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격표 미게시·표시가격 초과 징수 처분 강화, 1차 위반부터 영업정지 5일
- 기존 시정명령에서 제재 수위 높여, 2차 10일·3차 20일로 확대
- 오유경 식약처장 “가격을 지키는 것은 소비자와의 기본적인 약속”
여행지에서 음식을 주문하기 전 메뉴판에 적힌 가격을 확인했는데 계산할 때 더 많은 금액을 요구받는다면 여행의 즐거움은 금세 불쾌한 기억으로 바뀔 수 있다. 아예 가격표를 제대로 게시하지 않아 얼마를 내야 하는지 알기 어려운 경우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이 같은 음식점의 이른바 ‘바가지요금’을 막기 위해 행정처분을 강화했다. 앞으로 음식점이 가격표를 게시하지 않거나 표시한 가격보다 더 많은 금액을 받으면 처음 적발됐을 때부터 영업정지 처분을 받는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3일 오후 8시 7분 자신의 X 계정에 ‘K-관광에 걸림돌인 음식점 바가지, 처분을 강화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달라진 제도를 소개했다.
오 처장은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여행의 즐거움을 반감하는 음식점 바가지”라며 “식약처가 행정처분의 수위를 높인다”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1일 개정·공포한 ‘식품위생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음식점 등 식품접객업소가 가격표를 게시하지 않거나 가격표에 표시한 금액을 초과해 요금을 받았을 때 적용되는 행정처분이 이전보다 무거워진다.
가장 큰 변화는 첫 적발 때부터 영업정지가 가능해졌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가격표를 게시하지 않거나 표시된 가격보다 높은 금액을 받은 사실이 처음 확인되면 시정명령을 내렸다. 같은 위반이 반복될 경우 2차에는 영업정지 7일, 3차에는 영업정지 15일 처분이 내려졌다.
개정된 기준에서는 1차 위반부터 영업정지 5일이 적용된다. 이후 같은 위반이 다시 발생하면 2차 영업정지 10일, 3차 영업정지 20일로 처분 기간이 늘어난다.
가격표는 소비자가 음식점을 선택하고 메뉴를 주문하기 전에 얼마를 지불해야 하는지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가장 기본적인 정보다. 이번 제도 강화는 가격을 명확하게 알리고 실제 계산할 때도 그 가격을 지키도록 해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히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에게 음식점의 가격은 관광지에 대한 인상을 결정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일부 관광지나 지역축제 등에서 반복적으로 제기돼 온 바가지요금 문제가 특정 음식점의 문제를 넘어 한국 관광에 대한 신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오 처장은 “가격표를 게시하고 표시한 가격을 지키는 것은 소비자와의 기본적인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바가지요금으로 국내외 소비자에게 피해가 없도록, K-관광이 바가지의 불편한 기억으로 얼룩지지 않도록 지방정부와 함께 현장을 꼼꼼하게 살피겠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은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는 한편 식품영업자에게 불필요했던 행정 절차는 덜어내는 방향도 함께 담았다.
그동안 식품접객업자가 영업 변경신고를 할 때 영업허가증이나 영업신고증 등의 원본을 제출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이 같은 의무가 사라진다. 영업허가증·신고증 등을 영업소 내부에 보관해야 했던 의무도 폐지됐다.
식품안심업소에 대한 행정처분 감면 기준과 유통전문판매업의 행정처분 기준을 정비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수산물 관련 생산자단체에 적용되는 시설기준 특례를 확대하고 즉석판매제조·가공업에서 덜어서 판매할 수 있는 식품의 범위를 넓히는 등 현장의 규제를 개선하는 조치도 함께 마련됐다.
결국 이번 제도 개편의 방향은 비교적 분명하다. 영업 과정에서 불필요한 행정 부담은 줄이되 소비자가 직접 피해를 볼 수 있는 가격표시와 요금 문제에 대해서는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음식 한 끼의 가격은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여행지에서 경험한 부당한 요금은 그 지역에 대한 인상으로 오래 남을 수 있다. 식약처가 가격표시 위반에 대한 처분을 강화한 만큼 실제 관광지와 음식점 현장에서 가격표시와 결제금액 준수가 얼마나 정착되는지가 앞으로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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