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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좌 환경단체의 방화가 부른 한파 속 베를린 대정전... 독일 사회에 던진 경고

  • 하윤아 기자
  • 입력 2026.01.0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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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화 공격으로 피해를 입은 케이블 교량과 그 뒤편의 리히터펠데 발전소 [사진=berlin de, 그래픽=ESG코리아뉴스]

 

독일 수도 베를린에서 한파가 이어지던 가운데 발생한 대규모 정전 사태는 단순한 사고가 아닌 극좌 성향의 급진적 환경 단체에 의한 방화 공격으로 드러나면서 독일 사회에 큰 충격을 주고 있다. 독일 언론과 해외 주요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이번 사건은 전후 베를린 역사상 가장 길고 광범위한 정전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사건은 지난 토요일 새벽, 베를린 남서부를 가로지르는 텔토우 운하 인근에서 시작됐다. 운하 위를 지나는 케이블 덕트에서 불이 나면서 리히터펠데 발전소 주변의 고압 전력 케이블 여러 개가 심각하게 손상됐다. 화재는 비교적 빠르게 진압됐지만 오전 6시쯤부터 전력 공급이 끊기며 베를린 남부 일대가 암흑에 빠졌다. 니콜라제, 첼렌도르프, 반제, 리히터펠데 등 4개 지역에서 약 4만 5천 가구와 2천 곳이 넘는 사업체가 영향을 받았고 일부 지역에서는 나흘 이상 전력 복구가 지연됐다.


문제는 정전이 발생한 시점이 영하 10도 안팎의 강추위 속이었다는 점이다. 난방과 온수가 끊긴 가정에서는 실내 온도가 영상 5도 이하로 떨어졌고 수도관 동결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잇따랐다. 지상철 S반(S-Bahn) 일부 노선이 멈춰 섰고 이동통신 기지국까지 전력을 잃으면서 휴대전화 연결도 원활하지 않았다. 피해 지역 주민들은 외부 상황에 대한 정보조차 제때 알기 어려운 상태에 놓였다.


병원과 요양시설 같은 필수 시설은 비상 발전기로 운영을 이어갔지만 다섯 곳의 병원이 한동안 비상 전력에 의존해야 했다. 독일 언론은 이번 사태를 “현대 도시의 기반 시설이 얼마나 취약한지 보여준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정전 기간 중 83세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되면서 이번 사건의 인명 피해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경찰은 정전과 사망 사이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아직 조사 중이라고 밝혔지만 시민 불안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사건의 배후를 자처한 단체는 ‘불칸그루페(Vulkangruppe)’다. 이들은 경찰과 언론에 전달된 서한과 온라인 성명을 통해 방화 사실을 인정하며 자신들의 행동이 화석 연료 산업과 에너지 인프라를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화석 연료와 인공지능 기술이 기후 위기를 가속화하고 있다며, 독일 내 화석 연료 발전소 확장에 맞선 “필요한 행동”이었다고 강조했다. 정전 피해를 입은 주민들 특히 경제적으로 어려운 이들에게는 사과의 뜻을 밝히면서도 자신들을 “환경 테러리스트”로 규정하는 시각에는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나 독일 정치권과 사법 당국의 평가는 단호했다. 베를린 시장 카이 베그너는 이번 사건을 “단순한 방화나 사보타주가 아니라 수많은 시민의 생필품 공급을 위협한 좌익 극단주의자들의 테러 공격”이라고 규정했다. 독일 연방 검찰 역시 테러 조직 가입, 반헌법적 사보타주, 방화 혐의 등을 적용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


불칸그루페는 독일 정보기관에도 이미 알려진 조직이다. 아나키즘과 반자본주의, 급진적 환경주의를 내세우며 2011년 이후 주요 기반 시설을 겨냥한 방화 공격을 반복해 왔다. 지난해에는 베를린 인근 테슬라 기가팩토리 전력 공급망을 공격했다고 주장해 공장 가동이 며칠간 중단되기도 했다. 독일 언론은 이번 사건이 단발적인 범행이 아니라, 장기간 이어져 온 급진적 폭력의 연장선에 있다고 분석한다.


정전이 이어지는 동안, 베를린의 다른 지역에서는 일상이 비교적 정상적으로 유지됐다는 점도 대비를 이뤘다. 피해 지역에서 불과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의 상점과 식당은 정상 영업을 이어갔고 일부 시민들은 정전 피해를 입은 이웃들에게 숙소와 샤워 시설을 제공하며 연대에 나섰다. 경찰은 수백 명의 인력을 투입해 야간 조명을 설치하고 이동식 경찰서를 운영하며 치안 유지에 나섰다.


이번 사태는 독일 사회에 여러 질문을 던지고 있다. 기후 위기라는 명분 아래 자행되는 급진적 행동의 한계와 위험성 그리고 대도시 기반 시설 보호에 대한 국가의 대비 수준이 동시에 도마 위에 올랐다. 독일 주요 언론들은 이번 베를린 정전 사태가 단순한 지역 사건을 넘어 에너지 전환과 사회적 갈등 그리고 극단주의 대응이라는 복합적인 과제를 드러낸 사건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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