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기온을 대비한 물·식량 안보의 중요성 증대
한반도에 때 이른 ‘폭염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서울은 9일 연속 열대야를 기록하고 8일 낮 기온이 36도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며 올여름 들어 가장 더운 날씨를 맞이하고 있다.
8일 현재 오전임에도 기온이 30도를 넘어서며,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과 서쪽 지역 전역에 폭염경보가 확대됐다. 이와 같은 고온 현상은 단순한 여름 더위를 넘어, 기후 위기의 신호로 분석되고 있다.
실제로 같은 시기 태국 방콕과 베트남 호치민시의 낮 최고기온은 각각 34도와 32도 수준으로, 한국의 서부 지역보다 낮다. 특히 휴양지로 알려져 있는 베트남 푸쿠옥은 27도에서 30도 사이를 오가며 한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온화한 날씨를 보이고 있다.
방콕은 최근 비 예보가 이어지고 있어 상대적인 체감 더위는 오히려 덜한 상황이다. 이처럼 한반도의 여름이 전통적인 열대지역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온도를 기록하는 것은 기후변화의 가속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기후전문가들은 이번 폭염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 패턴의 구조적 변화’임을 경고한다. IPCC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은 지구 평균보다 약 두 배 빠른 속도로 온난화가 진행 중이며,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이 고온에 더욱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이상고온 현상은 단순히 기온 상승에 그치지 않고, 물·식량 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베트남의 메콩강 델타는 가뭄과 염수 침투로 벼 수확량이 20~40% 감소하는 피해를 입었고, 태국에서는 일 평균 기온이 29도를 넘으면 벼와 옥수수 수확량이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해당 국가들은 수자원 확보와 농업 생산성 유지라는 이중의 과제에 직면해 있다.
물안보 위기도 심각해지고 있다. 메콩강 상류에 위치한 댐들의 수문 조절로 하류 지역의 수자원이 부족해졌으며, 해수면 상승으로 인한 염수 역류 문제는 식수와 농업용수 모두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 호치민시처럼 해수면보다 낮은 도시에서는 침수와 염수 침투가 반복되면서, 식수 확보와 수질 문제는 날로 악화되고 있다.
폭염으로 인한 건강 피해도 우려된다. 노약자와 아동, 저소득층은 고온 스트레스에 취약하며, 실제로 방글라데시나 베트남 일부 지역에서는 극심한 폭염이 여성과 아동의 생활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지역에서는 기후 스트레스가 조혼과 가정폭력 등 사회적 문제로도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과 가뭄, 집중호우 등의 이상기후가 반복되면서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들도 물과 식량 안보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후적응형 농업기술, 물 절약형 관개시스템, 도심 열섬 완화를 위한 도시계획 등이 국가 차원에서 보다 본격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시점이다. 특히 수자원과 에너지, 농업 문제는 인접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대응하는 지역 공동전략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의 폭염이 동남아보다 더 무더운 지금, 이상기후는 단지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기후위기 시대, 한국도 더 이상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대응을 서둘러야 할 때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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