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하고 되뇌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선한 남자들의 ‘웃음’과 ‘친절함’이다. <카산>이라는 소도시를 걸으면서 마주쳤던 상인들의 눈망울을 잊을 수 없다. 우리에게 익숙한 무표정보다는 항상 웃음기 머금은 낯빛이 사람의 감정을 순수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것은 그 도시만의 추억이 아니었다. 어느 도시를 가나 그들의 친절은 일상이었다. 이국에서는 물론 조심도 해야 하겠지만, 내가 얼마나 진실하고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느냐도 여행지에서도 참 중요한 것 같다.
문득 길을 걷다가 진열장 너머 상점 주인과 눈이 마주치며, 그들은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스스럼없이 들어오라고 손짓을 한다. 그리고 옆에 물려놓았던 찻잔을 끌어당기며 수시로 마시는 홍차와 각설탕을 밀어준다.
그리고 서로의 마음을 어느 정도 나누고 나면 자신이 지금까지 사용했던 신앙의 상징인 묵주를 그냥 건네준다. 마치 여행자의 앞길을 축원이라도 해주는 듯이...
나는 많은 나라를 여행했지만 이렇게 따뜻한 웃음을 지으며 친절하게 대하는 남자들을 본 적이 없다. 단단하고 커다란 덩치에 새카만 굴레수염까지 더부룩하게 나서 처음에는 무슨 산적이라도 만난 듯 경계심과 두려움이 들었지만, 그것은 곧 괜한 기우였다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었다.
미국의 시각으로 무슬림은 특히나 오랜 시절 자신들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괜한 괘씸죄까지 더해서, 세계에서 가장 급진적인 민족이니, ‘악의 축’이니 하면서 심한 제재를 하지만, 과거 그들은 강성했던 페르시아 제국의 후예들이다. 양탄자가 날아다니고, 호리병에서 거인이 나오며, ’열려라 참깨‘ 하면 커다란 알리바바의 돌문이 열리며 보물이 가득 들어있는, 상상과 모험의 나라였다.
지금은 이 지구상에서 완전 왕따 시키려고 작정이라도 한 듯 따돌리며, 마치 무슨 벌레라도 보듯 국제사회에서 고립을 시키려 하지만 말이다. 어쩌면 그들은 석유가 나와서 더 괴롭힘을 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현대 사회에서는 자주성 있게 떠들면 강대국들에 의해 딱지국가로 전락하기가 십상이다. 북한도 그렇고, 핵을 보유한 약소국가들을 경제보복으로 밀어 붙인다.
그런데 요즘은 이란에서도 이슬람의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에 의해서 페르시아의 거대한 역사보다는, 이슬람의 역사를 더 강조해 교과서에서 축소해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러나 그들은 굳굳하게 선한 삶을 누리고 있다. 사실 이란의 젊은이들은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많이 힘들어 하며 삼삼오오 모이면 국부로 추앙되며 히잡을 다시 쓰게 만든 호메이니나 그의 후계자 하메네이를 별로 달가워하지 않는다.
그래서 인근에 물가가 싼 아르메니아, 터키, 그리스 등 국가들에 많이 피신을 나와 싸구려 숙소를 떠돌며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그렇게 나오면 현재 상황으로 다시 조국으로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가기가 힘들다.
나는 아테네의 허름한 할렘가 게스트하우스에 오랜 시간 머무르며 피난 나온 이란 친구들과 참으로 오랜 시간 다정하게 지냈다.
그들은 대부분 상대적으로 임금이 높은 유럽 어느 곳으로 가서 일자리를 찾기를 원했으며, 그중에도 살만한 것 같은 32살인 아미르Amir는 이란에서 슈퍼를 두 개 운영하면서 여기서 스마트 폰으로 관리를 하였다.
우리는 때때로 게스트에 앉아 밥과 술을 나누어 마시며, 의기가 통하며 같이 어깨동무를 하고 밤거리를 헤매거나 아크로폴리스 산정가를 걸었다.
아크로폴리스 건너편에 있는 나즈막한 동산에 올라가 지중해에서 불어오는 강한 맞바람을 맞으며, 하염없이 나누었던 그 웃음소리와 선한 표정들도 잊을 수가 없다.
덧붙이는 글 I 자재自在
자재는 자유자재(自由自在)의 자재이다. “환경이 아프면, 내 몸도 아프다”라는 마음으로 30여 년 가까이 일체의 세제와 퐁퐁를 쓰지 않고, 일회용품과 비닐, 비누나 치약 등도 가능한 쓰지 않는다. 물수건이나 휴지 대신 손수건을 쓰고 겨울에는 내복을 입고 실내 온도를 낮춘다. 자가용은 없으며 가까운 곳은 자전거로 먼 곳은 대중교통으로 다니면서, 나의 화석 발자국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홍익대학교를 비롯한 몇 개의 대학에서 강의를 했으며, 한강 1,300리, 섬진강 530리, 한탄강, 금강, 임진강과 폐사지 등을 걸었으며, 우리나라 해안선만 따라 자전거로 80일 동안 5830km를 순례했다. 다시 세계가 궁금해져 5년 동안 ‘대상(隊商)들의 꿈의 도로’인 실크로드를 따라, 세계오지 배낭순례를 했다.
2000년 전주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으며, 해양 문학상, 전국 문화원 연합회 논문공모 우수상, 시흥 문학상 등 몇 개의 상을 받았다. 2020년 인사동 마루아트센터 아지트갤러리‘국제 칼렌다 사진전’에 참여하였다. 2016년‘평화, 환경, 휴머니즘 국제 영상제’에 <초인종 속 딱새의 순산, 그 50일의 기록>이라는 작품으로, (환경부 장관) 대상을 수상했다. 평생 다양한 기관에서 무료봉사를 해오고 있으며, 연극에도 관심이 많아 십여 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또, 노원, 영등포 50+센터 등에서 2년여 전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내 마음에 안식처>서울역사여행’등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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