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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에너지 부패 스캔들로 정치적 위기 고조…겨울 정전 속 젤렌스키 최대 시험대

  • 하윤아 기자
  • 입력 2025.11.15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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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포로지아 지역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군사 지휘부와 함께 작전 상황 및 방공 및 요새에 대한 보안 브리핑을 실시하고 있다. [사진=President of Ukraine]

 

러시아의 전면 침공이 4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는 이번 겨울 다시 한 번 전력 위기와 부패 스캔들로 흔들리고 있다. 초기에 러시아의 에너지 인프라 공격을 잘 견뎌내며 전력 공급을 안정적으로 유지했던 시기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오히려 강화됐다. 


그러나 최근 상황은 크게 달라졌다. 동부 전선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영토를 상실하고 서방 동맹국의 지원도 분산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에너지 부문을 둘러싼 대규모 부패 의혹이 폭발하면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이번 부패 사건은 우크라이나 원자력 발전소를 운영하는 에네르고아톰을 비롯한 여러 국유 기업이 시설 보안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계약 비용을 부풀리고 그중 약 1억 달러가 뒷돈으로 빠져나갔다는 의혹에서 시작되었다. 


수사가 확대되면서 이미 장관 두 명이 물러났고 전 에너지 장관이자 현 법무장관이 직무에서 정지되었다. 이들은 젤렌스키의 요청에 따라 사임서를 제출했으며 의회는 곧 이를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는 특히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새로운 공격으로 인해 하루 8~11시간씩 전기가 끊기고 난방·물 공급·엘리베이터 운행까지 마비되는 상황에서 발생해 국민들의 분노를 더욱 키웠다. 도심 곳곳에서는 한동안 사라졌던 디젤 발전기 소리와 촛불 식사가 다시 일상이 됐다.


더 큰 충격은 법정에서 공개된 녹취록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의 이름이 직접 언급되었다는 점이다. 부패 계획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티무르 민디치는 자신이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젤렌스키가 당시 에너지 장관에게 전화해 만남을 요청하도록 만들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녹취록에는 대통령이 부패에 관여했다는 직접적 증거는 없지만 우크라이나에서 진행되는 부패 수사에서 현직 대통령의 이름이 언급된 것 자체가 매우 이례적이다. 젤렌스키의 전 사업 파트너이기도 한 민디치는 혐의를 부인한 채 우크라이나를 떠났으며 정부는 그의 자산을 동결하는 제재를 가했다.


전쟁 초기에는 “지금은 전쟁이 우선이고 부패 수사보다 러시아 격퇴가 중요하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분위기는 바뀌었다. 2023년 이후 반부패 기관들은 고위 관료들의 비리 의혹을 잇달아 조사했고 젤렌스키가 이러한 기관의 권한을 약화시키는 법안을 승인하려 하자 키이우에서는 침공 이후 최대 규모의 시위가 일어났다. 


국민들은 부패에 대한 관용을 점점 잃어가고 있으며 대통령이 이번 사안을 얼마나 강경하고 투명하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정치적 향방도 달라질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여론조사에서 젤렌스키의 신뢰도는 여전히 약 60%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이는 올해 초보다 낮으며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내부뿐 아니라 국제사회 또한 이번 스캔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서방 동맹국은 우크라이나 지원의 핵심 조건으로 반부패 개혁을 강조해왔기 때문에, 이번 사건은 향후 군사·경제 지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외부 공격뿐 아니라 내부의 부패 문제라는 또 다른 전쟁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이번 사태가 젤렌스키에게는 집권 후 최대의 정치적 시험이 될 것으로 보이며, 그가 부패 척결을 위해 얼마나 과감하고 일관된 조치를 취하느냐가 국가의 전쟁 지속 능력과 국제적 신뢰를 좌우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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