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강은 단순히 물이 흐르는 통로가 아니다. 강은 주변 범람원과 끊임없이 물을 주고받으며 생태계를 유지하고 지형을 형성하며, 물과 영양분, 탄소를 이동시키는 거대한 순환 시스템의 일부이다. 그러나 기후변화와 인간의 개발 활동이 가속화되면서 이러한 자연의 연결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최근 국제 연구진은 지난 40년간의 위성 관측 자료를 분석해 전 세계 하천과 범람원 사이의 연결성이 전반적으로 증가하고 있음을 밝혀냈다. 이는 지구 물순환과 생태계 변화, 나아가 미래 수자원 관리 정책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하는 연구로 평가받고 있다.
국제 학술지 《Nature Geoscience》는 2026년 5월호 표지 논문으로 「Global net increase in surface water connectivity in river–floodplain systems(하천-범람원 시스템의 지표수 연결성의 전 지구적 순증가)」를 선정했다. 이 연구는 중국 우한대학교(Wuhan University)의 롄펑(Lian Feng) 교수 연구팀과 추치 루오(Qiuqi Luo) 박사가 주도했다.
연구진은 1984년부터 2019년까지 약 40년에 걸쳐 축적된 미국 지질조사국(USGS)의 랜드샛(Landsat) 위성 자료를 활용해 전 세계 하천과 범람원 간의 지표수 연결성을 분석했다. 조사 대상은 약 160만㎞에 달하는 하천 구간으로, 전 세계 주요 하천의 약 73%를 포함하는 방대한 규모이다.
연구의 핵심 개념인 ‘지표수 연결성(surface water connectivity)’은 하천 수로와 주변 범람원 사이에서 물이 얼마나 자주, 얼마나 넓게 교환되는지를 의미한다. 이러한 연결성은 지구 물순환의 핵심 요소일 뿐 아니라 영양염류 이동, 탄소 순환, 퇴적물 이동, 습지 유지, 생물다양성 보전 등 다양한 환경 과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천과 범람원이 활발하게 연결될수록 생태계의 생산성과 복원력은 높아지고, 반대로 연결성이 약해지면 생물 서식지와 물질 순환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
분석 결과, 지난 40년 동안 전 세계 하천-범람원 연결성은 순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에 따르면 세계 평균 연결성은 약 3% 증가했으며, 연결성이 지속적으로 향상된 하천 구간은 감소한 구간보다 약 1.5배 더 긴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지구적 규모에서 강과 범람원의 상호작용이 점차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연결성 증가는 동아시아와 북반구 고위도 지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반면 건조 및 반건조 지역에서는 연결성이 감소하는 경향이 관찰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차이가 강수량 변화와 증발산량 변화 등 기후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결과라고 설명했다.
논문은 기후변화를 하천 연결성 변화의 가장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한다. 강수량 증가와 홍수 발생 빈도 증가는 범람원으로 물이 확산되는 기회를 늘리며, 결과적으로 하천과 범람원 사이의 연결성을 강화한다. 반대로 가뭄이 심화되는 지역에서는 연결성이 감소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최근 수십 년간 진행된 지구온난화는 강수 패턴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으며, 이에 따라 세계 여러 지역의 하천 시스템도 새로운 환경 조건에 적응하는 과정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특히 북반구 고위도 지역에서는 빙하 융해와 강수 증가가 연결성 확대를 이끌었으며, 동아시아에서는 계절성 홍수 증가와 토지 이용 변화가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인간 활동 역시 하천 연결성을 변화시키는 주요 변수로 확인됐다. 댐 건설, 제방 설치, 하천 직강화 사업, 농업용 수로 개발 등은 자연적인 범람 과정을 변화시키며 하천과 범람원의 관계를 재구성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대규모 수자원 개발이 연결성을 감소시키는 반면, 다른 지역에서는 새로운 수계 형성과 인공 수로의 확장으로 연결성이 오히려 증가하는 사례도 관찰됐다. 연구진은 기후변화와 인간 활동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세계 하천 시스템의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는 연결성 변화가 퇴적물 이동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연구진은 연결성이 크게 증가하거나 감소한 지역에서 부유퇴적물 농도와 퇴적물 이동량 역시 함께 변화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하천의 물리적 구조뿐 아니라 탄소 저장, 영양염류 순환, 습지 형성, 하구 생태계 생산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하천이 바다로 운반하는 퇴적물은 삼각주 형성과 해안선 유지, 해양 생태계 생산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하천 연결성의 변화는 단순한 수문학적 현상을 넘어 지구 환경 변화와 생태계 건강 상태를 보여주는 핵심 지표로 볼 수 있다.
