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편집 2025-05-22(목)

통합검색

검색형태 :
기간 :
직접입력 :
~

ESG뉴스 검색결과

  • 국내 연구진, 세계 최대 규모 박쥐 유사장기 플랫폼 구축
    국내 연구진이 신·변종 바이러스와 미래 팬데믹 대응을 위한 세계 최대 규모의 박쥐 유사장기(오가노이드) 플랫폼을 구축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초과학연구원(IBS)에 따르면,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 최영기 소장과 유전체 교정 연구단 구본경 단장 공동 연구팀은 국내에 서식하는 박쥐에서 유래한 다양한 장기 유사장기를 개발, 바이러스 감염 특성과 면역 반응을 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실험 모델을 완성했다. 이번 성과는 세계 최고 권위 학술지인 '사이언스(Science)'에 5월 16일자로 게재됐다. 박쥐는 고위험 인수공통바이러스의 자연 숙주로 알려져 있으며, 박쥐 유래 바이러스의 감염 경로와 면역 반응 메커니즘은 감염병 대응에 필수적이지만 관련 연구는 매우 제한적이었다. 기존 모델은 열대 과일박쥐 일부 종의 단일 장기 수준에 그쳤던 데 반해, 이번 연구에서는 국내외에 서식하는 식충성 박쥐 5종을 대상으로 기도, 폐, 신장, 소장 등 다조직 기반 유사장기를 세계 최대 규모로 구축했다. 연구팀은 이 유사장기를 통해 코로나19, 메르스, 인플루엔자, 한타바이러스 등 고위험 바이러스의 감염 특성을 분석하고, 박쥐 종과 장기별 면역 반응 차이를 규명했다. 특히 한타바이러스가 박쥐 신장 유사장기에서 효과적으로 증식하는 사실을 확인, 해당 오가노이드가 새로운 한타바이러스 감염 연구 모델로 활용 가능함을 입증했다. 또한 기존 3차원 오가노이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이를 2차원 배양 방식으로 확장, 고속 항바이러스제 스크리닝 체계로 활용 가능한 플랫폼도 개발했다. 해당 시스템을 통해 렘데시비르 등 항바이러스제의 효능을 세포주보다 정밀하게 평가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연구팀은 아울러 야생 박쥐 분변에서 기존에 알려지지 않은 포유류 오르토레오바이러스(MRV)와 샤브 유사 바이러스를 분리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샤브 유사 바이러스는 기존 세포주에서는 배양이 어려웠으나, 새롭게 구축된 박쥐 오가노이드에서는 원활하게 증식돼, 높은 생리학적 재현성을 확보했음을 보여줬다. 구본경 단장은 "이번 연구는 박쥐의 실제 생물학적 환경을 실험실에서 구현한 세계 최초의 시도"라며 "바이러스-면역 상호작용과 감염병 병리 연구에 새로운 장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영기 소장은 "이번 박쥐 유사장기 플랫폼은 바이오뱅크(생명체은행) 자원으로 활용되어, 세계적 감염병 대응 역량을 높이는 데 핵심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를 밝혔다.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는 2021년 설립 이후 바이러스 기초연구의 국가 거점기관으로서 역할을 강화해왔으며, 과기정통부는 이번 성과를 계기로 인류 공영을 위한 바이러스 대응 과학 기반 확충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 ESG뉴스
    • 환경
    2025-05-16
  • 정부, 가정의 달 맞아 금융사기 차단 서비스 3종 공개… “이제는 막을 수 있다”
    행정안전부가 가정의 달 5월을 맞아 고령층과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범죄 예방 중심의 디지털 공공서비스 3건을 ‘이달의 추천 공공서비스’로 선정했다. 선정된 서비스는 △비대면 계좌개설 및 여신거래 안심차단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 대응 ‘찐센터’ △스미싱·큐싱 판별 서비스 ‘보호나라’다. 행안부는 국민이 시기별로 활용할 수 있는 유용한 정책 서비스를 매달 선정해 소개하고 있다. 가장 먼저 소개된 ‘비대면 계좌개설 및 여신거래 안심차단’은 금융위원회가 주관하는 서비스로, 전화나 인터넷 등을 통한 계좌 개설 및 신용대출·카드 발급 등 비대면 금융 거래를 사전 신청만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비대면 금융 이용이 늘면서 개인정보를 노린 범죄 피해도 증가하고 있어, 이에 대한 사전 차단 기능이 강조되고 있다. ‘여신거래 안심차단’ 서비스는 2024년 8월부터 시행되었고, 신청자는 이용 중인 금융기관 영업점을 방문해 가입할 수 있다. 서비스에 가입하면 이후 신규 대출이나 신용카드 발급 등이 전면 차단되며, 해제는 다시 영업점을 방문해 신청해야 한다. 2025년 3월부터는 ‘비대면 계좌개설 차단’ 기능도 추가돼, 은행 앱이나 금융결제원의 ‘어카운트인포’ 등을 통해 비대면 계좌 개설 자체를 제한할 수 있게 됐다. 두 번째는 대검찰청이 운영하는 ‘찐센터’로, 검찰을 사칭한 보이스피싱을 예방하기 위한 서비스다. 의심스러운 전화나 문자를 받은 경우, ‘대검찰청 찐센터’ 카카오톡 채널이나 24시간 운영되는 전용 콜센터를 통해 관련 문서나 발신자의 진위를 직접 확인할 수 있다. 