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사막 한가운데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숨겨진 지열 에너지 자원을 찾아낸 스타트업의 사례가 전 세계 에너지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유타주에 본사를 둔 잔스카 지열 및 광물(Zanskar Geothermal & Minerals)은 최근 네바다 서부 사막 지하에서 상업적 활용이 가능한 고온 지열 저장소를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 발견은 지표면에 아무런 단서가 없는 이른바 ‘블라인드(Blind) 지열 시스템’을 AI로 찾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네바다 서부는 험준한 산맥과 황량한 사막 지형으로 둘러싸여 있지만, 지표에서는 지열 에너지의 존재를 짐작할 수 있는 온천이나 간헐천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잔스카는 AI 기반 분석을 통해 이 지역 지하 수천 피트 아래에 섭씨 약 120도(화씨 250도)에 달하는 지열 저장소가 존재한다는 가능성을 포착했다. 회사는 이 저장소를 ‘빅 블라인드(Big Blind)’라고 명명했다. 이는 지상에서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없는 지열 시스템을 의미하는 지질학 용어에서 따온 이름이다.
잔스카의 공동창립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칼 호일랜드는 오랫동안 지열 에너지가 이미 고갈됐다는 인식이 업계에 퍼져 있었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강조한다. 그는 미국 서부 지역에는 아직 발견되지 않은 지열 자원이 매우 많으며, 기존 방식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자원들이 AI 기술을 통해 새롭게 드러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열 에너지는 탄소 배출이 거의 없고, 태양광이나 풍력과 달리 날씨와 상관없이 24시간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청정에너지로 평가받는다. 이론적으로는 거의 무한에 가까운 에너지원이지만, 실제로는 특정한 지질학적 조건을 갖춘 지역을 정확히 찾아내는 것이 가장 큰 난관이었다. 지하에 충분히 뜨거운 물이나 증기가 존재해야 하고, 이 열이 순환할 수 있는 다공성 암석 구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1970~1980년대에는 석유·가스 기업들이 막대한 자금을 들여 지열 탐사에 나섰지만, 높은 비용과 낮은 성공률로 인해 대부분 중도에 포기했다. 잔스카의 공동창립자이자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조엘 에드워즈는 이러한 과정을 “건초 더미에서 바늘을 찾는 문제”에 비유한다. 지열 시스템 바로 위에 있어도 이를 알려주는 단 하나의 결정적 데이터가 없기 때문에, 여러 지질·지구물리 신호를 종합적으로 해석해야만 가능성이 드러난다는 것이다.
잔스카는 바로 이 지점에 AI를 적용했다. 회사의 AI 모델은 과거 전 세계에서 우연히 발견된 블라인드 지열 시스템의 데이터를 학습하고, 암석 구성, 지각 구조, 자기장 등 방대한 지질 정보를 분석해 지열 저장소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은 패턴을 찾아낸다. 호일랜드는 최근 10여 년간 AI가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의미 있는 신호를 잡아내는 능력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고 설명한다.
AI가 유망 후보지를 제시하면, 다음 단계는 실제 시추를 통해 이를 검증하는 것이다. 잔스카는 지난해 여름 빅 블라인드 지역에 시추공을 뚫어 약 2,700피트 깊이에서 고온의 다공성 암반을 확인했다. 이는 상업용 발전소를 가동할 수 있는 최소 조건을 충족하는 수준이었으며, 다만 발전소의 최대 규모는 추가 조사를 통해 파악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렸다.
현재 잔스카는 허가 절차와 전력망 연계 문제를 검토 중이며,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향후 3~5년 안에 빅 블라인드에서 실제 전력 생산을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네바다 광업지질국의 지구과학 교수인 제임스 폴즈는 이번 발견이 매우 중요한 사례라고 평가하며, 미국 내 지열 자원의 4분의 3 이상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탐사 방법이 개선된다면 미국 서부 지역에서만 수십에서 수백 기가와트 규모의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미발견 지열 자원은 최소 30기가와트의 전력을 생산할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호일랜드는 실제 규모가 이보다 훨씬 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잔스카는 지난 3년간 미국 서부 전역을 조사하며 빅 블라인드와 유사한 특징을 가진 여러 ‘핫스팟’을 발견했으며, 이번 사례를 시작으로 향후 수십, 나아가 수백 개의 새로운 지열 개발 후보지가 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열 에너지가 데이터 센터와 인공지능 산업 확대로 급증하는 전력 수요를 충족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석유·가스 산업에서 이미 축적된 시추 기술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은 비용 절감 측면에서도 큰 장점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잔스카의 이번 발견은 인공지능과 지열 에너지가 결합해 새로운 청정에너지 시대를 여는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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