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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린세대 실천스토리 ③] 플러그 하나 뽑았을 뿐인데, 내 방에서 지구까지
    《그린세대 실천스토리》는 더 건강한 지구를 꿈꾸는 MZ세대가 직접 도전한 환경 챌린지 실천기를 담는 코너입니다. ‘작은 실천이 지구를 바꾼다’는 믿음 아래, 각자의 방식으로 일상 속에서 실천해 본 경험과 느낀 점을 함께 나눕니다. - 편집자 주- "전기요금이 이만큼이나 나왔다고?" 슬슬 더워지는 요즘, 전력 사용량이 급증될 시기에 전기 절약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다. 특히 혼자 사는 자취생 입장에서도 무심코 넘겼던 작은 습관 하나가 환경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번에 환경 챌린지, ‘사용하지 않는 플러그 뽑기’에 직접 참여해 보았다. 우리는 전자기기의 전원을 껐을 때 전력 소비가 완전히 중단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 '대기전력(Standby Power)'이라는 보이지 않는 소비가 계속된다. 한국에너지공단 자료에 따르면 가정 내 대기전력은 전체 전력 소비의 약 10%를 차지한다고 한다. 집 안 곳곳의 콘센트를 둘러보니, 사용하지 않는 전자기기들이 여전히 플러그에 꽂혀 있었다. TV 셋톱박스, 전기포트, 전자레인지, 선풍기 등, 대부분의 가전제품이 꺼져 있어도 전기를 소모하고 있었던 것이다. 생각보다 간단한 이 행동이 전기요금뿐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에도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체감하게 되었다. ‘사용하지 않는 플러그 뽑기’의 환경효과 가정 내 대기전력 비중이 전체 전력 소비의 약 10%라고 한국에너지공단에서는 안내하고 있다. 이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TV 셋톱박스의 대기전력은 평균 10~15W 정도로, 한국전력공사 기준 한 달간 약 3kWh의 전기(약 1,200원 정도)가 절감되는 셈이다. 환경부 온실가스 종합정보센터의 기준에 따르면, 연간 한 가구당 약 200kWh의 대기전력을 절감하면 약 85kg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 '플러그 뽑기'는 위 3가지 효과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아주 실천적인 행동이다. 특히 TV 셋톱박스, 전기밥솥 보온 기능처럼 눈에 띄지 않는 대기전력은 작지만 지속적으로 누적되어 에너지 낭비로 이어진다. 절전형 멀티탭이나 대기전력 차단 콘센트 등을 활용하면 절전 효과가 10% 이상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한국에너지공단의 권장사항이라 더욱 쉽게 실천할 수 있다. 일단 실천해보는 마음가짐 전기를 덜 쓰면 곧장 탄소 배출도 줄어든다. 그건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사용하지 않는 플러그를 뽑는 것’만으로도 내가 환경을 위해 뭔가를 실천하고 있다는 작은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자취방에서 혼자 생활하면서 전기제품을 하나하나 뽑는 건 처음엔 솔직히 번거롭고 불편했다. 멀티탭의 전원을 끄고, 전기포트, 선풍기의 전원 코드를 뽑다 보니 다시 전원을 꼽아 사용한다는 수고스러움이 느껴졌다. 하지만 하루 이틀 실천해보니, 생각보다 금방 익숙해졌고, 오히려 ‘필요할 때만 꼽아보자.’는 의식이 생겨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습관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플러그 하나를 뽑는 행위가 단순히 전기 절약이 아니라, 생활 속 탄소 다이어트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챌린지를 통해 내가 느낀 가장 큰 생각은 “나는 혼자지만, 혼자만은 아니다.”라는 감각이었다. 나 혼자 플러그를 뽑았지만, 동시에 수많은 사람들이 같은 실천을 하고 있다면 우리가 함께 만들어내는 변화는 분명 클 것이다. 작은 행동이지만, 마음가짐이 달라졌다. 지금까지는 무심코 넘겼던 전기 사용을 이제는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혼자 사는 자취생도, 바쁜 직장인도, 누구나 쉽게 실천할 수 있는 이 챌린지는 온 국민이 함께할 수 있는 기후 행동의 시작이 될 수 있다. "과거로 돌아가서 시작을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지금부터 시작하여 미래의 결과를 바꿀 수는 있다." -클라이브 루이스 위 명언처럼 과거를 바꿀 수는 없으니까, 일단 먼저 시작해보자. 미래를 바꿀 수 있도록. 플러그 하나를 뽑는 습관이 지구의 내일을 바꿀 수 있다는 사실, 오늘부터 당신도 함께 실천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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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5-12
  • [장민(张敏)의 디자인스펙트럼 ②] 예술, 공예, 디자인: 창조적 행위를 통한 경계와 융합
    디자인, 공예, 예술은 표면적으로 유사해 보이지만, 각기 다른 목적과 방식으로 인간의 창조성을 구현하는 영역이다. 이들 사이의 경계는 때로는 명확히 구분되기도 하고, 때로는 겹쳐지며 융합되기도 한다. 각각의 특성과 역할을 이해하는 것은 창작 활동뿐 아니라 문화적 인식의 폭을 넓히는 데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예술: 표현 그 자체를 위한 창조적 활동 예술은 인간의 내면을 가장 깊이 있게 드러낼 수 있는 창조적 행위이며, 인간 존재의 감정, 사유, 상상력, 세계관을 시각적, 청각적, 신체적 언어로 풀어낸다. 회화, 조각, 음악, 문학, 무용, 영상예술 등 그 표현 형태는 시대와 문화를 초월해 다양하게 발전해 왔으며, 그 공통점은 실용성을 초월한 ‘표현 그 자체를 위한 창작’이라는 데 있다. 예술은 감상자에게 특정한 메시지를 강요하기보다는, 각자가 자기 방식으로 해석하고 감응하도록 유도하며, 때로는 사회적 질문을 던지고, 불편함을 자아내거나, 깊은 감동과 위로를 전하기도 한다. 예술의 가치는 형태 이전에 의도와 감정, 사유의 깊이에 있다. 특정한 목적이나 기능, 심지어 아름다움마저 필수 요소가 아니다. 추상회화나 실험영화, 개념예술처럼 감각적 형식보다 관념과 태도에 무게를 두는 작품들도 존재한다. 이러한 특성은 예술을 다른 창작 행위와 구분 짓게 하며, 예술이 사회적·문화적 변화를 촉발하거나 저항의 언어로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만든다. 역사적으로도 예술은 늘 시대정신을 담아왔으며, 억압에 저항하고, 개인의 내면을 치유하며, 공동체의 정체성을 구축하는 매개로 기능해 왔다. 예술의 창조적 표현은 그 자체로 ‘존재의 언어’라 할 수 있다. 말로는 도달할 수 없는 감정의 미세한 결을 이미지로, 소리로, 몸짓으로 풀어내며, 이는 인간 존재가 가진 표현의 가능성과 상상력의 한계를 확장시킨다. 특히 현대예술에서는 ‘무엇을 그리는가’보다는 ‘왜 그리고, 어떻게 표현하는가’가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작가의 삶과 철학, 시대와의 관계는 작품을 해석하는 중요한 단서가 되며, 감상자 역시 작품을 통해 자기 내면과 교차하며 또 다른 해석과 감정을 만들어 내는 ‘능동적 공감자’로 자리하게 된다. 궁극적으로 예술은 삶을 해석하고, 인간 존재의 다층적인 의미를 탐색하며, 감정과 기억, 관계와 시간의 본질을 성찰하는 통로다. 그 창조성은 단지 새로움을 만들어 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존재하지 않던 감정과 사유, 사회적 맥락에 대한 질문을 발굴하는 데 있다. 예술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행위이며, 표현의 자유와 자율성, 그리고 개인성과의 깊은 연관 속에서 영혼을 확장시키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디자인: 문제 해결을 위한 창의적 설계이자 시대의 언어 디자인은 단순히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시각적 작업을 넘어, 문제를 해결하고 가치를 전달하는 전략적 창조 행위다. 디자인은 대상과 목적이 명확하며, 사용자의 요구와 환경, 기술적 제약 등을 고려해 가장 효과적인 형태와 기능을 만들어 낸다. 제품 디자인, 시각 디자인, 서비스 디자인, 공간 디자인, UX/UI 디자인 등 그 영역은 날로 확대되고 있으며, 인간의 삶 거의 모든 영역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디자인은 예술과 달리 사용자 중심의 실용성과 체계성을 전제로 한다. 이는 감성뿐 아니라 논리와 분석, 실증적 사고가 동시에 요구된다는 뜻이다. 예컨대 의자는 앉는 사람의 신체 구조, 사용 시간, 환경, 재료의 물성까지 고려해 설계되어야 하며, 이 모든 요소가 균형을 이루지 않으면 훌륭한 디자인이라 보기 어렵다. 디자인은 문제 해결을 위한 구조화된 창의성이며, 창작의 과정 자체가 목표 달성을 위한 여정이라 할 수 있다. 동시에 디자인은 문화적 언어와 사회적 메시지를 담는 매체로도 기능한다. 특정 시대의 가구, 서체, 포장, 로고 등은 당대의 사회 분위기, 기술 발전, 미적 취향을 반영하며 문화적 정체성의 일부가 되기도 한다. 디자인은 단지 보이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예를 들어, 지속 가능한 소재를 사용한 친환경 제품 디자인은 소비자에게 윤리적 메시지를 전달하며, 포용적 디자인은 장애와 차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꾼다. 무엇보다 디자인은 창조성과 전략적 사고의 교차점에 있다. 감성과 이성이 공존하며, 반복적인 사용성과 시각적 감동, 기능적 효율성과 문화적 메시지가 유기적으로 통합된다. 좋은 디자인은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경험을 새롭게 하며,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 디자인은 단지 '무엇을 만드는가'에 그치지 않고, '왜', '누구를 위해', '어떻게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포함한다. 이 점에서 디자인은 동시대의 문제를 해석하고, 미래의 방향을 제시하는 가장 일상적인 창조의 언어라 할 수 있다. 공예: 손의 기억과 반복이 빚어내는 창조적 정성 공예는 인간이 손과 도구를 통해 물질에 생명을 불어넣는 행위다. 도자기, 직물, 목공, 금속, 가죽, 유리 등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통해 기능성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추구하며, 일상과 밀착된 형태로 오랜 세월 동안 이어져 왔다. 공예는 단순한 ‘기술’ 이상의 의미를 지니며, 문화적 정체성과 지역성, 역사와 삶의 이야기가 녹아 있는 창작 활동으로 인정받고 있다. 공예의 본질은 반복 속에 깃든 정성과 숙련이다. 동일한 형태의 사물을 수차례 만들면서도 공예가는 미세한 차이를 인식하고 조율하며, 재료와의 긴밀한 교감을 통해 자기만의 방식과 감각을 완성시킨다. 이 과정은 시간, 집중력, 인내를 요구하며, 디지털 시대의 속도와는 다른 느림의 미학이 작동한다. 한 그릇의 도자기, 한 켤레의 구두, 한 장의 한지에는 장인의 손끝에서 만들어진 ‘결’이 담겨 있으며, 이는 공장에서 대량 생산된 제품과 명확히 구별된다. 공예는 또한 기능과 미의 접점에서 인간의 감각적 삶을 풍요롭게 한다. 아름다움은 결코 장식적인 요소만이 아니다. 사용자의 손에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그립감,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품은 나뭇결, 촉감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은 공예가 가지는 독자적인 미학이다. 이는 단순히 물건을 ‘소비’하는 경험이 아니라, 사용하면서 감각하고 교감하는 경험으로 확장된다. 문화적 측면에서 공예는 특정 지역의 전통과 정체성을 간직하고 계승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한국의 도자기, 일본의 칠기, 인도의 자수, 이탈리아의 수제 구두 등은 그 나라의 미의식과 생활방식을 반영하며, 세대를 잇는 지식과 가치를 품고 있다. 