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몸을 따라 전달되는 파동으로 물 밀어내며 추진력 만들어
- 곡률·세르페노이드로 움직임 분석하고 뱀형 로봇 기술에도 적용
다리도 지느러미도 없는 뱀은 몸 전체를 좌우로 굽히며 물속을 헤엄친다. 얼핏 단순해 보이는 움직임이지만, 몸이 만들어내는 곡선과 주변 물의 흐름을 들여다보면 수학과 유체역학의 원리가 함께 작용하고 있다.
수학 관련 콘텐츠를 소개하는 X 계정 ‘Mathematica’는 1일 오후 10시 59분 뱀이 수영할 때 나타나는 움직임을 세르페노이드(serpenoid) 곡선과 곡률(curvature), 접촉원(osculating circle) 등의 개념으로 설명하는 글을 게시했다.
뱀이 헤엄칠 때는 몸의 굴곡이 머리에서 꼬리 방향으로 파동처럼 이어진다. 이때 만들어지는 몸의 곡선은 위치에 따라 휘어진 정도가 달라지는데, 이를 수학적으로 나타낸 값이 ‘곡률’이다.
곡선이 많이 휘어진 곳은 곡률이 크고, 완만한 곳은 작다. 각각의 지점에서 곡선과 가장 가깝게 맞닿는 가상의 원을 ‘접촉원’이라고 한다. 접촉원의 반지름은 곡률의 역수로 표현되기 때문에 곡선이 급격하게 휘어질수록 원은 작아지고, 완만해질수록 커진다.
여기서 접촉원은 뱀이 물속에서 실제로 원을 그리며 움직인다는 의미는 아니다. 복잡하게 휘어진 몸의 형태를 각 지점에서 하나의 원으로 근사해 곡선의 변화를 이해하는 수학적 방법이다.
실제 뱀의 추진력은 이러한 몸의 움직임과 주변 물의 상호작용에서 나온다. 수생 뱀이나 장어처럼 길고 가느다란 몸을 가진 동물은 몸 전체에 굴곡을 만들고 이를 뒤쪽으로 전달하는 방식으로 헤엄친다. 몸이 물을 밀어내는 과정에서 힘이 발생하고, 그 반작용으로 앞으로 나아간다.
이 과정에서는 뱀의 주변에 복잡한 물의 흐름과 소용돌이도 형성된다. 최근에는 뱀이 직진하거나 방향을 바꿀 때 몸 주변에서 발생하는 와류를 측정해 수영의 원리를 분석하는 연구도 이뤄지고 있다. 특히 방향을 바꾸는 과정에서는 직진할 때와 다른 형태와 세기의 유체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
뱀의 움직임을 수학적으로 표현하는 데 사용되는 대표적인 모델이 ‘세르페노이드 곡선’이다. 일본의 로봇공학자 히로세 시게오가 뱀의 움직임을 연구하면서 제안한 것으로, 여러 개의 관절이 연결된 뱀형 로봇의 움직임을 설계하고 제어하는 데 활용돼 왔다.
자연에서 발견한 움직임의 원리는 실제 로봇 기술로도 이어지고 있다. 몸을 좌우로 구부리며 이동하는 뱀형 로봇은 일반적인 바퀴형 로봇이 움직이기 어려운 좁고 복잡한 공간에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육상뿐 아니라 물속을 헤엄치는 로봇에도 비슷한 운동 방식이 연구되고 있다.
배관 내부 점검도 활용 가능성이 거론되는 분야다. 길고 유연한 몸체를 이용하면 사람이 들어가기 어렵거나 기존 장비의 접근이 제한되는 좁은 관 내부를 이동하면서 시설 상태를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난 현장의 잔해나 수중처럼 접근하기 까다로운 환경을 탐색하는 기술로도 연구가 이어지고 있다.
다만 Mathematica가 게시물에서 접촉원과 소용돌이의 관계를 설명한 부분은 수학적 개념과 실제 유체 현상을 이해하기 쉽게 압축한 표현으로 볼 필요가 있다. 접촉원 자체가 실제 소용돌이로 바뀌는 것은 아니다. 접촉원은 뱀 몸의 곡률을 설명하기 위한 기하학적 개념이며, 물속에서 발생하는 와류와 추진력은 몸의 움직임과 유체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만들어진다.
뱀의 수영은 자연의 움직임을 수학으로 설명하고, 이를 다시 공학에 활용하는 생체모방 기술의 한 사례다. 자연에서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움직임의 원리가 수학적 모델을 거쳐 로봇의 이동 방식으로 확장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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