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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보호에 1달러 쓸 때 파괴에는 30달러…UNEP, 생태계 복원 투자 확대 촉구

  • 김지원 기자
  • 입력 2026.10.31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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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엔환경계획, 31일 자연 훼손과 복원 투자 불균형 경고, 2030년까지 복원 재원 4배 이상 확대 필요
  • 149개국 2억5,200만 헥타르 복원 진행 중, 담수·해양 생태계 복원 부진과 민간 투자 부족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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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환경계획(UNEP)이 31일 공식 X 계정을 통해 공개한 생태계 복원 관련 이미지. UNEP는 자연을 보호하는 데 1달러가 투자될 때 자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제활동에는 약 30달러가 투입되고 있다며, 2030년까지 연간 생태계 복원 재원을 현재보다 4배 이상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UNEP 공식 X]

 

세계 각국이 훼손된 자연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자연을 보호하는 데 쓰이는 자금보다 훼손을 유발하는 경제활동에 투입되는 자금이 훨씬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생태계 복원사업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서도 이를 뒷받침할 투자와 제도적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31일 공식 X 계정을 통해 “자연을 보호하고 복원하는 데 1달러를 투자할 때마다 세계는 자연을 파괴하는 데 30달러를 지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제사회가 생태계 복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복원 재원을 현재보다 4배 이상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메시지는 UNEP가 지난 29일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생물다양성협약(CBD) 사무국과 공동 발표한 보고서 『자연의 귀환: 인간과 지구를 위한 생태계 복원 확대(Nature’s Comeback – Scaling Ecosystem Restoration for People and Planet)』의 주요 내용을 알리기 위한 것이다.


보고서는 유엔 생태계 복원 10년(2021~2030년)의 중간 시점에서 세계 각국의 복원 성과를 종합적으로 평가했다. 육상뿐 아니라 담수, 해양·연안 생태계까지 포함해 복원 진행 상황과 투자 부족 문제를 분석한 첫 포괄적인 국제 평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49개국에서 생태계 복원 진행…2억5,200만 헥타르 규모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149개국에서 약 2억5,200만 헥타르의 생태계 복원이 진행되고 있다. 카자흐스탄 국토 면적에 맞먹는 규모로, 지금까지 국제적으로 집계된 생태계 복원 활동 가운데 가장 넓은 면적이다.


이 가운데 육상 생태계가 약 2억3,200만 헥타르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담수 생태계는 약 1,100만 헥타르, 해양·연안 생태계는 약 570만 헥타르였으며, 나머지 약 320만 헥타르는 생태계 유형이 별도로 분류되지 않았다.


지역별로는 아시아에서 약 1억9,220만 헥타르의 복원 활동이 진행돼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아프리카는 약 3,630만 헥타르, 유럽은 약 910만 헥타르로 집계됐다.


다만 복원사업이 진행 중인 면적이 모두 생태적으로 회복된 지역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훼손된 숲이나 습지에 식생이 다시 자리 잡고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기능이 회복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UNEP는 복원 활동의 면적을 늘리는 것과 함께 실제 생태계의 건강성이 얼마나 개선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복원 활동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유엔이 우수 복원 사례로 선정한 35개 '세계 생태계 복원 대표사업(World Restoration Flagships)'에서는 11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창출됐으며, 120만 명 이상이 관련 교육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UNEP는 생태계 복원 투자가 충분히 확대될 경우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최대 3,200만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육상 복원은 진전…강·습지·해양 복원은 여전히 부족


세계 각국의 복원 활동이 확대되고 있지만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국제 목표와는 여전히 상당한 격차가 있다.


2022년 채택된 '쿤밍-몬트리올 글로벌 생물다양성 프레임워크'는 2030년까지 훼손된 육상·담수·해양·연안 생태계의 최소 30%가 효과적인 복원 아래 놓이도록 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번 보고서는 해당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복원이 필요한 면적을 약 7억3,800만 헥타르로 추산했다. 현재 복원이 진행 중인 면적은 이 기준의 약 34%에 해당한다. 앞으로 복원 활동의 규모를 약 3배 확대해야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생태계 유형별 격차도 뚜렷했다. 육상 생태계는 복원 목표 면적의 약 49%에서 활동이 진행되고 있지만, 담수 생태계는 4.5%에 그쳤다. 해양·연안 생태계 역시 약 23%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강과 호수, 습지 등 담수 생태계는 훼손 속도가 빠른 데 비해 복원사업의 진전이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해양과 연안에서도 산호초와 해초지, 맹그로브숲 등 주요 생태계의 복원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다만 UNEP는 일부 국가의 복원 활동이 국제 통계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현재 수치는 확인된 복원 활동의 규모이며, 실제 진행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국가별 보고와 모니터링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자연 보호보다 훼손에 30배 많은 자금…금융 흐름 전환 필요


생태계 복원을 가로막는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는 투자 부족이다.


