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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문화를 읽다 ㉜] 예술이 늙음을 늦춘다… 문화 활동, 생체 시계 늦추는 힘

  • 유연정 기자
  • 입력 2026.05.16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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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술작품을 관람하고 있는 관람객 [사진=Esteban Santiago Gonzalez]

 

예술과 문화 활동이 인간의 생물학적 노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국제 사회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금까지 예술 활동은 정서적 안정이나 삶의 만족도를 높이는 요소로 주목받아 왔지만, 최근에는 실제 신체의 노화 과정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과학적 증거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술관을 방문하고, 노래를 부르고, 그림을 그리는 일상이 단순한 취미를 넘어 건강과 장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연구진은 최근 국제 학술지 《Innovation in Aging》에 발표한 연구에서 예술 및 문화 활동 참여가 생물학적 노화를 늦추는 것과 연관되어 있다고 밝혔다. 연구 제목은 ‘Does Frequency or Diversity of Leisure Activity Matter More for Epigenetic Ageing? Analyses of Arts Engagement and Physical Activity’이며, UCL 사회생물행동연구그룹 책임자인 데이지 팬코트(Daisy Fancourt) 교수와 페이페이 부(Feifei Bu) 박사가 연구를 이끌었다. 연구는 2026년 5월 발표됐다.


연구진은 영국 가구 종단연구에 참여한 성인 3,556명의 혈액 검사 결과와 생활 습관 데이터를 분석했다. 연구에서는 ‘후성유전학적 시계(epigenetic clock)’라는 첨단 분석 기법을 활용해 사람들의 실제 생물학적 나이를 측정했다. 이는 DNA 메틸화 변화를 통해 신체가 얼마나 빠르게 늙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방식이다.


분석 결과는 주목할 만했다. 예술 활동에 최소 주 1회 참여하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생물학적 노화 속도가 약 4% 느린 것으로 나타났다. 월 1회 정도 참여하는 사람들 역시 약 3% 정도 노화 속도가 감소했다. 일부 실험에서는 정기적으로 예술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생물학적 나이가 1년 더 젊게 측정되기도 했다.


연구진은 특히 이러한 효과가 단순한 기분 전환 차원을 넘어선다고 설명했다. 노래, 춤, 그림, 사진 촬영, 공예 활동뿐 아니라 박물관과 미술관 방문, 역사 유적지 탐방, 도서관 이용 등 폭넓은 문화 활동이 모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 따르면 중장년층과 고령층에서 그 효과는 더욱 두드러졌다.


데이지 팬코트 교수는 “예술 활동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생물학적 수준에서도 확인됐다”며 “예술과 문화 활동 역시 운동처럼 건강 증진 행동으로 인식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연구에서는 예술 활동의 효과가 흡연자와 비흡연자 사이의 건강 차이에 근접할 정도로 의미 있는 수준이었다고 분석했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창의성과 건강(Creative Health)’ 연구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미 2019년 보고서를 통해 음악 감상, 예술 치료, 공동체 합창 활동 등이 스트레스 감소와 정신 건강 개선에 도움을 준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당시 보고서는 예술 활동이 치매 환자의 인지 기능 유지와 수술 환자의 회복에도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설명했다.


최근 해외 연구들도 유사한 결과를 내놓고 있다. 2025년 발표된 국제 공동연구에서는 공연 관람과 박물관 방문 같은 문화 활동이 신체적 노화 지연과 관련 있다는 분석이 제시됐다. 또 미국에서는 음악 연주와 춤, 창작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사람들의 뇌 연령이 실제 나이보다 젊게 측정됐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특히 전문 무용수들의 경우 평균적으로 뇌 노화 속도가 크게 늦춰지는 현상이 관찰됐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연구 결과가 공공보건 정책에도 중요한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영국 예술위원회는 예술과 문화 시설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 장수 사회의 핵심 정책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단순히 병원과 의료 기술만으로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시대를 넘어, 문화와 예술 자체가 인간의 회복력과 건강을 지탱하는 사회적 자산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의미다.


팬데믹과 전쟁, 디지털 피로가 일상이 된 현대 사회에서 사람들은 점점 더 정서적 안정과 인간적 연결을 갈망하고 있다. 이번 연구는 예술이 단순한 오락이나 소비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의 생명력과 깊게 연결된 활동일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주고 있다. 어쩌면 인간의 생체 시계를 늦추는 힘은 최첨단 기술만이 아니라, 음악과 그림, 그리고 일상의 작은 문화 경험 속에도 존재하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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