다만, 보이스피싱이 휴대전화에 악성 앱을 설치해 착신전환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에, 확인 시에는 다른 사람의 기기를 이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마지막으로 소개된 ‘보호나라’는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운영하는 서비스로, 스미싱 문자나 큐싱(악성 QR코드)을 분석해 악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카카오톡에서 ‘보호나라’ 채널을 추가하고 대화창에 의심 문자를 붙여넣거나 QR코드를 전송하면, 위험 여부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스미싱과 큐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공식 앱스토어 외의 경로에서 앱을 설치하지 않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며, 스마트폰 보안 설정도 중요한 예방 수단으로 안내된다. 행안부는 이들 서비스를 정부혁신 누리집 ‘혁신24’와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 공식 SNS를 통해 상세히 소개할 예정이다. 이용석 행정안전부 디지털정부혁신실장은 “정교해지는 금융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 기반의 대응책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신종 범죄 수법에 대비한 서비스를 적극 발굴해 국민과의 소통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ESG뉴스
    • 사회
    2025-05-02

ESG경영 검색결과

  • 부산 동구, 전국 최초 '폐리튬배터리 안전 수거체계' 구축
    부산 동구가 최근 빈발하는 폐리튬배터리 관련 화재 사고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폐리튬배터리 배출부터 수집, 운반, 처리까지 아우르는 안전 수거체계를 수립했다. 동구는 15일, 이러한 계획을 적극행정의 일환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특히 폐리튬배터리가 잘못 배출될 경우 화재 위험이 높아지는 점을 감안해, 주민들이 폐배터리를 일반쓰레기나 재활용품과 혼합해 버리는 일이 없도록 배출 방법을 상세히 안내하는 홍보물을 제작·배포할 예정이다. 또한 구청 청사에 폐리튬배터리 전용 수거함과 전용 소화기를 비치해 주민들이 안전하게 배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 김진홍 동구청장은 “폐리튬배터리는 잘못 처리될 경우 큰 화재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앞으로도 주민들이 안심하고 배출할 수 있도록 홍보를 강화하고, 안전한 수거 체계를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동구는 이번 조치를 통해 전국 지자체의 모범 사례가 되는 것은 물론, 지역 내 생활폐기물 안전 관리 수준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ESG경영
    • 공공기관
    2025-05-16
  • 컴트루테크놀로지, 생성형 AI 데이터 보안 솔루션 ‘Sphinx AI’ GS인증 1등급 획득
    인공지능(AI) 및 정보보안 전문기업 컴트루테크놀로지가 개발한 생성형 AI 보안 솔루션 ‘Sphinx AI(스핑크스 에이아이)’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로부터 GS(굿소프트웨어)인증 1등급을 획득했다. ‘Sphinx AI’는 국내 생성형 AI 및 대규모 언어모델(LLM) 환경에 특화된 데이터 보안 솔루션으로, 민감 정보의 비의도적 노출을 방지하는 기능을 중심으로 한다. 이번 GS인증 1등급 획득은 공공 조달 시장 진입을 위한 품질과 기술력을 공식적으로 인정받은 사례로 평가된다. GS인증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TTA가 주관하는 국가 공인 소프트웨어 품질 인증 제도로, ISO/IEC 25023 국제표준에 따라 ▲기능성 ▲신뢰성 ▲사용성 ▲성능효율성 ▲유지보수성 ▲이식성 등의 항목을 종합 평가해 부여된다. ‘Sphinx AI’는 생성형 AI가 업무 환경에 확산됨에 따라 기업 내부 시스템이나 상용 LLM(ChatGPT, Gemini, Claude, Copilot, HyperClovaX 등)과 연동 시 개인정보, 신용정보, 기업 내부 정보 등의 사전 유출 방지를 목적으로 설계됐다. 프롬프트 입력 단계에서 민감 정보를 실시간 탐지해 차단하는 기능이 핵심이다. 컴트루테크놀로지는 “이번 GS인증은 생성형 AI 보안 영역에서 자사 기술력이 제도적으로 검증된 성과”라며, “공공은 물론 민간까지 아우를 수 있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한편, 컴트루테크놀로지는 생성형 LLM 기반의 개인정보 검출 기술 개발도 병행 중이다. 현재 보유 중인 개인정보 보호 솔루션 ‘셜록홈즈 시리즈’에 sLLM 기반 검출 모듈을 적용함으로써, 기존 솔루션의 오탐·과탐 문제를 개선하고 텍스트는 물론 이미지·문서 내 정보까지 정밀 탐지할 수 있도록 고도화할 계획이다.
