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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은 칼럼] 공대에 미친 중국, 의대에 미친 한국...한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 윤재은 기자
  • 입력 2025.07.28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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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의대에 올인하는 대한민국, 공대 외면과 과학기술 기반 붕괴로 세계 경쟁력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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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S 인재전쟁 특집, 공대에 미친 중국, 의대에 미친 한국 [그래픽=ESG코리아뉴스]

 

7월 27일 저녁 KBS에서 방영된 특집 다큐멘터리 "공대에 미친 중국, 의대에 미친 한국"은 우리 사회가 오랜 시간 외면해온 문제를 정면으로 들춰냈다. 한때 세계가 주목한 기술 강국 대한민국은 과연 지금도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성장하고 있는가? 혹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기술 기반은 흔들리고 진로와 직업의 의미는 왜곡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방송은 한국의 우수 인재들이 대거 의대로 몰리는 현실과 이에 반해 중국은 공학 인재를 체계적으로 양성하며 미래 기술 패권을 준비하는 상황을 강하게 대비시켰다. 


산업화 시기 한국은 공대생과 과학자들의 노력을 통해 조선, 전자, 반도체, 자동차 등 주력 산업을 세계 정상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지금은 이공계 기피 현상이 심화되면서 공학과 과학의 경쟁력이 점점 약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통계를 보면, 한국의 R&D 투자 규모는 결코 작지 않다. 2022년 기준으로 한국은 GDP 대비 R&D 지출이 5.21%에 달해 OECD 국가 중 이스라엘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구조적 불균형이 뚜렷하다. 예산은 존재하지만, 그 집행 방식과 방향성이 문제인 것이다. 2024년 윤석열 정부는 R&D 예산을 전년 대비 약 16% 줄였고, 이는 기초과학과 중소기업 연구 과제에 직격탄이 되었다. 2,800건이 넘는 과제가 조정되거나 중단되었고, 젊은 연구자들은 미래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


연구 환경이 흔들리면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것은 진로 선택이다. 한국의 고등학생, 특히 최상위권 학생들은 안정적인 직업으로서 의사를 선호하며 의대 진학에 몰두하고 있다. 실제로 서울대 자연계열 수시 합격자의 상당수가 최종적으로 의대를 선택하며 이공계는 ‘경유지’로 전락한 지 오래다. 한편, 이공계 대학의 공학 전공은 정원 미달이나 하락 현상을 겪고 있다. 이러한 진로 왜곡 현상은 단지 개인의 문제를 넘어 국가의 기술 경쟁력에 직결되는 구조적 위협이다.


반면 중국은 완전히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중국은 국가 주도로 과학기술 영재를 발굴하고, 공학 중심 교육체계를 구축해왔다. ‘중국과학원’을 비롯한 국립 연구기관은 젊은 과학자들에게 파격적인 연구 자율성과 자원을 제공하며, 수십만 명의 이공계 인재들이 이 시스템을 통해 양성되고 있다. 중국의 대학들은 물리, 수학, 정보과학에서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으며 AI, 반도체, 양자 기술, 로봇공학 등의 분야에서 글로벌 선도 기업을 배출하고 있다.


중국의 인재 양성 방식은 단순히 교육 제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중국은 전 세계 우수 인재를 자국으로 끌어오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으며 ‘해외 귀환 과학자’ 프로그램을 통해 다수의 중국계 과학자들이 미국, 유럽에서 귀국해 중국의 기술 굴기를 견인하고 있다.


다른 선진국들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스탠퍼드, MIT, UC 버클리 등 대학을 중심으로 산·학·연 협력 생태계를 구축해 지속적으로 기술 창업과 혁신을 이끌고 있다. 독일은 프라운호퍼 연구소 체계를 통해 기초연구와 산업현장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있다. 일본은 2023년부터 10조 엔 규모의 대학기금 운용을 통해 연구 자율성을 높이는 개혁을 추진 중이다.


