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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결핵 근절 약속 ‘좌초 위기’…빈곤과 의료 격차에 갇힌 환자들

  • 윤재은 기자
  • 입력 2025.09.21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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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도 국기와 결핵 엑스레이 사진 [그래픽=ESG코리아뉴스]

 

인도 정부는 2025년 말까지 결핵을 근절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목표는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인도는 전 세계 결핵 발병 건수의 27%를 차지하며, 3분마다 2명이 감염병으로 목숨을 잃는다. 이처럼 높은 부담 속에서도 빈곤과 의료 격차 그리고 사회적 낙인이 얽히며 결핵 퇴치는 쉽지 않은 과제가 되고 있다.


뭄바이 교외 고반디는 이러한 현실을 가장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방수포와 폐목재로 지은 비좁은 집들이 모여 있고 환기조차 되지 않는 좁은 골목마다 기침 소리가 메아리친다. 쓰레기로 막힌 배수구와 물에 잠긴 길은 질병 확산을 더욱 부추긴다. 의사들은 결핵이 거의 모든 집에 침투했다고 말하며 주민들의 생계와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사회적 낙인 때문에 환자들이 가족이나 이웃에게조차 진단 사실을 숨기는 경우도 많다.


2018년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WHO의 목표보다 5년 빠른 2025년까지 결핵을 퇴치하겠다고 선언했다. 신규 발생을 80%, 사망률을 90% 줄이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당시부터 목표 달성이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고, 현재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뭄바이의 호흡기 전문의 랜슬롯 핀토 박사는 “우리는 결핵 고부담 국가이며, 퇴치를 위한 자원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결핵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의 사연은 절망적이다. 뭄바이에 사는 메흐부브 셰이크는 아내를 잃은 뒤 자신도 감염돼 9개월째 치료 중이지만 여전히 쇠약하다. 아이들은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생계는 무너졌다. 그는 “내 몸이 버티면 살 수 있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그게 끝”이라고 토로했다. 또 다른 환자, 15세 소녀 수피야 사이드는 체중이 절반 가까이 줄었고 학업도 중단됐다. 그녀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쓰러질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무료 검사와 약품 제공을 확대하며 대응에 나섰고, 2015년 이후 감염률은 17.7% 감소했다. 그러나 여전히 인력 부족, 고위험 지역 관리 부실, 환자들의 치료 지속성 문제 등 구조적인 한계가 크다. 코로나19 팬데믹은 검진과 약품 공급을 중단시켜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


최근 인도는 인공지능(AI) 기반 엑스레이, 이동식 검사 차량, 드론 운송 등 첨단 기술을 도입하며 조기 발견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휴대용 엑스레이 장비는 배낭 크기로 빈민가와 시골에서도 활용 가능하며, 이미 수백만 건의 검사를 수행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AI 장비는 어디까지나 선별 도구일 뿐 확진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결핵 퇴치는 단순한 보건 문제가 아니라 빈곤, 의료 불평등, 사회적 낙인과 맞물린 인도의 구조적 과제다. 목표 시한은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고반디와 같은 지역의 현실은 여전히 절망적이다. 전문가들은 결핵 근절이 당장은 불가능할지라도, 조기 발견과 치료 접근성을 넓히는 작은 성과들을 이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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