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왕립학회보 B 발표 연구… “거대한 두개골이 앞다리를 대체했다”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풀지 못했던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yrannosaurus rex)의 짧은 앞다리 비밀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제시했다. 지금까지 티라노사우루스의 작은 앞다리는 공룡 연구에서 가장 유명한 수수께끼 가운데 하나였다. 몸길이가 12미터를 넘는 거대한 육식 공룡이면서도 앞다리는 약 90센티미터에 불과해 극단적으로 불균형해 보였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그동안 먹이를 붙잡기 위한 용도, 짝짓기 행동, 또는 단순한 퇴화 기관이라는 다양한 이론이 제기돼 왔지만 명확한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이 논쟁에 대해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UCL) 연구진과 케임브리지 대학교(University of Cambridge) 연구진이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는 2026년 5월 20일 국제 학술지 왕립학회보 비 생물과학(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비조류 수각류 공룡에서 수렴적으로 나타난 앞다리 축소의 원인과 메커니즘(Drivers and mechanisms of convergent forelimb reduction in non-avian theropod dinosaurs)’이다.
이번 연구의 주저자는 찰리 로저 셰러(Charlie Roger Scherer)이며, 공동 연구자로 엘리자베스 스틸(Elizabeth Steell)과 폴 업처치(Paul Upchurch)가 참여했다. 연구진은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를 포함한 80여 종 이상의 육식 공룡 화석 자료를 분석해, 앞다리 축소와 두개골 발달 사이에 매우 강한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공룡들의 두개골 크기와 뼈 구조, 턱의 무는 힘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두개골 강도 지수’를 새롭게 산출했다. 그 결과 티라노사우루스 렉스가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고, 이어 남아메리카에 살았던 거대 육식 공룡 티라노티탄(Tyrannotitan)이 뒤를 이었다. 연구진은 특히 두개골이 강력한 공룡일수록 앞다리가 상대적으로 더 작다는 공통된 경향을 발견했다.
찰리 로저 셰러는 “진화는 모든 기능을 동시에 극대화하지 않는다”며 “거대한 먹잇감을 사냥하기 위해 머리와 턱이 주무기로 발달하면서,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낮아진 앞다리는 점차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즉 티라노사우루스는 발톱이나 팔 대신 강력한 턱과 거대한 머리를 중심으로 사냥 전략을 발전시켰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를 ‘진화적 상충 관계(trade-off)’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에서 특히 주목받는 부분은 이러한 경향이 티라노사우루스 계열에만 국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아벨리사우루스과(Abelisauridae), 카르카로돈토사우루스과(Carcharodontosauridae), 메갈로사우루스과(Megalosauridae), 케라토사우루스과(Ceratosauridae) 등 서로 다른 육식 공룡 계통에서도 동일한 패턴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짧은 앞다리가 우연히 나타난 특징이 아니라, 거대한 육식 공룡들이 공통적으로 선택한 진화 전략이었다는 의미다.
영국 에든버러 대학교(University of Edinburgh)의 고생물학자 스티브 브루사테(Steve Brusatte)는 이번 연구에 대해 “티라노사우루스는 거대한 머리 하나로 모든 일을 해결했던 육상형 상어와 같은 존재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진화 과정에서 머리는 점점 커졌지만 팔은 점점 작아졌고, 결국 먹이를 사냥하는 기능 자체가 팔에서 머리로 이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버밍엄 대학교(University of Birmingham)의 척추동물 고생물학자 스테판 라우텐슐라거(Stephan Lautenschlager) 역시 “생물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덜 중요한 기관은 줄이고 더 중요한 부위에 자원을 집중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대형 육식 공룡은 강한 턱과 무는 힘에 집중한 반면, 초식 공룡들은 식물을 움켜쥐거나 방어를 위해 긴 앞다리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진은 티라노사우루스의 앞다리가 완전히 쓸모없었던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셰러는 “만약 기능이 전혀 없었다면 진화 과정에서 완전히 사라졌을 것”이라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보조적 역할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티라노사우루스의 짧은 앞다리 비밀을 푸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공룡들이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어떻게 다양한 진화 전략을 선택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거대한 육식 공룡들이 ‘강력한 머리와 작은 앞다리’라는 동일한 방향으로 반복 진화했다는 사실은 공룡 진화 연구의 새로운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BEST 뉴스