현대에 들어서는 공예가 단지 과거를 계승하는 작업을 넘어서, 디자인이나 예술과 결합해 새로운 시도를 이끌어내는 플랫폼으로 기능하고 있다. 오늘날 공예는 단순한 기술이 아닌 손으로 구현된 철학으로 주목받고 있다. 손의 노동과 시간의 축적이 만들어 낸 공예는 인간다움의 본질을 회복하는 길이며, 디지털화된 사회에서 잃어버린 감각을 되찾는 하나의 방식이다. 공예는 숙련과 반복, 재료에 대한 존중, 형태에 담긴 서사로 구성된 예술이자, 일상의 의미를 되찾는 가장 원초적인 창작이라 할 수 있다. 예술적 창의성과 융합의 진화: 경계를 허무는 인공지능 시대의 창작 예술, 공예, 디자인은 서로 다른 목적과 방법론을 지니고 있지만, 세 영역 모두 ‘예술적 창의성’을 핵심 동력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공통된 기반을 가진다. 예술적 창의성이란 단지 새롭고 독창적인 것을 만들어 내는 능력에 그치지 않고, 감정과 사유를 바탕으로 한 표현의 욕망, 미적 감각, 그리고 세계에 대한 해석을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이다. 이 세 분야는 모두 창작자 고유의 관점과 감각이 투영되는 창조 행위이며, 인간 존재의 내면과 삶, 문화적 경험을 시각적·촉각적·공간적 언어로 구현한다는 점에서 연결되어 있다. 특히 현대의 창작 환경에서는 이 세 분야의 경계가 점차 모호해지고, 상호 융합되는 흐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공예가 예술로 승화되거나, 디자인이 예술적 감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예술 작품이 실용성을 갖춘 형태로 제시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현대 도예가의 작업은 장인정신을 담은 공예임과 동시에 조형예술로 전시되고, 가구 디자이너의 작품은 일상의 오브제이자 미술관에서 감상되는 예술적 대상이 된다. 이는 창작자들이 점점 더 융합적 사고와 다분야 접근을 통해 새로운 결과물을 시도하고 있다는 반증이며, 이제는 각 영역이 고립된 단일 분야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으로 작용하는 창조 생태계로 인식되고 있다. 이러한 융합의 흐름 속에서 최근 가장 큰 변화를 주도하는 요소 중 하나는 인공지능(AI)의 적극적인 개입이다. AI는 예술, 공예, 디자인 각각의 영역에서 창작 도구이자 협업 파트너로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 예술 분야에서는 AI가 생성한 이미지, 음악, 시가 인간의 표현 영역을 확장하고 있으며, 작가와 AI가 공동 창작하는 형태도 늘어나고 있다. AI가 분석한 감정 데이터에 기반한 회화나, 알고리즘이 그리는 추상화는 기존 예술 개념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새로운 미학을 탐색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디자인 분야에서는 제품 설계, 사용자 경험(UX), 인터페이스 구성 등에서 AI가 데이터 기반의 문제 해결과 반복 최적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의 도입은 빠른 프로토타이핑과 창의적 아이디어 확장에 있어 디자이너의 사고 영역을 지원하며, 실시간 피드백을 통해 실용성과 미학의 균형을 정교하게 다듬는 데 활용되고 있다. 공예 분야에서도 AI와 디지털 제작 기술(예: CNC, 3D 프린팅, 로봇공예)이 융합되어 전통적인 손기술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정밀성과 반복 가능성을 확대하는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공예(Digital Craft)'가 등장하고 있다. 인간 장인의 미세한 감각과 AI의 정교한 계산이 결합되며, 공예의 표현력은 더욱 진화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 세 영역은 AI라는 새로운 창조 매체를 통해 더욱 깊이 있고 복합적인 융합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앞으로의 창작 환경은 ‘예술·디자인·공예’라는 고정된 분류를 넘어, 문제 해결, 감정 표현, 기능 구현, 그리고 문화적 스토리텔링이 유기적으로 작동하는 창조적 플랫폼으로 발전할 것이다. 이제 중요한 것은 ‘어떤 영역인가’를 따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의도로 창조하고, 누구와 어떻게 협력하며, 어떤 영향을 만들어 내는가이다. 예술적 창의성이 중심축이 되어, 인간의 감성과 기술의 연산력이 서로를 보완하며 확장시켜 나갈 때, 세 분야는 각각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더욱 유연하고 의미 있는 진화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적 맥락에서의 재평가 서구 문화권에서는 전통적으로 예술과 공예를 구분하고, 예술에 상대적으로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경향이 있었다. 반면, 동양에서는 일상 속의 아름다움과 실용을 강조하는 공예가 오히려 예술적 경지로 존중받아 왔다. 일본의 민예운동(Mingei Movement)은 일상 속 공예품의 미학과 정신적 가치를 강조하며, 예술과 공예의 경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제시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러한 흐름은 현대 사회에서 문화적 다양성과 전통의 중요성을 재조명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경계를 이해하고 창조의 가치를 확장하다: 인간, 자연, 그리고 신의 창조 원리 사이에서 예술, 공예, 디자인은 각기 다른 기능과 목적을 지닌 창조적 표현 방식이지만, 공통적으로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존재를 의미 있게 조직하는 행위라는 본질을 공유한다. 어떤 하나가 다른 것보다 우월하거나 열등한 것이 아니라, 단지 발현되는 방식과 초점이 다를 뿐이다. 이들은 감정의 언어(예술), 문제 해결의 전략(디자인), 손의 기술과 반복의 정성(공예)이라는 서로 다른 형태를 통해 인간의 창의성을 구현한다. 창작자는 자신이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를 인식할 때 비로소 창작의 방향성을 자각하고, 창작 과정에서 오는 번아웃과 혼란, 목적 상실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작업이 예술인지, 디자인인지, 혹은 공예인지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떠한 ‘생성의 에너지’에서 비롯되었는가를 깨닫는 일이 창작의 지속성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인식은 나아가 인간의 창조 행위 자체가 자연의 원리와 연결되어 있음을 성찰하게 만든다. 자연은 혼돈 속에서 질서를 낳고, 단순한 원리에서 복잡한 형태를 생성해 낸다. 나뭇잎의 결, 바다의 파문, 바람의 흐름, 새의 깃털, 벌집의 육각 구조 등은 자연에 내재 된 생성의 패턴이며, 이는 인간이 창작에서 추구하는 구성, 조화, 균형, 아름다움의 원형이 된다. 수많은 예술가와 장인, 디자이너들이 자연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을 이어온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더 나아가, 창의성은 단지 인간적 재능이나 기술의 발현만이 아닌, 존재 그 자체가 가진 ‘신적 창조 원리’의 모방과 실현이라는 관점에서도 바라볼 수 있다. 종교적, 철학적 전통에서 인간의 창조 행위는 종종 신의 창조 행위를 닮은 행위로 간주되어 왔다. 유대교와 기독교 전통에서는 인간이 '신의 형상(image of God)'대로 창조되었기에, 예술과 기술을 통해 세상을 조직하고 새롭게 하는 능력을 부여받았다고 보며, 동양의 유교나 도가 사상에서도 우주(도)의 순환과 조화를 따르는 창작이야말로 진정한 기술의 궁극이라 여겼다. 이 관점에서 보면 예술은 신적 질서에 대한 상징적 탐색이며, 디자인은 혼돈 속에 질서를 부여하는 창조적 조직 행위, 공예는 자연의 리듬을 손의 반복과 기술로 빚어낸 물질적 응답이라 할 수 있다. 인간의 창작은 우주의 창조적 에너지와 공명하며, 그 흐름을 좇아 삶의 의미와 공동체의 문화를 새롭게 구성해 나가는 과정이다. 따라서 예술, 공예, 디자인은 단지 실용적, 미학적, 문화적 기능만을 넘어, 인간이 우주적 존재로서 어떻게 세계와 소통하고, 삶을 창조적으로 해석하며, 본질에 응답할 수 있는가를 묻는 존재론적 행위다. 이 경계를 이해하고, 그 안에서 창조의 가치를 자각하는 일은 단지 작업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을 넘어서, 인간 존재가 본래 품고 있는 ‘창조하는 힘’에 대한 겸허한 복귀이며, 삶과 세계를 더 깊이 있게 살아내는 길이라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장민 / 张敏 / Zhang Min 장민(张敏)은 국민대학교 테크노전문대학원에서 《맥락주의적 시각에서 본 베이징 구시가지 도시 광장의 재생 디자인 연구》로 공간문화디자인 전공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SCI에 1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현재 산시공상학원 예술디자인학원에서 강사로 재직중이며, 무형문화유산 및 제품 디자인, 영상 파생상품 디자인, 디지털 미디어 및 관광 문화 창작 디자인 등 폭넓은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현재 사단법인 한국ESG위원회 공간환경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ESG코리아뉴스의 칼럼리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2024년 6월 24일 화석연료 줄이기 친환경 퍼포먼스’에 참석하여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환경 활동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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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5-07
  • [장초(张楚)의 사회기호학 ④] 인간 언어의 기원: 135,000년 전, 인류를 인간답게 만든 그 시작
    인간이 언제부터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는가는 오랫동안 인류학, 언어학, 유전학 분야에서 논쟁의 중심이었다. 언어는 단순한 소통 수단이 아니라 사고, 문화, 사회를 구성하는 핵심적 능력으로, 그 기원을 추적하는 일은 인간이 어떻게 인간다워졌는지를 이해하는 여정과도 같다. 최근 발표된 국제 연구진의 유전학 기반 메타분석은 이 오랜 수수께끼에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한다. 연구에 따르면 인간 고유의 언어 능력은 약 135,000년 전, 인류가 지리적으로 분화되기 이전 시점부터 존재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인간 언어의 기원을 과거 어느 때보다 명확하게 규명한 중요한 진전이라 할 수 있다. MIT를 중심으로, 미국 자연사박물관, 브라질 상파울루 대학교 등 세계 유수 기관의 학자들로 구성된 연구진은 지난 18년간 발표된 15건의 주요 유전학 연구를 종합 분석했다. 이들 연구는 Y 염색체, 미토콘드리아 DNA, 전체 게놈 데이터를 포함하며, 초기 인류 집단의 분화 시점을 추정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분석 결과는 하나의 분명한 시점을 가리킨다. 약 13만 5천 년 전, 인류는 하나의 단일 집단에서 점차 지역적으로 분화되기 시작했다. 이 시점 이전에는 전 인류가 한 집단으로 존재했으며, 이는 곧 언어 능력 또한 그 이전부터 보편적으로 존재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이러한 결론은 단순한 시간의 추정치 그 이상이다. 전 세계 모든 인간 집단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으며, 이 언어들은 서로 전혀 무관해 보이지만 언어 구조의 깊은 층에서는 일정한 공통점을 공유한다. 