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린 연구가 2000년부터 2023년 사이 전 세계에서 보고된 213건의 주요 폭염 사건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결과, 대형 화석연료·시멘트 생산업체(so-called “carbon majors”)의 배출이 이들 폭염을 더 자주, 더 강하게 만드는 데 실질적으로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폭염의 빈도와 강도가 산업화 이전 기후와 비교해 크게 증가했으며, 그 증가분의 상당 부분이 개별 기업·생산주체들의 배출과 연관되어 있음을 정량적으로 보여준다.
연구진은 폭염의 발생 가능성(increase in likelihood)과 강도(intensity)에 대한 전 지구적·사건별 귀인(attribution) 분석을 확장해 적용했다. 그 결과, 조사한 기간에 기후 변화로 인해 폭염이 발생할 가능성이 2000~2009년에는 약 20배, 2010–2019년에는 약 200배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분석 대상 폭염의 약 4분의 1(≈25%)은 현재의 기후 상태가 아니었다면 ‘사실상 불가능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지었다.
특히 연구는 180개 ‘탄소 메이저(carbon majors)’의 개별·집합적 배출량을 추적해, 이들 배출로 인해 폭염 강도가 전 산업혁명 이전보다 평균적으로 증가한 분의 절반가량이 탄소 메이저의 기여라는 계산을 내놨다. 또 소수의 상위 배출 주체(연구진이 지목한 14개 핵심 생산자)는 나머지 166개와 맞먹는 영향력을 행사한 사례도 확인됐다.
이 연구의 저자이자 ETH 취리히 소속 연구원인 얀 퀼카일(Quilcaille)은 연구 결과가 “탄소·메이저의 배출이 폭염의 발생 확률과 강도를 명확히 증대시켰다”고 설명하며, “이 같은 정량적 귀인 결과는 법정에서 피해 입증과 책임 규명에 실증적 근거로 활용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공개했다. 연구팀에는 기후과학자뿐 아니라 법학 전문가들도 포함되어 있어, 과학적 결과가 소송·정책적 활용으로 이어질 수 있는 통로를 염두에 둔 점이 특징이다.
해외 주요 매체들도 이 연구를 보도하면서 법적·정책적 파급력을 주목했다. 예컨대 가디언은 이번 연구가 “수십 건의 치명적 폭염을 특정 기업 배출과 직접 연계한 최초의 사례”라며, 엑손모빌·셰브론·사우디 아람코 등 거대 석유·가스 기업들이 지목되는 장면과 함께 법원에서의 책임 추궁 가능성을 상세히 전했다. 다만 매체들은 과학적 귀인과 법적 책임 인정 사이에는 여전히 법리적·증명상의 장벽이 남아 있다고도 보도했다.
전문가 의견은 대체로 연구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한계와 해석상의 신중함을 당부했다. 일부 기후과학자들은 아프리카·남아메리카 등에서의 기록·보고 누락이 있어 실제 영향은 연구가 추정한 것보다 더 클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법조계 전문가들은 과학적 인과관계가 법적 책임으로 자동 연결되기 어렵고, 인과의 범위·손해액 산정·공정한 책임 분담 방식 등 추가 쟁점이 남아 있다고 분석했다.
법적·경제적 파급 효과는 이미 일부 지역에서 현실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유럽 등에서는 지방정부·시민단체·피해 당사자들이 과거부터 화석연료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왔고, 이번 연구는 그런 소송을 뒷받침할 과학적 증거로 인용될 가능성이 크다. 반면 기업 측은 책임의 귀속을 둘러싼 법리적 반박과 ‘공동의 역사적 수요’ 논리 등을 통해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연구진은 향후 연구 과제로 폭염 외에 홍수·산불·태풍 등 다른 극단기상현상에 대한 동일한 수준의 개별 배출원 귀인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는 기후과학이 ‘누가 얼마나 기여했는가’를 사건 단위로 추적·정량화하는 능력을 크게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기후정책·피해보상·기업 책임성 강화 등 실무 영역에 중요한 근거를 제공할 전망이다.
