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물리학계가 다시 한 번 ‘중력 상수(Big G)’의 미스터리 앞에 멈춰 섰다.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를 중심으로 10년에 걸쳐 진행된 초정밀 측정 실험이 기존 국제 표준값과 일치하지 않는 결과를 내놓으면서 인류가 가장 오래 연구해 온 자연 상수 가운데 하나가 여전히 불확실성 속에 있다는 사실이 재확인된 것이다.
이번 연구는 학술지 계측학(Metrologia)에 발표됐으며, 세계 여러 연구기관의 중력 측정 논문들과 함께 현대 물리학의 가장 난해한 문제 중 하나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빛의 속도는 정확한데, 왜 중력상수는 흔들리나
중력 상수 G는 두 질량 사이에 작용하는 중력의 세기를 나타내는 값이다.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이며, 행성의 궤도, 별의 질량, 우주의 구조 계산에 반드시 필요하다.
F = Gfrac{m_1m_2}{r^2}
여기서 G는 중력의 절대적 세기를 결정한다. 문제는 이 값이 다른 자연 상수들에 비해 유독 정확하게 측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빛의 속도는 초당 299,792,458m로 정확히 정의되어 있고, 플랑크 상수 역시 극도로 높은 정밀도로 확정되어 있다. 반면 중력상수는 소수점 이하 여러 자리에서 실험값들이 계속 어긋난다. 국제과학위원회 산하 CODATA가 제시하는 현재 권장값도 상대 불확도가 약 22ppm(백만분의 22)에 달한다.
이는 현대 계측학 기준으로는 매우 큰 오차 범위다.
10년간의 실험… 결과는 또 불일치
이번 실험을 이끈 미국 NIST의 물리학자 스테판 슐라밍거(Stephan Schlamminger) 연구팀은 프랑스 국제도량형국(BIPM)의 기존 실험을 재현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진은 진공 상태의 비틀림 저울(torsion balance)을 이용해 극미세 중력을 측정했다. 이 장치는 얇은 섬유에 매달린 금속 추의 비틀림 각도를 분석해 아주 작은 힘까지 감지할 수 있다.
그러나 실험 결과는 예상과 달랐다. 연구팀이 산출한 값은 다음과 같다.
G = 6.67387 times 10^{-11} mathrm{m^3,kg^{-1},s^{-2}}
이 수치는 기존 CODATA 권장값과 미세하지만 의미 있는 차이를 보였고, 재현하려던 프랑스 실험 결과보다도 0.0235% 낮았다.
겉으로는 극히 작은 차이처럼 보이지만, 기본 상수 측정에서는 치명적인 수준이다. 연구팀은 실험 과정에서 온도·압력·진동·자기장 등 거의 모든 변수들을 통제했음에도 완전히 일치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슐라밍거는 이를 두고 “매일 카지노에 출근하는 기분이었다”고 표현했다.
왜 중력은 이렇게 측정하기 어려운가
독일 연방물리기술연구소(PTB)의 물리학자 Christian Rothleitner 는 중력 측정이 어려운 이유를 세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 중력은 자연계 기본 힘 가운데 가장 약하다.
전자기력이나 강한 핵력은 작은 규모에서도 매우 강하게 작용하지만, 중력은 거대한 질량이 있어야 비로소 뚜렷한 효과를 낸다. 실험실 규모에서는 측정 대상 자체가 너무 미세해 잡음과 외부 영향에 쉽게 흔들린다.
둘째, 모든 물체가 중력을 발생시킨다.
실험실 벽, 장비, 연구자 몸체까지도 미세한 중력장을 형성하기 때문에 측정 대상만의 순수한 중력을 분리하기가 극도로 어렵다.
셋째, 극도로 작은 비틀림을 감지해야 한다.
원자 수준의 진동이나 온도 변화조차 결과를 흔들 수 있다. 실제로 해외 연구들에서는 지진 미세진동, 공기 분자 충돌, 전하 축적 등이 오차 원인 후보로 제시됐다.
세계 각국 연구도 서로 다른 결과
흥미로운 점은 중력상수 측정값이 국가와 실험 방식에 따라 지속적으로 달라진다는 사실이다.
중국 우한대 연구진은 원자 간섭계를 활용한 양자 기반 측정 실험을 수행했고,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연구진은 극저온 환경에서 레이저 간섭 측정 방식을 적용했다. 영국 국립물리연구소(NPL)는 실리콘 구체를 활용한 정밀 질량 비교 실험을 진행했다. 그러나 이들 결과 역시 서로 완벽하게 일치하지 않았다.
일부 물리학자들은 이런 불일치가 단순한 측정 오차를 넘어 새로운 물리 현상의 단서일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한다. 예컨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미세한 상호작용이나 암흑물질 효과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가설이다. 하지만 다수 연구자들은 보다 현실적인 설명에 무게를 둔다.
영국 NPL의 연구자 이안 로빈슨(Ian Robinson)은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아주 작은 실험적 편향이나 장비 효과가 존재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분석했다.
정확한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미지의 제거
이번 연구는 결국 “정확한 숫자를 얻지 못했다”는 점에서 실패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과학계는 오히려 이를 중요한 진전으로 평가한다.
중력상수 연구는 단순히 숫자 하나를 맞추는 작업이 아니라, 인간이 어디까지 자연의 근본 법칙을 정밀하게 이해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슐라밍거 역시 “정밀 측정학은 어떤 수치에 도달하는 것이 아니라, 미지의 요소를 하나씩 제거해 나가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번 실험 과정에서 개발된 초정밀 센서와 진동 제어 기술은 양자컴퓨팅, 중력파 탐지, 우주항법 시스템 등 다른 첨단 과학 분야에도 응용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25년 전 헨리 캐번디시(Henry Cavendish) 가 최초로 중력상수를 측정한 이후 인류는 여전히 같은 질문을 반복하고 있다.
