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휴전 합의 이후 처음으로 군사 행동을 주고받으면서 중동 정세가 다시 긴장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다만 양측 모두 전면전 확대보다는 제한적인 군사 대응과 강경 발언을 이어가고 있어, 이번 충돌이 협상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힘겨루기' 성격이라는 분석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는 26일(현지시간)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상선을 공격한 이란에 대한 대응으로 미사일·드론 저장시설과 해안 레이더 기지를 정밀 타격했다고 발표했다. 미국은 이번 공격이 휴전 합의를 위반한 이란의 도발에 대한 보복 조치라고 설명했다.
사건의 발단은 하루 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던 대형 화물선이 드론 공격을 받은 데서 시작됐다. 미국은 이란이 최소 4기의 자폭형 드론을 발사해 이 가운데 1기가 선박 갑판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선박은 일부 손상을 입었지만 항해를 계속했으며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를 "휴전 협정에 대한 어리석은 위반"이라고 규정했고, 이후 미군의 공습이 이어졌다. JD 밴스 부통령도 "폭력에는 폭력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미군 기지를 겨냥한 보복 공격을 실시했다고 주장했지만 미국은 이를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 충돌에도 양측은 전면전으로 확전되는 신호는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이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이번 공습이 대규모 군사작전 재개를 의미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고, 트럼프 대통령 역시 추가 군사행동 여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 같은 대응은 양측 모두 협상의 틀 자체를 깨기보다는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한 압박 수단을 선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미국과 이란은 최근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와 핵 프로그램 협상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지만, 해협 통행 방식과 통항료 부과 권한을 둘러싸고 여전히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국제 해상교통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이란은 자국 영해를 통과하는 선박에 대한 관리 권한과 통항료 부과 권한을 주장하고 있다. 이번 상선 공격 역시 이러한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난 사례로 해석된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상당 부분이 통과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이번 충돌 이후 국제 해운사들은 운항을 다시 줄이고 있으며, 시장에서는 원유 공급망 불안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두고 "군사적 긴장은 분명 높아졌지만 아직은 협상 자체를 포기한 단계는 아니다"라고 평가한다. 양측 모두 제한적인 군사력을 활용해 상대방을 압박하면서도 협상 채널은 유지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충돌은 중동 정세가 다시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음을 의미하기보다는, 핵 협상과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둘러싼 주도권 경쟁이 군사적 압박으로 이어지고 있는 과정으로 해석하는 것이 보다 현실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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