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하 천연가스가 지표면으로 스며들며 불길 이어져, 압셰론반도의 지질과 역사·문화가 만나는 자연유산
아제르바이잔 수도 바쿠에서 북쪽으로 약 27㎞ 떨어진 압셰론반도. 이곳의 한 산비탈에서는 특별한 연료를 공급하지 않아도 불길이 계속해서 타오르는 독특한 풍경을 볼 수 있다. 아제르바이잔어로 ‘불타는 산’을 뜻하는 ‘야나르다그(Yanar Dag)’다.
자연과 야생동물 관련 콘텐츠를 소개하는 ‘Nature is Amazing’은 29일 X 계정을 통해 야나르다그의 모습을 소개했다. 게시물은 땅속의 천연가스가 암석의 틈을 따라 지표면으로 스며 나오면서 밤낮으로 불길이 이어지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야나르다그는 카스피해와 맞닿은 압셰론반도의 맘마들리(Mammadli) 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현재 주변 지역은 64.55㏊ 규모의 국가 역사·문화·자연보호구역으로 관리되고 있다.
불길이 이어지는 비밀은 땅속에 있다. 아제르바이잔 공식 자료에 따르면 지하의 천연가스가 암석과 토양의 틈을 따라 지표면으로 올라와 연소하면서 산비탈에 지속적인 불꽃을 만들어낸다. 가스가 계속 공급되기 때문에 비가 내리거나 바람이 불어도 불길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야나르다그가 자리한 압셰론반도는 오래전부터 석유와 천연가스가 풍부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다. 지하의 가스가 자연스럽게 지표면으로 새어 나오면서 곳곳에서 불이 붙는 현상도 나타났다. 과거에는 이와 비슷한 자연 화염을 여러 곳에서 볼 수 있었지만 자원 개발과 지하 가스층의 변화 등을 거치며 상당수가 사라졌고, 야나르다그는 오늘날까지 남아 있는 대표적인 자연 가스 화염으로 꼽힌다.
이러한 자연환경은 아제르바이잔의 역사와 문화에도 영향을 미쳤다. 땅에서 저절로 솟아오르는 불은 오래전 이 지역 사람들에게 신비로운 자연현상으로 받아들여졌으며, 불을 신성하게 여겼던 고대 신앙과 조로아스터교 문화의 흔적과도 함께 이야기된다.
아제르바이잔이 ‘불의 나라(Land of Fire)’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배경에도 이 같은 자연환경이 자리하고 있다. 13세기 베네치아의 여행가 마르코 폴로 역시 이 지역을 지나며 땅에서 자연적으로 솟아오르는 불에 관한 기록을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야나르다그의 불길이 지금 모습 그대로 수백 년 동안 한 번도 꺼지지 않고 이어져 왔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이 지역에서 천연가스가 자연적으로 분출되고 불길이 오랜 세월 관찰돼 왔다는 기록은 있지만, 현재 야나르다그에서 타오르는 불은 1950년대 우연한 계기로 점화됐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한 목동이 버린 담뱃불에서 시작됐다는 설이 대표적이다. 따라서 압셰론반도의 ‘자연의 불’이 지닌 오랜 역사와 현재 야나르다그에서 타오르는 동일한 불꽃의 지속 기간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아제르바이잔 정부는 야나르다그의 자연적·문화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2007년 주변 지역을 국가 역사·문화·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했다. 이후 시설을 정비하고 박물관과 전시 공간 등을 마련해 방문객들이 불길뿐 아니라 압셰론반도의 지질과 에너지 자원, 이 지역에 축적된 역사와 문화까지 함께 살펴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야나르다그의 불꽃은 거대한 화산이나 용암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지하의 천연가스가 천천히 지표면으로 스며들어 만들어낸 자연현상이다.
오랜 세월 사람들에게 경이로운 풍경으로 다가왔던 ‘불타는 산’. 야나르다그는 풍부한 지하자원이 만들어낸 자연현상이 한 지역의 역사와 문화로 이어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아제르바이잔의 독특한 자연유산으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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