    • ESG경영
    • 기업
    2025-05-11

라이프 검색결과

  • 강릉시, 시민 건강 지키는 ‘노후 슬레이트 철거사업’ 신청 독려
    강릉시가 시민 건강 보호와 안전한 주거환경 조성을 위해 노후 슬레이트 철거사업 신청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슬레이트는 과거 건축물의 지붕재로 널리 사용되었지만, 시간이 지나 노후되거나 파손될 경우 석면 가루가 공기 중에 퍼져 인체에 유해할 수 있어 철거가 시급한 실정이다. 석면은 흡입 시 폐질환과 각종 암을 유발할 수 있어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1급 발암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이에 따라 강릉시는 슬레이트 철거 비용을 지원하는 사업을 통해 시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줄이고, 체계적인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 주택은 최대 400만 원, 비주택(창고, 축사 등)은 최대 500만 원까지 지원되며, 기초생활수급자 및 취약계층의 경우 철거비 전액과 함께 지붕 개량비 최대 1,000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강릉시는 지난해까지 전체 슬레이트 건축물 6,344개소 중 2,620개소의 철거를 완료했다. 올해는 총 114동을 철거 대상 규모로 설정했으며, 현재까지 72건의 신청서가 접수됐고 이 중 46건은 오는 6월까지 철거를 완료할 계획이다. 신청은 슬레이트 건축물이 위치한 해당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가능하며, 보다 자세한 사항은 강릉시 자원순환과 청소행정부서로 문의하면 된다. 김동관 자원순환과장은 “슬레이트 철거 지원사업은 단순히 건축 폐기물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 건강을 지키고 안전한 생활 환경을 만드는 중요한 사업”이라며 “대상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 라이프
    • 일상
    2025-04-25

오피니언 검색결과

  • [강청문(姜倩雯)의 환경기호학 ①] 기후 위기: 2024년의 경고와 인류의 선택
    물러설 곳 없는 기후 위기 앞에서 인류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행동을 요구받고 있다. 2025년 현재 지구는 기후 변화로 인한 대형산불과 홍수, 가뭄, 생물 다양성의 붕괴, 플라스틱 오염 등의 심각한 환경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기후 위기는 특정 국가나 세대의 문제를 넘어 전 인류가 함께 해결해야 할 보편적 과제가 되었다. 이제는 누가 먼저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이 칼럼은 기후 위기가 불러온 복합적인 문제들을 짚고, 인류가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방향에 대해 성찰하고자 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여정은 거창한 계획이 아닌 일상의 작은 변화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자 했다. 1.5°C를 넘은 지구 기후 재앙의 서막 2024년은 인류가 기후 위기의 임계점을 처음으로 넘긴 해로 기록됐다. 유럽연합 산하 코페르니쿠스 기후 변화 서비스(C3S)에 따르면, 이 해 전 세계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6°C 상승해 파리협정에서 설정한 1.5°C 목표를 처음으로 초과했다. 이는 2023년보다 0.12°C 높은 수치로 기후 변화가 더 이상 예측이나 경고에 그치지 않고, 이미 현실 속에서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2024년의 평균 지표면 기온은 관측 이래 가장 높았으며, 해수면 온도 역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전 지구적인 이상 고온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러한 고온 현상은 단지 통계상의 수치에 머물지 않았다. 실제로 세계 곳곳에서 기후 변화로 인한 재난이 잇따랐다. 2025년 4월, 미국 미시시피 강 유역에서는 기록적인 폭우와 홍수가 발생해 수십 명이 목숨을 잃고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 과학자들은 해당 홍수의 강도는 9%, 발생 빈도는 40% 증가했다고 분석하며, 이는 명백히 기후 변화의 영향임을 지적했다. 이어 2025년 초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한 대형산불은 약 18만 명의 대피와 최소 10명의 사망자를 초래했으며, 전문가들은 2024년의 고온과 극심한 가뭄이 산불을 악화시킨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재난의 근본 원인은 명확하다. 바로 인간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증가다. 2024년,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 농도는 422ppm에 달하며 전년보다 2.9ppm 상승,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메탄(CH₄)과 아산화질소(N₂O) 역시 각각 1,897ppb와 336ppb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러한 온실가스는 지구의 에너지 균형을 붕괴시키며, 지표면과 대기의 온도를 끌어올려 폭염, 가뭄, 해수면 상승, 강수 패턴 변화 등 다양한 기후 이상 현상을 초래한다. 특히 유럽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는 지역 중 하나다. 2024년 유럽의 평균 기온은 10.69°C로, 1991~2020년 평균 대비 1.47°C 높았으며 이는 유럽 역사상 가장 높은 연평균 기온이다. 