BEST 뉴스
-
서울시-메가MGC커피, 커피박 재활용 활성화 협약
▲ 왼쪽부터) 이호민 메가커피 CMO(chief marketing officer), 윤재삼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 [사진=서울시] 서울시가 카페에서 발생하는 커피 찌꺼기인 커피박(커피를 추출한 뒤 남는 부산물)의 재활용 활성화를 위해 프랜차이즈 업계와 손을 잡았다. 서울시는 지난 7월 30일 ... -
5억3900만 년 기후의 비밀 풀었다… “지구는 스스로 온도를 조절해 왔다”
▲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 [사진=gemini 생성이미지] 지구는 지난 5억3900만 년 동안 빙하기와 초온난기를 반복하면서도 전체 평균기온을 일정 범위 안에서 유지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공동연구진은 암석 속에 남겨진 화학적 흔적과 첨단 기후모델을 결합해... -
세우타 덮친 '이민 쓰나미'…수만 명 몰리고 수십 명 사망, 유럽 다시 국경의 벽 높인다
▲ 북아프리카 모로코와 맞닿아 있는 스페인령 월경지 세우타(Ceuta)로 몰려드는 불법이민자들 [사진=Sophia X 영상 캡쳐] 북아프리카 모로코와 맞닿아 있는 스페인령 월경지 세우타(Ceuta)가 사상 최대 규모의 불법 이주 사태로 심각한 혼란에 빠졌다. 단 며칠 사이 수만 명의 이... -
“결국 스타십이 달 탐사 전체 담당할 것”… 일론 머스크, NASA 체제 개편 가능성 시사
▲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 [사진=일론 머스크 X]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가 자사의 차세대 초대형 우주선 ‘스타십(Starship)’이 향후 인류의 달 탐사 미션 전체를 전담하게 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근 우주 관련 소식을 전하는 ... -
우크라이나, EU 지원 대출금 34억 7,000만 유로 추가 수령… “유럽 전체 안보 위한 투자”
▲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EU)의 지원 대출 프로그램을 통해 34억 7,000만 유로(약 5조 원 상당) 규모의 재정 지원금을 추가로 확보했다. [사진=Defense of Ukraine X] 우크라이나가 유럽연합(EU)의 지원 대출 프로그램을 통해 34억 7,000만 유로(약 5조 원 상당) 규모의 재정 지원... -
부산시, 지역특화쌀 ‘황금예찬’ 미식 콘텐츠 품평회 개최… 부산 대표 로컬 브랜드로 육성
▲ 부산지역 특화 쌀 ‘황금예찬’ 수확 모습 [사진=부산시] 부산시 농업기술센터는 오는 8월 4일 오전 11시, 중구 소재 쉐프곤레스토랑에서 부산 지역특화 쌀인 ‘황금예찬’을 활용한 ‘미식 콘텐츠 개발 메뉴 품평회 및 브랜드 홍보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행사는 부...
전체댓글 0
NEWS TOP 5
실시간뉴스
추천뉴스
사람들
more +-
오바마 “책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꾼다”…인생 바꾼 6권 다시 읽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에게 깊은 영향을 준 책들을 다시 펼친다... -
UN 인권사무소, 말리 원주민 지도자 우무 디코 조명… “기후 정의와 원주민 권리 향상에 앞장”
유엔 인권사무소(UN Human Rights)가 7일 저녁 공식 X 계정을 통해 말리 출... -
방사능 연구에 바친 삶… 과학계의 거장 ‘마리 퀴리’를 기리며
과학 계정 ‘월드 오브 사이언스(World of Science)’가 7일 공식 X를 통해 19... -
스크린 넘어 세계를 보살피는 연기파 배우, ‘UN 평화대사’ 샤를리즈 테론(Charlize Theron)의 삶과 헌신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이자 인도주의 운동가인 샤를리즈 테론(Cha...
오피니언
more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⑪] 폭염의 시대, 가장 낮은 곳에 시원한 희망을 전하다
올여름도 기록적인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폭염은 단순히 불쾌한 더위...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㉕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P):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서 '사전 예방'으로의 패러다임 전환
사고가 터진 후에야 대책을 마련하는 '사후 약방문' 식의 대응은 오랜 기간 ... -
[용석광의 컴플라이언스와 ESG] ㉔ 산업별 공정거래법 위반 TOP 8: 우리 업종의 급소는 어디인가
공정거래법은 대한민국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기본 규범이지만, 실제 현장... -
[남재철의 기후&식량안보⑩] 기후가 휘두른 채찍, 복합재난에 대응해야 한다
올여름 지구촌 곳곳에서 기후위기의 새로운 얼굴이 나타나고 있다. 유...
기획 / 탐방
more +-
제5회 한국ESG경영 최고위과정, 홋카이도서 ESG 탐방 프로그램 진행
제5회 한국ESG경영 최고위과정이 지난 14일부터 17일... -
[인공지능 문명 리포트 ⑥] 기계는 왜 거짓말을 할까
인공지능이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대화하는 시대... -
[기계가 일하는 세상 ⑩] 24시간 멈추지 않는 무인 생산라인…공장은 잠들지 않는다
공장은 오랫동안 인간 노동의 상징이었다. 거대한 기계 소리, 반복되는 조립 ... -
[ESG탐방] 지속가능한 도시의 미래를 전시하다… 상하이 도시계획전시관이 보여주는 도시 운영의 방향
상하이 도시계획전시관(Shanghai Urban Planning Exhibition Center)은 상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