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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통해 본 세계 ④] 독을 바른 화살... 6만 년 전 인류의 지능을 드러내다

  • 윤아라 기자
  • 입력 2026.01.11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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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부 아프리카에서 “약 6만 년 전 미세 석기 화살촉에 독이 사용되었음을 보여주는 직접적인 증거(Direct evidence for poison use on microlithic arrowheads in Southern Africa at 60,000 years ago)”를 설명하는 연구 논문의 사진 [사진=사이언스 어드밴스 연구 논문]

 

6만 년 전 독화살의 흔적에 대한 연구는 남부 아프리카에서 “약 6만 년 전 미세 석기 화살촉에 독이 사용되었음을 보여주는 직접적인 증거(Direct evidence for poison use on microlithic arrowheads in Southern Africa at 60,000 years ago)”이다. 


이 연구는 스벤 이삭손(Sven Isaksson), 안데르스 회그베리(Anders Högberg), 말리즈 롬바르드(Marlize Lombard) 등을 포함한 연구진에 의해 작성되었으며, 7일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게재되었다. 


연구진은 고고학적 분석과 화학적 잔존물 분석을 통해 선사시대 남부 아프리카 인류가 미세 석기 화살촉에 독을 사용해 사냥했음을 직접적으로 입증하였고, 이를 통해 약 6만 년 전 인류가 이미 고도의 기술적 능력과 복합적인 인지 능력을 갖추고 있었음을 보여주었다.


약 6만 년 전, 남아프리카에 살던 수렵채집인들은 이미 식물 독소를 이용해 사냥을 하고 있었다. 최근 국제 연구진이 발표한 이 논문은 인류가 언제부터 독을 무기로 사용했는지에 대한 오랜 질문에 명확한 답을 제시한다. 연구진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콰줄루나탈 주 움흘라투자나 암석 보호소에서 출토된 석기 시대 화살촉을 분석한 결과, 지금까지 알려진 것 가운데 가장 오래된 독화살의 직접적인 증거를 확인했다.


연구 대상이 된 것은 석영으로 제작된 미세석기 화살촉 10점이었다. 이 가운데 절반에 해당하는 5점에서 식물성 독소의 잔류물이 검출되었다. 화학 분석 결과, 해당 물질은 부판드린(buphandrine)과 에피부파니신(epibuphanisine)이라는 알칼로이드로 밝혀졌는데, 이 성분들은 오늘날 남아프리카 지역에서 ‘독구근’으로 불리는 기프볼(Boophone disticha) 식물에서만 발견되는 독성 화합물이다.


이 발견은 단순히 오래된 무기의 존재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독화살은 사냥감을 즉시 쓰러뜨리는 무기가 아니었다. 독에 맞은 동물은 몇 시간에 걸쳐 점차 약해졌고, 사냥꾼들은 그 사이 흔적을 따라가며 사냥감을 지치게 만들었다. 이는 사냥꾼들이 독의 작용 방식과 발현 시간 그리고 그 결과를 미리 예측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연구의 주저자인 스벤 이삭손 교수는 이러한 점이 선사시대 인류의 높은 인지 능력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독의 원천이 된 기프볼 식물은 오늘날에도 전통 사냥이나 민간요법에 사용되는 강한 독성을 지닌 식물이다. 연구진은 당시 사람들이 이 식물의 구근을 찌르거나 잘라 독액을 채취한 뒤 화살촉에 바르거나 농축해 사용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일부 독소는 근육 조직을 손상시키고, 일부는 신경계를 마비시키지만, 조리 과정에서 파괴되거나 인체에 무해해지는 특성도 있어 사냥 후 고기를 섭취하는 데 큰 위험은 없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 독성 알칼로이드가 수만 년 동안 토양 속에서도 분해되지 않고 남아 있었다는 사실이다. 연구진은 독의 화학 구조가 물에 잘 녹지 않고 안정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장기 보존이 가능했다고 설명한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연구팀은 약 250년 전 남아프리카에서 수집된 화살촉도 함께 분석했으며, 이들 표본에서도 동일한 독 성분이 확인되었다. 이는 독화살 사용이 단기간의 실험이 아니라 오랜 세월 전승된 사냥 기술이었음을 보여준다.


이번 발견 이전까지 사냥 도구에 독을 사용했다는 가장 오래된 직접 증거는 기원전 7천 년 전후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움흘라투자나 유적의 화살촉은 그 기록을 단숨에 수만 년 앞당긴다. 이는 활과 화살 그리고 독을 결합한 사냥 기술이 후기 플라이스토세 시기 이미 정교하게 발달해 있었음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선사시대 인류에 대한 인식을 근본적으로 바꾼다고 평가한다. 독성 식물을 식별하고, 추출하고, 무기에 적용해 사냥 전략으로 활용했다는 사실은 단순한 생존 기술을 넘어선다. 그것은 계획과 학습, 경험의 축적, 그리고 복잡한 문화적 지식의 결과였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고고학자들 역시 이번 성과가 초기 현생 인류가 얼마나 정교한 사고 능력을 지니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라고 입을 모은다.


연구진은 앞으로 남아프리카의 다른 유적지에서도 유사한 분석을 진행할 계획이다. 독화살이 특정 지역에 국한된 기술이었는지, 아니면 더 넓은 범위에서 공유된 지식이었는지를 밝히기 위해서다. 이삭손 교수는 “이 작은 화살촉에 남은 흔적은 6만 년 전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계획하며 세상을 이해했는지를 보여주는 창과 같다”고 말한다.


수만 년의 시간을 건너 남은 독의 흔적은 인류가 이미 오래전부터 고도의 기술과 사고를 바탕으로 자연을 이해하고 활용해 왔음을 조용히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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