이러한 수치는 유럽이 세계 평균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온난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뜨거워진 지구, 차가운 경고 기후 위기는 단지 현재 세대의 문제가 아닌, 미래 세대에게 더욱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할 중대한 위협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2020년에 태어난 아이들의 최대 92%가 생애 동안 극심한 폭염을 겪을 가능성이 있으며, 지구 평균 기온이 3°C 이상 상승할 경우 그 피해는 상상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미래 세대의 생존과 삶의 질을 위협하는 정의와 형평의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집단일수록 기후 재난의 영향을 더욱 크게 받을 수밖에 없어, 기후 위기는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버클리 어스(Berkeley Earth)의 분석에 따르면, 2024년에는 지구 표면의 약 24%에서 연간 평균 기온이 지역별로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 세계 인구의 약 40%에 해당하는 33억 명이 국지적인 기록적인 더위를 경험했다는 의미한다. 2024년에는 산불로 인해 대기 중 CO₂ 농도가 전년 대비 3.6ppm 증가했으며, 이는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위한 연간 증가 허용치(1.8ppm)의 두 배에 해당한다. 남극에서는 2024년 7월 중순, 겨울철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에서 기온이 평년보다 최대 28°C 이상 상승하는 이례적인 열파가 발생했다. 이러한 기후 변화에 대해 유엔 기후변화 사무총장인 사이먼 스틸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지구 평균 기온이 3°C까지 상승할 수 있으며, 이는 심각한 환경 및 인도적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위와 같은 추세는 인간의 화석 연료 사용뿐 아니라 산불 등 자연 현상, 그리고 산림의 탄소 흡수 능력 저하 등 복합적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지금 우리가 기후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그 책임은 미래 세대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한 환경 보전의 문제가 아니라 다음 세대에게 어떤 지구를 물려줄 것인가에 대한 윤리적 책무이기도 하다. 기후 악순환과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대기 중에 남아 있는 온실가스는 전체 배출량의 일부에 불과하다.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절반 이상은 해양과 육상 생태계가 흡수하지만 엘니뇨와 라니냐와 같은 자연적 기후 요인에 따라 그 흡수량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엘니뇨가 발생한 해에는 식생이 위축되고 산불이 빈번해져 탄소 흡수 능력이 현저히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처럼 자연의 탄소 흡수원이 기후 변화와 상호작용하며 오히려 탄소 배출원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닌 악순환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NOAA(미국 해양대기청)의 자료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23년 사이 장수명 온실가스(대기 중에서 수명이 매우 길어 수십 년에서 수백 년 이상 머무르며 지구온난화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온실가스)에 의한 복사 강제력, 즉 지구를 따뜻하게 만드는 영향력은 무려 51.5% 증가했으며 이 중 81%가 이산화탄소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문제는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서 수백 년 동안 머무를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 당장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로 만들어도 현재의 온난화 추세는 수십 년 이상 지속될 수밖에 없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온도 상승이 지구 시스템의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그린란드와 남극 빙상, 아마존 열대 우림, 산호초, 영구 동토층, 해양 순환 등 주요 생태계가 1.5°C 상승 수준에서 이미 위험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이 임계점을 넘어서면, 지구는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변화를 겪게 되며, 그 결과는 돌이킬 수 없을 수도 있다. 희망을 향한 행동과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전환의 길 2024년 기록적인 온도 상승은 인류에게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경고하는 신호이지만, 아직 희망은 존재한다. 국제사회는 여전히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로 줄이기 위한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며, 이를 위해 각국 간 협력과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등 주요 기구들은 전력, 운송, 산업, 농업 등 고탄소 배출 부문에서의 협력 강화를 통해 1.5°C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보고한다. 