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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졌던 바닷새들의 귀환, 멕시코 섬이 다시 살아나다

  • 윤재은 기자
  • 입력 2025.12.26 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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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멕시코 태평양 연안에서 약 240킬로미터 떨어진 과달루페 섬의 복원모습 [사진=토드 브라운 / UNEP]

 

멕시코 태평양 연안에서 약 240킬로미터 떨어진 과달루페 섬은 한때 생명이 사라진 황무지로 여겨지던 곳이었다. 섬의 바위투성이 절벽과 메마른 땅은 오랜 세월 동안 인간이 들여온 외래 동물들로 인해 심각하게 훼손돼 있었다. 그러나 지금 이 섬에서는 거대한 알바트로스들이 목을 길게 뻗고 부리를 맞대며 구애의 춤을 추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사라졌던 바닷새들이 다시 돌아온 것이다.


이 변화는 우연이 아니다. 멕시코 정부와 시민사회, 학계, 국제기구가 25년 넘게 함께 추진해온 섬 생태계 복원 노력의 결과다. 멕시코에는 1,300개가 넘는 섬이 흩어져 있는데, 이 섬들과 주변 해역은 전 세계 바닷새 종의 약 3분의 1이 번식하고 먹이를 찾는 중요한 공간이다. 


하지만 수백 년 전부터 유입된 염소와 고양이, 쥐, 토끼 같은 외래 포유류는 섬의 식생을 파괴하고 토착 야생동물을 포식하며 생태계를 붕괴시켜 왔다. 여기에 해수면 상승과 해양 쓰레기, 극한 기후 등 기후 변화의 영향까지 더해지며 많은 섬에서 토착종은 지역적으로 멸종 상태에 이르렀다.


이러한 위기를 되돌리기 위해 멕시코 자연보호구역 국가위원회와 시민단체 이슬라스 생태보존그룹은 대규모 복원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이들의 전략은 명확했다. 섬 생태계를 파괴한 침입 외래종을 우선 제거하고, 자연이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그 결과 지금까지 약 6만 헥타르에 이르는 섬 생태계가 복원됐고, 39개 섬에서 수십 개의 외래종 개체군이 제거됐다. 한때 사라졌던 바닷새 집단들도 다시 섬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과달루페 섬은 그중에서도 가장 극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다. 17세기와 18세기에 식량 확보를 위해 들여온 염소들은 섬 전체를 방목지로 만들며 숲을 거의 완전히 사라지게 했다. 


나무가 사라지자 토양도 함께 유실돼 섬은 바위만 남은 불모지가 됐다. 복원 사업의 첫 단계는 이 야생 염소들을 제거하는 일이었다. 이후 연구진은 묘목장을 조성하고 토종 식물을 체계적으로 심어 나갔다. 25만 그루가 넘는 나무와 식물이 자리를 잡으면서 섬의 숲은 서서히 되살아났고, 바닷새들이 둥지를 틀 수 있는 환경도 함께 회복됐다.


야생 고양이 제거 역시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고양이들은 섬의 조류 개체수를 급격히 줄인 주요 원인이었다. 고양이 개체 수가 감소하자 레이산 알바트로스를 비롯한 바닷새들의 번식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백여 쌍에 불과하던 알바트로스는 이제 수천 쌍에 가까운 규모로 성장했다. 이는 단순한 종 복원을 넘어 섬 생태계 전체가 다시 균형을 되찾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였다.


복원의 효과는 자연에만 머물지 않았다. 토종 식생이 되살아나면서 폭우로 인한 산사태 위험이 줄었고 바다와 육지가 건강해지며 어업 자원도 회복됐다. 생태관광이 새로운 생계 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섬 지역 사회는 보다 안정적인 미래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복원 과정에는 주민들이 직접 참여했고 섬과 자연을 주제로 한 교육·문화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되며 공동체의 자부심을 키웠다.


이 프로젝트는 이제 기후 변화에 대비한 새로운 시도까지 이어지고 있다. 해수면 상승으로 위협받는 하와이의 알바트로스 번식지를 대신해 과달루페 섬에 새로운 번식지를 조성하는 것이다. 


하와이에서 옮겨온 알과 새끼들은 과학자들의 보살핌과 다른 알바트로스의 보호 속에서 자라났고, 일부 개체는 다시 섬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이는 단순한 복원을 넘어 미래의 멸종을 예방하려는 선제적 대응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엔 환경계획이 이 멕시코 섬 복원 사업을 ‘세계 생태계 복원 플래그십’으로 선정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장기간에 걸친 협력과 과학적 접근, 지역 사회의 참여가 결합될 때 자연은 충분히 회복될 수 있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한때 생명이 사라졌던 섬에서 다시 알바트로스가 날아오르는 모습은 인간의 선택이 자연의 미래를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조용히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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