-
신비로운 육각형 소용돌이"… 카시니호가 포착한 토성 북극의 웅장한 풍경
▲ 블랙 홀(@konstructivizm)은 "토성 북극 소용돌이의 영광스러운 모습"이라는 설명과 함께 카시니(Cassini) 탐사선이 전송한 역사적인 사진 한 장을 게시했다. [사진=블랙 홀] 과학·우주 관련 게시물을 공유하는 X(구 트위터) 계정 '블랙 홀(Black Hole)'이 4일 토성 북극의 독특... -
"문을 닫으면 작은 방이 됐다"…스코틀랜드 전통 '박스 침대', 삶과 죽음을 함께한 생활문화 재조명
▲ Archaeo Histories는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옛 트위터)를 통해 스코틀랜드의 오래된 농가와 전통 오두막에서 사용된 박스 침대의 구조와 역사적 의미를 소개했다. [사진= Archaeo Histories X] 스코틀랜드 전통 가옥에서 수세기 동안 사용된 독특한 침대인 '박스 ... -
"우주엔 여전히 풀어야 할 수수께끼가 가득하다"… NASA가 조명한 3가지 신비
▲ 토성의 육각형 [사진=NASA Goddard ] 우주는 인류가 기술을 발전시킬 때마다 매번 새로운 질문과 신비를 던져준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가 조명한 세 가지 천문학적 현상 역시 우리가 우주에 대해 아직 배워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은지 보여주는... -
"7천만 년 전 공룡들의 발자국이 한눈에"…볼리비아 '공룡 고속도로' 재조명
▲ 과학 콘텐츠를 소개하는 Dr. M.F. Khan은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옛 트위터)를 통해 약 7천만 년 전 공룡들이 남긴 발자국 1만6천여 개가 보존된 볼리비아의 칼 오르코(Cal Orck'o)를 소개했다. [사진=Dr. M.F. Khan X] 고생물학적 가치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
인류 역사상 가장 멀리 떨어진 인공물, 보이저 1호… 지구에서 250억 km 너머 성간 공간 항해 중
1977년 발사 후 약 50년의 항해… 태양권 벗어나 무한한 우주로 인류가 만든 물체 가운데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탐사선인 보이저 1호(Voyager 1)가 태양의 영향권을 감싸는 보호막인 태양권(Heliosphere)을 완전히 벗어나 성간 공간(Interstellar Space)을 항해하고 있다. 현재 보이저 1호와 지... -
늑대는 달을 향해 울지 않는다…‘울음’에 담긴 정교한 소통의 세계
▲ 늑대에게 울음은 멀리 떨어져 있는 동료를 찾고 무리를 결집하며 자신의 존재와 영역을 알리는, 매우 실용적인 의사소통 수단이다. [사진=Discovery X] 늑대가 달을 바라보며 길게 울부짖는 모습은 오랫동안 야생의 상징처럼 묘사돼 왔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보면 늑...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추천뉴스
사람들
more +-
오바마 “책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꾼다”…인생 바꾼 6권 다시 읽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준 책들을 다시 펼친다... -
UN 인권사무소, 말리 원주민 지도자 우무 디코 조명… “기후 정의와 원주민 권리 향상에 앞장”
유엔 인권사무소(UN Human Rights)가 7일 저녁 공식 X 계정을 통해 말리 출... -
방사능 연구에 바친 삶… 과학계의 거장 ‘마리 퀴리’를 기리며
과학 계정 ‘월드 오브 사이언스(World of Science)’가 7일 공식 X를 통해 19... -
스크린 넘어 세계를 보살피는 연기파 배우, ‘UN 평화대사’ 샤를리즈 테론(Charlize Theron)의 삶과 헌신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이자 인도주의 운동가인 샤를리즈 테론(Cha...
오피니언
more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⑪] 폭염의 시대, 가장 낮은 곳에 시원한 희망을 전하다
올여름도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폭염은 단순히 불쾌한 더위...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㉕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서 '사전 예방'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사고가 터진 후에야 대책을 마련하는 '사후 약방문' 식의 대응은 오랜 기간 ...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㉔ 산업별 공정거래법 위반 TOP 8: 우리 업종의 급소는 어디인가
공정거래법은 대한민국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기본 규범이지만, 실제 현장...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⑩] 기후가 휘두른 채찍, 복합재난에 대응해야 한다
올여름 지구촌 곳곳에서 기후위기의 새로운 얼굴이 나타나고 있다. 유...
기획 / 탐방
more +-
제5회 한국ESG경영 최고위과정, 홋카이도서 ESG 탐방 프로그램 진행
제5회 한국ESG경영 최고위과정이 지난 14일부터 17일... -
[인공지능 문명 리포트 ⑥] 기계는 왜 거짓말을 할까
인공지능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대화하는 시대... -
[기계가 일하는 세상 ⑩] 24시간 멈추지 않는 무인 생산라인…공장은 잠들지 않는다
공장은 오랫동안 인간 노동의 상징이었다. 거대한 기계 소리, 반복되는 조립 ... -
[ESG탐방] 지속가능한 도시의 미래를 전시하다… 상하이 도시계획전시관이 보여주는 도시 운영의 방향
상하이 도시계획전시관(Shanghai Urban Planning Exhibition Center)은 상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