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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안토니오 미술관, 이탈리아에 고대 유물 9점 반환... 문화재 윤리 시대의 전환점

  • 권민정 기자
  • 입력 2025.12.18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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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르메스의 대리석 두상. [사진=the San Antonio Museum of Art]

 

미국 텍사스주 산안토니오에 위치한 산안토니오 미술관(San Antonio Museum of Art, SAMA)이 최근 고대 유물 9점을 이탈리아 정부에 반환했다. 이번 결정은 해당 미술관이 자발적으로 소장품을 해외에 반환한 첫 사례로 전 세계 미술관들이 과거 수집 관행을 재검토하고 있는 흐름 속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반환된 유물들은 주로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에 제작된 조각과 도자기들이다. 그중 가장 주목받는 작품은 그리스 신 헤르메스의 대리석 머리 조각이다. 이 조각은 19세기 말 로마의 산티 조반니 에 파올로 대성당 인근에서 발굴돼 1894년 공식 기록에 남아 있었지만 이후 행방이 묘연해졌다. 1971년 로마의 한 골동품 상인이 출처 문서 없이 이를 미국의 수집가 길버트 M. 덴먼 주니어에게 판매했고 덴먼은 1986년 해당 작품을 SAMA에 기증했다.


이 유물의 출처에 대한 문제는 2016년 독일의 한 고고학자가 미술관 측에 해당 조각의 역사적 배경을 알리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를 계기로 SAMA와 이탈리아 정부 간의 대화가 시작됐고 양측은 수년간의 협의 끝에 2023년 문화 협력 협정을 체결했다. 이 협정에 따라 헤르메스 조각을 포함한 총 9점의 유물이 이탈리아로 반환되게 됐다.


함께 반환된 유물에는 기원전 4세기경 아테네와 이탈리아 남부에서 제작된 도자기 그릇들 그리고 고대 여성상을 형상화한 테라코타 조각 등이 포함돼 있다. 이들 작품 대부분은 1980~90년대 런던과 뉴욕의 경매 시장이나 골동품 상인을 거쳐 SAMA에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반환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그 방식에 있다. 반환 대상 9점 가운데 7점은 법적으로는 이탈리아 정부 소유가 되었지만 2030년까지는 산안토니오 미술관에서 계속 전시된다. 이후 유물들이 이탈리아로 옮겨지면 그 자리는 동등한 문화적 가치를 지닌 이탈리아 작품들이 대여 형식으로 채워질 예정이다. 반환과 전시를 병행하는 이 같은 방식은 문화재 보호와 국제 문화 교류를 동시에 추구하는 새로운 모델로 평가된다.


산안토니오 미술관의 수석 큐레이터 제시카 파워스는 이번 협약에 대해 “관람객들이 계속해서 이탈리아의 고대 역사와 문화를 접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문화유산을 윤리적으로 관리하려는 미술관의 책임을 실천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탈리아 문화재 보호 당국의 루이지 라 로카 국장 역시 “이번 합의는 불법 문화재 거래를 방지하기 위한 국제적 모범 사례이자 미국과 이탈리아 간 문화 관계를 강화하는 계기”라고 평가했다.


이번 결정은 최근 국제 미술계 전반에서 확산되고 있는 ‘소장품 출처 재검토’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과거 식민지 시대나 불투명한 경로를 통해 수집된 유물들에 대해 반환 요구가 커지고 있으며 미국과 유럽의 주요 박물관들 역시 윤리적 책임을 강조하며 관련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SAMA 역시 2023년부터 소장품의 출처를 전문적으로 조사하는 전담 직원을 두고 보다 적극적인 연구와 검증에 나서고 있다.


산안토니오 미술관의 이번 유물 반환은 단순한 소장품 이동을 넘어 박물관이 문화유산의 ‘소유자’가 아니라 ‘관리자’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문화재를 둘러싼 국제 사회의 기준이 변화하는 가운데 이번 결정은 향후 다른 미술관과 문화 기관들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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