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 사진가 맷 디킨, 서호주 필바라 해역서 드론으로 포착한 ‘신비로운 조우(Ethereal Encounter)’ 대상
- 17개국 사진가 501명·2,129점 출품, 심사위원단 “희귀한 순간과 기술적 완성도 결합”
멸종위기에 놓인 거대한 톱가오리와 바다거북이 나란히 헤엄치는 순간을 담은 한 장의 사진이 2026년 호주를 대표하는 자연사진으로 선정됐다.
과학·자연 콘텐츠를 소개하는 ‘마시모(Massimo)’는 8월 30일 오후 11시 49분 X 계정을 통해 사진가 맷 디킨(Matt Deakin)이 촬영한 ‘신비로운 조우(Ethereal Encounter)’를 소개했다. 게시물에는 서호주(Western Australia) 바다에서 그린 톱가오리(green sawfish)와 바다거북이 함께 헤엄치는 모습이 담겼다.
이 사진은 최근 발표된 ‘2026 오스트레일리안 지오그래픽 올해의 자연사진가(2026 Australian Geographic Nature Photographer of the Year)’에서 전체 대상(Overall Winner)을 받은 작품이다. 대회를 주관하는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박물관(South Australian Museum)과 오스트레일리안 지오그래픽(Australian Geographic)은 지난 27일 올해 수상작을 공식 발표했다.
사진의 주인공은 그린 톱가오리(Pristis zijsron)와 푸른바다거북(Chelonia mydas)이다. 촬영 장소는 서호주 북서부 필바라(Pilbara) 지역의 얕은 연안으로, 디킨은 DJI 매빅 3 프로(DJI Mavic 3 Pro) 드론에 장착된 카메라를 이용해 공중에서 이 장면을 포착했다.
사진 속 톱가오리는 길고 납작한 주둥이 양쪽에 톱니 모양의 돌기가 늘어서 있어 독특한 모습을 보인다. 이름 때문에 상어의 한 종류로 오해하기 쉽지만, 분류학적으로는 상어와 가까운 연골어류인 가오리류에 속한다.
무엇보다 이 사진이 주목받은 이유는 사진 속 그린 톱가오리가 심각한 멸종위기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대회 공식 자료는 그린 톱가오리의 보전 상태를 ‘위급(Critically Endangered)’으로 소개했다.
사진이 촬영된 순간도 극적이었다.
디킨은 해가 지기 직전 얕은 산호초 위로 마지막 빛이 비치던 시간, 뿌옇게 보이는 조간대 물속에서 커다란 형체가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가까이 다가가자 그 형체는 그린 톱가오리였고, 여러 마리의 바다거북이 있는 곳을 향해 움직이다 그 사이를 지나 깊은 물속으로 사라졌다.
당시 드론은 해안에서 약 2.5㎞ 떨어진 곳까지 나가 있었고 배터리도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디킨에 따르면 톱가오리가 4~5마리의 거북 사이로 헤엄쳐 들어갔고, 대부분의 거북은 자리를 피했지만 한 마리가 남으면서 수상작에 담긴 장면이 만들어졌다. 촬영을 마친 드론은 배터리가 약 3% 남은 상태로 돌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뿌연 물속에서 희미하게 모습을 드러낸 톱가오리와 바다거북이 대비되면서 사진은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에 있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디킨은 사진을 본 사람들이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이미지인지 묻기도 한다며, 실제 자연에서 만난 장면 자체가 그만큼 비현실적으로 보인다는 취지로 소감을 밝혔다.
심사위원단도 이 점에 주목했다. ‘신비로운 조우’에 대해 희귀한 피사체와 순간, 기술적 완성도가 어우러진 작품으로 평가했다. 특히 뿌연 물속에서 멸종위기 톱가오리가 유령처럼 모습을 드러내고 그 옆으로 바다거북이 지나가는 장면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올해로 23회째를 맞은 ‘오스트레일리안 지오그래픽 올해의 자연사진가’에는 17개국 501명의 사진가가 총 2,129점의 작품을 출품했다. 호주와 뉴질랜드, 남극, 뉴기니 지역의 자연환경과 야생생물을 기록하는 자연사진 공모전으로,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박물관이 주관하고 오스트레일리안 지오그래픽이 함께하고 있다.
특히 올해 대회는 자연사진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촬영 과정에서 야생동물을 방해하지 않는 윤리적 원칙과 자연환경 보전의 가치에도 주목했다. 심사위원인 사진가 제이크 윌튼(Jake Wilton)은 자연환경이 갈수록 큰 압력을 받는 상황에서 자연사진은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사람들이 자연과 생물에 관심을 갖고 보호하려는 마음을 갖게 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디킨에게는 이번 대회가 첫 출품이었다. 그는 첫 도전에서 전체 대상을 차지했으며 상금 1만 호주달러와 산호해 탐사 크루즈를 부상으로 받았다. 수상작을 포함한 최종 후보 작품 100점은 8월 29일부터 2027년 2월 14일까지 애들레이드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박물관에서 전시된다.
‘신비로운 조우’가 담아낸 것은 불과 몇 초간 이어졌을 자연의 순간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멸종위기에 놓인 해양생물의 존재와 이들이 살아가는 바다의 모습도 함께 기록됐다. 자연사진이 아름다운 장면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쉽게 만나기 어려운 생물의 존재를 알리고 생물다양성과 서식지 보전의 필요성을 환기하는 기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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