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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이민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다: 유럽 내 ‘포용적 이민 모델’의 가능성

  • 윤재은 기자
  • 입력 2025.11.01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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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령화와 반(反)이민 정서 속에서도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의 해법을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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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이민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다: 유럽 내 ‘포용적 이민 모델’의 가능성 [사진=IEA]

 

유럽과 북미를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이민은 오랜 세월 논쟁의 중심에 서 있다. 최근 유럽연합(EU) 일부 회원국에서 반(反)이민 정서가 커지는 가운데 지중해를 건너는 소형 보트 속 이주민들의 모습과 미국에서의 대규모 추방 장면은 이민 문제의 첨예함을 다시금 드러낸다.


그러나 유럽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를 겪고 있는 스페인은 경제 성장을 위해 이민의 필요성을 인정하며 이를 사회 통합의 기회로 전환하고 있다. 스페인 사례는 이민이 단순한 인도적 이슈를 넘어 경제·사회 발전의 핵심 요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10년간 스페인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약 7.5~12%가 이민자에 의해 기여된 것으로 추정된다.


역사적·문화적 배경이 만든 ‘열린 이민 정책’


스페인의 개방적인 노동 이민 정책은 라틴아메리카와의 역사적·언어적 유대에서 비롯됐다. 2000년대 초부터 스페인 정부는 단순히 이민을 통제하는 데서 벗어나, 이민자 통합을 국가정책의 핵심으로 삼기 시작했다. ‘그레코 계획(Plan Greco)’을 비롯한 정책들은 합법적 이민 경로를 확대하고 도착 이후의 사회 통합을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콜롬비아, 도미니카공화국, 에콰도르, 페루 등과의 양자 협정을 통해 합법적인 노동 이민 통로를 개설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이를 통해 계절 노동자부터 장기 체류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합법 취업 기회를 마련했다. 또한 2007~2014년까지 시행된 ‘시민권 및 통합 전략 계획’은 교육, 고용, 의료, 주거, 복지 접근성 향상을 목표로 했다.


특히 스페인은 대부분의 외국인에게 요구되는 10년의 거주 요건 대신 라틴아메리카 출신 이민자에게는 단 2년 만에 시민권을 부여하는 제도를 운영한다. 이러한 정책은 문화적 친연성을 고려한 조치로 실제로 2009~2022년 사이 스페인 국적을 취득한 이민자의 절반 이상이 라틴아메리카 출신이었다.


경제 성장의 숨은 주역, 이민자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스페인 내 외국인 거주자는 급격히 늘었다. 2024년 기준, 합법 체류 외국인은 약 700만 명에 달하며, 이 중 290만 명 이상이 사회보장제도에 가입해 전체 기여자의 13.6%를 차지한다.


이민자들은 자영업 분야에서도 두드러진 존재감을 보인다. 전체 자영업자의 약 16%가 이민자이며 최근에는 과학기술 등 고숙련 분야로의 진출도 늘고 있다. 2018년부터 2023년 사이, 기술·과학 분야의 이민자 근로자 수는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스페인 사회보장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이후 새로 창출된 일자리의 약 45%가 외국인 근로자에 의해 채워졌다. 이민 노동력의 유입은 스페인 경제가 유럽 내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유지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2022~2024년 평균 2.9%의 1인당 GDP 성장률 중 약 0.4~0.7%포인트는 외국인 인구의 기여 덕분이었다.


유연한 제도와 사회적 수용성


스페인의 이민 정책이 성공적으로 작동하는 배경에는 언어·문화적 친밀성뿐 아니라 제도의 유연성이 있다. 2024년 시행된 ‘이민 규정 개정령(Royal Decree 1155/2024)’은 불법 체류자의 합법적 신분 전환 절차를 단축하고 요건을 간소화했다.


이는 단순한 인도주의가 아닌 ‘필요에 기반한 선택’이기도 하다. 스페인은 EU 내에서도 가장 빠른 고령화를 겪고 있다. 2013년 대비 2023년에는 0~10세 인구가 15.5% 감소한 반면, 65세 이상 인구는 140만 명 늘어 10년간 17.4% 증가했다. 스페인 정부는 연금제도와 사회복지 유지를 위해 매년 수십만 명의 신규 노동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한다.


다만, 이민자 증가가 주택난과 공공서비스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과제로 지적된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이민자들 역시 고령층이 되기 때문에 연금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추가적 제도 개편이 불가피하다.


유럽을 위한 하나의 모델


스페인의 경험은 다른 EU 국가들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독일이나 이탈리아 등은 스페인과 달리 문화적·언어적 연계성이 약하다는 점에서 동일한 모델을 복제하기는 어렵지만 ‘합법적 이민 경로 확립’과 ‘현지 통합 지원’이라는 핵심 원칙은 충분히 참고할 만하다.


특히 스페인이 라틴아메리카 여러 국가와 체결한 양자 협정처럼 합법적 노동이민 경로를 제도화하는 방식은 불법 이주를 줄이고 보다 인도적인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모델로 평가된다.


궁극적으로 스페인의 사례는 정책적 설계뿐 아니라 정치적 의지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민을 사회적 위협이 아닌 경제적·문화적 기여로 보는 관점을 유지하는 한 포용적 이민은 사회 통합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동시에 이끌 수 있음을 보여준다.


“스페인식 이민 모델은 단순한 제도 개선이 아니라 사회가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정치적 상상력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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