언어학자들은 이러한 구조적 유사성이 모든 언어가 단 하나의 공통된 기원에서 유래했음을 암시한다고 본다. 따라서, 언어가 인간이 지리적으로 흩어지기 전부터 존재했다는 논리는 매우 강력하다. 이는 언어가 인류의 본성 그 자체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는 특성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MIT 언어학 명예 교수인 시게루 미야가와는 "전 세계 인류가 언어를 사용하며, 이 언어들은 서로 연관성을 가진다"며 이러한 주장을 더욱 뒷받침한다. 그는 이번 유전학 기반 분석이 기존보다 훨씬 더 풍부하고 정교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신뢰성이 높다고 강조한다. 이는 인간 언어의 기원에 대한 하한선을 최초로 과학적으로 명확히 제시한 연구 중 하나로 평가된다. 언어는 의사소통 수단일 뿐 아니라, 상징적 사고와 문화적 창조의 기반이다. 실제로 약 100,000년 전부터 고고학적 기록에는 언어와 밀접하게 연관될 수 있는 상징적 행동이 나타난다. 예를 들어, 조개껍데기나 돌에 의미 있는 표식을 새기거나, 장식용으로 붉은 색소인 황토를 사용하고, 정교한 도구를 만드는 행위 등은 언어 없이 단순한 생존 본능만으로는 설명되기 어렵다. 이러한 활동은 추상적인 개념을 이해하고 타인에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 즉 언어 기반의 사고 체계가 존재했음을 뒷받침한다. "논리는 매우 간단합니다. 전 세계에 퍼져 있는 모든 인구는 인간의 언어를 가지고 있으며 모든 언어는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분열은 약 135,000년 전에 일어났으므로 인간의 언어 능력은 그 무렵이나 그 이전에 존재했음에 틀림없다고 상당히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야가와 시게루박사- 미야가와 교수는 언어가 이러한 인지적, 문화적 진화의 촉매 역할을 했다고 본다. 그는 “언어는 인간 행동을 촉발한 방아쇠였다”고 말하며, 언어를 통해 인간은 서로에게서 배우고, 지식을 전수하며, 복잡한 사회 구조를 형성해나갔다고 주장한다. 언어는 단순히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를 축적하고 세대를 넘어 전달하는 힘이 되었다. 물론 언어의 진화 과정을 놓고 다양한 이론이 존재한다. 어떤 학자들은 언어가 도구 제작이나 협력적 사냥 같은 사회적 활동과 함께 점진적으로 발달했다고 본다. 실제로 도구 사용과 언어 사용 시 활성화되는 뇌 영역이 유사하다는 신경학적 연구는 두 능력이 함께 진화했음을 시사한다. 일부 연구는 유인원에게도 인간 언어와 유사한 대화 구조가 일부 존재함을 보여주며, 언어의 뿌리가 인간 이전의 종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한다. 하지만 인간 언어는 다른 어떤 동물의 의사소통 체계와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인간 언어는 단어와 구문을 무한히 창조적으로 조합할 수 있는 복잡한 규칙 기반 체계이며, 이는 단순한 소리나 몸짓을 넘어선 고도의 인지적 능력을 요구한다. 미야가와 교수는 “다른 동물은 인간처럼 평행 구조를 갖춘 언어 체계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단언한다. 이는 언어가 단지 생물학적 발성 능력의 결과가 아니라, 인간 고유의 사고 체계와 맞물려 진화해왔다는 점을 말해준다. 결국 이번 연구가 제시한 "135,000년 전 언어 능력의 존재"라는 주장은, 언어가 단순히 진화 과정에서 나타난 기능이 아니라, 인류의 형성 그 자체와 맞닿아 있는 본질적 특성이었음을 시사한다. 이는 언어가 인간 고유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였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다. 물론, 아직 해명되지 않은 질문은 여전히 많다. 최초의 언어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인간은 그것을 어떻게 사회 속에서 활용하게 되었을까? 언어는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는가? 이 같은 의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유전학은 물론, 고고학, 인지과학, 신경과학, 언어학 등 다학제적 협력 연구가 지속되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분명한 것은 하나다. 언어는 인간을 인간답게 만든 가장 위대한 진화의 산물이며, 그것은 약 135,000년 전 인류가 세계로 흩어지기 이전부터 우리의 안에 존재해왔다는 것이다. 이 발견은 인류의 기원을 향한 탐구에 있어, 또 하나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참고문헌 1. Muhammad Tuhin, The Origins of Human Language: When Did It Truly Emerge?, The Origins of Human Language: When Did It Truly Emerge?, March 14, 2025 2. Genetic Evidence Suggests Humans Had Language 135,000 Years Ago, ,Technology Networks, Original story from the Massachusetts Institute of Technology, March 18, 2025 3. Peter Dizikes, When did human language emerge?, MIT News, March 14, 2025 4. Abdul Moeed, Humans Started Using Language 135,000 Years Ago, Genetic Study Finds, Greek Reporter, March 15, 2025 5. Striking Patterns: Study Suggests Tool Use and Language Evolved Together, Science, Wired, Sep 3, 2013 덧붙이는글 ㅣ 장초 / 张楚 / Zhang Chu 장초(张楚)는 중국 루쉰미술학원에서 디자인학 석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국민대학교 테크노전문대학원에서 공간문화디자인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 논문은 ‘신해혁명(辛亥革命) 이후의 중국 광고에서의 여성 이미지 변화연구’이다. 현재 루쉰미술학원 시각전달디자인학원에서 교직원로 재직 중이며 연구 분야로는 여성 이미지, 사회기호학(social semiotics), 시각 문법(visual grammar)에 대해 심도 있게 연구를 진행 중이다. 또한 사단법인 한국ESG위원회 환경청년위원회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ESG코리아뉴스의 칼럼리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박사학위 기간 중 KCI에 2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2024년 6월 24일 화석연료 줄이기 친환경 퍼포먼스’에 참석하여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환경 활동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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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5-06
  • [유근(刘珺)의 관계사회학 ①] 중국의 ESG 관점: 관계 사회와 전통적 가치의 통합
    전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이념은 기업과 국가의 발전 수준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서구에서 유래한 ESG 개념이 중국에 도입되어 자리 잡는 과정에서 독특한 실천 양상이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정부 주도의 체계적 추진, 관계망을 기반으로 한 협력적 거버넌스, 그리고 '국가와 가정의 동일체'라는 사고방식에 의한 집단적 행동 등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이러한 특징들은 중국 사회의 깊은 문화적 특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중국의 ESG 생각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열쇠가 된다. 중국에서는 “민은 먹는 것을 하늘로 삼는다(民以食为天)”라는 속담이 있다. 이는 식량이 사회 안정과 국민의 생명 유지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는 의미로, 의식주의 충족이 인간 생존의 최우선 과제임을 나타낸다. 이러한 사고는 단순히 생계 수단을 넘어서는 문화적, 경제적 영향을 미친다. 농경 문화는 사람들이 특정 지역에 정착하게 만들고, 환경과 기후 변화에 대한 예측 및 대응을 필요로 한다. 농업은 자연환경과 긴밀히 연관되며, 사람들이 환경을 존중하고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가치관을 형성하게 했다. 중국의 관계 배려와 농경 문화와 생태 환경 중국에서는 ‘관계(关系)’가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며, 이는 인간관계에서 서로의 위치와 역할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방식으로 나타난다. 이는 단순한 사회적 규범을 넘어서, 개인의 사고와 행동을 결정하는 근본적인 가치로 작용한다. ‘차서격국(差序格局)’이라는 개념은 중국 전통 사회에서 인간관계의 기본 틀을 설명한다. 서구 사회의 개별적이고 독립적인 사고방식과 달리, 중국 사회는 인간관계를 계층적이고 네트워크적 방식으로 이해하며, 이를 통해 사회적 안정과 질서를 유지하려는 특징을 보인다. 이 관계망은 단순히 가족과 혈연 중심의 관계를 넘어, 경제적 자원 배분, 사회적 가치, 그리고 정치적 의사 결정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국의 농경 문화는 자연환경에 대한 높은 의존성을 반영한다. 중국은 광범위한 기후와 다양한 생태 환경을 갖추고 있으며, 이러한 환경적 요인은 농업 활동과 사회 구조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예를 들어, 중국의 장강 유역에서는 벼농사가 발달했고, 이는 다수의 부족들이 모여 복잡한 사회 조직을 형성하는 토대가 되었다. 이러한 분산된 농업 사회 구조는 후에 중국 고유의 문화적 통합 논리인 ‘다원일체’를 형성하는 기초가 되었다. 중국 전통 사회에서는 ‘관계망’을 중심으로 한 사회 구조가 중요시되었다. 초기 부족 연맹에서부터 시작하여, 다양한 부족들이 상호 협력하며 정치적, 경제적 동맹을 형성하는 방식이 중국 사회의 특징적인 모습이다. ‘용’이라는 문화적 상징은 이러한 협력적 관계망의 중요한 표현으로, 서로 다른 부족들의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통합하는 역할을 했다. 또한, 중국의 고대 왕조에서 나타난 친족 관계의 규정은 인간의 사회적 책임과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는 결국 ‘관계망–제도 설계–이익 배분’이라는 동적인 결합 메커니즘을 통해 사회적 안정을 추구하는 방식으로 발전하였다. 중국 사회의 시스템적 사고와 ESG 중국 사회에서의 사고방식은 전통적으로 시스템적 사고를 중시해 왔다. 서구 사회가 사물을 독립된 요소로 분석하는 환원론적 사고방식과 달리, 중국은 전체적인 관계와 상호작용을 고려하는 경향이 있다. 이는 개인과 가족, 사회와 환경 간의 상호 연결된 관계망을 기반으로 하여, 모든 것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시스템으로 이해된다. 이러한 사고방식은 농경 사회의 특성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으며, 관계망을 중심으로 한 사회적 질서가 유지되는 중요한 기반이 된다. 중국의 ESG 관점은 단순히 환경적, 사회적, 지배구조적 요소를 넘어서, ‘관계’를 중시하는 깊은 문화적 뿌리를 가지고 있다. 농경 사회에서의 자연과의 조화, 관계망을 기반으로 한 사회적 질서, 그리고 시스템적 사고는 오늘날 중국의 ESG 실천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특징들은 중국이 전통적인 가치와 현대적인 ESG 이념을 통합하려는 시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유근(刘珺) 유군은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공간문화디자인 학과에서 「광시지역의 문화상품 디자인 특성 연구 / 홉스테드(Hofstede)의 문화차원 이론을 중심으로」의 박사논문을 통해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광시예술학원에서 강사로 재직 중이며, 한국 ESG 위원회 공연예술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또한 ESG 코리아 뉴스의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한국에서는 KCI 등재 논문을 두 편 발표하였으며, 환경문화연합(UEC)이 주최하고 부산시 및 부산시의회가 후원한 제17회 부산국제환경예술제 ‘아시아 산업디자인 대회’에서 은상을 수상하였다. 2024년 6월 24일 개최된 ‘화석연료 감축을 위한 친환경 퍼포먼스에도 참여하여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한 환경 보호 활동을 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문화상품 디자인, 무형문화유산 및 공예, 공예미술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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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5-03
