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전 세계의 기후 소송 환경은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확장되고 있으며 법원이 기후 변화 대응의 핵심 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콜럼비아대학교 사빈 센터가 발표한 2025 글로벌 기후 소송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6월 기준으로 누적 3,099건의 기후 관련 소송이 전 세계 55개 관할구역과 24개의 국제·지역 재판기관에서 제기되었다. 이는 2017년 첫 보고서 발표 당시 884건, 2020년 1,550건, 2022년 2,180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빠른 성장세이다.
특히 미국은 전체의 1,986건을 차지하며 기후 소송의 중심지로 자리하고 있지만 호주·브라질·영국·독일 등에서도 50건이 넘는 사례가 축적되는 등 소송의 지리적 분포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아직까지 글로벌 사우스의 비중은 전체의 10% 미만이지만 증가 속도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으며 아프리카·남미·아시아 지역에서 새로운 소송 유형이 등장하고 있다.
이 시기 국제 재판소들도 기후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국제해양법재판소는 2024년 자문 의견을 통해 인간 활동으로 인한 기후 변화 역시 해양 오염에 포함될 수 있다고 인정하며 각국이 이를 방지·통제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2025년에는 아프리카 인권재판소가 기후 변화 대응의 인권적 의무를 다루는 자문 의견 절차에 착수했고, 미주인권재판소는 ‘건강한 환경에 대한 권리’가 미주인권협약에 의해 보장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국제사법재판소는 유엔총회의 요청에 따라 기후 변화와 관련해 국가들이 부담해야 할 법적 책임을 재확인하는 의견을 제출했다.
보고서는 국내 소송 유형도 이전보다 다양해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국가를 상대로는 ‘기후권’ 소송, 정부 정책의 불충분성에 대한 소송, 탄소저장지 보호, 화석연료 개발 중단, 기후 이주 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으며, 기업을 상대로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 기후 리스크에 대한 부적절한 대응, 기후 손해 배상, 금융기관의 책임, 기후 관련 공시 의무, 녹색세탁(greenwashing) 등 다양한 법적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기후 행동을 저해하는 ‘반기후 소송’도 늘고 있다는 점은 중요한 경고 신호다. 일부 소송은 기후 정책의 시행을 지연하거나 철회하기 위해 제기되며 활동가·언론인·NGO를 상대로 한 SLAPP 같은 위축 소송도 증가하고 있다. 이는 기후 정의 운동의 지속 가능성에 도전이 되고 있다.
보고서는 기후 소송의 몇 가지 핵심적인 교훈을 제시한다. 우선 법원은 정부가 기후 정책에서 후퇴하지 않도록 견제하는 장치로 작동하며 때로는 국가의 기후 전략 자체를 재정립하게 하는 촉매 역할을 한다. 인권 기반 접근법은 각국에서 점점 보편화되고 있으며, 기후 문제를 법적 의무의 문제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도구가 되고 있다. 또한 특정 기상 현상을 온실가스 배출과 연계하는 귀속과학(attribution science)이 발전하면서 국가·기업의 법적 책임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강화되고 있다.
다만 기후 소송이 가진 구조적 한계도 분명하다. 많은 재판기관이 피해 입증을 위한 높은 문턱을 요구하고 있으며, 기후 변화의 피해가 광범위하고 집단적이라는 특성상, 개별 원고가 ‘명확하고 개별적이며 임박한 피해’를 증명하기 어렵다. 또한 판결이 내려져도 이를 집행할 강력한 제도적 장치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 실제 정책 변화로 이어지는 데는 추가적인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아시아 지역에서도 소송은 증가 추세이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로 평가된다. 특히 한국의 경우 12건 정도의 사례가 기록되어 있어, 국제 기준에 비해 소송 규모는 많지 않다. 그럼에도 국제 재판소의 판결과 각국의 소송 흐름은 한국 시민사회·법조계에도 영향을 주고 있으며, 향후 인권 접근법이나 기업 책임 소송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궁극적으로, 3,000건을 넘긴 기후 소송의 축적은 단순한 양적 증가가 아니라 기후 거버넌스를 재구성하는 질적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법원은 기후 위기를 다루는 새로운 글로벌 조정 시스템으로 변모하고 있으며, 소송은 정책 변화를 유도하고 사회적 인식을 전환하는 중요한 전략적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기후 대응을 지연시키는 역풍, 지역적 불균형, 제도적 한계 등 과제도 동시에 존재한다. 앞으로 기후 소송의 성패는 법적 전략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민주적 제도·과학적 증거·시민 참여와 같은 사회적 기반이 얼마나 강화되느냐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BEST 뉴스
-
이 대통령 “공소청·중수청 출범, 새 형사사법체제 시작”…경찰개혁도 주문