또한, 세계무역기구(WTO)와 국제통화기금(IMF) 등도 탄소 가격 책정과 정책 조율을 통해 국제적인 기후 대응을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각국은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중국은 대규모 전력화 캠페인을 통해 에너지 사용의 상당 부분을 전기로 전환하며 태양광과 풍력, 전기차 등 청정에너지 기술 분야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유럽연합은 리파워이유(REPowerEU)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크게 늘리고, 태양광 패널 설치와 열펌프 보급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지역 사회가 주도하는 태양광 프로젝트가 주민들의 생활 환경 개선과 자립성 향상에 기여하고 있어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의 모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기후 금융 분야에서도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2024년 유엔기후변화협약(COP29)에서는 선진국들이 2035년까지 연간 최소 3,000억 달러의 기후 금융을 제공하기로 합의했으며, 이를 통해 개발도상국들의 기후 재난 대응과 청정에너지 전환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아제르바이잔은 화석 연료 생산국과 기업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재투자하는 기후 금융 행동 기금을 설립해 새로운 금융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등에서는 지역 사회가 직접 참여하는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는 에너지 빈곤 문제를 해소하고 주민들의 경제적 자립과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도 경제 성장과 환경 지속 가능성을 조화시키는 균형 잡힌 에너지 전환을 강조하며, 아프리카 대륙 내 수많은 인구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받도록 국제 협력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결국 기후 위기는 거대한 도전이지만, 전 세계가 협력하고 각국 정부와 시민, 기업이 행동에 나선다면 1.5°C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길은 여전히 열려 있다. 2025년은 그 경고음 속에서도 행동을 통한 희망이 가능함을 일깨워주는 해이다. 지금은 말이 아닌 실천이 필요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모두가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전환에 동참해야 할 때이다. 참고문헌 1. Deena Robinson, Martina Igini, Global Commons, 15 Biggest Environmental Problems of 2025, Jan 9th 2025, earth.org, https://earth.org/the-biggest-environmental-problems-of-our-lifetime/ 2. Martina Igini, Global Commons, The Tipping Points of Climate Change: How Will Our World Change?, https://earth.org/tipping-points-of-climate-change/, earth.org, Jan 11th 2024 3.Greenhouse gas concentrations surge again to new record in 2023, 28 October 2024, world meteoroligical, organization,28 October 2024 https://wmo.int/media/news/greenhouse-gas-concentrations-surge-again-new-record-2023?utm_source=chatgpt.com 4. World Breaches 1.5c global warming target for first time in 2024, financial times, https://www.ft.com/content/fd914266-71bf-4317-9fdc-44b55acb52f6?utm_source=chatgpt.com 5. Maxwell Akalaare AdombilaandColleen Goko, South Africa calls for affordable, balanced energy transition, Reuters, May 13, 2025 https://www.reuters.com/sustainability/climate-energy/south-africa-calls-affordable-balanced-energy-transition-2025-05-13/?utm_source=chatgpt.com 6. Constance Malleret, ‘A future on our terms’: how community energy is lighting up Latin America, The Guardian, 8 May 2025 https://www.theguardian.com/global-development/2025/may/08/latin-america-community-energy-indigenous-lighting-electricity-solar-pollution-diesel-just-transition?utm_source=chatgpt.com 덧붙이는글 I 강청문 / 姜倩雯 / JIANG, QIANWEN 강천문은 중국 광저우미술학원에서 전시예술디자인 전공으로 학사 및 디자인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에서 디자인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박사학위 논문은 《가상현실 박물관의 공간 인지 특성 연구》이다. 현재 한국ESG위원회 전시공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ESG코리아뉴스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디지털 전시 디자인, 가상현실 기술 및 문화 공간의 융합적 응용이며, ESG 분야의 혁신적 실천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화와 지속 가능 디자인의 융합 발전을 지향하고 있다. 한국 KCI 논문 1편과 EI 컨퍼런스 논문 2편을 발표했다. 주요 연구 방향은 문화유산 전시에 있어서 VR/AR 기술의 창의적 응용, 디지털 미디어와 공간 체험의 인터랙티브 디자인, 지속 가능한 전시 재료 개발, 그리고 ESG 이념에 기반한 지능형 전시 공간 구축 등이다.