  • [장초(张楚)의 사회기호학 ③] 동굴 벽화와 상징적 기호의 기원
    네안데르탈인의 동굴 벽화는 사회기호학적 관점에서 상징적 사고와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진화를 재해석하는데 중요한 전환점을 제공한다. 사회기호학(Social Semiotics)은 기호(sign)와 의미 작용(semiosis)을 사회적 맥락 속에서 분석하며, 인간의 상징체계가 어떻게 생성되고 소통되는지를 중심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 관점에서 네안데르탈인의 동굴 벽화는 단순한 시각적 표현을 넘어 그들 사회 내부에서의 의미 생성, 정체성 형성, 집단적 세계관의 표현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인류의 기호 사용은 언어 이전 시대부터 시작되었다. 그 기원을 추적하는 데 있어 동굴 벽화는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특히 네안데르탈인에 의해 남겨진 것으로 추정되는 동굴벽화는, 단순한 장식이나 낙서가 아닌 사회적 의미와 의도를 담은 상징적 표현으로 해석된다. 사회기호학(Socio-semiotics)은 이러한 원시적 기호를 단순한 이미지나 물리적 흔적이 아닌 당대 집단의 인식 구조와 사회적 상호작용의 산물로 이해하는 이론적 틀을 제공한다. 사회기호학의 관점에서 보면, 네안데르탈인의 동굴 벽화는 개인의 표현을 넘어 공동체 내부의 의미 작용 체계의 일부로 기능했을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특정한 동물의 형상이나 추상적인 기호들은 사냥의 성공을 기원하는 주술적 행위, 집단 간 소속감의 표시, 혹은 기억의 전달을 위한 일종의 ‘사회적 기록’으로 작동했을 수 있다. 이는 기호가 단지 시각적 이미지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맥락 속에서 의미를 형성하고 공유되는 행위임을 시사한다. 상징(symbol)은 일정한 사회적 합의에 기반하여 작동하는 기호 체계로, 그 자체로는 자의적인 것이지만 반복과 관습을 통해 특정한 의미를 갖게 된다. 네안데르탈인의 동굴 벽화에 나타난 도형이나 색채의 배치는 그러한 상징체계의 초기 형태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그들이 단순히 자연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 자연과 인간, 나아가 인간 상호 간 관계를 의미화하려는 시도를 했음을 보여준다. 기호의 사회적 기능 중 하나는 기억과 정체성의 형성이다. 동굴이라는 닫힌 공간에 그려진 그림은 외부 세계와 단절된 채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내부자들에게 강한 상징적 인상을 남겼을 것이며, 이는 공동체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집단 내 지식의 세대 간 전승을 가능하게 했을 것이다. 즉, 동굴 벽화는 일종의 ‘기호적 유산(semiotic heritage)’으로 기능하며, 인류 초기의 문화 형성과 사회 조직화 과정에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네안데르탈인의 동굴 벽화는 단순한 시각적 산물이 아닌, 상징적 기호를 통해 사회적 의미를 구성하고 전달한 초기 인간의 복잡한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일면을 보여준다. 이는 인간이 본질적으로 기호적 존재임을 드러내며, 기호의 사용이 사회와 문화의 형성에 있어 얼마나 본질적인 요소인지를 시사한다. 기호 창조자로서의 네안데르탈인 과거 인류학계에서는 기호를 창조하고 조작할 수 있는 능력, 즉 상징적 표현(symbolic representation) 능력을 호모 사피엔스만의 고유한 인지적 특성으로 간주했다. 그러나 약 64,800년 전으로 추정되는 스페인 동굴의 벽화는 네안데르탈인 역시 물리적 세계를 넘어서 추상적인 개념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그 의미를 집단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기호 시스템을 가졌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특히 기호학은 인간의 사고와 의사소통을 기호의 생성, 해석, 순환의 관점에서 분석하는 학문이며, 사회기호학은 이러한 기호 체계가 사회적 맥락 속에서 어떻게 형성되고 작동하는지를 탐구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네안데르탈인을 단순한 생물학적 존재가 아닌 기호의 창조자, 곧 사회문화적 의미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존재로 재조명하는 것은 인류 진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바꾸는 중요한 시도이다. 전통적으로 네안데르탈인은 도구를 사용하고 불을 다루며, 동굴에 거주했던 생물학적 인간으로 묘사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의 고고학적 발견, 예컨대 스페인의 엘 카스틸로(El Castillo) 동굴에서 발견된 6만 년 전의 벽화나, 매장 흔적과 붉은 황토 사용 등은 이들이 단순한 도구 사용자를 넘어 상징과 기호를 창조하고 해석하는 주체였음을 시사한다. 이는 네안데르탈인이 단순히 물리적 생존만을 추구한 것이 아니라, 특정 사물이나 행위를 통해 사회적 의미를 구성하고 공유했음을 의미한다. 사회기호학적 관점에서 기호는 개인의 인지적 결과물일 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 생성되고 해석된다. 네안데르탈인의 의례적 매장, 특정 색채나 장신구 사용, 공동의 동굴 벽화 제작 등은 이들이 공동체 내에서 의미를 부여하고 공유하는 체계, 즉 의미의 경제(semiotic economy)를 구축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는 단순한 상징을 넘어서, 사회적 유대 강화, 세대 간 지식 전달, 정체성 형성 등의 기호적 실천이 이루어졌다는 증거다. 기호를 창조하고 해석하는 능력은 인간만의 독특한 진화적 특성으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네안데르탈인이 그러한 능력을 일정 부분 보유하고 있었다면, 인류 진화는 단순한 인지능력의 확장만이 아니라 사회적 의미 생성 능력의 진화, 다시 말해 기호 창조와 해석의 진화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는 네안데르탈인이 단지 호모 사피엔스의 전 단계가 아니라, 의미를 만들어내는 인간(homo semioticus)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기호의 사회적 맥락과 집단 정체성 사회기호학은 기호가 개인의 인지적 산물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구성된 의미의 산물임을 강조한다. 네안데르탈인의 벽화는 개인 예술가의 창작이 아니라, 공동체 내부에서 공유되는 상징체계의 시각화로 해석될 수 있다. 이는 특정 장소(예: 동굴의 어두운 벽면)를 선택하고, 특정 색(붉은 색소)을 사용하며, 특정 형식(기하학적 도형, 손 스텐실)을 반복하는 방식에서 드러난다. 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의례적 또는 상징적 의미가 부여된 행위, 다시 말해 상징을 통해 공동체 구성원 간의 의미를 공유하고 정체성을 강화하는 기호적 실천이다. 시공간을 넘는 커뮤니케이션 기호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의미 전달이다. 네안데르탈인의 벽화는 수만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여전히 해석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이는 그들이 정보를 저장하고 후대에 전달하려는 시도, 즉 기억의 외부화(externalization of memory)를 했음을 시사한다. 이는 사회기호학에서 말하는 '기호의 지속성과 전이성'이라는 특성과 부합하며, 인간 커뮤니케이션의 기원에 대한 이해를 확장시켜 준다. 인지적 동등성과 인간 개념의 재정의 사회기호학은 기호 생산과 해석의 과정을 인간성(humanness)의 핵심으로 본다는 점에서, 네안데르탈인의 동굴벽화는 인류학적 편견을 재고하게 만든다. 오랫동안 '기호를 다루는 능력'은 호모 사피엔스를 다른 종과 구분 짓는 결정적 요소로 여겨졌지만, 이러한 벽화는 네안데르탈인 역시 의미를 생성하고 공유할 수 있는 기호적 존재였음을 보여준다. 이는 인간을 정의하는 기준을 생물학적 차원이 아닌 의미 작용과 기호 사용의 능력으로 이동시키며, 네안데르탈인을 '비인간적 타자'가 아닌 기호적 주체로 재조명하게 한다. 사회기호학적 분석을 통해 네안데르탈인의 동굴 벽화는 단순한 미술작품이 아니라, 그들의 사회와 문화, 사고방식이 반영된 상징적 실천물로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인류의 기호 사용의 기원이 호모 사피엔스에 국한되지 않으며, 네안데르탈인도 복잡한 사회적 의미와 상징체계를 구성하고 활용할 수 있었음을 보여준다. 이로써 인간 커뮤니케이션과 의미 생성의 기원에 대한 이해는 더욱 깊어지며, '기호를 통해 사회를 구성한다'는 사회기호학의 핵심 명제가 시간적으로 더 멀리 확장될 수 있는 근거를 얻게 된다. 상징적 표현과 사회적 복잡성의 상관관계 리스본 대학교 연구 교수이자 고고학자 주앙 지우항 (João Zilhão)는 상징적 표현의 등장이 인구 밀도 증가와 사회적 복잡성의 증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주장한다. 즉, 다양한 집단 간의 상호작용이 증가하면서 공통된 상징체계의 필요성이 대두되었고, 이는 동굴 벽화와 같은 시각적 상징의 발전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MIT의 언어학자 미야가와 시게루(Shigeru Miyagawa)는 동굴 벽화가 청각적 자극을 시각적 표현으로 전환하는 '감각 간 정보 전이(cross-modality information transfer)'의 예라고 설명한다. 이는 초기 인류가 소리의 반향을 감지하고, 그에 따라 특정 위치에 그림을 그렸다는 고고음향학적 연구에 기반한다. 이러한 능력은 상징적 사고의 외재화로 언어의 발달과도 연결될 수 있다. 호주의 아넘랜드에서의 민족고고학적 연구는 동굴 벽화가 단순한 예술을 넘어, 규범, 신화, 집단 정체성 등을 전달하는 사회적 도구로 사용되었음을 보여준다. 