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윈체스터 칼리지 스트리트 8번지에는 제인 오스틴의 마지막 시간을 알리는 작은 명판이 걸려 있다. “이 집에서 제인 오스틴은 마지막 날들을 보냈고 1817년 7월 18일에 사망했다.” 『오만과 편견』과 『이성과 감성』으로 전 세계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작가의 죽음은 20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오스틴은 1816년 봄부터 약 1년간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으로 쇠약해졌다. 남아 있는 의료 기록은 없지만 언니 카산드라와 가족에게 보낸 편지에는 지속적인 피로, 무릎과 등의 관절 통증, 반복되는 발열, 얼굴에 나타나는 피부 발진 등이 기록돼 있다. 증상은 나아졌다가 다시 악화되는 과정을 반복했고, 그녀는 “내 나이에 병은 위험한 사치”라고 적었다.
그동안 학자들은 애디슨병, 결핵, 위암, 림프종 등 여러 질환을 사망 원인으로 추정해왔다. 최근에는 영국 세인트 토마스 병원의 의료진이 오스틴의 편지를 분석해 전신성 홍반성 루푸스(SLE) 가능성을 제기했다. 젊은 여성에게 흔하고, 관절 통증과 발진, 발열이 반복되는 이 자가면역 질환은 19세기 당시에는 진단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러나 이를 확정할 물리적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오스틴의 머리카락 일부가 박물관에 보관돼 있으나 분석 결과 오염 가능성이 크거나 특이 소견이 없어 사인을 밝히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그녀의 죽음은 편지와 문학적 기록에 의존한 ‘역사적 추정’으로 남아 있다.
흥미로운 점은 오스틴의 병이 후기 작품에 뚜렷한 흔적을 남겼다는 사실이다. 『설득』에서는 질병과 시간의 흐름 그리고 상실이 전면에 등장하며, 미완성작 『샌디튼』은 병약한 사람들이 몰려드는 해변 휴양지를 풍자한다. 초기 작품들이 경쾌한 해피엔딩을 지녔다면 후기 소설들은 한층 절제되고 현실적인 시선을 담고 있다.
『오만과 편견』은 자존심과 편견을 넘어 성장하는 여성의 이야기이고, 『이성과 감성』은 감정과 이성의 균형을 탐구한다. 『엠마』는 자기 확신의 한계를, 『맨스필드 파크』는 연약해 보이는 인물의 내적 강인함을 보여준다. 이 작품들은 오늘날까지도 인간관계와 삶의 태도를 돌아보게 만든다.
학자들은 오스틴의 정확한 사망 원인이 끝내 밝혀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불확실성 속에서 우리는 병든 몸으로도 유머와 통찰을 잃지 않았던 작가의 모습을 만난다. 윈체스터의 작은 집에서 생을 마쳤지만, 제인 오스틴은 여전히 독자들의 삶 속에서 살아 숨 쉬고 있다.
BEST 뉴스
-
2026 제4회 한국ESG경영대상 'THE BEST ESG' 시상식 성료... ESG 우수사례 27건 선정
▲ 2026 제4회 한국ESG경영대상 'THE BEST ESG' 전체 수상자와 시상자 및 관계자 단체 사진 [사진=ESG코리아뉴스] (사)한국ESG위원회와 ESG코리아뉴스가 공동 주최하는 '2026 한국ESG경영대상 THE BEST ESG' 시상식이 오늘 5일, 한국언론진흥재단 기자회견장 19층에서 열렸다. ... -
유럽의 품격을 담다… 마포 '밤섬강변연가' 아파트에 들어선 철 단조 예술 게이트
▲ 서울 마포구 밤섬강변연가아파트의 정문 앞에 설치된 철 단조 게이트 [사진=ESG 코리아뉴스] 서울 마포구 밤섬강변연가아파트의 정문 앞에 서면 국내 공동주택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풍경이 펼쳐진다. 검푸른 철재 위에 금빛 장식이 더해진 웅장한 철 단조(Forged Iron) 게... -
세계혈기도연맹, ‘2026년 여름 공동단식’ 성료…몸을 비우고 마음을 채운 2박 3일
▲ 세계혈기도연맹이 경기도 여주시 대신면 송천동에 위치한 혈기도 야외수련장에서 행공 수련을 하고 있다. [사진=세계혈기도연맹] 세계혈기도연맹이 경기도 여주시 대신면 송천동에 위치한 혈기도 야외수련장에서 ‘2026년 여름 세계혈기도연맹 공동단식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8... -
오종민 성지고등학교 교육행정실장, 학교급식 자원순환 혁신 공로 인정... 한국ESG경영대상 개인 부문 '특별상' 수상
