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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다윈의 ‘잃어버린 도서관’을 찾아서

  • 윤재은 기자
  • 입력 2025.12.20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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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화론의 탄생 뒤에는 7,400권의 책과 1만3,000편의 지식 네트워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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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스 다윈 [사진=Charles Darwin Online]

 

찰스 다윈(1809~1882)이 남긴 방대한 독서 세계가 사망 14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온전히 모습을 드러냈다. 『종의 기원』으로 진화론을 정립한 다윈이 실제로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지식에 의존했는지를 보여주는 ‘다윈의 재구성된 도서관’이 국제 연구진에 의해 공개된 것이다.


영국과 싱가포르를 중심으로 한 다윈 온라인(Darwin Online) 프로젝트 연구팀은 다윈 탄생 215주년을 맞아 그가 생전에 소유했던 것으로 확인된 도서 7,400권과 팜플렛·학술지 등 1만3,000여 종을 집대성한 약 300쪽 분량의 디지털 카탈로그를 발표했다. 이 가운데 9,300여 건은 원문 또는 사본으로 바로 연결되어 일반 대중도 무료로 열람할 수 있다.


다윈의 온라인 도서관 공개는 단순한 서적 목록을 넘어 다윈의 사유가 형성된 지적 생태계 전체를 복원한 작업이라는 점에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고립된 천재가 아닌, 방대한 지식망의 중심에 있던 과학자”


프로젝트를 이끈 존 반 와이헤(John van Wyhe)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해외 언론 인터뷰에서 “다윈의 도서관은 그가 혼자서 진화론을 떠올린 고립된 천재가 아니라 수천 명의 학자와 저술에 깊이 연결된 연구자였음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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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찰스 다윈의 온라인에 연결된 도서들 [사진=Charles Darwin Online]

 

그동안 학계에 남아 있던 다윈의 실제 도서관은 전체의 약 15% 수준에 불과했다. 케임브리지대 도서관과 영국 다운 하우스(Down House)에 보관된 일부 장서만이 알려져 있었고 나머지는 경매나 개인 소장 그리고 기관 이전 등을 거치며 사실상 ‘행방불명’ 상태였다.


연구진은 2007년부터 18년에 걸쳐 다윈이 남긴 손글씨 도서 목록(1875년 작성), 독서 노트, 편지, 가족 문서, 아내의 일기, 20세기 초 학자들의 기록까지 교차 분석했다. 저자나 연도조차 명확하지 않은 항목을 하나하나 추적하는 작업은 “5,000건이 넘는 탐정 수사”에 비유될 정도로 고된 과정이었다.


생물학을 넘어 철학·종교·소설까지... 다윈의 독서는 ‘경계를 넘는 독서’였다


새롭게 재구성된 도서관은 다윈의 관심사가 생물학과 지질학에만 국한되지 않았음을 분명히 보여준다.


그의 서가에는 조류학자 존 제임스 오듀본의 칠면조독수리 후각 능력을 다룬 논문, 아프리카에서 야생 고릴라를 최초로 묘사한 폴 뒤 샤이유의 탐험기, 1877년 세계 최초로 박테리아 사진을 실은 독일 과학 정기간행물 등 당시 최첨단 과학 자료가 포함돼 있었다.


동시에 다윈은 존 스튜어트 밀, 오귀스트 콩트 등 철학자의 저작을 읽었고 심리학·종교·역사·예술·농업·동물 사육과 행동에 관한 책도 다수 소장했다. 탐험가와 선교사의 여행기를 통해 인류의 제스처와 문화 차이를 연구한 흔적도 발견됐다.


특히 눈길을 끄는 점은 장서의 거의 절반이 외국어 서적이라는 사실이다. 프랑스어, 독일어, 이탈리아어, 라틴어, 스페인어, 네덜란드어, 스웨덴어 등 다양한 언어로 된 책들이 포함돼 있다. 연구진은 “사전을 옆에 두고서라도 원문을 읽으려 했던 다윈의 집요한 학문적 태도”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과학자이자 ‘열정적인 독서가’


다윈은 소설도 즐겼다. 2019년 경매에 등장한 엘리자베스 개스켈의 『아내와 딸들』에는 “찰스 다윈이 생애 마지막으로 소리 내어 읽어 들은 책”이라는 메모가 남아 있었다. 이는 과학자 다윈의 인간적인 면모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일화로 해외 언론에 소개됐다.


반 와이헤 교수는 “이제 우리는 전기 작가의 해석을 통해서가 아니라 다윈이 실제로 읽은 책을 직접 따라가며 그를 이해할 수 있게 됐다”며 “그는 탐욕적일 만큼 많이 읽은 독서가였고, 그 독서가 과학적 혁신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지식의 축적이 어떻게 혁명이 되었는가


이번에 공개된 ‘다윈의 새로운 도서관’은 진화론이 단번에 탄생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수십 년간의 독서와 타인의 연구에 대한 끈질긴 대화 속에서 형성된 결과임을 명확히 보여준다.


학계에서는 이번 프로젝트가 다윈 연구를 넘어 과학 지식이 어떻게 축적되고 연결되며 새로운 이론으로 발전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일반 독자에게도 한 과학자의 서가를 통해 19세기 지성사의 풍경을 직접 들여다볼 수 있는 드문 기회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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