이는 구석기 시대의 동굴 벽화도 유사한 기능을 수행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동굴 벽화는 단순한 예술 작품이 아니라, 인류가 상징을 통해 의미를 공유하고 사회를 조직화하는 능력을 갖추었음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이는 언어, 종교, 문화의 기원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참고자료 1.https://www.scientificamerican.com/article/ancient-cave-paintings-clinch-the-case-for-neandertal-symbolism1/?utm_source=chatgpt.com 2. https://ko.wikipedia.org/wiki/%ED%98%B8%EB%AA%A8_%EC%82%AC%ED%94%BC%EC%97%94%EC%8A%A4 3. https://www.nationalgeographic.com/adventure/article/120614-neanderthal-cave-paintings-spain-science-pike 4.https://www.google.com/searchgs_ssp=eJzj4tZP1zc0MjYyjU8pM2D04s3KP7w4X6EqMycDSAMAeTUJ8w&q=jo%C3%A3o+zilh%C3%A3o&oq=Jo%C3%A3o+Zilh%C3%A3o&gs_lcrp=EgZjaHJvbWUqCQgBEC4YExiABDIOCAAQRRgTGDkY4wIYgAQyCQgBEC4YExiABDIICAIQABgTGB4yCAgDEAAYExgeMgoIBBAAGAgYExgeMgoIBRAAGAgYExgeMgoIBhAAGAgYExgeMgcIBxAAGO8FMgcICBAAGO8FMgoICRAAGAUYExge0gEJMjM4MWowajE1qAIIsAIB&sourceid=chrome&ie=UTF-8 5. https://www.google.com/search q=%EB%AF%B8%EC%95%BC%EA%B0%80%EC%99%80+%EC%8B%9C%EA%B2%8C%EB%A3%A8&oq=%EB%AF%B8%EC%95%BC%EA%B0%80%EC%99%80+%EC%8B%9C%EA%B2%8C%EB%A3%A8&gs_lcrp=EgZjaHJvbWUyBggAEEUYOdIBCTE2MzlqMGoxNagCCLACAQ&sourceid=chrome&ie=UTF-8 6. https://namu.wiki/w/%EC%95%8C%ED%83%80%EB%AF%B8%EB%9D%BC%20%EB%8F%99%EA%B5%B4 장초 / 张楚 / Zhang Chu 장초(张楚)는 중국 루쉰미술학원에서 디자인학 석사학위를 취득하였으며, 국민대학교 테크노전문대학원에서 공간문화디자인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 논문은 ‘신해혁명(辛亥革命) 이후의 중국 광고에서의 여성 이미지 변화연구’이다. 현재 루쉰미술학원 시각전달디자인학원에서 교직원로 재직 중이며 연구 분야로는 여성 이미지, 사회기호학(social semiotics), 시각 문법(visual grammar)에 대해 심도 있게 연구를 진행 중이다. 또한 사단법인 한국ESG위원회 환경청년위원회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ESG코리아뉴스의 칼럼리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박사학위 기간 중 KCI에 2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2024년 6월 24일 화석연료 줄이기 친환경 퍼포먼스’에 참석하여 지속 가능한 지구를 위해 환경 활동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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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4-21
  • [코이오스의 뷰 ⑥] 성폭행, 문화적 낙인, 그리고 정의를 위한 투쟁에 대한 국경을 넘은 조사
    저우 젠하오(Zhenhao Zhou)는 두 개 대륙에서 여성들을 성폭행한 중국 국적의 박사과정 유학생이었습니다. 경찰은 약 50명에 달하는 성폭행 피해자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23명의 여성만이 공식적으로 피해 사실을 신고했습니다. 현재도 경찰은 피해 여성들의 증언을 계속해서 수집 중입니다. 피해자들의 익명 보호를 위해 이 글에서는 그들을 레이첼(Rachel), 앨리스(Alice), 베스(Beth)라고 부르겠습니다. 레이첼은 온라인을 통해 저우 젠하오를 처음 만났습니다. 두 사람은 원래 바에서 첫 만남을 가질 예정이었지만, 저우 젠하오는 그녀를 광둥성 둥관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습니다. 저우 젠하오는 레이첼에게 알코올이 섞인 음료를 만들어주었고, 레이첼은 곧 어지럽고 무기력한 상태에 빠졌습니다. 이후 저우 젠하오는 그녀를 성폭행했습니다. 레이첼은 의식이 있었지만 말을 하거나 저항할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그녀는 이것이 성폭행이라는 사실을 알았지만, 저우 젠하오의 집에서 술을 마신 상황 때문에 자신에게 불리한 증거밖에 없다고 느꼈습니다. 또한 둥관은 작은 지역이기에 가족, 친구, 동료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되어 자신을 "부적절하고 무분별한" 사람으로 여길까 두려워 신고를 망설였습니다. 앨리스 또한 유사하게 동의 없이 약물을 투약당하고 부적절한 영상 촬영을 당했다고 말합니다. 2021년 런던에서 앨리스는 중국인 친구들과 클럽에 갔다가, 지인의 초대로 저우 젠하오와 함께 블룸즈버리에서 술을 마시게 되었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두 병의 술이 있었고, 앨리스와 그녀의 친구는 같은 병의 술을 나눠 마셨지만 저우 젠하오는 자신의 병만 마셨다고 합니다. 곧 두 사람은 극심한 졸림과 무기력함을 느꼈고, 저우 젠하오는 늦은 밤 택시를 타는 것은 위험하다며 자신의 집에서 잠시 쉬라고 권했습니다. 앨리스가 깨어났을 때, 저우 젠하오가 자신의 바지를 벗기고 있었고, 카메라 화면의 반사된 빛이 그녀의 몸을 비추고 있었습니다. 공포와 아드레날린에 휩싸인 앨리스는 방을 벗어나려 했지만,저우 젠하오는 그녀를 문에서 끌어당겨 막았습니다. 결국 그는 그녀를 놓아주었고, 경찰에 신고하지 말라고 협박했습니다. 이후 저우 젠하오는 중국 SNS인 위챗을 통해 그녀에게 다음 날 저녁 식사를 하자고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충격에 빠진 앨리스는 그 이후로 저우 젠하오와 다시 연락하지 않았지만, 자신이 겪은 피해를 표현하기가 매우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녀는 말합니다. “당시 우리 친구들 대부분은 (저우 젠하오가 하는 일에 대해) 알고 있었을 거예요. 여성 친구들 중 일부도 알고 있었던 것 같아요.” 실제로 그녀의 친구 지에(Jie)는 저우 젠하오의 범죄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여러 관계와 연결고리 때문에 입을 열지 못했다고 고백했습니다. 마지막 피해자인 베스는 자신이 겪은 피해를 온라인에 공유하면서 다른 여성 피해자들과 연결되었습니다. 이들은 영국 경찰의 협조하에, 중국에 있으면서도 직접 런던에 가지 않고 온라인을 통해 자신의 증언과 증거를 제출할 수 있었고, 이로 인해 점차 자신의 피해 사실을 공유하고 여성의 신체적 권리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한 피해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좀 더 일찍 말했다면, 나 이후에 당한 피해자들이 줄어들었을지도 몰라요.” 또 다른 피해자는 “그게 신고 가능한 일인지조차 몰랐어요.”라고 밝혔습니다. 이 발언들은 성폭력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침묵을 조장하는 분위기, 그리고 성적 권리에 대한 교육의 부재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잘 보여줍니다. 런던에 있는 동남아 및 동아시아 여성 협회(SEAWLA)의 이사 사라 예(Sarah Yeh)는 이렇게 말합니다. “외국 국적자들이 영국의 법률 체계와 NHS를 이해하고 이용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피해자 지원 서비스를 아예 접근조차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아요.” 언어 장벽이나 문화 차이로 인해 어떤 권리가 보장되는지,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는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로 인해 피해자들은 더욱 무력하고 절망적인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러므로 이제는 정부와 시민 모두가 성폭력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그 피해의 심각성과 광범위한 영향을 직시해야 할 때입니다. * 본 기사는 ESG코리아뉴스 중국 학생기자 Kaylyn Kim의 영문 오피니언으로 원문의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A Cross-Border Investigation Into Sexual Assault, Cultural Stigma, and the Fight for Justice by Kaylyn Kim Zhenhao Zhou was a Chinese PhD student who raped women across two different continents. While police estimate around 50 victims of sexual assault, only 23 have reported back to the police so far. As of right now, police are continuing to collect testimonies from the women whose fundamental human rights were violated. For the sake of anonymity, we will call the victims Rachel, Alice, and Beth. Rachel met Zou online, and while they initially scheduled to go to a bar for their first date, Zou invited her to his house in Dongguan, Guangdong Province. Zou then made her a concoction of alcohol that left her feeling dizzy and languid. Afterward, he proceeded to rape her, leaving Rachel in a state of pure agony as she was fully conscious but unable to speak, to shout that Zou was sexually assaulting her. While she contemplated reporting this as a case of sexual assault, Rachel realized that she did not have enough evidence to support the fact that she did not consent to having sex since she was willing to drink at Zou’s house. Also, Rachel carried her family’s reputation on her shoulders as Dongguan is a small area where her friends, relatives, and colleagues would eventually find out and critique Rachel’s “unorthodox” and “indiscreet” behavior. Alice articulates how in the same way, she was also drugged without consent and filmed inappropriately. In London in 2021, Alice was clubbing with her Chinese friends when a mutual friend invited her to drink with Zou in Bloomsbury. Alice recalls two bottles on the table, and how she shared drinks with her friend but Zou was only drinking from his bottle. Soon after, both Alice and her friend felt a wave of lethargy passing over them, and with Zou’s strong insistence that it would be dangerous to take a taxi late at night, he welcomed her to take a nap in his place. When Alice woke up, she saw Zou undressing her pants with