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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에서 ‘생명의 화학’ 포착… 큐리오시티 로버, 유기 분자 대거 발견

  • 윤재은 기자
  • 입력 2026.04.25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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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의 암석 시료에서 긴 사슬 유기 분자인 데칸·운데칸·도데칸이 발견되었으며, 이는 지금까지 확인된 가장 큰 유기 분자들이다. 이들은 큐리오시티 로버의 내부 분석 장비(SAMR)를 통해 “컴벌랜드” 시추 샘플에서 확인되었고, 로버는 2012년부터 게일 크레이터를 탐사 중이다. [사진=NASA/댄 갤러거]

 

화성에서 생명체의 흔적을 찾으려는 인류의 탐사가 또 한 번 중요한 전환점을 맞았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National Aeronautics and Space Administration)의 화성 탐사 로버 큐리오시티 로버(Curiosity rover, Curiosity rover)가 지금까지 화성에서 발견된 것 중 가장 다양한 유기 분자를 검출하면서, 고대 화성이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환경이었을 가능성이 한층 더 구체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2026년 4월 21일(미국 동부시간 기준)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Communications, Nature Communications)에「화성에서 최초의 SAM TMAH 실험을 통해 밝혀진 다양한 유기 분자(Diverse organic molecules on Mars revealed by the first SAM TMAH experiment)」라는 제목으로 공식 게재됐다. 연구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 NASA)과 제트추진연구소(Jet Propulsion Laboratory, Jet Propulsion Laboratory), 플로리다대학교(University of Florida, University of Florida) 연구진이 공동 수행했으며, 플로리다대학교의 에이미 J. 윌리엄스 교수(Amy J. Williams, Amy J. Williams)가 주저자로 참여했다.


연구팀은 큐리오시티 로버가 탐사 중인 화성 게일 크레이터(Gale Crater, Gale Crater) 내 점토층 사암에서 20종 이상의 유기 분자를 확인했으며, 이 가운데 7종은 화성에서 처음 발견된 새로운 분자였다. 특히 질소를 포함한 탄소 고리 구조인 ‘질소 헤테로고리(nitrogen heterocycles)’가 검출된 점이 주목된다. 이 구조는 지구 생명체의 유전 물질인 RNA와 DNA의 전구체로 작용할 수 있는 화학적 기반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성과의 핵심은 단순한 탐지를 넘어, 화성에서 최초로 수행된 ‘습식 화학 실험(wet chemistry experiment)’에 있다. 큐리오시티 로버는 채취한 암석을 분쇄한 뒤 테트라메틸암모늄 수산화물(TMAH, tetramethylammonium hydroxide) 용액과 반응시키고, 이를 가열해 방출되는 기체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기존 장비로는 드러나지 않던 복잡한 유기물을 분해·검출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화성 암석 내에 보존된 거대 유기물 구조(macromolecular organic matter)가 분해되며 다양한 분자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연구를 이끈 윌리엄스 교수는 논문 발표와 함께 진행된 NASA 브리핑에서 “이번 발견은 화성의 강한 방사선 환경에도 불구하고 유기물이 지질학적 시간 규모, 즉 수십억 년 동안 보존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며 “이는 화성에서 생명체 거주 가능 환경(habitable environment)을 찾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공동 저자인 애쉬윈 바사바다(Ashwin Vasavada, Ashwin Vasavada) 역시 같은 발표에서 “이번 임무를 통해 단순히 화성이 거주 가능했는지를 넘어 얼마나 놀라울 정도로 풍부한 환경이었는지를 확인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발견이 곧바로 생명체 존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연구진은 검출된 유기 분자의 기원에 대해 세 가지 가능성을 제시했다. 고대 미생물 활동의 산물일 가능성(biological origin), 화성 내부의 비생물학적 화학 반응 결과일 가능성(abiotic chemistry), 혹은 운석 충돌을 통해 외부에서 유입됐을 가능성(exogenous delivery)이다. 실제로 이번 분석에서는 운석에서 흔히 발견되는 황·탄소 화합물인 벤조티오펜(benzothiophene)도 함께 검출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계는 이번 성과를 “결정적 전 단계”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약 35억 년 이상 된 퇴적암에서 복잡한 유기물이 온전히 보존됐다는 점은 향후 탐사의 방향을 크게 바꿀 수 있는 요소다. 화성 표면에서도 생명 관련 화학 흔적이 장기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는 사실이 처음으로 명확히 입증됐기 때문이다.


현재 과학자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다음 단계는 ‘샘플 귀환(mars sample return)’이다. 즉, 화성 암석을 지구로 가져와 고정밀 분석을 수행해야만 생명 기원 여부를 최종적으로 판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NASA)과 유럽우주국(European Space Agency, European Space Agency)은 화성 샘플 귀환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으며, 이는 여전히 행성과학 분야의 최우선 과제로 평가된다.


이번 연구는 최근 이어지고 있는 화성 유기물 연구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큐리오시티 로버는 이미 대형 유기 분자를 검출한 바 있으며, 또 다른 탐사선 퍼서비어런스 로버(Perseverance rover, Perseverance rover) 역시 고대 생명 활동 가능성을 시사하는 암석 구조를 발견한 바 있다. 이러한 결과들이 축적되면서, 화성은 단순한 ‘건조한 사막 행성’이 아니라 한때 복잡한 화학적 진화를 겪은 행성으로 재해석되고 있다.


결국 이번 발견은 분명한 결론보다는 더 큰 질문을 던진다. 생명은 실제로 존재했는가, 아니면 그 직전 단계에서 멈춘 것인가. 확실한 것은, 화성은 적어도 한때 생명이 태어날 수 있는 조건을 갖춘 행성이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답을 밝히는 일은 이제, 화성에서 채취한 암석을 지구로 가져오는 다음 단계의 탐사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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