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사자의 삶을 뒤흔든 판결… 인도적 보호 아래 살던 53만 명, 추방 위기에 놓이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30일 금요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운영해온 인도적 가석방 프로그램을 중단할 수 있도록 트럼프 행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쿠바, 아이티, 니카라과, 베네수엘라 출신 이민자 약 53만 명의 신분이 위태로워졌다. 이로써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경 이민 정책이 다시 힘을 얻는 모양새다.
이번 결정은 대법원이 한 달 사이 두 번째로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관련 조치를 지지한 것이다. 앞서 법원은 수십만 명의 베네수엘라인들에게 취업 허가를 제공하는 또 다른 임시 프로그램도 폐지할 수 있도록 허가한 바 있다.
대법원의 결정문은 간략하고 서명되지 않았으며, 긴급 심리의 전형적인 방식대로 구체적인 사유 없이 발표되었다. 진보 성향의 소니아 소토마요르와 케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은 이 결정에 반대 의견을 냈다.
잭슨 대법관은 "이번 판결은 법적 청구가 계류 중인 수십만 명의 비시민권자들의 삶과 생계를 정부가 갑작스럽게 뒤흔들 수 있도록 허용한, 심각한 오판"이라고 비판했다.
이 프로그램은 2023년 바이든 행정부가 도입한 정책으로, 특정 국가 출신 이민자들이 미국 국경에 무단으로 진입하지 않고 당국에 사전 심사를 신청할 경우, 미국 내에서 일시적으로 합법적으로 거주하고 일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였다.
신청자는 미국 내 보증인과 신원 조회를 통해 선별되었으며, 이는 불법 이민을 줄이고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조치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1월 재임 시작과 동시에 해당 프로그램의 전면 폐지를 지시했고, 법적 분쟁이 이어졌다. 하급 법원은 프로그램 전면 종료를 일시적으로 막았지만, 대법원이 이를 뒤집으면서 정부는 곧바로 수십만 명에 이르는 이민자들을 추방할 수 있는 길을 열게 되었다.
법률 전문가들은 이번 판결이 미국 이민 시스템에 대규모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스티브 블라덱 조지타운 법학센터 교수는 "대법원의 이번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가 앞으로 더 많은 이민자 추방 정책을 추진하는 데 있어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석방 프로그램은 단순한 행정 조치가 아니라, 냉전 시기 소련의 탄압을 피해 망명한 헝가리인들을 보호한 1950년대 아이젠하워 행정부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유서 깊은 제도다. 이번 결정은 그러한 전통을 뒤흔드는 조치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인권단체와 이민자 대표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의 행동 센터(Justice Action Center)의 캐런 텀린 이사는 "이 사건이 이민자 가족과 지역 사회에 미치는 파괴력은 말로 다할 수 없다"고 말하며, "트럼프 행정부가 수십만 명의 삶을 정치적 목적에 따라 뒤흔들도록 대법원이 방치했다"고 비판했다.
백악관 측은 대법원의 결정을 환영했다. 백악관 부비서실장 스티븐 밀러는 "대법원이 하급 법원의 터무니없는 금지 명령을 해제함으로써, 이제 정부는 정당하게 이민자들을 추방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근본적인 법적 논쟁의 종결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하급 법원에서 계속해서 프로그램의 합법성과 행정부의 권한 범위에 대한 본안 심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긴급 결정은 향후 수개월 간 수 많은 이민자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대법원에 제출한 문서에서 이번 프로그램 종료를 “불법 입국을 억제하고 미국의 이민 체계를 바로잡기 위한 가장 중요한 정책 결정 중 하나”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정책 전환이 초래한 사회적, 인도적 혼란은 앞으로도 미국 정치권과 사법계를 뜨겁게 달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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