the bright light from the reflection of a camera screen illuminating her body. Alice, filled with apprehension and adrenaline, attempted to leave the room, but with Zou holding back, she was “yanked back from the doorway”. Eventually, Zou let go and threatened her not to tell the police. He even messaged her on WeChat, the famous Chinese social networking service, to have dinner the next day. Shaken by the experience, Alice never contacted Zou again, but she felt reluctant to express the violation that she encountered. Alice remarks, “A lot of our friends at the time probably knew [what Zou was doing]. I reckon some of our female friends knew too”. In fact, one of Alice’s friends, Jie, had known about Zou’s crimes, and while he refused to “collaborate” with Zou in spiking women’s drinks, Jie felt reluctant to speak up because of the various friendships and connections that they shared. Finally, Beth, another victim who experienced the same violation of human rights, posted about her experience online, which connected all of these women to share their experiences. Eventually, with the support of the British police who allowed the Chinese victims to share their experiences and evidence online instead of physically flying to London, the women were able to gradually open up and advocate for their bodily rights. One of the victims reflected, “If I had spoken earlier, maybe there wouldn’t have been so many victims after me”. Another said, “I didn’t know that was something you could report”, both of which truly underscore the societal stigma around sexual assault cases and the urgent need to increase education on sexual rights, especially from a young age. Sarah Yeh, a trustee at the Southeast and East Asian Women’s Association in London, expresses that it can be especially difficult for foreign citizens to “...have to navigate the British legal system and the NHS, or even access the services provided for victims”. Because of a lack of awareness of what resources, guidance, or human rights are protected under certain legal systems, victims can often feel trapped or hopeless, especially if they are not fluent in the country’s language or familiar with the country’s culture. Hence, governments and citizens alike must have a paradigm shift--a fundamental shift in perspective on sexual assault and its widespread, destructive impact. References Culturally-adapted services - Refuge. (2025, April 3). Refuge. https://refuge.org.uk/i-need-help-now/how-we-can-help-you/culturally-specific-services/?utm_source=chatgpt.com Hall, R. (2023, October 23). Drug-spiking reports rise fivefold but proportion leading to charges fall. The Guardian; The Guardian. https://www.theguardian.com/society/2023/oct/23/drug-spiking-reports-rise-fivefold-but-proportion-leading-to-charges-fall?utm_source=chatgpt.com Journal of Interpersonal Violence: SAGE Journals. (2019). SAGE Journals. https://journals.sagepub.com/home/jiv The Criminal Justice System: Statistics | RAINN. (2015). Rainn.org. https://rainn.org/statistics/criminal-justice-system?utm_source=chatgpt.com UN Women. (2019). What we do: Ending violence against women. UN Women; UN Women. https://www.unwomen.org/en/what-we-do/ending-violence-against-women World Health Organization. (2024, March 25). Violence against Women. World Health Organization. https://www.who.int/news-room/fact-sheets/detail/violence-against-women
    • 오피니언
    • 자유기고
    2025-04-08

실시간 자유기고 기사

  • [자재自在의 환경 이야기⑤] 태평양을 떠다니는 거대한 쓰레기섬(garbage island)
    "지구상에서 가장 압도적인 생물체는 식물인데,그 총량은 무려 4500억 톤으로,모든 생명체의 82%나 된다. 인간의 7500배나 되는 어마어마한 수치다. 박테리아는 13%나 되지만, 식물의 6분의1밖에 되지 않는다. 곤충에서 곰팡이, 물고기, 동물 등 다른 생명체들은 다 합쳐도, 5%에 지나지 않는다. 또한 그들이 밝혀낸 놀라운 사실은, 이 지구의 70%나 차지하는 바다 생물량이 그 1% 밖에 되지않는다는 사실인데, 이것은 엄청난 불균형이다. 사실 식물을 포함해 대다수 생명체들이 육지에 살고 있는데, 그중 8분의 1은 땅속 깊숙한 곳에 묻혀 있는 박테리아로 무려 700억 톤이나 된다." 이스라엘 바이츠만과학연구소의 론 밀로(Ron Milo) 교수가 이끄는 국제공동연구진이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게재한 연구 결과이다. 육지와 마찬가지로 바다에선 3세기에 걸친 포경으로 해양 포유동물의 5분의 1만이 살아남은 상태라고 한다. 반면 전체 포유동물은 4천만 톤에서 1억7천만 톤으로 4배 증가했다. 인간이 사육하고 있는 가축 때문이다. 오늘날 자연 생태계가 얼마나 왜곡돼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 하겠다. 인간의 그림자가 스치기만 하면 그곳은 아비규환이 된다. 자제할 수 없는 살육으로 생태계는 파괴되고 불 보듯 뻔한 자연파괴가 일어난다. 쓰레기와 일회용품, 비닐, 넘쳐나는 플라스틱 제품에 환경오염까지, 그러니 이 지구가 단발마를 지르며 견디지를 못한다. 전 세계에 지진, 쓰나미, 허리케인, 가뭄과 기근 등으로 약소국가 국민의 목숨을 더욱 위협하고 있다. 이제 환경재앙은 어느 나라도 피할 수 없는 지구적인 문제이다. 태평양에는 한반도의 16배나 되는 거대한 쓰레기 섬이 떠다니고 있다. 태평양 거대 쓰레기 섬(Great Pacific Garbage Patch)’ 또는 ‘플라스틱 섬’으로 불린다. 이 섬은 약 1조 8,000억 개의 해양 쓰레기로 형성되어 있는데, 플라스틱 조각만 8만 7000톤이고, 치우는 데에만 족히 20여 년이 걸린다고 한다. 모두 인류가 버린 것이다. 그중에서도 일찍 문명의 향유를 실컷 누린 선진국들의 결과물이다. 그런데 그들은 지금 아무런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고 더 많은 쓰레기와 오염물질을 양산해 내고 있다. 초강대국 미국은 그런 환경조약에서 탈퇴를 하고, 파렴치한 일본은 수십 년에 걸쳐 자신들의 국가, 번영의 산물인 핵폐기물을 세계에 아무런 동의도 없이 바다에 버리고 있다. 미국도 덩달아 동의를 하고 있다. 이 나라도 마찬가지다. 과감하게 책임을 묻고 모든 해산물을 수입금지 시킨 중국의 자주권 발동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가을 하늘이 더욱 파랗고 높고, 그윽하다 여름내 몰려왔던 폭염이 장마와 함께 물러나고 이제 막 살만한데, 오늘은 일본이 바다에 방사능 폐기물을 버리고 맞는, 첫날이다 그들은 지금 이 지구에,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가 호모 사피엔스는 과연 스스로의 터전을 멸망시키고 말 것인가 그 하늘로 까마귀 떼가 날아간다 두 번째 태평양 전쟁을 맞는 기분이다 그때는 미국을 상대로 공격했지만 오늘은 세계를 향하여 공습경보도 없이, 무차별 공격을 감행한 것이다 어쩌면 일본은 우리에게 철천지(徹天之) 원수인지 모른다 광개토대왕 때는 파렴치한 왜구가 되어 이 나라의 해안가를 노략질 하더니 임진년의 원수가 되어 이 산천를 도륙(屠戮)내고, 부녀자들 겁탈을 일삼았다 명치유신 하면서는 이 나라를 야금야금 쥐새끼처럼 갉아 먹더니 급기야 일방적으로 한일합방(韓日合邦)을 맺고 국권을 빼앗아 갔다 국치(國恥)의 비가 이 강산을 적셨다 어쩌면 일본은, 우리가 가장 경계해야 할 철천지 원수인지도 모른다 어떻게 사람의 식탁에 핵폐기물을 끼얹을 수 있는가 온 인류가 이고 지고 살아가야 할 이 푸른 지구를, 도륙낼 수가 있는가 바닷물이 뜨겁게 흐르며 운다 일제(日帝)의 심장에서, 인류의 심장으로 가을하늘이 저리 높건만. 오늘은 일본이 세계의 바다를 죽이는 첫날이다 가을바람은 이리 시원하게 부는데, 인류는 이 지상에 살아갈 수 있을까 심장이 없는 물고기가 나오고 허파가 없는 가축이 출생하고 한쪽 눈 없는 아기가 태어나고, 동쪽에서 핵바람이 분다 방사능 폐기물 비가 내린다 핵우산이 무슨 필요가 있는가 인류의 마당으로 핵비가 주룩주룩 내리는데 세계의 나뭇잎들이 일제히 조종(弔鐘)을 울린다 고개를 더욱 고추 드니 가을 하늘이 참 파랗다 현생 인류가 보는 마지막 하늘일지 모른다" -'핵비가 내린다', 윤재훈 이 쓰레기 섬은 진짜 섬은 아니다. 각종 잔해와 쓰레기가 밀도 이상 되는 구역을 통틀어 부르는 말이다. 대부분 미세 플라스틱 수준까지 분해되어 인공위성이나 육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다. 해수를 채취해 검사를 해야만 자세하게 알수 있다. 모든 바다 생물들이 그것을 먹고 있다. 그리고 인간의 뱃속으로 들어온다. 자업자득(自業自得)이다. 더구나 약소국가들은 아무 영문도 모른 채 먹고 있다. 가뭄과 기근으로 배가 고픈 그들은 그런 것을 생각할 여유조차 없다. 문명의 향유를 철저하게 누린 선진국들이 반성하고 나누어야 하지만 오히려 오염의 강도는 나날이 높아만 가고 있다.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의 구조로 흘러가는 인간사회, 그들에게는 뒤돌아볼 수 있는 어떤 여유도, ‘약자와의 나눔’ 같은 것도 없다. 그런데 그 쓰레기양은 얼마나 어마어마한지 자그마치 지구 표면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인공위성에서도 선명하게 보이면서 인류의 뼈를 깎는 반성을 요구하고 있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다. 이 쓰레기 섬에서 발견되는 가장 많은 것은 ‘담배꽁초’이다. 두 번째로는 ‘페트병’이며, 이어 그 뚜껑이다. 4위 음식 포장지, 5위 비닐봉지(음식), 6위 플라스틱 캡, 7위 빨대, 8위 유리병, 9위 비닐봉지(기타), 10위 일회용 그릇" 우리 인류의 삶의 방식에 철저한 반성을 요구하고 있다. 