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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라노사우루스의 ‘짧은 앞발’ 미스터리, 마침내 풀리나

  • 권민정 기자
  • 입력 2026.05.26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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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립학회보 B 발표 연구… “거대한 두개골이 앞다리를 대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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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yrannosaurus rex)의 짧은 앞다리 비밀에 대해 새로운 해석 [사진=gemini 생성이미지]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풀지 못했던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yrannosaurus rex)의 짧은 앞다리 비밀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제시했다. 지금까지 티라노사우루스의 작은 앞다리는 공룡 연구에서 가장 유명한 수수께끼 가운데 하나였다. 몸길이가 12미터를 넘는 거대한 육식 공룡이면서도 앞다리는 약 90센티미터에 불과해 극단적으로 불균형해 보였기 때문이다. 학계에서는 그동안 먹이를 붙잡기 위한 용도, 짝짓기 행동, 또는 단순한 퇴화 기관이라는 다양한 이론이 제기돼 왔지만 명확한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이 논쟁에 대해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UCL) 연구진과 케임브리지 대학교(University of Cambridge) 연구진이 새로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는 2026년 5월 20일 국제 학술지 왕립학회보 비 생물과학(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Biological Sciences)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비조류 수각류 공룡에서 수렴적으로 나타난 앞다리 축소의 원인과 메커니즘(Drivers and mechanisms of convergent forelimb reduction in non-avian theropod dinosaurs)’이다.


이번 연구의 주저자는 찰리 로저 셰러(Charlie Roger Scherer)이며, 공동 연구자로 엘리자베스 스틸(Elizabeth Steell)과 폴 업처치(Paul Upchurch)가 참여했다. 연구진은 티라노사우루스 렉스를 포함한 80여 종 이상의 육식 공룡 화석 자료를 분석해, 앞다리 축소와 두개골 발달 사이에 매우 강한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공룡들의 두개골 크기와 뼈 구조, 턱의 무는 힘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두개골 강도 지수’를 새롭게 산출했다. 그 결과 티라노사우루스 렉스가 가장 높은 점수를 기록했고, 이어 남아메리카에 살았던 거대 육식 공룡 티라노티탄(Tyrannotitan)이 뒤를 이었다. 연구진은 특히 두개골이 강력한 공룡일수록 앞다리가 상대적으로 더 작다는 공통된 경향을 발견했다.


찰리 로저 셰러는 “진화는 모든 기능을 동시에 극대화하지 않는다”며 “거대한 먹잇감을 사냥하기 위해 머리와 턱이 주무기로 발달하면서,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낮아진 앞다리는 점차 축소됐다”고 설명했다. 즉 티라노사우루스는 발톱이나 팔 대신 강력한 턱과 거대한 머리를 중심으로 사냥 전략을 발전시켰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를 ‘진화적 상충 관계(trade-off)’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에서 특히 주목받는 부분은 이러한 경향이 티라노사우루스 계열에만 국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아벨리사우루스과(Abelisauridae), 카르카로돈토사우루스과(Carcharodontosauridae), 메갈로사우루스과(Megalosauridae), 케라토사우루스과(Ceratosauridae) 등 서로 다른 육식 공룡 계통에서도 동일한 패턴이 반복적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짧은 앞다리가 우연히 나타난 특징이 아니라, 거대한 육식 공룡들이 공통적으로 선택한 진화 전략이었다는 의미다.


영국 에든버러 대학교(University of Edinburgh)의 고생물학자 스티브 브루사테(Steve Brusatte)는 이번 연구에 대해 “티라노사우루스는 거대한 머리 하나로 모든 일을 해결했던 육상형 상어와 같은 존재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진화 과정에서 머리는 점점 커졌지만 팔은 점점 작아졌고, 결국 먹이를 사냥하는 기능 자체가 팔에서 머리로 이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 버밍엄 대학교(University of Birmingham)의 척추동물 고생물학자 스테판 라우텐슐라거(Stephan Lautenschlager) 역시 “생물은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덜 중요한 기관은 줄이고 더 중요한 부위에 자원을 집중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티라노사우루스 같은 대형 육식 공룡은 강한 턱과 무는 힘에 집중한 반면, 초식 공룡들은 식물을 움켜쥐거나 방어를 위해 긴 앞다리를 유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연구진은 티라노사우루스의 앞다리가 완전히 쓸모없었던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셰러는 “만약 기능이 전혀 없었다면 진화 과정에서 완전히 사라졌을 것”이라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보조적 역할이 존재했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번 연구는 단순히 티라노사우루스의 짧은 앞다리 비밀을 푸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공룡들이 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어떻게 다양한 진화 전략을 선택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거대한 육식 공룡들이 ‘강력한 머리와 작은 앞다리’라는 동일한 방향으로 반복 진화했다는 사실은 공룡 진화 연구의 새로운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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