    • 오피니언
    • 지속가능한
    2025-05-19
  • [김동헌의 공간디코딩 ⑨] 디지털 시대, 지도는 누구의 것인가
    사진 찍는 인간, 지도 위의 사용자 도시 공간은 더 이상 고정된 물리적 실체가 아니다. 우리는 플랫폼을 통해 공간을 경험하고, 이동하고, 기록한다. 사용자는 사진을 찍고, 위치를 공유하며, 일상적으로 지도를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플랫폼 역시 사용자의 행동을 수집하고 분석하면서 공간을 감지하고 있다. 우리가 무심코 남기는 사진 한 장, QR코드 체크인, 결제 영수증 정보는 모두 플랫폼이 수집하는 공간 데이터의 일부이다. 위치 기반 광고, 경로 추천, 실시간 리뷰는 모두 이러한 감지 데이터 위에서 작동한다. 우리는 플랫폼의 사용자이자 동시에 플랫폼의 피감지자가 되어가고 있다. 지도는 더 이상 단순한 길 안내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사용자의 이동과 선택을 구조화하고, 공간에 대한 인식을 재구성하는 감각적 프레임이다. 사용자는 공간을 선택한다고 믿지만, 실상은 플랫폼이 제공하는 우선순위와 추천 시스템에 따라 공간을 소비하고 있다. 결국 우리는 공간을 주체적으로 경험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이미 설계된 경로를 따라 걷고 있는 셈이다. 감지되는 인간, 유도되는 이동, 데이터화된 감각이 도시의 일상이 되었다. 플랫폼은 데이터를 모아 도시를 설계한다 디지털 플랫폼은 사용자의 위치, 행동, 선호 데이터를 수집하여 공간을 설계하고 있다. 이 설계는 물리적인 건축이 아니라, 정보 구조와 알고리즘을 통해 이루어지는 디지털 설계이다. 구글 지도는 그 대표적인 사례로, 사용자가 어떤 장소를 클릭했는지, 얼마나 자주 방문했는지, 어디에서 멈췄는지를 감지하고 분석하여 공간의 구조를 결정한다. 구글은 지도 위에 실시간 교통량, 매장 리뷰, 인기 장소 등 다양한 데이터 레이어를 구축하고 있다. 이 데이터는 단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사용자의 행동을 유도하는 구조를 가진다. 사용자가 자주 선택하는 경로, 사람들이 몰리는 장소는 더욱 강조되고, 그렇지 않은 공간은 지도 위에서 점차 희미해진다. 지도는 점점 소비되는 장소 중심으로 조직되며, 플랫폼은 도시를 재배열한다. 사용자는 플랫폼이 제공하는 추천과 리뷰, 별점 시스템을 바탕으로 공간을 선택한다. 이는 경험의 다양성과 우연성을 줄이고, 알고리즘이 선호하는 경로를 따라 걷는 구조를 강화한다. 사용자에게 선택권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선택지는 이미 플랫폼의 데이터 기반 알고리즘에 의해 정렬된 상태이다. 더 나아가, 이 설계는 플랫폼 외부로도 확장된다. 상업공간은 플랫폼에서의 가시성을 높이기 위해 인테리어, 서비스, 메뉴 구성까지 조정하며, 공간은 플랫폼이 좋아할 만한 방식으로 점점 표준화된다. 플랫폼은 도시의 외관뿐 아니라 내부 운영과 감각마저 결정짓는 영향력을 가지게 된다. 결국 데이터 기반의 공간 설계는 도시를 효율적으로 만들지만, 동시에 예측 가능하고 획일적인 경험을 강요한다. 플랫폼 중심의 도시 설계가 지속될수록, 도시의 감각은 다양성을 잃고 알고리즘적 질서에 복속되는 경향을 보인다. 디지털 정밀지도와 실내지도, 도시 공간을 다시 그리다 최근 디지털 정밀지도와 실내지도 구축은 공간 정보의 새로운 국면을 열고 있다. 정밀지도는 도로의 차선, 경사, 경계석, 횡단보도 같은 세부 요소까지 수치화해 자율주행차나 로봇 배달 플랫폼의 핵심 인프라가 되고 있다. 동시에 실내지도는 복잡한 쇼핑몰, 병원, 공항, 대중교통 환승센터처럼 GPS가 제한되는 공간에서도 사용자 위치를 정밀하게 파악하고 안내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이러한 데이터는 단지 공간을 표현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센서를 통해 수집된 이 데이터는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며, 도시의 운영 체계를 재구성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건물 내부의 움직임, 유동인구 밀도, 사용자 이동 경로 등의 정보는 상업적, 정책적 의사결정에 사용된다. 지도는 도시를 감지하는 도구에서 도시를 예측하고 최적화하는 알고리즘으로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이 기술적 진보는 동시에 ‘설계의 권한’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정밀지도와 실내지도는 고도화될수록 민감한 데이터를 포함하게 되며, 그 정보의 소유와 활용 주체에 따라 도시 감각의 균형이 달라진다. 공공이 중심이 되는 지도, 플랫폼 기업이 주도하는 지도, 혹은 사용자 주체의 선택권이 보장되는 지도에 따라 도시의 공간 경험은 전혀 다른 양상을 띤다. 