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번호를 입력해주세요.

키워드

  •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로그인을 하시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으실 수 있습니다.

잔혹한 폭력 속에 이어지는 올리브 수확... 이스라엘 정착민 공격에 맞서는 팔레스타인의 올리브 농부들

  • 하윤아 기자
  • 입력 2025.11.08 08:11
  • 댓글 0
  • 글자크기설정

1.png
▲ 팔레스타인 서안 지구에 있는 올리브 나무와 팔렝스타인 국기 [사진=Hanna Barakat+LOGIC, 그래픽=ESG코리아뉴스]

 

요르단강 서안지구의 가을은 오랜 세월 동안 올리브 수확의 계절이었다. 수천 년 동안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이 시기에 가족과 이웃이 함께 모여 올리브를 따고 기름을 짜며 그해의 결실을 축하했다. 


그러나 이제 이 전통은 점점 더 폭력과 공포에 둘러싸이고 있다. 이스라엘 정착민들의 공격과 군의 봉쇄가 일상이 되면서 팔레스타인 농부들에게 수확은 ‘생계의 일’이 아니라 ‘생존의 싸움’이 되어가고 있다.


CNN에 따르면, 72세의 움 슈크리는 50년 넘게 가꿔온 올리브밭을 다시 찾았다. 그러나 그녀를 맞이한 것은 익숙한 푸른 잎이 아니라 꺾이고 메말라버린 나무들이었다.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밭에 소를 풀어놓아 나무들을 훼손했고, 그녀의 집까지 약탈당했다. 태양광 패널은 사라지고 물탱크는 파괴되었으며 관개용 파이프는 찢겨 있었다.


이와 같은 사례는 결코 예외가 아니다. 유엔 인권사무소(OHCHR)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에만 정착민 폭력으로 인한 사상자 및 재산 피해 사건이 757건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13% 증가한 수치로 팔레스타인 농민들에게는 일상의 위험이 얼마나 커졌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올리브 수확기가 시작된 이후에는 4,000그루 이상의 나무가 파손되었고 최소 259건의 직접적인 공격이 발생했다.


이 폭력은 종종 이스라엘 군의 묵인 아래에서 이루어진다. 여러 영상에는 가면을 쓴 정착민들이 곤봉과 막대기를 들고 팔레스타인 농부들과 그들을 도우려 온 유대인 활동가들을 공격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심지어 일부 장면에서는 군인들이 그 곁에서 아무런 제재 없이 이를 지켜보거나 때로는 함께 행동하는 모습도 포착됐다. 


팔레스타인 농부들은 “군이 정착민을 보호하고, 우리는 군법의 적용을 받는다”며, 정의를 구할 방법이 없다고 호소한다. 실제로 서안지구에서는 팔레스타인인들이 군사 법정의 관할 아래 있지만 정착민들은 이스라엘 민법의 적용을 받는 ‘이중 법체계’가 존재한다.


그 결과 농부들은 자신들의 땅에 접근하기조차 어렵다. 군은 “마찰 방지”를 이유로 수확철마다 팔레스타인 농경지를 ‘군사 폐쇄 구역’으로 지정한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인들은 이를 ‘사유지 강탈의 제도화’로 본다. 


카라왓 바니 하산 마을에서는 정착민과 군인들이 함께 나타나 농부들을 구타하고 올리브를 훔치는 영상이 공개되었다. 이스라엘 인권단체 ‘인권을 위한 랍비(RHR)’에 소속된 활동가들이 동행했음에도 폭력은 멈추지 않았다. 이 단체는 “정부가 시민 사회의 감시를 억압하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러한 폭력 속에서도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올리브나무는 포기할 수 없는 존재다. 수백만 그루의 나무가 단지 농작물이 아닌 세대를 잇는 유산이자 정체성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올리브 수확은 단순한 경제 활동을 넘어 ‘우리가 이 땅에 있다’는 존재의 증명이다. 


유엔 인권사무소장 아지트 숭가이는 “올리브는 팔레스타인의 생계이자 혈통이며 회복력의 상징”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팔레스타인 전체 인구의 약 10만 가구가 올리브 재배에 생계를 의존하고 있으며, 이는 농촌 경제의 중추를 이룬다.


그러나 이 땅의 현실은 점점 더 가혹해지고 있다. 이스라엘 정부는 최근 불법 전초기지를 합법화하며 정착촌 확대를 가속화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서안지구 내 정착촌 수를 “두 배로 늘렸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 사이 팔레스타인 농부들은 점점 더 좁아지는 토지와 늘어나는 검문소 그리고 끊이지 않는 폭력 속에서 올리브 수확을 이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여전히 나무 곁을 떠나지 않는다. 한 농부는 “올리브를 딴다는 건 단지 기름을 짜기 위한 게 아닙니다. 이건 우리의 땅을 지키는 일입니다.”라고 말했다. 정착민들의 공격이 아무리 거세져도 매년 팔레스타인의 올리브밭에는 사람들이 다시 모인다. 그들의 손끝에서 떨어지는 작은 열매 하나하나가 폭력에 굴하지 않는 의지의 증거가 되고 있다.


오늘날 팔레스타인의 올리브 수확은 단순한 농사철의 풍경이 아니다. 그것은 삶의 터전을 지키려는 인간의 저항이며 뿌리를 지우려는 폭력에 맞서는 ‘평화의 선언’이다. 죽어가는 나무들 사이에서도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여전히 그들의 땅을 사랑하고 그 사랑으로 버티고 있다.

ⓒ ESG코리아뉴스 & esgkoreanews.com 무단전재-재배포금지

BEST 뉴스

전체댓글 0

추천뉴스

  • 한성숙 총리 “김구 선생이 꿈꾼 문화의 힘, 오늘의 K-컬처로 이어져”
  • 4억4500만 년 전에도 살았던 투구게…‘살아있는 화석’의 생존 역사
  • 이재명 대통령 “청년의 내일, 국가가 함께 고민해야”…청년정책 전환 강조
  • 옐로스톤을 지키는 사람들…야생동물 연구부터 구조·시설 관리까지
  • 다이애나 왕세자빈 29주기…앨소프 호수의 작은 섬에 남은 마지막 안식처
  • 마이크 펜스 전 美 부통령, 우크라이나 국가기도조찬회 참석…젤렌스키와 회동
  • IBK기업은행, 안산서 ‘IBK 모두다 파크콘서트 2026’ 개최…음악으로 문화의 벽 허문다
  • 강원랜드 감사위원회, 감사원 ‘2026년 공공기관 자체감사활동 포상’ 최우수기관 선정
  • 한국ESG연구소, 고려아연 백인규 감사위원 후보 ‘찬성’…“전문성 보완이 핵심”
  • 3300년 전 투탕카멘 부부의 ‘다정한 순간’… 황금 왕좌에 남은 고대 이집트 왕실의 일상

포토뉴스

more +

해당 기사 메일 보내기

잔혹한 폭력 속에 이어지는 올리브 수확... 이스라엘 정착민 공격에 맞서는 팔레스타인의 올리브 농부들

보내는 분 이메일

받는 분 이메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