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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총선, 네타냐후 과반 확보 실패…아랍계 정당 19석이 정권 향방 가른다

  • 유연정 기자
  • 입력 2026.10.30 0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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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권 53석·야권 48석으로 모두 과반 미달, 아랍계 정당 역대 최다 의석 확보하며 정치적 변수로 부상
  • 정권교체와 총리직 유지 놓고 연립정부 협상 본격화, 정치적 교착 장기화 땐 재선거 가능성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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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모습 [사진=AI 생성 이미지]

 

이스라엘 총선 개표가 마무리됐지만 어느 쪽도 의회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차기 정부 구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집권 세력은 과반 확보에 실패했고, 가디 아이젠코트가 주도하는 야권 역시 독자적으로 정부를 구성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아랍계 정당들이 역대 최다인 19석을 차지하면서 향후 정국의 향방을 결정할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29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 27일 실시된 이스라엘 총선 개표 결과, 네타냐후 총리의 리쿠드당과 극우·초정통파 유대교 정당들로 구성된 여권은 전체 120석 가운데 53석을 확보했다. 아이젠코트가 이끄는 야샤르당을 비롯한 야권 4개 정당은 48석, 아랍계 정당들은 19석을 얻었다.


이스라엘 의회인 크네세트에서 정부를 구성하려면 최소 61석의 지지가 필요하다. 여권은 과반에 8석이 부족하고 야권도 다른 정당의 협력 없이는 정권교체를 추진하기 어렵다. 선거는 끝났지만 누가 차기 정부를 이끌게 될지는 여전히 결정되지 않은 셈이다.


이번 총선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과 이후 이어진 가자지구 전쟁을 거친 뒤 치러졌다는 점에서 관심을 모았다. 전쟁과 안보정책, 초정통파 유대교 신자들의 병역 면제 문제, 정부의 책임 등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졌지만 선거 결과는 어느 한쪽에도 안정적인 국정 운영 기반을 마련해 주지 못했다.


아랍계 정당 19석 확보…정권교체의 핵심 변수로


이번 선거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아랍계 정당들의 약진이다. 공동명부(Joint List)와 라암(Ra'am)은 모두 19석을 확보하며 역대 최다 의석을 기록했다.


아랍계 유권자들의 적극적인 투표 참여에는 지역사회의 치안 문제와 차별에 대한 불만, 가자지구 전쟁 이후 심화된 갈등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아랍계 지역에서 범죄가 증가하는 동안 정부와 경찰이 충분히 대응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이어졌고, 전쟁 이후 높아진 사회적 긴장도 유권자들의 정치적 참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랍계 정당의 의석 확대는 야권에 새로운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다. 아이젠코트가 이끄는 야권 48석에 아랍계 정당 19석을 더하면 67석으로 과반을 넘기 때문이다. 다만 의석수만으로 연립정부 구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야권에 속한 나프탈리 베네트 전 총리와 아비그도르 리베르만 등 우파 정치인들은 그동안 아랍계 정당의 지지에 의존하는 정부 구성에 반대해 왔다. 반면 좌파 민주당의 야이르 골란 대표는 아랍계 정당과의 협력을 통해 정권교체를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결국 네타냐후 정부를 교체해야 한다는 공통된 목표가 있더라도 안보정책과 팔레스타인 문제, 국가 정체성 등에 대한 입장 차이를 얼마나 좁힐 수 있느냐가 야권의 과제로 남아 있다.


네타냐후, 과반 잃었지만 총리직 유지 가능성 남아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기존 집권 세력의 과반 확보에 실패했지만 곧바로 권력을 내려놓아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리쿠드당이 27석으로 단일 정당 가운데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했고, 기존 연정에 참여한 정당들의 결속력도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야권은 중도와 좌파, 우파 정당들이 함께하고 있어 연립정부 구성 과정에서 의견을 조율해야 할 부분이 많다. 특히 아랍계 정당과의 협력 여부를 둘러싼 갈등이 해소되지 않으면 정권교체를 위한 협상도 어려워질 수 있다.