이와 같은 국제 사례와 비교할 때,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교육열과 연구 인프라를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연구자의 자율성과 지속가능성, 진로 선택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심각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다시 기술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첫째, 교육과 진로 체계를 전면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의대 진학이 ‘성공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현재의 문화는 교육적·사회적 실패이다. 초중등 교육부터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흥미와 동기를 유도하고, 고등학교 단계에서는 과학·공학 진로에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국가 차원의 과학영재 발굴 프로그램, 고교-대학-기업을 연결하는 체험형 교육 과정도 필요하다.


둘째, R&D 정책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정부 예산은 일관된 전략과 꾸준한 투자가 우선되어야 하며, 특히 기초과학과 청년 과학자에 대한 지원은 단기성과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 연구 성과는 때로 실패를 포함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성과를 보는 문화와 제도가 필요하다.


셋째, 산·학·연의 협력을 강화해 기술 생태계를 재정비해야 한다. 

대학이 단순한 학문 공간이 아니라 기업과 공동으로 연구하고 창업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기능해야 하며 정부는 이를 위한 제도적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처럼 연구와 창업이 선순환되는 구조가 정착되어야 한다.


넷째, 사회 전반의 인식 대전환이 필요하다. 

과학기술자는 단지 기술을 연구하는 사람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를 설계하는 리더다. 과학자와 공학자에 대한 존중과 그들의 노력이 어떻게 우리 일상을 바꾸는지를 사회적으로 조명할 필요가 있다. 언론, 교육기관, 정부는 함께 과학기술의 가치를 국민에게 전달해야 한다.


섯째, 해외로 빠져나간 인재들을 다시 불러오고, 국내에 머물고 있는 연구자들이 안정된 환경에서 자신의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제도와 문화를 정비해야 한다. 

귀국 과학자에 대한 세제 혜택, 연구 인프라 제공, 가족 정착 지원 등 종합적인 유턴 프로그램이 절실하다.


산업화 시대의 한국은 ‘공대에 미친 나라’였다. 그 열정과 집중은 한국을 단기간에 선진국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의대에 미친 사회’가 되어 과거의 성공을 되돌아보지 못하고 있다. 의사라는 직업 자체는 매우 가치있고 필요하지만 한 방향만이 성공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다양성과 기술 중심의 경쟁력이 바로 21세기 대한민국의 생존 전략이 되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다시 한 번 기술로 국가의 미래를 설계할 때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과학자와 공학자가 있어야 한다. 우리가 다시 ‘공대에 미친 대한민국’이 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학기술은 국가의 마지막 자존심이자 미래에 대한 유일한 해답이다.

윤재은 / Jaeeun Yoon

예술, 문학, 철학적 사유를 통해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공간철학자이자 건축가이다. 현재 다가올 미래도시와 기후위기를 고려한 ESG에 대해 연구 하고 있다.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공간디자인학과, 테크노전문대학원 공간문화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 학사, 미국 뉴욕 프랫대학 인테리어디자인 석사,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사단법인 한국ESG위원회 이사장, 한국토지주택공사 LH 이사회 의장, LH ESG 소위원회 위원장, 2022년 대한민국 ESG소통 운영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미국의 UC버클리대학 뉴미디어 센터에서 1년간 방문학자로 있었다. 저자는 ‘해체주의 건축의 공간철학적 의미체계’ 박사 논문을 통해 공간철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적 영역을 개척하였다. ‘공간철학’이란 반성을 통해 지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직관을 통해 무형의 공간과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다. 주요 저서로는 장편소설 ‘비트의 안개나라’, 시집 ‘건축은 나무다’, ‘건축은 선이다’, 건축 전문서적 ’Archiroad 1(Hyun), Archiroad 2(Sun), Archiroad 3(Hee)‘, 철학 인문 서적 ‘철학의 위로’, 미래도시 연구 시그널코리아 2024(공저), 시그널코리아 2025(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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