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티오피아 다나킬 저지대의 극한 환경, 노란 암석과 초록빛 열수 웅덩이가 빚어낸 이색적인 풍경
- 지하의 열과 광물이 만들어낸 다채로운 색채, 생명의 한계를 보여주는 지구의 특별한 장소
아프리카 동북부 에티오피아에는 지구의 풍경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낯선 색채로 가득한 곳이 있다. 메마른 대지 위로 노란색과 주황색의 광물 퇴적물이 펼쳐지고, 그 사이에는 에메랄드빛과 연두색을 띤 작은 웅덩이들이 자리한다. 곳곳에서 뜨거운 수증기와 가스가 피어오르는 모습은 마치 다른 행성의 표면을 바라보는 듯한 인상을 준다.
에티오피아 북동부 아파르(Afar) 지역에 자리한 '달롤(Dallol)'이다.
에리트레아 국경과 가까운 다나킬 저지대(Danakil Depression)에 위치한 달롤은 지구에서 가장 덥고 척박한 지역 가운데 하나로 알려져 있다. 뜨거운 햇빛과 지하에서 올라오는 열, 높은 염분과 강한 산성의 열수가 어우러져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자연환경을 이루고 있다.
이곳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대지 위에 펼쳐진 다채로운 색이다. 노란색과 주황색, 붉은 갈색의 광물 퇴적물 사이로 초록빛과 푸른빛을 띤 열수 웅덩이가 나타나고, 곳곳에는 소금 결정이 쌓여 하얀 지형을 만든다. 서로 다른 색과 형태가 가까이 어우러져 있어 마치 거대한 추상화가 사막 위에 펼쳐진 듯하다.
하지만 이러한 아름다운 풍경과 달리 달롤은 생명체가 살아가기 매우 어려운 환경이다.
달롤 지역의 연평균 기온은 과거 관측 자료에서 약 34~35℃로 기록됐다.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수준이며, 한낮에는 기온이 40℃를 훌쩍 넘는 날도 나타난다. 비가 적게 내리고 증발이 활발해 땅은 쉽게 메마르며, 열수 활동이 일어나는 지역에서는 뜨거운 물과 가스가 지표면으로 올라온다.
달롤이 자리한 다나킬 저지대는 해수면보다 낮은 곳에 펼쳐진 거대한 함몰 지형이다. 일부 지역은 해수면 아래 100m 이상 내려가 있으며, 넓은 소금 평원과 화산 지형이 함께 분포한다.
이처럼 독특한 지형이 만들어진 것은 이 지역에서 오랜 시간 이어져 온 지각의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
다나킬 저지대는 아프리카 대륙과 아라비아반도 사이에서 지각이 벌어져 온 지역에 속한다. 지각판의 움직임으로 땅이 갈라지고 낮아지는 과정이 이어졌으며, 지하에서는 마그마 활동도 활발하게 일어났다.
지질학에서는 이러한 지역을 '열곡대'라고 부른다. 지각이 양쪽으로 벌어지면서 일부 지표면이 내려앉고, 지하의 마그마와 열이 지표면 가까이 올라오는 곳이다.
달롤의 독특한 풍경 역시 이러한 지질학적 환경 속에서 만들어졌다.
오래전 다나킬 지역에는 바닷물이 유입됐다가 증발하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두꺼운 소금층이 쌓였다. 이후 지하에서 올라오는 열이 지하수와 소금층에 영향을 미치면서 뜨거운 염수가 만들어졌고, 이 물이 지표면으로 솟아오르면서 다양한 광물과 소금 결정이 쌓이기 시작했다.
달롤에서는 이러한 열수 활동으로 만들어진 작은 분출구와 웅덩이, 소금 기둥과 계단식 지형을 볼 수 있다. 뜨거운 염수가 지표면에 도달한 뒤 식거나 증발하면 물속에 녹아 있던 광물이 침전되고,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면서 독특한 형태의 퇴적물이 형성된다.
특히 물과 광물이 만들어내는 선명한 색채는 달롤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달롤의 열수에는 철을 비롯한 여러 광물 성분이 녹아 있다. 이 성분들이 공기와 접촉하거나 화학적으로 변하면서 물과 퇴적물의 색이 달라진다. 철의 산화 상태와 주변의 화학적 조건에 따라 녹색에서 노란색, 주황색과 붉은 갈색에 이르는 다양한 색이 나타난다.
2019년 발표된 지구화학 연구에서는 달롤의 다채로운 색채가 주로 철의 산화와 광물의 침전, 수분의 증발 등 무기적인 화학 반응을 통해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사진 속에서 보이는 아름다운 색은 식물이나 꽃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지하에서 올라온 물과 광물이 서로 반응하면서 나타난 결과인 것이다.
달롤의 풍경은 지금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열수가 솟아오르는 위치와 양이 달라지면 새로운 웅덩이가 생기거나 기존의 웅덩이가 마르기도 한다. 물이 증발한 자리에는 소금과 광물이 남아 작은 언덕이나 기둥을 이루고, 시간이 지나면서 그 형태도 달라진다.
이 때문에 달롤의 모습은 촬영 시기와 장소에 따라 차이가 있다. 한때 선명한 초록빛을 띠던 웅덩이가 다른 색으로 변하거나 사라질 수 있으며, 새로운 열수 활동으로 이전에는 없던 지형이 나타나기도 한다.
