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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통해 본 세계 ⑦] 3억 700만 년 전 초식 실험… 초기 사지동물의 식성 진화 시계 앞당긴 ‘티라노로터 헤베르티(Tyrannoroter heberti)’ 발견

  • 윤아라 기자
  • 입력 2026.02.18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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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식성 티라노로터 헤베르티(Tyrannoroter heberti)의 예상 모습 이미지 [사진=Gemini 생성 이미지]

 

약 3억 700만 년 전 석탄기 중기, 축구공 크기의 뚱뚱하고 땅딸막한 사지동물이 이미 식물을 직접 섭취하는 초식성으로 진화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캐나다 노바스코샤에서 발견된 두개골 화석을 정밀 분석한 결과, 이 동물은 질기고 섬유질이 많은 식물을 갈아 먹을 수 있는 치아 구조를 갖추고 있었으며, 이는 척추동물의 초식성 기원이 기존 학설보다 훨씬 이른 시점으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이번 발견은 초기 육상 생태계의 에너지 흐름과 먹이사슬 구조에 대한 이해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게 만드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이 연구는 고생물학자 아르얀 만(Arjan Mann) 박사를 비롯한 국제 공동 연구진에 의해 수행됐으며 ‘노바스코샤 중기 석탄기에서 발견된 단단한 먹이를 섭취하고 섬유질을 많이 처리하는 사지동물(A durophagous, high-fiber–processing tetrapod from the Middle Carboniferous of Nova Scotia)’라는 제목으로 2026년 2월 11일 자연 생태학 및 진화(Nature Ecology & Evolution)에 발표되었다.


연구의 중심에는 ‘티라노로터 헤베르티(Tyrannoroter heberti)’로 명명된 초기 사지동물의 두개골 화석이 있다. 이 화석은 캐나다 노바스코샤(Nova Scotia) 케이프 브레튼 섬의 고대 지층에서 발견됐다. 속명은 ‘폭군’을 뜻하는 그리스어와 ‘쟁기질하는 자’를 의미하는 어원을 결합한 것으로 단단하고 넓은 주둥이 구조가 땅을 파거나 식물을 긁어 먹는 데 적합했을 가능성을 반영한다.


연구진은 CT 스캔과 3D 디지털 모델링을 통해 두개골 내부 구조와 치아 배열을 정밀하게 복원했다. 분석 결과, 이 동물은 넓은 하트형 두개골과 함께 입천장과 아래턱에 촘촘히 배열된 굵고 강한 치아를 갖고 있었다. 치아들은 서로 맞물려 퍼즐처럼 작동했으며, 반복적인 마모 흔적이 관찰됐다. 이러한 구조는 단순한 곤충 포식이 아니라 질기고 섬유질이 많은 식물을 갈아먹는 데 특화된 기능적 적응으로 해석된다.


특히 입천장까지 확장된 치아 배열은 식물을 잘게 부수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한 구조적 진화를 보여준다. 연구진은 전자현미경을 이용해 치아의 마모면을 분석했고, 유사한 마모 패턴이 후대의 확실한 초식동물에서도 나타난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는 티라노로터가 초기 단계의 실험적 잡식이 아니라, 비교적 명확한 초식성 경향을 보였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이 발견의 학술적 의미는 크다. 기존에는 척추동물의 본격적인 초식성 진화가 석탄기 후기 이후에 이루어졌다고 여겨져 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네 발 달린 척추동물이 육상에 정착한 직후,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식물성 식단으로 전환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는 육상 생태계에서 1차 소비자가 조기에 등장했음을 의미하며, 먹이사슬 구조가 예상보다 빠르게 복잡해졌음을 시사한다.


또한 연구진은 이 동물의 통통하고 통 모양에 가까운 몸체가 확장된 소화기관을 수용하기 위한 적응일 가능성도 제기했다. 섬유질이 풍부한 식물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장내 미생물의 역할이 필수적인데, 이는 초기 사지동물 단계에서 이미 미생물과의 공생 기반 소화 전략이 진화했을 가능성을 암시한다.


나아가 이번 연구는 초식성이 단일 계통에서 한 번 발생한 것이 아니라, 초기 육상 척추동물 여러 집단에서 독립적으로 진화했을 수 있다는 가설을 강화한다. 이는 수렴진화의 중요한 사례로 해석될 수 있으며, 기후 변화와 식생 변화가 초기 초식동물 계통의 흥망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새로운 연구 과제도 던져준다.


결국 이번 발견은 작은 두개골 화석 하나가 육상 생명 진화의 시간표를 다시 쓰게 만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초식성의 기원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지만, 티라노로터 헤베르티는 초기 사지동물 진화 연구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결정적인 증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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