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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를 다시 불러온 사람들...캄보디아 쿨렌 산맥, 재조림으로 되살아난 숲과 생명

  • 하윤아 기자
  • 입력 2025.12.1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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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역 보호 구역 주변에 사는 사람들은 UN 환경부가 지원하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낙엽, 이쑤시개, 막대기로 지붕 잎을 만들고 대체 생계 수단을 마련하고 벌목을 줄이도록 돕고 있습니다. [사진=UNEP]

 

캄보디아 북서부의 쿨렌 산맥은 오랫동안 신성한 장소로 여겨져 왔다. 12세기부터 사람들은 이곳에서 돌을 잘라 사원 건축에 사용해 왔고 산은 풍요와 생명력을 상징했다. 그러나 지난 수십 년간 무분별한 벌목과 개발 압력으로 숲은 급속히 사라졌고 산은 그 이름을 딴 달콤한 리치 열매조차 제대로 피우지 못할 만큼 황폐해졌다.


나무가 사라지자 가장 먼저 변한 것은 하늘이었다. 쿨렌 정상에 살던 유스 티는 “큰 나무들이 비를 끌어들였어요. 나무가 사라지자 물도 사라졌고 우리 지역은 말라가기 시작했습니다”라고 회상했다. 숲이 사라진 자리는 건기로 갈라졌고 비구름을 머금던 산의 기후는 더 이상 예전 같지 않았다.


UN·정부·지역사회가 함께 만든 묘목장


2014년, UN 환경부와 캄보디아 정부는 적응기금(The Adaptation Fund)의 지원을 받아 쿨렌 복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중심에는 지역 주민이 참여하는 ‘묘목장’이 있었다. 이곳에서 주민들은 손수 묘목을 키워 다시 쿨렌 산으로 돌려보내기 시작했다.


올해 46세가 된 티는 매일 수시간을 묘목장에 들여 묘목을 돌본다. “어렸을 때는 비도 많고 우박도 내렸어요. 말할 때 입김이 나올 정도로 추웠죠. 이제는 비도 줄고 기온도 올라갔어요.” 그녀는 나무를 기르는 일이 잃어버린 자연의 균형을 되찾는 길이라고 믿는다.


지금까지 약 300명의 지역 주민이 참여해 10만 그루 이상의 묘목이 재배됐고, 25만 그루가 넘는 나무가 다시 숲으로 돌아갔다. 306헥타르의 숲은 지역 순찰대의 보호를 받으며 불법 벌목으로부터 지켜지고 있다.


“비가 돌아왔다”는 주민들


투흐 론, 추오프 타소크 지역사회 보호구역 책임자는 복원의 성과를 누구보다 몸소 느끼고 있다.


“묘목장을 통해 숲 덮개가 다시 살아나자 비도 함께 돌아왔습니다. 쌀 수확량이 눈에 띄게 늘었어요.”


가뭄 시기마다 벼가 타들어가던 과거와 달리, 주민들은 더 이상 가축이나 생활용품을 팔아 식량을 사지 않아도 된다. 산 위쪽에 새롭게 조성된 작은 저수지는 삶을 바꿔놓았다. 파이프로 연결된 물은 마을로 직접 흘러 들어와 씻고 요리하는 데는 물론, 가정 정원까지 충분히 적셔준다.


25세의 청 프링은 “예전에 건기엔 물을 얻기 힘들었어요. 이제는 저수지 덕분에 집으로 바로 물이 들어와 정원에도 물을 줄 수 있습니다”라며 달라진 일상을 설명했다.


숲이 주는 또 다른 풍요


숲이 다시 자라면서 부활한 것은 비뿐만이 아니다. 야생 꿀과 같은 숲의 산물도 돌아왔다. 주민들은 이를 모아 산을 내려가 주변 마을과 관광객에게 판매하며 새로운 소득원을 만들고 있다.


65가구가 사는 마을에서는 54가구가 가정 정원을 가꾸고, 닭을 키우는 가구도 늘었다. 길가에는 아보카도, 잭프루트, 망고가 다시 자라기 시작했고, 마을 곳곳에서 생활의 여유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더 나아가 이 마을은 쿨렌의 성공을 인근 지역과 공유하기 시작했다. 복원을 필요로 하는 다른 마을에도 묘목을 나누고, 희귀종 묘목을 키우기 위한 새로운 묘목장도 설립했다.


지역 학교에서는 아이들에게 기후 변화와 숲의 의미를 가르치며 다음 세대를 준비 중이다. 티는 “나는 딸에게 나무를 돌보라고 말해요. 나무는 언젠가 집을 짓는 자재도 되고, 비와 시원한 날씨도 가져다줄 거니까요”라고 말했다.


산을 살린 사람들


티는 하루종일 묘목을 돌보고도 월 7.50달러의 소득을 얻는 데 그치지만, 그녀는 자신이 하는 일을 ‘다음 세대를 위한 투자’라고 믿는다. “나는 미래 아이들이 나무를 볼 수 있길 바라요. 하지만 이미 사라진 종도 있어요.”


그럼에도 그녀와 공동체는 계속해서 나무를 심고, 어린 숲을 지키며 산을 다시 살려가고 있다. 론은 묘목 생산 훈련을 받고 숲을 되살리는 일에 앞장서고 있다는 사실이 큰 자부심이라고 말한다.


“캄보디아 산 정상에 이 묘목장을 세운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비를 다시 불러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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