달롤이 과학자들의 관심을 끄는 이유는 독특한 지질 환경뿐만이 아니다. 이곳은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의 한계를 연구하는 중요한 장소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물은 생명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본 조건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달롤의 일부 열수 웅덩이는 물이 존재하더라도 생명체가 살아가기 어려운 극단적인 화학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열수의 온도가 높을 뿐 아니라 염분 농도도 높고, 산성도 역시 극단적인 수준에 이른다. 일부 열수에서는 산성도를 나타내는 pH가 0에 가깝거나 그보다 낮은 값으로 측정되기도 했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일반적인 동식물은 물론 많은 미생물도 살아가기 어렵다.
2019년 국제학술지 '네이처 생태학 및 진화(Nature Ecology & Evolution)'에 발표된 연구에서는 달롤의 일부 초고산성·고염분 열수 웅덩이에서 생명체의 존재를 확인하지 못했다고 보고했다. 연구진은 액체 상태의 물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것은 아니며, 염분과 산성도, 물의 이용 가능성 등이 함께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다만 달롤 일대의 모든 환경에서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주변의 다른 염수 환경에서는 극한 조건에 적응한 미생물들이 확인됐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달롤 열수 환경에서도 미생물의 존재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달롤이 생명의 존재 여부를 단순하게 판단하기 어려운 복잡한 환경임을 보여준다.
달롤이 화성과 같은 다른 행성의 환경을 연구하는 데 주목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화성에서는 과거 물이 존재했던 흔적과 다양한 광물 퇴적물이 발견됐다. 과학자들은 지구의 극한 환경을 연구하면서 물과 광물이 존재하는 장소에서 생명체가 살아갈 수 있는 조건이 무엇인지 살펴보고 있다.
달롤의 강한 산성 열수와 높은 염분, 화산 활동과 관련된 광물 퇴적물은 이러한 연구에 중요한 비교 대상이 된다. 특히 생명체가 만들어낸 흔적과 생명 활동 없이 형성된 광물 구조를 구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달롤은 지구의 자연환경을 이해하는 장소이면서, 다른 행성에서 생명의 흔적을 찾기 위한 연구에도 의미를 지니는 곳이다.
한편 달롤이 자리한 다나킬 지역에는 오래전부터 이곳의 자연환경에 적응하며 살아온 사람들의 역사도 있다.
에티오피아 북동부의 아파르족(Afar)은 오랜 세월 이 지역에서 목축과 교역 등을 이어왔다. 특히 다나킬 저지대의 넓은 소금 평원은 중요한 자원으로 이용돼 왔다.
소금은 과거 이 지역에서 교역품으로 큰 가치를 지녔다. 사람들은 소금 평원에서 소금을 채취해 일정한 크기로 잘라 운반했고, 낙타를 이용한 소금 운송은 오랫동안 지역의 생활과 경제를 이루는 중요한 활동 가운데 하나였다.
뜨겁고 건조한 자연환경은 생활하기에 어려운 조건이지만, 사람들은 그 안에서 이용할 수 있는 자원을 찾고 자신들만의 생활방식을 이어왔다.
다만 달롤의 열수 지대는 아름다운 풍경과 달리 접근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곳이다.
지표면에는 뜨거운 물과 강한 산성의 액체가 존재할 수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유해한 가스가 방출된다. 겉으로는 단단해 보이는 소금층 아래에 뜨거운 액체가 있을 가능성도 있어 무분별한 접근은 위험하다.
또한 극심한 더위와 부족한 그늘, 제한적인 식수 환경은 방문객들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현지의 안전 상황과 접근 가능 여부도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이 지역을 방문할 때는 관련 당국의 최신 안내를 확인해야 한다.
달롤의 아름다움은 우리가 익숙하게 떠올리는 자연의 모습과는 다르다.
초록빛 숲이나 맑은 호수처럼 생명력이 풍부하게 느껴지는 풍경이 아니라, 뜨거운 열과 소금, 광물이 만들어낸 색채가 대지를 채우고 있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웅덩이의 물은 강한 산성을 띠고, 화려한 암석과 소금 결정 사이에는 생명체가 살아가기 어려운 환경이 펼쳐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특징은 달롤을 더욱 특별한 장소로 만든다.
지구는 온화한 기후와 풍요로운 생태계만으로 이루어진 행성이 아니다. 뜨거운 화산 지대와 얼어붙은 극지방, 메마른 사막과 깊은 바다처럼 서로 다른 환경들이 함께 존재하며, 그 안에서 다양한 자연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달롤은 그 가운데서도 지구 내부의 열과 광물이 얼마나 독특한 풍경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 보여주는 곳이다.
에티오피아의 다나킬 저지대에는 오늘도 뜨거운 열과 소금, 광물이 어우러진 대지가 펼쳐져 있다. 지하에서 올라온 물이 증발한 자리에는 새로운 결정이 남고, 광물의 화학적 변화에 따라 땅과 웅덩이의 색도 조금씩 달라진다.
낯선 행성을 닮은 달롤의 풍경은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에도 아직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 많다는 사실을 일깨운다. 생명이 살아가기 어려울 만큼 극한의 환경 속에서도 자연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독특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만들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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