인류는 이 난관을 극복하지 못하면 ‘6번째 대멸종’이 다가올 것이다. 이 중 해양 생물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쓰레기는, 낚시도구, 비닐봉지, 플라스틱 식기류, 풍선, 담배꽁초, 병뚜껑 등이다. 20세기 최고의 발명품으로 불리며 생활의 편리함을 제공했던 ‘플라스틱’, 이제는 이것이 환경뿐 아니라 많은 해양 생물과 나아가 사람까지도 위협하는, 치명적인 존재가 되어버린 세상에 우리는 살고있다. “인류는 과연, 어떤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덧붙이는 글 I 자재自在 자재는 자유자재(自由自在)의 자재이다. “환경이 아프면, 내 몸도 아프다”라는 마음으로 30여 년 가까이 일체의 세제와 퐁퐁를 쓰지 않고, 일회용품과 비닐, 비누나 치약 등도 가능한 쓰지 않는다. 물수건이나 휴지 대신 손수건을 쓰고 겨울에는 내복을 입고 실내 온도를 낮춘다. 자가용은 없으며 가까운 곳은 자전거로 먼 곳은 대중교통으로 다니면서, 나의 화석 발자국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홍익대학교를 비롯한 몇 개의 대학에서 강의를 했으며, 한강 1,300리, 섬진강 530리, 한탄강, 금강, 임진강과 폐사지 등을 걸었으며, 우리나라 해안선만 따라 자전거로 80일 동안 5830km를 순례했다. 다시 세계가 궁금해져 5년 동안 ‘대상(隊商)들의 꿈의 도로’인 실크로드를 따라, 세계오지 배낭순례를 했다. 2000년 전주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으며, 해양 문학상, 전국 문화원 연합회 논문공모 우수상, 시흥 문학상 등 몇 개의 상을 받았다. 2020년 인사동 마루아트센터 아지트갤러리‘국제 칼렌다 사진전’에 참여하였다. 2016년 ‘평화, 환경, 휴머니즘 국제 영상제’에 <초인종 속 딱새의 순산, 그 50일의 기록>이라는 작품으로, '환경부 장관 대상'을 수상했다. 평생 다양한 기관에서 무료봉사를 해오고 있으며, 연극에도 관심이 많아 십여 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또, 노원, 영등포 50+센터 등에서 2년여 전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내 마음에 안식처 서울역사여행’등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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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3-20
  • [자재自在의 환경 이야기④]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0.01%에 불과한 인간
    세계적으로 더 많은 소비자들이 온실가스를 대량으로 배출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묻기 시작했다. 글로벌 투자기관도 재생가능에너지 사용 확대를 비롯한 기업의 기후위기 대응 성적을, 투자에 중요한 요소로 포함 시키고 있다. 특히 RE100 회원사 중 일부는 자신의 공급망에 포함되어있는 협력업체들까지, 재생에너지 전기를 사용하여 생산된 부품을 납품하도록 요구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추세는 가파르게 확산되고 있는데, 그 중 대표적인 회사가 글로벌 기업 ‘애플’이다. 애플은 2018년 4월 애플의 사무실, 데이터센터, 소매점 등 기업의 모든 활동에 소비되는 전력을 재생에너지 100%로 공급받는다는 역사적인 선언을 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2020년 7월 애플은 부품 조달부터 서비스 제공에 이르는 전 사업 활동에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를 포함하여,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담대한 목표를 발표했다. 2021년 애플 공급사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한국 회사는 공급 지역 기준으로 23곳이다.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를 비롯한 국내대표 전자기업들이 대거 포함되어있다. 이제 여기에 수출하려는 한국 기업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 RE100은 기후위기 대응을 넘어 주요 기업의 수출경쟁력에 직결되는 요소가 되고 있다. GDP(국내총생산) 대비 수출 비중이 높은 한국 경제에 있어서 시급한 기후위기 대응에 요구되는 변화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어 버렸다. RE100 대표인 샘 키민스가 2020년 우리나라에서 열렸던 H. 에코포럼에서, 'RE100은 어떻게 탄소 중립 실현을 가속화하고 있는가'를 주제로 강의한 영상(한글 자막 있음)이 있다. 시청해보면 RE100이 왜 우리의 삶과 경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더 자세하게 알 수 있다. 이제 기후와 환경은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우리의 생명과 직결되어 있다. 우리의 후손이 이 초록별에서 행복하게 만대를 살아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은 어른들의 책임이다. 오죽하면 세계의 아이들이 나서서 자신들은, ’지구 멸절동물‘이라고 했겠는가? 전 세계가 ‘한국인 평균 수준’으로 살기 위해서는, 이 지구가 3.3개 이상이 더 필요하다. 우리는 이번 선거에서 환경에 안목이 높은 후보들을 적극 찾아내어 그들에게 적극적 기후공약 수립을 촉구하도록, 그린피스가 강조했다. 투표는 누가 하는 것인가, 민중이 하는 것이다. 아귀처럼 자신의 욕망만 가득 차 철새처럼 떠돌아다니며 민심을 얻지 못하는 후보는, 반드시 이번에 탈락시켜야 한다. 왜냐하면, 민중은 바다와 같기 때문이다. 바다가 잔잔해야 배가 순탄하고, 행복하게 항해할 것 아닌가? 떠오르는 이야기가 하나 있다. 일본의 무사 정권인 막부가 물러나고 그들의 이해득실에 따라 다시 천황을 중심으로 모이던 때, 일본은 메이지 유신을 단행하여 바다를 열고 한창 해양에 공을 들이며 소총으로 무장하였다. 그때 일본은 한 때 오스만 제국으로 유럽의 미개한 땅을 호령하던 터키와, 1887년 국교를 맺는다. 그리고 터키는 1889년 7월 황제의 명으로 일본에 사절단을 보낸다. 메이지 천황에게 보내는 황제의 친서와 훈장을 소지하고 군함 에르투룰호를 타고 출항한다. 이후 동남 아시아를 방문한 후 나가사키와 고베를 경유하여, 다음 해 6월 요코하마 항에 입항한다. 일본의 황실과 정부도 이 사절단을 성대하게 환영한다. 그리고 다음 날인 9월 16일 오후 사절단은 귀국길에 오르는데, 그만 참혹한 사고를 당한다. 와카야마 근해를 항해하다 태풍을 만난 것이다. 짙은 안개와 쏟아지는 폭우, 뱃전을 때리는 사나운 폭풍으로 배의 키는 부서지고 엔진도 파손되었다. 거센 파도에 떠밀리다 연안 40m 정도 지점에서 좌초되어 버렸고, 크게 파손된 선체는 이윽고 침몰하였다. 구명보트조차 사용하지 못했다. 폭풍우에 갇힌 마을 사람들도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아 이 일을 알지 못했다. 군함 안에는 오스만 파샤 제독을 비롯하여 650여 명이나 승선하였다. 그들 대부분은 목숨을 잃었다. 그중에 극소수만 해안에 도착하여 등대 직원에게 구조를 요청했다. 마을 사람들도 그때서야 대형 사고가 난 것을 알게 되고, 즉각 촌장과 마을 사람들은 생존자를 구조하기 시작했다. 여행지에서 상상도 할 수 없는 참혹한 사고를 당한 이국인들게 헌신적인 구조활동을 펼친 것이다. 당연히 의사소통은 되지 않았다. 가난한 어촌이라 병원도 없었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은 상처를 입고 괴로워하는 생존자들을 혼신을 다해 도왔다. 중상자는 문짝에 싣고, 가벼운 사람은 몸을 부축하여 학교나 사원, 민가로 옮겨 밤을 지새우며 간호했다. 폭풍우가 걷히자 현장은 참혹했다. 유체를 거두어 정중히 장례를 치렀다. 생존자는 69명. 사망자는 실로 580여 명이 넘는 대형 참사였다. 신문에도 크게 보도되었고 전국에서 의연금이 모아졌다. 일본 정부도 생존자를 위로하고 그들을 2척의 순양함에 태워 터키까지 데려다 주었다. 그 사고는 양국간의 우호의 원점으로 오랫동안 회자되었다. 사고가 났던 가시노자키에도 위령비가 세워졌다. 터키인들은 그 일로 일본인을 깊이 신뢰하게 되었다. “괴로워하는 사람에게 도움의 손길을 뻗고, 진심으로 걱정하는 인간의 마음에는 국경이 없다. ” -이께다 다이사쿠 외교라는 국가 간의 교류도 중요하지만 근본은 이러한 ‘민중의 연대’가 더욱 중요할 것이다. 정치를 하려는 자는(爲政者) 역사를 공부하고 이런 것을 가슴 속에 집어넣어야 하는데, 자꾸 망언만 지속하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지구상 모든 생명체의 0.01%에 불과한 인간이 야생 포유동물의 83%와 식물의 절반을 파괴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인간이 지배하고 있는 것 같은 이 지구, 이것에 주목한 일부 과학자들은 현재의 지구를 ‘인류세(Anthropocene)’라는 새로운 지질시대로 명명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인류세의 지표 화석으로 꼽는 것은 ‘닭뼈’다. 왜냐하면 인류는 한 해 '600억 마리'라는 어마어마한 닭을 먹어치우는 잡식성 동물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닭이 돼지고기를 제치고 세계 최대 육류로 등극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난 50년 사이에만도 지구상 동물의 약 절반이 사라진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한다. 그러나 인간이 먹기 위해 유일하게 개체 보전을 지켜준 생명체는 ‘가축’뿐이다. 이에 따라 현재, 닭, 오리 등 가금류는 모든 조류의 70% 정도이며, 돼지와 소 등 가축은 모든 포유류의 60%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의 먹거리를 책임져 온 농업, 여기에 인간이 자행한 벌목이나 자연 파괴행위가 인간의 ‘6번째 대멸종’을 부를 것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산업혁명 이후로 지구 환경이 너무나 무참하게 부서져 내리고 있다. 이런 것들이 인류 대멸종을 부르는 촉매가 되고 있다. 야생 포유류가 현재 6분의 1밖에 남아있지 않다는 사실에 과학자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전한다. 우리가 일회용품과 플라스틱에서 벗어나 혁명적인 생활의 변화와 친환경적인 먹거리로 바꾸어야 할 이유이다. 그것만이 우리의 후손들이 이 초록별에서의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덧붙이는 글 I 자재自在 자재는 자유자재(自由自在)의 자재이다. “환경이 아프면, 내 몸도 아프다”라는 마음으로 30여 년 가까이 일체의 세제와 퐁퐁를 쓰지 않고, 일회용품과 비닐, 비누나 치약 등도 가능한 쓰지 않는다. 물수건이나 휴지 대신 손수건을 쓰고 겨울에는 내복을 입고 실내 온도를 낮춘다. 자가용은 없으며 가까운 곳은 자전거로 먼 곳은 대중교통으로 다니면서, 나의 화석 발자국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홍익대학교를 비롯한 몇 개의 대학에서 강의를 했으며, 한강 1,300리, 섬진강 530리, 한탄강, 금강, 임진강과 폐사지 등을 걸었으며, 우리나라 해안선만 따라 자전거로 80일 동안 5830km를 순례했다. 다시 세계가 궁금해져 5년 동안 ‘대상(隊商)들의 꿈의 도로’인 실크로드를 따라, 세계오지 배낭순례를 했다. 2000년 전주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으며, 해양 문학상, 전국 문화원 연합회 논문공모 우수상, 시흥 문학상 등 몇 개의 상을 받았다. 2020년 인사동 마루아트센터 아지트갤러리‘국제 칼렌다 사진전’에 참여하였다. 2016년 ‘평화, 환경, 휴머니즘 국제 영상제’에 <초인종 속 딱새의 순산, 그 50일의 기록>이라는 작품으로, '환경부 장관 대상'을 수상했다. 평생 다양한 기관에서 무료봉사를 해오고 있으며, 연극에도 관심이 많아 십여 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또, 노원, 영등포 50+센터 등에서 2년여 전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내 마음에 안식처 서울역사여행’등을 진행하고 있다.
