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인정보 유출 책임 회피 논란…한국서 돈 벌고 책임은 미국으로
국내 대표 이커머스 기업 쿠팡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대한 국회의 책임 추궁 과정에서 사실상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에 법인을 두고 나스닥에 상장한 구조를 앞세워 핵심 의사결정자는 불출석하고 한국어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외국인 임시 대표를 내세워 국회 질의에 성실히 응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17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연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 관련 청문회는 시작부터 파행 양상을 보였다. 쿠팡 창업주이자 실질적 최고 책임자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과 박대준·강한승 전 대표 등 핵심 증인들이 대거 불출석한 것이다.
청문회는 유튜브와 방송을 통해 생중계됐고, 이를 지켜본 국민들 사이에서는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한국 매출 90%인데 출석 거부”…여야 한목소리 질타
여야 의원들은 김범석 의장의 불출석을 두고 이례적으로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민주당 이훈기 의원은 “쿠팡 매출의 90%가 한국에서 발생하는데, 회사 존폐가 걸린 개인정보 유출 청문회에 최고 책임자가 나오지 않는 것은 한국에서 사업을 포기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최형두 의원 역시 “글로벌 CEO라서 못 나온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대한민국 국회와 국민을 우롱하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은 “이는 국회를 넘어 대한민국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법과 절차에 따라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외국인 임시 대표의 ‘한국어 모르쇠’…“허수아비·바지사장” 비판
김범석 의장 대신 출석한 해롤드 로저스 쿠팡 임시 대표와 브랫 매티스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는 청문회 내내 ‘이해할 수 없다’, ‘한국어를 모른다’는 답변을 반복했다.
로저스 대표는 한국어 소통이 “전혀 불가능하다”는 통역사의 설명 속에 질의 대부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PPT 자료에 한국어가 포함돼 있다는 이유로 “내용을 알 수 없다”며 영문 자료 제공을 요구하기도 했다.
조국혁신당 이해민 의원이 2단계 인증 미제공의 위법성을 지적하자 로저스 대표는 “무슨 규정인지 정확히 이해할 수 없다”고 답했고,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의 김범석 의장 불출석 사유 질의에는 “이 자리에 오게 돼 기쁘다”는 동문서답으로 일관했다.
이에 민주당 황정아 의원은 “김범석 의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사람이 핵심 사안을 모른다고 하면, 결국 바지사장이라는 뜻 아니냐”고 직격했다. 이훈기 의원도 “시간만 잡아먹는 허수아비 같다”고 질타했다.
최민희 위원장은 급기야 “의미 없는 답변이 반복된다”며 “한국인 증인에게 질문해달라”고 요청했고, “AI 자동번역을 쓰자”는 말까지 나왔다. 청문회가 사실상 외국인 대표의 ‘모르쇠 답변 쇼’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미국 법인 뒤에 숨은 구조”…책임은 어디로 가나
문제의 핵심은 쿠팡의 기업 구조다. 쿠팡은 미국 델라웨어에 본사를 둔 쿠팡Inc를 정점으로 하는 구조를 갖고 있으며 2021년 나스닥에 상장했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 발생한 문제임에도 실질적 의사결정권자는 “해외에 있다”는 이유로 국회 출석과 책임을 회피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국회 안팎에서는 “한국에서 막대한 매출과 이익을 얻으면서 문제가 생기면 미국 법인 뒤로 숨는 전형적인 책임 회피”라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개인정보 보호는 국민의 기본권과 직결된 사안임에도 쿠팡 측은 사고 경과·책임 소재·재발 방지 대책에 대해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못했다.
국회 모욕 논란…“국민 앞에 사과부터 해야”
청문회를 지켜본 시민들은 유튜브 댓글과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국회를 이렇게 무시해도 되느냐”, “한국 시장을 우습게 본다”는 반응을 쏟아냈다.
정치권에서는 “김범석 의장이 직접 국회에 출석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책임을 설명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이번 청문회는 단순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넘어,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한국의 법과 국회를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례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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