UNEP가 올해 1월 발표한 『자연을 위한 금융 현황 2026(State of Finance for Nature 2026)』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에서 자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경제활동으로 흘러간 자금은 약 7조3,000억 달러에 달했다.


반면 산림과 습지 복원, 지속가능한 토지 관리 등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s)에 투입된 자금은 약 2,200억 달러에 그쳤다.


자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금융 흐름에는 화석연료와 농업 등에 대한 환경 유해 보조금, 자연 훼손 위험이 높은 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 등이 포함된다. 이들 자금은 자연을 직접 파괴하는 비용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 훼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제활동에 투입된 자금을 의미한다.


UNEP가 31일 X에서 강조한 '1달러 대 30달러'는 이러한 금융 흐름의 불균형을 보여주는 수치다. 자연을 보전하고 회복시키는 경제활동보다 훼손 위험을 키우는 경제활동에 훨씬 많은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UNEP는 정부의 보조금 정책과 민간 금융기관의 투자 방향을 함께 바꾸지 않는다면 자연 보호를 위한 재원만 늘리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잉거 안데르센(Inger Andersen) UNEP 사무총장은 지난 1월 보고서 발표 당시 자금의 흐름을 살펴보면 자연이 직면한 문제의 규모를 알 수 있다며, 자연을 훼손하는 경제활동에서 회복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금융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30년까지 연간 복원 투자 2,960억 달러 필요


이번에 발표된 『자연의 귀환』 보고서는 생태계 복원 자체에 필요한 재원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제적으로 확인된 연간 생태계 복원 투자액은 약 640억 달러였다. 그러나 2030년 복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를 연간 약 2,960억 달러로 확대해야 한다.


현재보다 4.6배가량 많은 자금이 필요한 셈이다.


분야별로는 농업과 산림을 결합하는 혼농임업에 연간 약 870억 달러, 훼손된 산림의 복원에 약 520억 달러, 이탄지 복원에 약 440억 달러, 해초지 복원에 약 280억 달러가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단순히 나무를 심는 사업을 늘리는 차원을 넘어 농업과 산림, 수자원, 해양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생태계의 회복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특히 생태계 복원은 초기 비용이 발생하는 반면 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특성이 있다. 훼손된 습지가 회복되면 홍수 피해를 줄이고 수질을 개선할 수 있으며, 건강한 산림은 탄소를 흡수하고 생물의 서식지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가 경제적 가치로 충분히 평가되지 않으면 민간 투자를 유치하기 어렵다.


UNEP는 개별 복원사업에 단기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자연의 회복이 장기적인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복원 경제(restoration economies)'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자연을 복원하면서 동시에 파괴할 수는 없어”


국제사회는 2021년부터 2030년까지를 '유엔 생태계 복원 10년'으로 지정하고 훼손된 자연을 되살리기 위한 국제적 노력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이러한 노력의 중간 성과를 점검한 것으로, 생태계 복원이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변화와 함께 목표 달성을 위한 속도와 투자 규모가 여전히 부족하다는 현실을 보여준다.


잉거 안데르센 UNEP 사무총장은 29일 보고서 발표에서 현재 인류가 역사상 가장 큰 자연 복원 운동 가운데 하나가 형성되는 과정을 목격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복원 활동의 규모와 속도는 여전히 필요한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개별적인 성공 사례를 사회·경제 전반의 변화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스트리드 쇼마커(Astrid Schomaker) 생물다양성협약 사무국장도 자연을 한편에서 복원하면서 다른 한편에서 파괴하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각국 정부가 생태계 훼손의 근본 원인을 줄이는 동시에 복원 성과가 지속될 수 있도록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번 분석은 기업과 금융기관에도 시사점을 던진다. 자연 훼손과 관련된 산업 활동의 위험을 평가하고, 산림과 수자원, 토지 이용 과정에서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는 방향으로 투자와 사업 운영을 전환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UNEP는 생태계 복원이 기후변화 대응과 생물다양성 보전뿐 아니라 식량과 물의 안정적인 공급, 지역사회의 생계와 일자리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세계 각국이 자연을 되살리기 위한 노력을 확대하고 있지만, 복원에 필요한 재원과 실제 경제활동에 투입되는 자금 사이의 불균형은 여전히 크다. 자연을 훼손한 뒤 복구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훼손을 예방하고 복원에 대한 투자를 지속할 수 있는 경제구조를 마련하는 것이 앞으로의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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