    • 오피니언
    • 자유기고
    2024-03-11
  • [자재自在의 환경 이야기③] 오염된 우리의 도시들
    “지구상에 사는 동물 중에 36%가 인간이고, 야생동물은 단 4% 미만인데, 그 두 개를 합친 숫자보다 많은 60%의 동물을 단지 인간이 먹기 위해 가축으로 사육하고 있다니...” 쏟아져 나오는 일회용품, 플라스틱 쓰레기, 자동차 오염과 세계의 바다를 오가는 대형 선박들에서 대책 없이 뿜어대는 매연들, 그리고 석탄 발전소를 비롯한 대규모 공장들. 산업혁명 이후 우리는 피하려야 피할 수 없는 골든 타임에 이미 진입해 버린 지 오래다. 지구 기온 마지노선인 1.5도를 이미 지나 버렸다. 언제까지 우리는 눈 막고 귀 막고 모른 척 지낼 것인가? 50도가 넘어가는 극한의 기온, 어떻게 대처해 볼 도리가 없이 밀려오는 허리케인, 쓰나미, 물 폭탄, 뜨거워진 지구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해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초대형 산불, 지구상에서 이렇게 자신이 사는 터전을 철저하게 망치고, 다른 동물의 삶까지 망쳐버리는 동물은 일찍이 없었다. 어떻게 지구상에 사는 동물 중에 36%가 인간이고, 야생동물은 단 4% 미만인데, 그 두 개를 합친 숫자보다 많은 60%의 동물을 단지 인간이 먹기 위해 가축으로 사육하고 있는가! 도대체 어떻게 지구의 반이 훨씬 넘는 동물들이 인간의 먹잇감으로 키워지고 있을까? 지금 이 시각에도 그 동물들이 얼마나 이 지구의 들판을 초토화로 만들어 숨막히게 하고 있는가? 이 땅 위에는 인간에 의해 이런 살풍경(殺風景)이 펼쳐지고 있다니. “어떻게 우리가 만물의 영장일 수 있을까?”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 19뿐만 아니라 새로 창궐하는 모든 전염병의 75%, 이미 알려진 전염병의 60%가 동물에서 유래했다."며 "앞으로 도래할 미지의 질병 X도 인수 공통감염병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초토화 전쟁, 잘못된 지적능력들이 그 국가와 개인까지 망쳐버리는 그런 현장을 우리는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무뇌아를 낳고 보니 산모는 몸 안에 공장지대가 들어선 느낌이다. 젖을 짜면 흘러내리는 허연 폐수와 아이 배꼽에 매달린 비닐 끈들. 저 굴뚝들과 나는 간통한 게 분명해! 자궁 속에 고무 인형 키워온 듯 무뇌아를 낳고 산모는 머릿속에 뇌가 있는지 의심스러워 정수리 털들을 하루 종일 뽑아댄다. -‘공장지대’, 최승호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온실가스 중에서 그 배출량을 가장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분야 중의 하나가 바로 ‘발전 부문’이다. 화석연료에 대체하면서 전혀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태양광’이나 ‘풍력’을 이용한 재생에너지 발전이 이미 대안으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기술은 이미 충분히 검증되었고 그 효율성까지 향상되고 있으며, 경제성 역시 대규모 확산에 충분할 정도로 개선되었기 때문이다. 2020년에 새롭게 설치된 전력생산 설비의 80% 이상이 재생에너지 설비였다. 2019년 미국에서는 130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석탄발전량을 추월하는 고무적인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했다. 2021년 상반기 선진국 모임인 OECD 국가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평균 33%였는데, ‘덴마크는 77%, 캐나다는 71%, 독일은 43%, 프랑스 25%, 일본 22%’를 기록했다. 전 세계 RE100 가입 현황을 2022년 2월 7일 기준으로 보면 글로벌 기업의 숫자는 349개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2020년에 약 552 테라와트시(TWh)의 전력을 사용했는데, 2021년 재생에너지 전력 소비 실적을 보고한 RE100 회원사(215개)들은 전체 전력의 무려, 45%를 재생에너지 전기로 조달했다. ‘OECD 국가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30%를 넘고, OECD 꼴찌인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이 아직 7%가 되지 않는다. 그것에 비교하면 RE100 회원사들의 재생에너지 전환 속도는 가히 지구가 상쾌해져 가고 있는 착각마저 일으킨다. 여기에 종종 RE100이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전기 사용 100%를 목표로 하는 캠페인이라고 소개되는 것을 보는데, 이는 잘못된 설명이다. 2050년은 RE100에 가입하기 위한 최소 조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늦게나마 다행스럽게도 한국에서 작은 변화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2020년 말 6개의 SK계열사인 SKC, SK실트론, SK머티리얼즈, ㈜SK, SK텔레콤, SK하이닉스가 국내 기업 최초로 RE100에 가입했다. 그 후 아모레퍼시픽, LG에너지솔루션, 한국수자원공사, KB금융그룹, 고려아연, 미래에셋증권, SK아이이테크놀로지, 롯데칠성음료 등 8개가 가입하면서 한국의 RE100 회원사는 14개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아직도 석탄 발전소 건설을 후진국들에 수출하면서, 세계적으로 ’기후 악당‘ 국가로 악명이 높은 대한민국에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따라서 RE100 사무국도 일본과 한국 기업들이 RE100에 참여하기 시작한 것을 중요한 변화로 보고 있다. RE100에 가입하는 글로벌 기업의 숫자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우리나라 기업도 가입하기 시작한 것은 시급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것이 주 목적이지만, 여기에는 그만큼 중요한 또 다른 이유도 존재한다. “글로벌 기후위기 시대에 기업이 온실가스를 줄이지 않으면, 글로벌 수출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I 자재自在 자재는 자유자재(由在)의 자재이다. “환경이 아프면, 내 몸도 아프다”라는 마음으로 30여 년 가까이 일체의 세제와 퐁퐁를 쓰지 않고, 일회용품과 비닐, 비누나 치약 등도 가능한 쓰지 않는다. 물수건이나 휴지 대신 손수건을 쓰고 겨울에는 내복을 입고 실내 온도를 낮춘다. 자가용은 없으며 가까운 곳은 자전거로 먼 곳은 대중교통으로 다니면서, 나의 화석 발자국을 줄이려고 노력한다. 홍익대학교를 비롯한 몇 개의 대학에서 강의를 했으며, 한강 1,300리, 섬진강 530리, 한탄강, 금강, 임진강과 폐사지 등을 걸었으며, 우리나라 해안선만 따라 자전거로 80일 동안 5830km를 순례했다. 다시 세계가 궁금해져 5년 동안 ‘대상(隊商)들의 꿈의 도로’인 실크로드를 따라, 세계오지 배낭순례를 했다. 2000년 전주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으며, 해양 문학상, 전국 문화원 연합회 논문공모 우수상, 시흥 문학상 등 몇 개의 상을 받았다. 2020년 인사동 마루아트센터 아지트갤러리‘국제 칼렌다 사진전’에 참여하였다. 2016년 ‘평화, 환경, 휴머니즘 국제 영상제’에 <초인종 속 딱새의 순산, 그 50일의 기록>이라는 작품으로, '환경부 장관 대상'을 수상했다. 평생 다양한 기관에서 무료봉사를 해오고 있으며, 연극에도 관심이 많아 십여 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또, 노원, 영등포 50+센터 등에서 2년여 전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서울시민을 대상으로, ‘내 마음에 안식처 서울역사여행’등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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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유기고
    2024-02-29
  • [자재自在] 한강 쓰레기 줍기 봉사에 대한 유감(有感)
    “오늘 새벽밥 먹고 나오기를 정말 잘했구나. 왕복 4시간의 차를 타고 나왔지만, 그 시간이 아깝지가 않구나.” 이른 아침 햇살을 받으며 봉사를 가는 발걸음은 즐겁다. 더욱이 무급(無給) 봉사를 가는 발걸음은 더 즐겁다. 평생 다양한 기관에서 봉사를 해오고 있지만 항상, “봉사의 가장 큰 수혜자는 바로 자신이다.” 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그것처럼 내 마음을 뿌듯하게 해주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예수님도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고, 불가에서도 아침에 일어나면 가장 먼저 마당을 쓸면서, 뭇 생명의 목숨을 공경했다.” 아마도 자신의 마음을 가장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여행’과 ‘봉사’가 아닐까? 어느 심리학자도 인간을 가장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성적 쾌락’인데, 그것보다 한참 더 위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공덕은 바로 이 두 가지라고 했다. 우울증을 앓고 있거나, 자기의 갈 길을 몰라 헤매고 있는 젊은이들이 있다면, 꼭 한 번 권해주고 싶을 지경이다. 오늘은 ‘한강변 쓰레기 줍기 인솔리더단 봉사’가 있는 날이다. 봉사의 가장 큰 미덕은 자기 ‘마음의 만족’이다. 봉사를 하게 되면 엔돌핀이 무한정 쏟아져나와 자신의 마음을 한없이 행복하게 만들어 준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오늘은 그런 마음이 들지 않는다. 왜냐하면, “줍는 것보다, 버리는 것이 더 많은 것 같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단체로 쓰레기를 주우러 나왔지만 간밤에 환경미화원들이 다 주었는지, 아침 한강변은 깨끗하다. 오늘 나온 단체학생들은 생기부 봉사 점수와 ESG에 대한 학교 이미지 때문에 나왔는지, 쓰레기 줍는 것에는 별 관심들이 없는 듯하다. 담배꽁초 몇 개 줍고 친구들과 노닥거리며 한강변을 거닐거나, 마트 앞에 앉아 시간을 보낸다. 선생님들도 비슷하다. 우리는 사람들을 인솔하기 위해 먼저 이 교육을 서너 번 받았다. 그런데 그때도 마찬가지였다. 이미 청소가 되어있는 한강 변에는 사실 주울만한 것이 별로 없었다. 몇 시간 배회하면서 담배 꽁초 몇 개 줍고 오니, 비닐 봉투와 면장갑은 쓰레기통에 버리라고 했다. 이해가 되지 않아 안에 있는 몇 개의 쓰레기를 버리고, 아직 장갑도 새것이어서 비닐과 함께 챙겨 넣었다. “모두 새벽밥을 먹고 나왔을 텐데, 오늘 주운 쓰레기 양보다 버리는 것이 더 많으면 안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는 교육 중이라 그랬는지 점심 대신, 그나마 샌드위치와 물은 주었다. 그런데 그것도 모두 일회용품이거나 비닐에 포장되어 있었다. 역시나, 쓰레기가 커다란 대봉투 하나 가득 나왔다. 가슴이 아팠다. 이건 우리가 쓰레기를 주우러 나온 것인지 양산하러 나온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주최 측에서는 봉사활동이라고 하는데, 도무지 흥미가 나지 않았다. 혹시나 하고 건의를 해보았지만 안중에도 없는지, 다음에 나왔을 때 전혀 개선된 것이 없었다. 더욱이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은 새벽부터 나온 봉사자들도 배가 고픈데, 자신들만 점심시간이라고 먹으러 가고 우리는 털레 털레 그곳을 나왔다. 서울시에서는 시민들에게 이런 봉사활동을 시키면서 점심값도, 뙤약볕 아래 물 한 잔 값도, 지원하지 않는지 물어보고 싶다. 그럼에도 이렇게 번듯하고 좋은 이름의 활동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단, 순수한 마음으로 나온 봉사자들이 돌아갈 때는 뿌듯한 마음으로 갈 수 있도록 개선되었으면 좋겠다. “오늘 새벽밥 먹고 나오기를 정말 잘했구나. 왕복 4시간의 차를 타고 나왔지만, 그 시간이 아깝지가 않구나.” 이런 마음이 들 정도로 실질적인 봉사활동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때 이 현장을 다시 찾고 싶다. 덧붙이는 글 I 자재在自自
    • 오피니언
    • 자유기고
    2023-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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