▲2026 제4회 한국ESG경영대상 'THE BEST ESG' 특별상 개인 부문 오종민 성지고등학교 행정실장 [사진=ESG코리아뉴스] 오종민 성지고등학교 교육행정실장이 학교급식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사용 급식(예비식)을 디지털 기반 자원순환 플랫폼과 연계해 취약계층에게 안전하게 제공하... -
유준상, 13년 동행 ‘그날들’로 돌아온다…8월 단 5회 특별 무대
▲ 뮤지컬 〈그날들〉 [사진=뮤지컬 그날들 제공] 배우 유준상이 13년간 인연을 이어온 뮤지컬 〈그날들〉의 ‘정학’으로 다시 무대에 오른다. 2013년 초연부터 〈그날들〉과 함께해 온 유준상은 올해 대형 창작뮤지컬 〈스윙 데이즈_암호명 A〉에서 주인공 유일형... -
멜 깁슨 "브레이브하트는 영화 아닌 폭정에 맞선 투쟁"… 헐리우드 세태 비판
▲ 배우 겸 감독 멜 깁슨의 대표작 '브레이브하트(Braveheart)' [사진=멜 깁슨 X] 배우 겸 감독 멜 깁슨이 자신의 대표작 '브레이브하트(Braveheart)'의 의미를 되새기며 현대 헐리우드의 영화 제작 경향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멜 깁슨은 2일 자신의 X(구 트위터) 계정을 통...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추천뉴스
사람들
more +-
오바마 “책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꾼다”…인생 바꾼 6권 다시 읽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준 책들을 다시 펼친다... -
UN 인권사무소, 말리 원주민 지도자 우무 디코 조명… “기후 정의와 원주민 권리 향상에 앞장”
유엔 인권사무소(UN Human Rights)가 7일 저녁 공식 X 계정을 통해 말리 출... -
방사능 연구에 바친 삶… 과학계의 거장 ‘마리 퀴리’를 기리며
과학 계정 ‘월드 오브 사이언스(World of Science)’가 7일 공식 X를 통해 19... -
스크린 넘어 세계를 보살피는 연기파 배우, ‘UN 평화대사’ 샤를리즈 테론(Charlize Theron)의 삶과 헌신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이자 인도주의 운동가인 샤를리즈 테론(Cha...
오피니언
more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⑪] 폭염의 시대, 가장 낮은 곳에 시원한 희망을 전하다
올여름도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폭염은 단순히 불쾌한 더위...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㉕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서 '사전 예방'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사고가 터진 후에야 대책을 마련하는 '사후 약방문' 식의 대응은 오랜 기간 ...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㉔ 산업별 공정거래법 위반 TOP 8: 우리 업종의 급소는 어디인가
공정거래법은 대한민국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기본 규범이지만, 실제 현장...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⑩] 기후가 휘두른 채찍, 복합재난에 대응해야 한다
올여름 지구촌 곳곳에서 기후위기의 새로운 얼굴이 나타나고 있다. 유...
기획 / 탐방
more +-
제5회 한국ESG경영 최고위과정, 홋카이도서 ESG 탐방 프로그램 진행
제5회 한국ESG경영 최고위과정이 지난 14일부터 17일... -
[인공지능 문명 리포트 ⑥] 기계는 왜 거짓말을 할까
인공지능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대화하는 시대... -
[기계가 일하는 세상 ⑩] 24시간 멈추지 않는 무인 생산라인…공장은 잠들지 않는다
공장은 오랫동안 인간 노동의 상징이었다. 거대한 기계 소리, 반복되는 조립 ... -
[ESG탐방] 지속가능한 도시의 미래를 전시하다… 상하이 도시계획전시관이 보여주는 도시 운영의 방향
상하이 도시계획전시관(Shanghai Urban Planning Exhibition Center)은 상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