이번 연구는 위성 관측 자료를 활용해 전 지구 규모에서 하천과 범람원의 연결성을 장기간 추적한 대표적 사례로 평가된다. 연구진은 앞으로 기후변화가 심화될수록 이러한 연결성 변화 역시 더욱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강은 단순한 물길이 아니라 생태계와 인간 사회를 연결하는 거대한 네트워크다. 이번 연구는 기후변화와 인간 활동이 지구의 강을 어떻게 변화시키고 있는지를 과학적으로 보여준다. 하천과 범람원 사이의 보이지 않는 연결성을 이해하는 일은 앞으로의 수자원 관리와 생태계 보전, 그리고 기후위기 대응 전략 수립에 중요한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BEST 뉴스
-
신비로운 육각형 소용돌이"… 카시니호가 포착한 토성 북극의 웅장한 풍경
▲ 블랙 홀(@konstructivizm)은 "토성 북극 소용돌이의 영광스러운 모습"이라는 설명과 함께 카시니(Cassini) 탐사선이 전송한 역사적인 사진 한 장을 게시했다. [사진=블랙 홀] 과학·우주 관련 게시물을 공유하는 X(구 트위터) 계정 '블랙 홀(Black Hole)'이 4일 토성 북극의 독특... -
"문을 닫으면 작은 방이 됐다"…스코틀랜드 전통 '박스 침대', 삶과 죽음을 함께한 생활문화 재조명
▲ Archaeo Histories는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옛 트위터)를 통해 스코틀랜드의 오래된 농가와 전통 오두막에서 사용된 박스 침대의 구조와 역사적 의미를 소개했다. [사진= Archaeo Histories X] 스코틀랜드 전통 가옥에서 수세기 동안 사용된 독특한 침대인 '박스 ... -
"우주엔 여전히 풀어야 할 수수께끼가 가득하다"… NASA가 조명한 3가지 신비
▲ 토성의 육각형 [사진=NASA Goddard ] 우주는 인류가 기술을 발전시킬 때마다 매번 새로운 질문과 신비를 던져준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가 조명한 세 가지 천문학적 현상 역시 우리가 우주에 대해 아직 배워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은지 보여주는... -
"7천만 년 전 공룡들의 발자국이 한눈에"…볼리비아 '공룡 고속도로' 재조명
▲ 과학 콘텐츠를 소개하는 Dr. M.F. Khan은 4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옛 트위터)를 통해 약 7천만 년 전 공룡들이 남긴 발자국 1만6천여 개가 보존된 볼리비아의 칼 오르코(Cal Orck'o)를 소개했다. [사진=Dr. M.F. Khan X] 고생물학적 가치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
인류 역사상 가장 멀리 떨어진 인공물, 보이저 1호… 지구에서 250억 km 너머 성간 공간 항해 중
1977년 발사 후 약 50년의 항해… 태양권 벗어나 무한한 우주로 인류가 만든 물체 가운데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탐사선인 보이저 1호(Voyager 1)가 태양의 영향권을 감싸는 보호막인 태양권(Heliosphere)을 완전히 벗어나 성간 공간(Interstellar Space)을 항해하고 있다. 현재 보이저 1호와 지... -
늑대는 달을 향해 울지 않는다…‘울음’에 담긴 정교한 소통의 세계
▲ 늑대에게 울음은 멀리 떨어져 있는 동료를 찾고 무리를 결집하며 자신의 존재와 영역을 알리는, 매우 실용적인 의사소통 수단이다. [사진=Discovery X] 늑대가 달을 바라보며 길게 울부짖는 모습은 오랫동안 야생의 상징처럼 묘사돼 왔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보면 늑...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추천뉴스
사람들
more +-
오바마 “책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꾼다”…인생 바꾼 6권 다시 읽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준 책들을 다시 펼친다... -
UN 인권사무소, 말리 원주민 지도자 우무 디코 조명… “기후 정의와 원주민 권리 향상에 앞장”
유엔 인권사무소(UN Human Rights)가 7일 저녁 공식 X 계정을 통해 말리 출... -
방사능 연구에 바친 삶… 과학계의 거장 ‘마리 퀴리’를 기리며
과학 계정 ‘월드 오브 사이언스(World of Science)’가 7일 공식 X를 통해 19... -
스크린 넘어 세계를 보살피는 연기파 배우, ‘UN 평화대사’ 샤를리즈 테론(Charlize Theron)의 삶과 헌신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이자 인도주의 운동가인 샤를리즈 테론(Cha...
오피니언
more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⑪] 폭염의 시대, 가장 낮은 곳에 시원한 희망을 전하다
올여름도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폭염은 단순히 불쾌한 더위...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㉕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서 '사전 예방'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사고가 터진 후에야 대책을 마련하는 '사후 약방문' 식의 대응은 오랜 기간 ...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㉔ 산업별 공정거래법 위반 TOP 8: 우리 업종의 급소는 어디인가
공정거래법은 대한민국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기본 규범이지만, 실제 현장...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⑩] 기후가 휘두른 채찍, 복합재난에 대응해야 한다
올여름 지구촌 곳곳에서 기후위기의 새로운 얼굴이 나타나고 있다. 유...
기획 / 탐방
more +-
제5회 한국ESG경영 최고위과정, 홋카이도서 ESG 탐방 프로그램 진행
제5회 한국ESG경영 최고위과정이 지난 14일부터 17일... -
[인공지능 문명 리포트 ⑥] 기계는 왜 거짓말을 할까
인공지능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대화하는 시대... -
[기계가 일하는 세상 ⑩] 24시간 멈추지 않는 무인 생산라인…공장은 잠들지 않는다
공장은 오랫동안 인간 노동의 상징이었다. 거대한 기계 소리, 반복되는 조립 ... -
[ESG탐방] 지속가능한 도시의 미래를 전시하다… 상하이 도시계획전시관이 보여주는 도시 운영의 방향
상하이 도시계획전시관(Shanghai Urban Planning Exhibition Center)은 상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