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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으로 뇌 신경세포 조절한다…노벨 생리의학상 수상 연구, 뇌 질환 치료 가능성 주목

  • 윤재은 기자
  • 입력 2026.10.27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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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벨상 공식 계정, 27일 광유전학 연구 성과 소개, 기억·감정·행동 조절하는 신경회로 규명
  •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 활용해 신경세포 활성 제어, 시각장애 치료 등 의료 분야 응용 연구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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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벨위원회는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칼 다이서로스(Karl Deisseroth), 페터 헤게만(Peter Hegemann), 게오르크 나겔(Georg Nagel)의 연구를 소개하며 광유전학이 뇌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데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설명하고 있다. [사진=노벨상 x]

 

인간의 뇌는 어떻게 감정을 만들어내고, 기억을 저장하며, 행동을 조절할까. 오랫동안 과학자들이 풀고자 했던 이 질문에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한 연구가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 성과로 주목받고 있다. 빛을 이용해 특정 신경세포의 활동을 조절하는 '광유전학(Optogenetics)' 기술이다.


노벨상 공식 X 계정은 27일(한국시간)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칼 다이서로스(Karl Deisseroth), 페터 헤게만(Peter Hegemann), 게오르크 나겔(Georg Nagel)의 연구를 소개하며 광유전학이 뇌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는 데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설명했다.


노벨상 측은 인간의 뇌가 감정과 행동, 신체 기능을 어떻게 조절하는지는 오랫동안 수수께끼로 남아 있었다며, 세 연구자가 발전시킨 광유전학을 통해 살아 있는 뇌에서 개별 신경세포의 활동을 켜거나 끌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 노벨위원회는 앞서 지난 5일 빛으로 열리고 닫히는 이온통로와 광유전학에 관한 발견을 인정해 이들 세 명을 2026년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


광유전학은 유전학과 빛을 이용한 세포 조절 기술을 결합한 연구 방법이다. 특정 신경세포에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을 발현하도록 한 뒤 빛을 비춰 세포의 활동을 조절한다. 이를 통해 연구자들은 어떤 신경세포와 신경회로가 특정 행동이나 감정에 관여하는지 보다 정밀하게 확인할 수 있다.


기존에도 과학자들은 뇌의 특정 영역이 기억이나 감정, 움직임과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어떤 신경세포의 활동이 실제로 특정 행동을 일으키는지 확인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광유전학은 신경세포의 활동을 직접 변화시키고 그 결과를 관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뇌 연구의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이 기술의 출발점은 뜻밖에도 물속에 사는 단세포 녹조류였다.


페터 헤게만과 게오르크 나겔은 빛을 향해 움직이는 녹조류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인 '채널로돕신(Channelrhodopsin)'의 특성을 밝혀냈다. 이 단백질은 특정 파장의 빛을 받으면 세포막에 있는 통로를 열어 전하를 띤 이온이 이동하도록 한다. 이러한 원리를 이용하면 세포의 전기적 활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


이후 칼 다이서로스와 연구진은 채널로돕신을 신경세포에 적용해 빛으로 신경세포의 활동을 조절하는 방법을 발전시켰다. 2005년에는 배양된 포유류 신경세포에서 빛을 이용해 신경 신호를 유도할 수 있음을 보여줬고, 이후 살아 있는 동물의 뇌에서도 이 기술을 활용하는 연구가 이어졌다.


이러한 발견은 뇌의 구조를 관찰하는 수준을 넘어 특정 신경회로가 실제로 어떤 기능을 하는지 실험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광유전학이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신경계 질환과 정신질환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광유전학을 이용해 기억과 감정, 행동에 관여하는 신경회로를 분석하고 있다. 우울증과 조현병,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등 다양한 질환과 관련된 뇌 기능을 이해하는 연구에도 활용되고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신경회로의 활동을 조절했을 때 동물의 행동이나 반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살펴보면 질환과 관련된 신경회로의 역할을 보다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는 질병의 원인을 이해하고 새로운 치료 표적을 찾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시각장애 치료 분야에서도 광유전학을 활용하려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빛을 감지하는 망막세포의 기능이 손상된 환자에게 광유전학 기술을 적용해 남아 있는 세포가 빛에 반응하도록 만드는 방식이다.


실제로 일부 망막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 연구에서는 광유전학을 활용해 제한적인 시각 기능을 회복할 가능성이 확인됐다. 다만 이러한 치료법은 아직 연구와 임상시험 단계에 있으며, 일반적인 시각장애 치료법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은 광유전학이 뇌뿐 아니라 심장·호흡 및 위장관 기능을 조절하는 신경계 연구에도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인한 시력 저하, 뇌전증 발작, 척수 손상과 관련된 신경 기능 장애 등 다양한 질환에 대한 치료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과학학술지 네이처(Nature) 역시 광유전학이 뇌 연구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꿨다고 평가했다. 과거에는 특정 뇌 영역의 활동과 행동 사이의 연관성을 관찰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신경세포의 활동을 정밀하게 조절해 그 기능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노벨 생리의학상 위원장인 페르 스벤닝손(Per Svenningsson)은 광유전학이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방식으로 뇌의 기능을 파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가했다.


이번 연구의 의미는 뇌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인간의 감정과 기억, 행동이 어떤 신경회로를 통해 형성되는지 밝히는 일은 신경계 질환과 정신질환의 원인을 이해하고 보다 정밀한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필요한 기초가 된다.


다만 동물실험에서 확인된 연구 성과가 곧바로 사람에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정 신경세포에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을 발현시키는 과정과 뇌 또는 신체 조직에 빛을 전달하는 방법, 장기적인 안전성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그럼에도 광유전학은 인간의 뇌를 이해하는 방법에 중요한 변화를 가져왔다. 빛에 반응하는 녹조류의 단백질에서 출발한 연구가 기억과 감정의 신경학적 원리를 밝히고 새로운 의료기술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데까지 이어진 것이다.


노벨상 공식 계정이 이번 연구를 다시 소개한 것도 이러한 과학적 의미를 알리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이해하려는 오랜 질문에 광유전학은 새로운 연구 도구를 제공했으며, 앞으로 이 기술이 실제 환자의 치료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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