜨겁고, 극한 현상은 더 잦고, 경제적 피해는 이미 현실이다. 이제 기후정책의 핵심은 선언이 아니라 ‘이행의 속도’와 ‘적응의 능력’이다.

 

정부는 정책의 실효성, 산업은 무탄소 기술 혁신, 그리고 개인은 소비·이동·식습관의 전환을 통해 변화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기후위기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인류 시스템 전체의 구조 전환을 요구하는 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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