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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의 예술 세계, 한국과 브라질을 잇다…‘하늘의 잔물결을 따라’ 개막

  • 유연정 기자
  • 입력 2026.11.04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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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자동차 후원으로 백남준아트센터·상파울루 피나코테카 미술관 공동 기획
  • 백남준 20주기 맞아 4개국 기반 작가 4인 참여, 예술과 기술, 언어와 문화의 경계 탐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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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 트랜스로컬 시리즈: 하늘의 잔물결을 따라’ 전시 전경 [사진=홍철기, 백남준아트센터]

 

한국과 브라질의 미술관이 공동 기획한 국제 현대미술 전시가 한국과 브라질에서 잇따라 열린다. 세계적인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의 예술적 실험을 바탕으로 서로 다른 지역과 문화가 연결되는 방식을 탐구하는 전시다.


현대자동차는 ‘현대 트랜스로컬 시리즈’의 세 번째 전시인 ‘하늘의 잔물결을 따라(Hyundai Translocal Series: Via Satellite)’가 11월 5일부터 2027년 3월 28일까지 경기도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린다고 4일 밝혔다. 브라질 상파울루 피나코테카 미술관에서는 11월 28일부터 2027년 4월 18일까지 전시가 이어진다.


이번 전시는 백남준아트센터와 상파울루 피나코테카 미술관이 공동 기획했다. 양 기관은 지난해부터 서로의 도시를 방문해 지역의 역사와 문화, 언어, 이주의 경험 등을 조사하고 공동 연구를 진행해 왔다.


전시의 핵심 주제는 ‘초지역성(translocality)’이다. 초지역성은 서로 다른 지역이 고유한 문화적 특성을 유지하면서도 사람과 정보, 예술적 교류를 통해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백남준이 위성방송과 영상기술을 활용해 국가와 공간의 경계를 넘어선 소통을 실험했다면,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언어와 소리, 자연현상, 신체적 경험 등을 매개로 오늘날의 연결과 소통을 재해석한다.


한국 전시는 ‘달, 메아리, 모기, 그리고 밈(Moon, Echo, Mosquitoes, and Memes)’을 부제로 열린다. 참여 작가는 김 크리스틴 선(Christine Sun Kim), 비아히츠(biarritzzz), 제인 진 카이젠(Jane Jin Kaisen), 비비안 카쿠리(Vivian Caccuri) 등 4명이다.


김 크리스틴 선은 대형 벽화 작품 ‘마음 땅 덩어리’(2026)와 ‘땅 마음’(2026)을 한국과 브라질에서 각각 선보인다. 검은 덩어리로 표현된 두 개의 ‘마음’이 맞닿는 모습을 통해 서로 다른 존재가 만날 때 발생하는 긴장과 접촉의 의미를 탐구한다.


브라질 작가 비아히츠는 ‘삼바의 세 가지 기원: 뛰어오름, 목욕, 기도’(2026)를 통해 브라질의 대표적인 문화적 표현인 삼바의 역사와 언어적 기원을 살펴본다. 모잠비크 출신 무용가 쑴베 무순자(Tsumbe Mussundza)와 협업해 음악과 춤에 담긴 문화적 이동의 흔적을 추적한다.


또 다른 작품 ‘언어는 백신이다’(2026)에서는 언어가 사회적 현실을 형성하고 변화시키는 힘에 주목한다.


제주 출신으로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활동하는 제인 진 카이젠은 자연현상을 통해 지역 간 연결을 조명한다.


코펜하겐 룬데타른 천문대에서 촬영한 ‘옛 달, 새 달’(2026)과 제주 앞바다의 화산암 군도와 해류를 항공 영상으로 담아낸 ‘해류’(2026)를 마주 보도록 배치했다. 서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도 달과 바다, 조수와 해류라는 자연의 움직임을 공유한다는 점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비비안 카쿠리는 사운드 설치 작품 ‘클렙시드라’(2026)를 선보인다. 붉은 콘크리트 스피커와 케이블로 구성된 설치물에서 사람의 정맥을 통해 녹음한 소리를 재생해 신체와 기술, 시간의 관계를 청각적으로 경험하도록 했다. 작품명인 ‘클렙시드라’는 그리스어로 물시계를 뜻한다.


11월 28일 브라질에서 개막하는 전시는 ‘백남준과의 대화(Dialogues with Nam June Paik)’를 부제로 구성된다. 참여 작가들의 신작과 백남준의 주요 작품을 함께 배치해 서로 다른 시대의 예술적 문제의식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백남준 타계 20주기를 맞아 열린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백남준은 영상과 통신기술을 예술의 영역으로 확장하며 기술을 단순한 표현 수단이 아닌 인간과 사회를 연결하는 매체로 활용했다.


특히 1984년 위성 프로젝트 ‘굿모닝 미스터 오웰(Good Morning, Mr. Orwell)’을 통해 여러 국가의 예술가와 관객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면서 국경을 넘어선 예술적 소통의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다.


백남준아트센터 박남희 관장과 상파울루 피나코테카 미술관 요헨 볼츠 관장은 이번 전시를 서로 다른 장소와 문화를 연결하고 타자를 이해하는 소통과 연대의 프로젝트로 설명했다.


이번 전시는 현대자동차가 지원하는 국제 예술 협력 프로그램 ‘현대 트랜스로컬 시리즈’의 일환이다. 앞서 청주공예비엔날레와 영국 휘트워스 미술관, 울산시립미술관과 미국 뉴 뮤지엄이 각각 협업 전시를 진행했다.


전시 기간에는 아티스트 토크와 퍼포먼스, 워크숍 등이 마련되며 수어 통역을 제공하는 전시 해설도 운영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지닌 예술가들이 공동 연구와 창작을 통해 지역 간 경계를 재해석한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한국과 브라질의 미술관이 연구부터 작품 제작, 전시 기획까지 협력하는 방식은 국제 미술 교류가 작품의 이동을 넘어 공동 창작과 지식 교류로 확장되는 사례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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