우리는 이제 도시를 보는 방식뿐 아니라 도시를 누가, 어떻게 그릴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해야 한다. 지도는 경로를 안내하는 도구가 아니라, 삶의 동선을 설계하고 감각을 유도하는 시스템이다. 디지털 지도 시대의 공간은 단지 정확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하고 투명하게 작동해야 한다. 공간정보는 기술이 아니라 공공성과 감각의 문제이며, 도시의 미래를 그리는 새로운 언어이기도 하다. 지도는 단순한 지도가 아니다 — 플랫폼의 공간 지배 도구 구글은 전 세계 220개국 이상에서 지도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으며, 그 영향력은 단순한 정보 제공을 넘어서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영향력으로 확장되고 있다. 구글 지도의 정확성과 기능성은 단연 독보적이며, 검색, 내비게이션, 광고, 물류 등 거의 모든 도시 활동의 플랫폼화된 기반이 되고 있다. 지도 데이터는 더 이상 공공재만이 아니다. 그것은 디지털 플랫폼의 가장 강력한 자산이며, 공간에 대한 해석 권한과 설계 권한을 함께 갖춘 전략적 자원이다. 특히 고정밀 3D 지도, 교통 흐름 정보, 실내 지도 등의 정보는 물리적 공간을 디지털로 전환하고 재배치하는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구글은 이를 통해 물리적 세계를 디지털 인터페이스로 환원시키고 있다. 한국에서는 구글 지도의 주요 기능들이 제한되어 있다. 이는 국토지리정보원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외국 기업에 반출하지 못하게 하는 법적 규제 때문이다. 한국 정부는 이 데이터를 군사기밀 보호와 국가 안보의 차원에서 바라보며, 구글의 서비스 요청을 제한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은 구글 지도 내 실시간 내비게이션, 음성 길찾기, 고도화된 3D 지도 등의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 반면 일본은 지도 데이터를 구글에 제공하면서 정밀도 높은 지도 기반 서비스를 제공받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오픈데이터 전략의 일환으로 공간정보를 개방했고, 이를 통해 구글의 플랫폼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용자 편의성과 민간기업의 활용을 우선한 선택이었다. 이 두 사례는 지도 데이터가 단지 기술적 자산이 아니라, 공간에 대한 해석권과 설계권의 문제임을 보여준다. 지도는 플랫폼이 도시를 '보는 방식'을 결정하며, 그 보는 방식은 곧 공간의 구조와 우리의 경험 방식까지 바꾼다. 지도는 도시를 재해석하는 눈이며, 그 눈의 소유가 곧 권력의 소유로 이어진다. 왜 일본은 개방했고, 한국은 거부하는가 일본은 2012년부터 '오픈 정부 데이터 전략'을 수립하고, 공공 데이터를 민간에 개방하는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 정책은 공공 자원의 민간 활용을 통해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고, 국가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명분 아래 진행되었다. 지도 데이터 역시 이러한 개방 정책의 대상에 포함되었고, 일본 정부는 구글을 포함한 글로벌 기업들이 자국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에 비교적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이는 기술 생태계의 활성화, 민간 혁신의 촉진, 사용자 편의성 증진 등을 전면에 내세운 전략이었다. 일본은 이를 통해 구글 지도 기반의 실시간 내비게이션, 스트리트 뷰, 3D 도시 모델링 등 다양한 고도화 서비스를 빠르게 도입할 수 있었다. 이는 기술적 선도국가로서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기여했다. 반면 한국은 지도 정보의 해외 반출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국토지리정보원의 고정밀 지도는 군사적 민감성이 크며, 분단 상황에서 보안적 측면이 중요하게 작용해왔다. 한국은 이러한 공간 데이터를 외국 기업에게 제공하는 것을 국가 주권과 안보의 문제로 인식하며, 보수적인 접근을 유지해왔다. 이러한 차이는 단순한 기술 정책의 차이가 아니라, 국가가 공간 정보를 어떤 방식으로 다루고, 누구에게 그 권한을 맡길 것인가에 대한 철학의 차이로 읽을 수 있다. 일본은 기술 생태계 확장을 위한 전략적 개방을 선택한 반면, 한국은 통제와 주권 보호를 우선하는 전략을 택했다. 