▲이 대통령 “공소청·중수청 출범, 새 형사사법체제 시작”…경찰개혁도 주문 [사진=청와대] 이재명 대통령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 출범을 앞두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 새로운 형사사법체제의 안정적인 정착을 주문했다. 권한과 책임이 커지는 경찰에 대해서는 외부 통제와 내부... -
이재명 대통령,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과 연쇄 회담…16일 첫 한·중앙아 정상회의
▲이재명 대통령,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과 연쇄 회담 [사진=청와대] 이재명 대통령이 중앙아시아 5개국 정상과 잇달아 양자 정상회담을 갖고 공급망과 인프라, 시장 확대를 비롯한 경제·안보 협력 강화에 나선다. 오는 16일에는 5개국 정상이 함께하는 첫 한·중앙아시아 정상회의... -
농지 전수조사에 커진 불안…정부 “투기와 농촌의 현실 구분하겠다”
▲ 농림수산식품부의 농지 전수 조사에 대한 팩트 체크. [사진=농림수산식품부] 정부가 처음으로 전국 단위 농지 전수조사에 나서면서 농촌 현장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조사 과정에서 상당수 농지가 ‘농지법 위반 의심’ 대상으로 분류되면서 고령으로 농사를 짓지 못하거나 이웃... -
경기도, 장애인 자립지원주택에 ‘AI 자립비서’ 도입…안전·건강·일상생활 지원
▲ 경기도가 자립지원주택에 거주하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AI와 IoT를 활용해 안전·건강관리와 일상생활을 지원하는 ‘AI 자립비서’ 사업을 10월부터 12월까지 시범 운영한다. [사진=경기도] 경기도가 자립지원주택에 거주하는 장애인의 일상생활과 안전을 돕기 위해 인공지능(AI)과 ... -
사라지는 로힝야족의 마을, 폭력 피해 떠났지만 돌아갈 땅마저 잃는다
▲ UNHCR이 2026년 6월 공개한 콕스바자르 난민촌 항공사진 [사진=UNHCR] 미얀마에서 수십 년간 박해와 강제이주를 겪어온 로힝야족이 또다시 삶의 터전을 잃고 있다. 내전을 피해 고향을 떠나는 것을 넘어 이들이 살던 마을과 토지까지 사라지면서 향후 귀환할 수 있는 삶의 기반 ... -
멸종위기 아프리카들개, 4,126㎞ 대이동…서식지 연결 가능성 확인
▲ 멸종위기 아프리카들개, 4,126㎞ 대이동…서식지 연결 가능성 확인 [사진=Ai] 멸종위기에 놓인 아프리카들개 세 마리가 번식 상대와 새로운 영역을 찾아 4,126㎞를 이동한 사실이 확인됐다. 지금까지 기록된 아프리카 포유류의 분산 이동 가운데 가장 긴 사례다. 이번 연구는 ...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추천뉴스
사람들
more +-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 ①] “내가 맡긴 돈은 어디로 갈까”…이상진 대표가 그리는 가치금융의 미래
[편집자 주] 세상의 변화는 익숙한 현실에 질문을 던지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로... -
인류의 달 착륙 뒤에 있었던 여성 과학자…마거릿 해밀턴, 90세로 별세
1969년 7월 20일, 인류가 처음 달에 발을 내디딘 역사적인 순간에는 보이지 ... -
오바마 “책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꾼다”…인생 바꾼 6권 다시 읽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준 책들을 다시 펼친다... -
UN 인권사무소, 말리 원주민 지도자 우무 디코 조명… “기후 정의와 원주민 권리 향상에 앞장”
유엔 인권사무소(UN Human Rights)가 7일 저녁 공식 X 계정을 통해 말리 출...
오피니언
more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㉝ CP 우수기업 인센티브 활용 전략: 혜택을 넘어 기업 가치 상승의 엔진으로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등급평가에서 AA 이상의 우수 등급을 획득한... -
[강윤영의 사람을 살리는 콘텐츠] ② 불안의 시대, 나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우리는 매일 수많은 정보를 만난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 -
[이경미의 AI와 미래공간 ①] AI가 바꾸는 공간, 인간의 삶
사무실 책상에 앉아 인공지능(AI)과 함께 제안서를 작성하는 풍경은 이...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㉜ CP 우수기업 인센티브 체계와 과징금 감경 규정: 준법경영이 가져다주는 강력한 재무적·행정적 혜택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우수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는 상징적 포상이...
기획 / 탐방
more +-
[ESG탐방] 농업 생산지가 관광 자원으로… 홋카이도 ‘패치워크 로드’와 ‘팜 토미타’가 보여준 농촌 경관의 가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의 ‘패치워크 로드’와 나카후라노의 ‘팜 토미... -
[ESG탐방] 화산 지질이 만든 지하수의 흐름… 비에이 ‘시로가네 폭포’가 보여준 자연자산의 가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정의 시로가네 온천 지역에는 화산 지질과 지하수가 ... -
[ESG탐방] 방재시설에서 관광자원으로... 자연과 함께 만들어진 홋카이도 비에이 ‘청의 호수’
일본 홋카이도 비에이정에 위치한 청의 호수(아오이이케·青い池)는 처... -
[ESG탐방] 아사히카와 디자인센터, 지역 산업을 지속가능한 자산으로 연결
일본 홋카이도 아사히카와시는 가구와 목공산업이 발달한 도시다. 홋카이도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