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시카고 밀레니엄 파크의 상징적 조각 작품인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의 Cloud Gate(일명 ‘더 빈’) 앞에서 미국 국경경비대(Border Patrol) 요원들이 단체 사진을 촬영한 사건이 논란을 불러왔다.
사건 당시 요원들은 녹색 군복을 입고 대형 화기를 지닌 채 작품 앞에 모였으며, 일부는 “리틀 빌리지(Little Village)”라는 구호를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은 시카고의 멕시코계 커뮤니티가 밀집한 곳으로 과거에도 이민 단속의 주요 대상이 된 바 있다. 국토안보부(DHS)는 이번 행사를 치안 활동을 기념하고 지역사회와의 유대를 강조하는 ‘축하 행사’라고 설명했지만 현지 시민들과 예술계에서는 우려와 반발이 이어졌다.
카푸어는 사건을 접한 뒤 강력히 반발하며, 이 사진을 “자축용 포토 오프”이자 이민자들에게 위협을 가하는 모습으로 규정했다. 그는 요원들을 과거 나치 SS부대에 비유하며, 이번 사건을 “파시스트 미국(fascist America)”의 상징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또한 클라우드 게이트(Cloud Gate)가 상징하는 공동체적 의미와 다양성을 강조하며 자신의 작품이 권력 과시의 배경으로 활용된 것에 깊은 실망을 표했다. 법적 대응 가능성도 시사하면서 변호사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지역 시민단체인 공원의 친구들(Friends of the Parks) 역시 공공장소에서 위협감을 조성한 이번 사진 촬영을 비판하며 유사한 사건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시 당국에 조치를 요구했다. 시카고 시장과 일리노이 주지사도 이번 사안을 규탄하며 사진 촬영이 특정 커뮤니티를 겨냥한 정치적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음을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공공미술의 정치적 상징성과 저작권, 공권력의 표현 사이에서 복잡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클라우드 게이트(Cloud Gate)는 단순한 관광 명소를 넘어 공동체와 다양성, 통합을 상징하는 작품이지만, 이번 사진 촬영으로 권력 과시와 정치적 선전의 장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카푸어가 실제로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이는 공공예술이 공권력과 교차하는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중요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 시민사회와 당국 간의 책임 공방 그리고 공공미술의 사회적 의미를 둘러싼 논의는 향후 더욱 활발히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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