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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포커스] “종이호랑이인가, 깨어나는 호랑이인가”…트럼프 압박 속 유럽의 전략적 각성

  • 윤재은 기자
  • 입력 2026.04.23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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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을 종이호랑이라고 평가 절하하지만 독자적 노선을 선택한 유럽 [사진=Gemini 생성이미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을 향해 ‘종이호랑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는 가운데, 유럽은 오히려 침묵을 깨고 독자적 노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동안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에서 안정적인 질서를 유지해 온 유럽이 이제는 스스로의 힘으로 새로운 전략적 균형을 모색하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한 수사에 그치지 않는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향해 방위비 분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해 온 그는, 유럽이 미국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반복적으로 지적해 왔다. 최근에는 미국의 안보 역할 축소 가능성까지 시사하며 동맹의 전제를 흔드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접근은 동맹을 가치 공동체가 아닌 비용과 기여를 기준으로 재정의하려는 ‘거래적 동맹관’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주목할 점은 유럽의 대응 방식이다. 과거와 달리 외교적 수사로 갈등을 완화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구조적 변화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프랑스, 독일, 폴란드 등 주요 국가들은 방위비를 확대하고 공동 무기 개발과 군수 산업 협력을 강화하며 ‘전략적 자율성’을 핵심 의제로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유럽산 무기 우선 도입, 공동 방위 체계 구축 논의 등은 미국 의존에서 벗어나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이 같은 변화는 단순한 정책 조정이 아니라 유럽이 국제 질서 속에서 독립적인 행위자로 자리매김하려는 흐름으로 읽힌다. 러시아와의 긴장, 중동 지역의 불안정성, 그리고 미국의 역할 변화 가능성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유럽 내부에서는 더 이상 기존의 안보 구조에 머물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 차원에서도 방위 산업을 강화하고 군사적 대응 역량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은 유럽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동시에, 이를 극복하려는 자각을 촉발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전후 80년간 유지되어 온 대서양 동맹 질서가 점차 균열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은 협력과 갈등이 교차하는 새로운 관계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주요 국제 현안에서도 양측의 이해관계가 점차 엇갈리며 동맹 내부의 긴장감은 이전보다 뚜렷해지고 있다.


이제 유럽은 더 이상 수동적인 동맹의 한 축에 머물지 않으려 한다. 스스로의 안보를 설계하고, 산업과 기술 기반을 재편하며, 국제 질서 속에서 독자적 목소리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종이호랑이’라는 비판은 역설적으로 유럽을 흔들어 깨운 자극제가 되었고, 그 결과 유럽은 점차 새로운 균형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결국 이 흐름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유럽이 여전히 외부에 의존하는 ‘종이호랑이’로 남을 것인지, 아니면 스스로의 힘으로 질서를 재편하는 ‘진짜 호랑이’로 자리 잡을 것인지는 이제 진행형의 질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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