네타냐후 측은 선거 이후 아랍계 정당의 득표 과정에 부정행위가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리쿠드당은 외국 세력이 선거에 개입했을 가능성을 주장하며 정보기관과 경찰의 조사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스라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측은 조직적인 선거 부정이 있었다고 볼 근거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랍계 정당들도 관련 의혹이 자신들의 선거 성과를 훼손하려는 정치적 공격이라며 반발했다.


현재까지 제기된 의혹이 실제 조직적인 선거 부정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다만 선거 결과를 둘러싼 공방이 이어지면서 연립정부 협상 과정에서도 정치적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헤르초그 대통령 중재 주목…연정 협상 본격화


이제 관심은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에게 쏠리고 있다. 이스라엘에서는 총선 이후 대통령이 각 정당 지도자들과 협의해 정부를 구성할 가능성이 있는 인물을 총리 후보로 지명한다.


반드시 가장 많은 의석을 확보한 정당의 대표가 총리 후보가 되는 것은 아니다. 여러 정당의 지지를 모아 의회 과반을 확보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총리 후보로 지명된 인물에게는 우선 28일의 연립정부 구성 기간이 주어진다. 필요하면 최대 14일을 연장할 수 있으며, 이 기간에 정부 구성에 실패하면 다른 후보에게 기회가 넘어간다. 이후에도 과반을 확보할 정부가 만들어지지 않으면 재선거로 이어질 수 있다.


헤르초그 대통령은 각 정당에 열린 자세로 협상에 나설 것을 촉구하며 또 한 번의 총선을 피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공식 선거 결과는 11월 4일 확정·발표될 예정이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네타냐후가 기존 우파 연정을 확대하는 방안과 아이젠코트가 아랍계 정당의 지지를 얻어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치적 입장이 다른 정당들이 참여하는 거국연립정부 역시 선택지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어느 쪽도 협상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네타냐후가 중도 성향 정당과 손잡으려면 기존 연정 파트너들과의 관계를 조정해야 할 수 있고, 아이젠코트 역시 아랍계 정당과의 협력에 반대하는 야권 내부의 이견을 해결해야 한다.


정부 구성 협상이 장기화하거나 결렬될 경우 이스라엘은 다시 총선을 치를 수도 있다. 이 경우에도 네타냐후는 새 정부가 출범할 때까지 과도정부 총리직을 유지하게 된다.


정치적 불확실성, 중동 정세에도 영향 미칠까


이스라엘의 정치적 교착은 국내 정국뿐 아니라 중동 지역의 안보 상황과도 맞물려 있다.


가자지구 전쟁과 이란을 둘러싼 군사적 긴장,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차기 정부의 구성은 이스라엘의 외교·안보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CNN은 야권 인사들이 네타냐후 총리가 정권교체를 막기 위해 안보 위기를 정치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과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언급됐지만, 이는 익명 소식통의 주장과 정치권의 우려에 근거한 것으로 실제 군사행동이 결정됐거나 임박했다는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미국의 역할도 관심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네타냐후 총리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이스라엘의 정치적 변화가 미국과의 관계, 중동 지역의 안보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지켜볼 부분이다.


이번 총선은 이스라엘 사회 내부의 갈등도 다시 드러냈다. 유대계와 아랍계 시민의 정치적 대표성, 종교와 병역 의무의 관계, 전쟁에 대한 정부의 책임,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신뢰 등 오랫동안 이어져 온 쟁점들이 선거 과정에서 부각됐다.


특히 아랍계 정당의 의석 확대는 이스라엘 정치에서 아랍계 시민들의 영향력이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실제 정부 구성과 정책 결정 과정에 얼마나 반영될지는 앞으로의 협상에 달려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선거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했지만 총리직을 유지할 여지는 남아 있다. 반대로 야권은 정권교체를 추진할 수 있는 의석을 확보했음에도 서로 다른 정치적 입장을 조율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결국 이번 총선 이후 이스라엘 정치의 향방은 선거에서 확보한 의석수보다 정당들이 어떤 협력 관계를 만들어 내느냐에 달려 있다. 연립정부 협상이 새로운 정치 질서로 이어질지, 또다시 총선이라는 선택으로 돌아갈지는 앞으로의 협상 과정에서 드러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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