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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실이 마침내 ‘앤드류 왕자’라는 이름을 역사 속으로 지워냈다.

  • 권민정 기자
  • 입력 2025.11.01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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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실이 마침내 ‘앤드류 왕자’라는 이름을 역사 속으로 지워냈다. [사진=AI생성이미지]

 

10월 30일(현지시간) 버킹엄궁은 찰스 3세 국왕의 동생 앤드류(65)에게서 ‘프린스(Prince)’ 호칭을 포함한 모든 작위와 영예를 박탈하고 그가 20여 년간 거주해 온 윈저 그레이트파크의 로열 롯지(Royal Lodge)에서도 퇴거 절차에 착수했다고 발표했다. 이제 공식 문서에서 그의 이름은 단순히 ‘앤드류 마운트배튼 윈저(Andrew Mountbatten Windsor)’로만 표기된다. 이는 2022년 군 관련 직함과 왕실 후원 철회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사실상 왕실 내 추방에 가까운 조치다.


이번 결정의 배경에는 “계속되는 의혹이 국왕과 왕실의 공적 역할을 가린다”는 명분이 있다. 2019년 BBC 인터뷰에서 앤드류가 버지니아 지우프레의 성폭행 의혹을 부인하며 “그날은 딸과 피자를 먹으러 갔다”, “나는 땀을 흘리지 않는다”고 말한 장면은 여론의 반감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2022년 미국 민사소송을 합의금으로 종결했지만 의혹은 사라지지 않았다. 

 

즉위 후 찰스 3세는 그를 점진적으로 공적 역할에서 배제해 왔고 올가을 언론과 정치권에서 “왕실이 끝까지 감싸선 안 된다”는 압박이 높아지자 결국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영국 언론들은 윌리엄 왕세자 또한 이 조치에 동의했다고 전했다.


앤드류는 2003년부터 30여 개 방을 갖춘 윈저의 로열 롯지에 평생 임대 형식으로 거주할 권리를 가졌지만 이번 조치로 임대 계약도 해지됐다. 그는 앞으로 국왕 개인 소유지인 샌드링엄(Sandringham) 단지 내 소규모 저택으로 옮길 것으로 보인다. 화려한 왕실 공원 내 대저택에서 ‘가족 소유지의 별채’로 이주하는 것은 상징적인 위상 하락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경제적 기반 역시 흔들리고 있다. 군 복무와 공적 역할로 생계를 유지하던 그에게 작위와 직함이 사라지면 공식 수입은 거의 없다. 과거에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개인적 지원과 로열 롯지의 임대 혜택 덕분에 비교적 안정된 생활을 유지했지만 이번 결정으로 그는 형의 사유지 내에서 국왕의 선처에 의존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영국 내에서는 “왕실이 더는 그에게 공적 예산을 쓰지 않겠다는 의미”라는 해석이 나온다.


법적 위험도 커지고 있다. 새로이 기소된 사안은 없지만 왕실이라는 보호막이 사라진 만큼 향후 추가 민사소송이나 관련 기록 공개가 이어질 경우 그가 홀로 대응해야 한다. 포브스는 “찰스의 결정은 왕실이 아닌 앤드류 개인의 위기를 관리하기 위한 조치”라며, 왕실이 그와 명확히 선을 그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영국 여론은 대체로 ‘늦었지만 불가피했다’는 반응이다. 가디언은 이번 결정을 “여왕 시대에는 상상할 수 없던 일”이라고 평가하며 “왕실이 초기에 단호히 조치했더라면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부 보수 언론에서는 “한 사람의 실수가 왕실 전체의 명예를 훼손하는 건 과하다”는 의견도 있으나 대체로 ‘왕실의 정화 과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앞으로 앤드류는 더 이상 왕실 공식 명단이나 문서에 ‘Prince’ 혹은 ‘Duke of York’으로 표기되지 않는다. 공적 활동은 이미 2019년 이후 중단된 상태로 이번 조치는 사실상 마지막 남은 명예의 껍질을 벗긴 셈이다. 찰스 3세는 이번 조치를 통해 “문제 있는 구성원과는 선을 긋는 군주”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했고 이는 윌리엄 왕세자가 이어받을 ‘슬림 모나키(Slim Monarchy)’ 전략과도 맞물린다는 평가다.


결국, 앤드류는 더 이상 ‘프린스’가 아니다. 그가 남긴 것은 이름 앞의 작위가 아니라 왕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버려진 마지막 그림자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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