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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빛과 그림자… 환경비용 폭증에 국제사회 대응 시급

  • 하윤아 기자
  • 입력 2025.12.09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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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I의 빛과 그림자 [사진=cottonbro studio]

 

인공지능(AI)은 최근 몇 년 사이 기후 변화와 생태계 파괴 같은 지구적 환경 위기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실제로 AI는 위성 이미지 분석을 통해 불법 모래 채취 지역을 포착하고 석유·가스 시설에서 배출되는 메탄을 추적하는 데 활용되는 등 환경 감시와 기후 대응의 핵심 기술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AI의 특성은 정부와 기업이 환경 정책을 효율적으로 설계하는 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신호로 평가된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만큼이나 AI 기술이 남기는 환경적 부담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AI 인프라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이 충분히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기술이 무분별하게 확장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AI 모델을 운영하는 데이터센터가 급증하면서 자원 소비와 온실가스 배출이 예상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문제는 AI 인프라가 단순히 전기만 많이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훨씬 넓은 범위에서 환경비용을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우선, AI 서버와 칩을 제작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원자재가 필요하다. UNEP는 2kg의 컴퓨터를 제조하는 데 약 800kg의 원자재가 투입된다고 지적하며, 이 과정에서 희토류 채굴이 환경 파괴적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AI 장비는 교체 주기가 짧아 대규모 전자폐기물을 발생시키는데, 이 폐기물에는 납과 수은 같은 유해 물질이 포함되어 있어 적절한 처리 없이 방치될 경우 토양과 수질 오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물과 전기의 소비량이다. 데이터센터는 고성능 칩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대량의 물을 사용한다. UNEP는 가까운 미래에 AI 인프라가 인구 600만 명 국가의 물 사용량보다 최대 여섯 배 이상 많은 물을 소비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미 전 세계 인구의 4분의 1이 깨끗한 물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AI 확산이 새로운 물 부족 위협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력 문제 역시 심각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AI 기반 서비스의 전력 소모가 기존 디지털 서비스보다 10배 이상 높다고 밝혔고 일부 국가에서는 데이터센터가 전체 전력 사용량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게다가 AI 기술이 사회에 미칠 장기적 영향은 아직 충분히 예측되지 않았다. 효율이 높아질수록 오히려 소비가 증가할 수 있다는 ‘반작용 효과’가 대표적이다. 자율주행 기술이 대중교통보다 개인 차량 이용을 늘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이런 문제를 보여준다. 더 나아가 AI가 생성하는 잘못된 정보가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축소하거나 왜곡해 시민의 판단을 흐릴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국제사회는 최근 AI 기술의 환경 영향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정책적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 UNEP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2025년 여러 국가와 글로벌 기술 기업이 참여하는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AI 연합’을 출범시키며 친환경 데이터센터 기준과 에너지 효율 지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 역시 AI 인프라의 에너지 사용량을 기업이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하는 규제를 도입하거나 검토 중이다.


UNEP는 더욱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다섯 가지 조치를 제시했다. AI 기술의 환경 영향을 측정할 표준을 마련하고 기업이 환경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도록 규제를 강화하며 기술 기업이 에너지 효율적 알고리즘과 재생 가능한 자원 활용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각국 정부는 데이터센터의 친환경 설계와 재생에너지 사용을 적극 지원하고, 국가 차원의 AI 전략에 환경 정책을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합하면 AI는 분명 환경 문제 해결의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지만 그 기반을 떠받치는 인프라가 만들어내는 부담은 결코 가볍지 않다. 기술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약속하기 위해서는 그 자체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먼저 투명하게 평가하고 문제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AI가 지구를 구하는 기술이 될지 아니면 새로운 환경 위기를 촉발할지는 지금 국제사회가 내리는 선택과 대응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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