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경북 의성군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했지만, 다행히 저녁 무렵 몰아친 눈보라 덕분에 불길이 급격히 약해지면서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 지난해 봄 대형 산불의 아픔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다시 불길이 치솟자 주민 300여 명이 긴급 대피했지만, 눈이 내리며 불길이 힘을 잃자 주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산림당국과 소방본부에 따르면 산불은 이날 오후 3시 15분께 의성읍 비봉리 해발 150m 야산 정상에서 발생했다. 당시 현장은 습도 33%의 건조한 상태였고, 강한 서북풍이 초속 최대 6.4m로 불면서 불길이 빠르게 번질 위험이 컸다. 산림당국은 즉시 산불 대응 2단계를 발령하고 헬기 10대와 진화 차량, 산불 진화대와 소방·경찰 인력 등 315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에 나섰다. 그러나 강풍 탓에 일부 헬기는 이륙하지 못하기도 했다.
불길은 한때 안동 방향으로 확산하려 했고, 의성군은 인근 마을 주민들에게 긴급 대피를 명령했다. 실내체육관과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한 인원은 총 343명으로 집계됐다. 주민들은 지난 대형 산불 당시의 기억을 떠올리며 긴장 속에 대피했지만, 오후 5시 45분부터 내리기 시작한 눈보라가 상황을 급반전시켰다. 눈이 내리자 화세는 급격히 약해졌고, 오후 6시경 주불 진화가 완료되면서 주민들은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이번 산불로 약 59㏊ 지역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잠정 파악되며, 정확한 원인과 피해 면적은 여전히 조사 중이다. 산림당국은 주불 진화 완료 후 인력 913명을 투입해 잔불 정리와 뒷불 감시 체제로 전환했다.
이번 사건은 우연히 내린 눈이 큰 피해를 막은 사례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과거 2000년과 2022년 동해안 산불, 2025년 경북 산불 역시 비나 눈이 내려야 진화될 수 있었던 경우가 많았다. 기후 변화로 겨울철 건조한 기후가 반복되면서 산불 위험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겨울과 봄철 건조기에 맞춘 예방과 대응 체계 강화, 사전 감시 시스템 확대, 지역 단위 긴급 진화 자원 확보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번 의성 산불은 눈이라는 자연의 도움으로 큰 피해를 면했지만, 만약 눈이 오지 않았다면 불길이 민가와 주변 지역으로 더욱 크게 번졌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사건은 겨울철 건조기에 대비한 근본적 산불 예방 및 대응 시스템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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