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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깊은 곳의 열, 꿈인가 현실인가... 차세대 지열발전의 경쟁과 도전

  • 하윤아 기자
  • 입력 2025.09.28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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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스턴에 본사를 둔 퍼보 에너지(Fervo Energy)가 지열 발전을 위해 시추하는 장면 [사진=Fervo]

 

미국 유타주의 사막 한가운데에서 새로운 형태의 청정 에너지 개발을 위한 시도가 본격화되고 있다. 휴스턴에 본사를 둔 퍼보 에너지(Fervo Energy)는 지난 봄 단 16일 만에 약 4.8km 깊이의 시추공을 뚫는 데 성공했다. 


이곳의 암반은 화씨 500도(섭씨 약 270도 이상)에 달하는 뜨거운 지열을 품고 있으며, 이는 향후 발전용 열원을 제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화석연료 채굴이 아닌, ‘강화 지열(Enhanced Geothermal Systems, EGS)’이라는 차세대 지열 기술을 활용해 인공적으로 열 저장소를 만드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지열 발전은 이미 수천 년 전부터 인류가 이용해 온 에너지원이다. 고대에는 목욕과 요리에 활용되었고 오늘날에는 난방과 전력 생산에 쓰인다. 하지만 기존의 지열 발전은 천연적으로 뜨거운 물이나 증기가 모여 있는 특수한 지질 조건에서만 가능했기 때문에 세계 전력 수요의 1% 미만만을 충족하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반해 강화 지열 기술은 지하 암석을 인위적으로 파쇄하고 물을 주입해 순환시키는 방식으로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지구 어디에서나 지열을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러한 기술이 상용화된다면 세계 전력 수요의 140배를 공급할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한다.


퍼보 에너지가 진행 중인 유타 케이프 스테이션(Cape Station) 프로젝트는 이러한 기술 전환의 대표적 사례다. 회사는 시추 기술을 석유·가스 산업에서 활용하던 장비와 경험을 토대로 발전시켰다. 최근 들어 시추 속도는 대폭 빨라졌고 우물 하나를 뚫는 데 드는 비용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퍼보는 2026년까지 100MW 규모의 발전을 시작하고 이후 400MW 이상을 추가해 37만 가구 이상에 전력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미 구글 등 주요 기업과 데이터 센터 전력 공급 계약을 체결했으며 대형 전력회사와도 전력 구매 계약을 맺은 상태다.


그러나 이 기술의 확산에는 여러 난관이 따른다. 먼저, 고압 유체를 암반에 주입하는 과정에서 지진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 지적된다. 한국 포항에서 발생한 사례처럼 예기치 못한 지진은 지역사회와 산업 전반에 큰 불신을 남길 수 있다. 또한 시추 비용, 고온·고압 환경에서의 장비 내구성, 물 사용 문제 등 기술적·경제적 과제도 여전히 크다. 


캐나다의 이버(Eavor)처럼 프래킹을 사용하지 않는 방식이나, 미국 콰이즈(Quaise)처럼 지구 더 깊은 곳의 초고온 열을 활용하려는 도전적 기술들도 등장하고 있으나 이들 역시 경제성과 실현 가능성 면에서 검증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열 에너지는 다른 청정에너지와 차별화되는 장점이 있다. 태양광이나 풍력이 날씨에 의존하는 반면, 지열은 24시간 내내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기저부하 에너지원’이 될 수 있다. 


미국 내에서는 친환경성과 에너지 자립이라는 양쪽 정치 진영의 요구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드문 에너지 형태로 평가받으며 초당적 지지를 얻고 있다. 석유·가스 산업의 인력과 기술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큰 장점으로 꼽힌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전망은 엇갈린다. 일부는 아직 상용화까지 20년은 더 걸릴 것이라고 신중하게 본다. 그러나 퍼보의 실적처럼 시추 비용과 시간이 빠르게 줄어드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어 상업화가 현실로 다가오는 시점이 생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낙관론도 커지고 있다. 


만약 이러한 기술이 성공적으로 자리 잡는다면 인류는 지구 내부의 열만으로도 수십억 년 동안 전력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새로운 에너지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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