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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 뒷다리에 매달린 주황색 덩어리의 정체는?

  • 윤아라 기자
  • 입력 2026.09.15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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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꽃에서 모은 꽃가루 뭉쳐 ‘꽃가루 바구니’에 저장 후 벌집까지 운반
  • 어린 벌 성장에 필요한 주요 영양원, 꽃 사이 오가며 식물의 수분에도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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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꿀벌(Apis mellifera)이 꽃에서 모은 꽃가루를 뒷다리의 ‘꽃가루 바구니(corbicula)’에 뭉쳐 운반하고 있다. 꽃가루는 벌집으로 옮겨져 꿀벌의 성장과 유충을 위한 먹이 생산에 중요한 영양원으로 이용된다. [사진=Amazing Nature X]


꽃 위를 날아다니는 꿀벌의 뒷다리에 선명한 주황색 덩어리가 매달려 있다. 몸에 무언가 붙은 것처럼 보이지만, 꿀벌이 여러 꽃을 오가며 모아놓은 꽃가루다.


자연과 동물 사진을 소개하는 Amazing Nature는 15일 X 계정을 통해 꽃가루를 채집하는 서양꿀벌(Apis mellifera)의 모습을 공개했다.


사진에서 눈에 띄는 것은 꿀벌의 뒷다리에 자리 잡은 둥근 주황색 덩어리다. Amazing Nature는 꿀벌이 꽃에서 모은 꽃가루를 뒷다리의 ‘꽃가루 바구니’에 채우고 있으며, 이렇게 모은 꽃가루는 압축된 덩어리 형태로 벌집까지 운반돼 중요한 먹이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 구조의 정식 명칭은 코비큘라(corbicula)다. 흔히 ‘꽃가루 바구니(pollen basket)’라고 부른다. 서양꿀벌을 비롯한 일부 벌의 뒷다리에 발달한 구조로, 꽃가루를 한데 모아 벌집까지 효율적으로 운반할 수 있게 해준다.


몸에 묻은 꽃가루가 어떻게 둥근 덩어리가 될까


꿀벌이 꽃에 내려앉으면 꽃가루는 몸을 덮고 있는 수많은 털에 달라붙는다. 벌은 다리를 움직여 몸 곳곳에 묻은 꽃가루를 빗어내듯 모은 뒤 뒷다리의 꽃가루 바구니로 옮긴다.


이때 꽃가루는 꿀이나 꽃꿀과 섞이면서 촉촉해지고 조금씩 압축된다. 꽃을 계속 찾아다니며 같은 행동을 반복하면 작은 알갱이들이 하나로 뭉쳐 사진처럼 둥근 덩어리가 된다.


그 무게도 작지 않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꿀벌 한 마리가 벌집으로 가져오는 꽃가루의 무게는 자기 체중의 약 35%에 이를 수 있다.


꽃가루 덩어리가 항상 노란색인 것도 아니다. 꽃가루의 색은 식물의 종류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노란색이나 주황색은 물론 다양한 색깔로 나타난다. 사진 속 선명한 주황색 역시 꿀벌의 신체 일부가 아니라 채집한 꽃가루가 뭉쳐진 것이다.


꿀은 에너지, 꽃가루는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


꿀벌은 꽃에서 꽃꿀과 꽃가루를 함께 얻지만, 벌집 안에서 두 자원이 하는 역할은 다르다.


꽃꿀은 벌집으로 옮겨져 꿀로 만들어지고 꿀벌이 활동하는 데 필요한 주요 탄수화물과 에너지원으로 사용된다. 반면 꽃가루는 단백질과 지방, 비타민, 미네랄 등을 공급하는 주요 영양원이다.


특히 유충이 성장하고 어린 벌이 발달하는 과정에서 꽃가루가 중요하다.


채집벌이 가져온 꽃가루는 벌집의 방에 저장된다. 꿀벌은 꽃가루에 꿀이나 꽃꿀 등을 섞어 저장하며, 이 과정에서 미생물의 작용을 거쳐 흔히 ‘비 브레드(bee bread·벌빵)’라고 불리는 먹이가 만들어진다. 유충에게 직접 꽃가루만 먹이는 것이 아니라, 일벌의 영양 섭취와 유충 먹이 생산 과정에 중요한 자원이 되는 것이다.


뒷다리의 꽃가루보다 몸에 묻은 꽃가루가 수분에 중요


여기에는 흥미로운 차이가 하나 있다. 꿀벌이 뒷다리에 정성스럽게 모은 꽃가루와 식물의 수분에 사용되는 꽃가루의 역할이 반드시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꿀벌이 꽃 사이를 이동하면 몸의 털에도 많은 꽃가루가 묻는다. 이 가운데 일부가 다음 꽃의 암술머리에 닿으면서 수분이 이뤄진다.


반면 꽃가루 바구니에 들어간 꽃가루는 꿀벌이 벌집으로 가져가기 위해 의도적으로 모아 압축한 것이다. 따라서 식물의 수분에는 바구니에 뭉쳐진 꽃가루보다 꿀벌의 몸에 느슨하게 남아 있는 꽃가루가 직접적인 역할을 한다.


최근 미국 농무부(USDA)가 소개한 연구에서도 이러한 차이가 관찰됐다. 연구진이 두 식물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꽃가루 바구니에 모인 꽃가루는 발아 능력이 크게 낮아진 반면, 벌의 몸에 남아 있는 꽃가루는 수분에 더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연구 대상이 제한적인 만큼 이를 모든 식물에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결과로 확대해석할 필요는 없다.


한 마리의 먹이 활동이 식물의 번식으로


꿀벌에게 꽃가루 채집은 자신과 벌집의 생존을 위한 행동이다. 하지만 꽃에서 꽃으로 이동하는 과정은 자연스럽게 식물의 번식과도 연결된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 주요 식량작물 종류의 약 75%가 적어도 부분적으로 동물의 수분에 의존한다. 동물에 의한 수분은 세계 농작물 생산량의 약 35%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서 주의할 점은 이 수치가 모두 꿀벌 한 종의 역할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서양꿀벌뿐 아니라 야생벌과 나비, 나방, 새, 박쥐 등 다양한 동물이 수분매개자로 활동한다.


그중에서도 서양꿀벌은 농업에서 널리 활용되는 대표적인 수분매개자다. 아몬드와 각종 과일·채소를 비롯한 여러 작물에서 꿀벌을 이용한 수분이 이뤄지고 있다.


사진 속 꿀벌에게 뒷다리의 주황색 꽃가루는 벌집으로 가져갈 소중한 식량이다. 그러나 그 먹이를 모으기 위해 수많은 꽃을 오가는 동안 몸에 묻은 꽃가루는 또 다른 꽃으로 옮겨진다.


꿀벌에게는 먹이를 모으는 행동이지만, 꽃에게는 다음 세대를 이어가기 위한 수분 과정이 함께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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