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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건을 넘어선 글로벌 기후 소송... 법원이 기후 거버넌스의 핵심 장으로 부상하다

  • 권민정 기자
  • 입력 2025.11.23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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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벌 기후 소송 보고서 표지 [사진=unep]

 

2025년 전 세계의 기후 소송 환경은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확장되고 있으며 법원이 기후 변화 대응의 핵심 장으로 자리 잡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과 콜럼비아대학교 사빈 센터가 발표한 2025 글로벌 기후 소송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6월 기준으로 누적 3,099건의 기후 관련 소송이 전 세계 55개 관할구역과 24개의 국제·지역 재판기관에서 제기되었다. 이는 2017년 첫 보고서 발표 당시 884건, 2020년 1,550건, 2022년 2,180건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빠른 성장세이다.


특히 미국은 전체의 1,986건을 차지하며 기후 소송의 중심지로 자리하고 있지만 호주·브라질·영국·독일 등에서도 50건이 넘는 사례가 축적되는 등 소송의 지리적 분포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아직까지 글로벌 사우스의 비중은 전체의 10% 미만이지만 증가 속도가 꾸준히 상승하고 있으며 아프리카·남미·아시아 지역에서 새로운 소송 유형이 등장하고 있다.


이 시기 국제 재판소들도 기후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국제해양법재판소는 2024년 자문 의견을 통해 인간 활동으로 인한 기후 변화 역시 해양 오염에 포함될 수 있다고 인정하며 각국이 이를 방지·통제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2025년에는 아프리카 인권재판소가 기후 변화 대응의 인권적 의무를 다루는 자문 의견 절차에 착수했고, 미주인권재판소는 ‘건강한 환경에 대한 권리’가 미주인권협약에 의해 보장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또한 국제사법재판소는 유엔총회의 요청에 따라 기후 변화와 관련해 국가들이 부담해야 할 법적 책임을 재확인하는 의견을 제출했다.


보고서는 국내 소송 유형도 이전보다 다양해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국가를 상대로는 ‘기후권’ 소송, 정부 정책의 불충분성에 대한 소송, 탄소저장지 보호, 화석연료 개발 중단, 기후 이주 문제 등이 제기되고 있으며, 기업을 상대로는 온실가스 감축 의무, 기후 리스크에 대한 부적절한 대응, 기후 손해 배상, 금융기관의 책임, 기후 관련 공시 의무, 녹색세탁(greenwashing) 등 다양한 법적 접근이 시도되고 있다.


기후 행동을 저해하는 ‘반기후 소송’도 늘고 있다는 점은 중요한 경고 신호다. 일부 소송은 기후 정책의 시행을 지연하거나 철회하기 위해 제기되며 활동가·언론인·NGO를 상대로 한 SLAPP 같은 위축 소송도 증가하고 있다. 이는 기후 정의 운동의 지속 가능성에 도전이 되고 있다.


보고서는 기후 소송의 몇 가지 핵심적인 교훈을 제시한다. 우선 법원은 정부가 기후 정책에서 후퇴하지 않도록 견제하는 장치로 작동하며 때로는 국가의 기후 전략 자체를 재정립하게 하는 촉매 역할을 한다. 인권 기반 접근법은 각국에서 점점 보편화되고 있으며, 기후 문제를 법적 의무의 문제로 전환하는 데 중요한 도구가 되고 있다. 또한 특정 기상 현상을 온실가스 배출과 연계하는 귀속과학(attribution science)이 발전하면서 국가·기업의 법적 책임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강화되고 있다.


다만 기후 소송이 가진 구조적 한계도 분명하다. 많은 재판기관이 피해 입증을 위한 높은 문턱을 요구하고 있으며, 기후 변화의 피해가 광범위하고 집단적이라는 특성상, 개별 원고가 ‘명확하고 개별적이며 임박한 피해’를 증명하기 어렵다. 또한 판결이 내려져도 이를 집행할 강력한 제도적 장치가 부족한 경우가 많아 실제 정책 변화로 이어지는 데는 추가적인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


아시아 지역에서도 소송은 증가 추세이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로 평가된다. 특히 한국의 경우 12건 정도의 사례가 기록되어 있어, 국제 기준에 비해 소송 규모는 많지 않다. 그럼에도 국제 재판소의 판결과 각국의 소송 흐름은 한국 시민사회·법조계에도 영향을 주고 있으며, 향후 인권 접근법이나 기업 책임 소송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궁극적으로, 3,000건을 넘긴 기후 소송의 축적은 단순한 양적 증가가 아니라 기후 거버넌스를 재구성하는 질적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법원은 기후 위기를 다루는 새로운 글로벌 조정 시스템으로 변모하고 있으며, 소송은 정책 변화를 유도하고 사회적 인식을 전환하는 중요한 전략적 도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기후 대응을 지연시키는 역풍, 지역적 불균형, 제도적 한계 등 과제도 동시에 존재한다. 앞으로 기후 소송의 성패는 법적 전략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는 민주적 제도·과학적 증거·시민 참여와 같은 사회적 기반이 얼마나 강화되느냐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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