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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문화를 읽다 ㉖] 전통과 근대의 경계에서… 나이지리아 미술, 또 다른 모더니즘을 말하다

  • 유연정 기자
  • 입력 2026.04.24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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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네딕트 엔원우 흑인 문화 1986 사순절 카비타 첼라람 2025[사진=The Ben Enwonwu Foundation]

 

모더니즘은 과연 하나의 흐름일까? 아니면 서로 다른 목소리들의 교차일까. 테이트 모던에서 열린 ‘나이지리아 모더니즘(Nigerian Modernism)’ 전시는 이 질문에 대해 단일한 서사가 아닌 ‘다층적 대화’로 답한다.


이번 전시는 20세기 나이지리아 미술의 형성과 변화를 조망하며 식민지 경험과 독립 그리고 이후의 정치·사회적 격동 속에서 예술가들이 어떻게 자신만의 시각 언어를 구축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약 50여 명의 작가와 250여 점의 작품은 단순한 시대 기록을 넘어 전통과 근대 사이에서의 치열한 사유의 흔적을 담고 있다.


전시가 주목하는 지점은 ‘근대성’의 재정의다. 서구 중심 미술사에서 근대는 종종 산업화와 계몽의 산물로 설명되지만 이 전시는 그 틀을 벗어난다. 나이지리아의 근대는 외부에서 주어진 것이 아니라 지역 전통과 식민 경험, 그리고 세계적 흐름이 충돌하며 생성된 복합적 결과물로 제시된다.


특히 1950년대 전후부터 20세기 후반까지의 흐름은 이러한 변화를 극적으로 드러낸다. 독립을 전후한 시기, 예술가들은 서구의 형식과 아프리카 전통을 단순히 결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실험적으로 재구성했다. 회화와 조각, 사진과 텍스타일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도자기는 회화적 감각을 흡수하고 판화는 조각적 구조를 확장한다.


이러한 시도는 단순한 형식 실험이 아니라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었다. 식민지 이전의 문화적 기억과 독립 이후의 현실 사이에서, 예술가들은 ‘우리는 누구인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작품 속에 담아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주제들은 이주, 공동체, 포스트식민주의 등으로 확장되며, 이는 오늘날 글로벌 미술 담론과도 긴밀히 연결된다.


해외 주요 미술 매체들은 이번 전시를 두고 “모더니즘의 지리적 확장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고 평가한다. 특히 서구 미술사에서 주변부로 간주되었던 아프리카 미술이 독자적 흐름과 논리를 갖고 있었음을 설득력 있게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다.


다만 비판도 존재한다. 방대한 작가군과 다양한 매체 그리고 복잡한 역사적 맥락을 하나의 전시로 압축하면서 개별 작가의 서사와 맥락이 충분히 드러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는 글로벌 전시가 자주 직면하는 문제이기도 하다. 다양성을 포괄하려는 시도가 오히려 서사를 평면화할 위험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시는 중요한 질문을 남긴다. 모더니즘은 누구의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어떤 기준으로 그것을 이해해왔는가. 나이지리아의 사례는 근대성이 단일한 중심에서 퍼져나간 것이 아니라 각 지역의 역사와 문화 속에서 다르게 형성되었음을 보여준다.


결국 이 전시는 ‘또 다른 모더니즘’의 가능성을 제시한다. 하나의 직선적 발전사가 아닌 서로 다른 시간과 기억, 전통이 교차하는 복수의 경로로서의 미술사다.


런던에서 펼쳐진 이 전시는,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던 미술사의 지도를 조용히 흔든다. 그리고 그 흔들림 속에서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중심들이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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