우주를 지배하는 가장 익숙한 힘인 중력은 왜 아직도 완전히 이해되지 않는가. 그리고 그 질문은 2026년 현재에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BEST 뉴스
-
신비로운 육각형 소용돌이"… 카시니호가 포착한 토성 북극의 웅장한 풍경
▲ 블랙 홀(@konstructivizm)은 "토성 북극 소용돌이의 영광스러운 모습"이라는 설명과 함께 카시니(Cassini) 탐사선이 전송한 역사적인 사진 한 장을 게시했다. [사진=블랙 홀] 과학·우주 관련 게시물을 공유하는 X(구 트위터) 계정 '블랙 홀(Black Hole)'이 4일 토성 북극의 독특... -
"문을 닫으면 작은 방이 됐다"…스코틀랜드 전통 '박스 침대', 삶과 죽음을 함께한 생활문화 재조명
▲ Archaeo Histories는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옛 트위터)를 통해 스코틀랜드의 오래된 농가와 전통 오두막에서 사용된 박스 침대의 구조와 역사적 의미를 소개했다. [사진= Archaeo Histories X] 스코틀랜드 전통 가옥에서 수세기 동안 사용된 독특한 침대인 '박스 ... -
"우주엔 여전히 풀어야 할 수수께끼가 가득하다"… NASA가 조명한 3가지 신비
▲ 토성의 육각형 [사진=NASA Goddard ] 우주는 인류가 기술을 발전시킬 때마다 매번 새로운 질문과 신비를 던져준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가 조명한 세 가지 천문학적 현상 역시 우리가 우주에 대해 아직 배워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은지 보여주는... -
"7천만 년 전 공룡들의 발자국이 한눈에"…볼리비아 '공룡 고속도로' 재조명
▲ 과학 콘텐츠를 소개하는 Dr. M.F. Khan은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옛 트위터)를 통해 약 7천만 년 전 공룡들이 남긴 발자국 1만6천여 개가 보존된 볼리비아의 칼 오르코(Cal Orck'o)를 소개했다. [사진=Dr. M.F. Khan X] 고생물학적 가치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
인류 역사상 가장 멀리 떨어진 인공물, 보이저 1호… 지구에서 250억 km 너머 성간 공간 항해 중
1977년 발사 후 약 50년의 항해… 태양권 벗어나 무한한 우주로 인류가 만든 물체 가운데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탐사선인 보이저 1호(Voyager 1)가 태양의 영향권을 감싸는 보호막인 태양권(Heliosphere)을 완전히 벗어나 성간 공간(Interstellar Space)을 항해하고 있다. 현재 보이저 1호와 지... -
늑대는 달을 향해 울지 않는다…‘울음’에 담긴 정교한 소통의 세계
▲ 늑대에게 울음은 멀리 떨어져 있는 동료를 찾고 무리를 결집하며 자신의 존재와 영역을 알리는, 매우 실용적인 의사소통 수단이다. [사진=Discovery X] 늑대가 달을 바라보며 길게 울부짖는 모습은 오랫동안 야생의 상징처럼 묘사돼 왔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보면 늑...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추천뉴스
사람들
more +-
오바마 “책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꾼다”…인생 바꾼 6권 다시 읽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준 책들을 다시 펼친다... -
UN 인권사무소, 말리 원주민 지도자 우무 디코 조명… “기후 정의와 원주민 권리 향상에 앞장”
유엔 인권사무소(UN Human Rights)가 7일 저녁 공식 X 계정을 통해 말리 출... -
방사능 연구에 바친 삶… 과학계의 거장 ‘마리 퀴리’를 기리며
과학 계정 ‘월드 오브 사이언스(World of Science)’가 7일 공식 X를 통해 19... -
스크린 넘어 세계를 보살피는 연기파 배우, ‘UN 평화대사’ 샤를리즈 테론(Charlize Theron)의 삶과 헌신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이자 인도주의 운동가인 샤를리즈 테론(Cha...
오피니언
more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⑪] 폭염의 시대, 가장 낮은 곳에 시원한 희망을 전하다
올여름도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폭염은 단순히 불쾌한 더위...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㉕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서 '사전 예방'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사고가 터진 후에야 대책을 마련하는 '사후 약방문' 식의 대응은 오랜 기간 ...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㉔ 산업별 공정거래법 위반 TOP 8: 우리 업종의 급소는 어디인가
공정거래법은 대한민국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기본 규범이지만, 실제 현장...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⑩] 기후가 휘두른 채찍, 복합재난에 대응해야 한다
올여름 지구촌 곳곳에서 기후위기의 새로운 얼굴이 나타나고 있다. 유...
기획 / 탐방
more +-
제5회 한국ESG경영 최고위과정, 홋카이도서 ESG 탐방 프로그램 진행
제5회 한국ESG경영 최고위과정이 지난 14일부터 17일... -
[인공지능 문명 리포트 ⑥] 기계는 왜 거짓말을 할까
인공지능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대화하는 시대... -
[기계가 일하는 세상 ⑩] 24시간 멈추지 않는 무인 생산라인…공장은 잠들지 않는다
공장은 오랫동안 인간 노동의 상징이었다. 거대한 기계 소리, 반복되는 조립 ... -
[ESG탐방] 지속가능한 도시의 미래를 전시하다… 상하이 도시계획전시관이 보여주는 도시 운영의 방향
상하이 도시계획전시관(Shanghai Urban Planning Exhibition Center)은 상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