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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명 예술가들, 이란 인권 위기 속 예술로 외치는 고통과 연대

  • 윤재은 기자
  • 입력 2026.01.20 1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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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그림은 “왕과 왕조, 전쟁, 악마, 신비로운 새, 전설적인 말들로 가득한 페르시아 문학의 서사시에서 알리레자 쇼자이안은 영감을 얻어 이 기발한 초상화들을 그렸다. 실제 인물과 허구의 인물이 충돌하고, 현대 생활과 신화가 뒤섞인 부조리한 콜라주를 만들어 낸 것이다.” [사진=Alireza Shojaian homepage]

 

최근 이란에서 이어지고 있는 대규모 시위와 그에 대한 강경한 국가 폭력은 국경을 넘어 망명 중인 이란 출신 예술가들의 삶과 창작 세계에도 깊은 흔적을 남기고 있다. 특히 프랑스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이란 망명 예술가들은 고국에서 벌어지는 인권 위기와 탄압의 현실을 예술로 증언하며 국제 사회와 예술계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2025년 말부터 2026년까지 이어진 이란의 시위는 경제난, 정치적 억압,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누적된 분노가 폭발하며 전국으로 확산됐다. 당국은 강경 진압과 대규모 체포, 정보 통제를 통해 대응했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시민이 희생되거나 구금된 것으로 국제 인권단체와 외신은 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이란 내부에 남아 있는 이들뿐 아니라 해외로 떠난 망명자들에게도 깊은 상처와 무력감을 안겼다.


프랑스에 정착한 이란 출신 예술가들은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았다. 파리와 마르세유 등지에서 활동하는 화가, 사진작가, 영화감독, 음악가들은 고국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억압, 그리고 그로 인한 개인적 상실과 불안을 작품 속에 담아내고 있다. 일부 예술가들은 가족과 친구가 여전히 이란에 남아 있다는 사실 때문에 극심한 두려움과 죄책감을 느끼며, 이러한 감정을 창작의 동력으로 전환하고 있다.


이들에게 예술은 단순한 표현의 수단을 넘어 기억과 저항의 방식이 된다. 망명 이전에는 정치적 주제를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던 예술가들조차, 최근에는 검열과 폭력, 침묵을 강요받는 사회의 구조를 작품 속에서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는 정치적 억압이 예술가의 정체성과 창작 방향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망명이라는 경험은 뿌리 뽑힘의 고통을 남기지만, 동시에 고국과의 연결을 더욱 강하게 인식하게 하며 예술적 목소리를 더욱 분명하게 만든다.


프랑스에서 열린 전시와 공연, 예술 행사들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장으로 기능하고 있다. 설치미술과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형식의 작업들은 이란 사회의 현실을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하며, 관객에게 단순한 미적 감상이 아닌 윤리적 질문을 던진다. 예술가들은 자신의 작품이 고통의 재현에 그치지 않고 억압 속에서도 존엄과 연대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길 바란다고 말한다.


이란 망명 예술가들은 국제 예술계의 역할 또한 강조한다. 그들은 세계적인 전시와 문화 기관, 예술인들이 정치적 중립이라는 이름 아래 침묵하기보다는 인권 침해에 대해 분명한 관심과 연대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술은 현실로부터 도피하는 공간이 아니라 현실을 증언하고 질문하는 힘을 지닐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이들의 작업은 이란의 인권 위기를 알리는 동시에 정치·사회적 억압이 개인의 삶과 예술적 정체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망명 예술가들이 만들어내는 작품과 목소리는 고국과 단절된 외침이 아니라 국경을 넘어 이어지는 연대의 언어로 기능하고 있다. 이러한 예술적 실천은 오늘날 국제 사회에서 예술이 가질 수 있는 책임과 가능성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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