두 입장은 모두 나름의 정당성과 합리성을 가지며, 어느 하나가 일방적으로 옳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이 두 입장은 결국 구글 같은 글로벌 플랫폼 기업이 해당 국가에서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의 차이로 이어졌다. 일본은 고해상도 스트리트뷰와 정밀지도 기반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반면, 한국은 여전히 제한된 기능만 제공받고 있다. 국가의 공간 주권은 기술과 플랫폼의 시대에 새로운 형태의 경계선을 만들고 있으며, 이는 앞으로 더 치열한 논쟁과 선택을 요구할 것이다. 지도 데이터를 지킨다는 것, 공간을 이해한다는 것 2023년 4월 말부터 한국 정부는 정밀지도 데이터를 기업과 국민에게 무상 제공하기 시작했다. 자율주행, 로봇 물류, 디지털 트윈 등 신산업 기반 기술들이 현실화되며, 공간정보의 활용은 더 이상 일부 전문가의 영역이 아니라, 산업 생태계 전반의 전제 조건이 되었다. 이 조치는 정밀지도 데이터를 공공 인프라로 인식하려는 변화의 신호탄이었다. 그러나 최근 구글이 한국 정부에 요청한 ‘고정밀 지도 데이터 국외 반출’ 문제는, 이 데이터가 단순한 기술 자산을 넘어 주권과 통상, 공정 경쟁, 감시 체계까지 얽힌 복합적 쟁점임을 드러내고 있다. 구글은 2025년 2월, 축척 1:5,000 수준의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해외 서버로 이전할 수 있도록 요청했고, 이는 2011년, 2016년에 이은 세 번째 요구였다. 현재 구글은 해상도가 낮은 축척 1:25,000 지도를 활용하고 있어, 네이버나 카카오보다 정밀한 공간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자율주행, 증강현실(AR), 위치 기반 광고 등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것이 이번 요청의 핵심이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정보 주권과 안보를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고정밀 지도에는 군사기지, 주요 기간시설 등 민감한 공간 정보가 포함돼 있으며, 이 데이터를 해외 데이터센터에서 운용할 경우, 정보 유출이나 군사적 악용 가능성이 제기된다. 정부는 현재 국토부, 국방부, 외교부 등 8개 부처와 민간 전문가가 참여하는 ‘측량성과 국외 반출 협의체’를 통해 심사를 진행 중이며, 최종 결정은 2025년 8월 11일까지 유보된 상태이다. 동시에 이 문제는 미국의 통상 압력, 그리고 글로벌 기업과 국내 플랫폼 기업 간의 경쟁 구도까지 맞물려 있다. 미국은 구글의 지도 반출 요청을 비관세 장벽 해소의 일환으로 간주하며, 무형자산의 자유 이동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 IT 기업들은 구글이 고정밀 데이터를 확보할 경우, AI, 자율주행, 지도 기반 서비스 전반에서 지배적인 경쟁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구글이 한국 시장에서 높은 수익을 올리면서도 법인세는 거의 내지 않는다는 점에서, ‘공정 경쟁’의 구조가 무너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지도를 지킨다는 것은 단지 외국 기업에 넘기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그것은 이 데이터가 누구의 관점으로 해석되고, 누구의 목적을 위해 설계되는지를 묻는 일이다. 공간정보는 산업적 자산이자 전략적 통제 장치이며, 동시에 시민의 감각과 이동을 매개하는 ‘도시의 언어’이기도 하다. 따라서 지도 데이터의 개방과 활용은 기술과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참여해야 할 공적 논의 대상이다. 우리는 지도 위에서 살고 있다. 그 지도가 누구의 눈으로 만들어졌는지, 누구의 서버에 저장되고 누구의 알고리즘에 의해 경로가 정해지는지를 감각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공간 주권’은 현실이 된다. 빅브라더는 지도를 원한다 - 공간데이터가 갖는 힘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헤테로토피아』에서 공간을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권력이 배치되는 구조로 보았다. 어떤 공간을 어떻게 보여주고, 무엇을 감추는지를 결정하는 행위 자체가 곧 통치의 기술이라는 것이다. 이 시선은 오늘날 정밀 지도 데이터를 둘러싼 논쟁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구글이 요구하는 것은 단지 고해상도 이미지나 도로망 데이터가 아니다. 그것은 특정한 기술 주체가 도시의 구조를 해석하고, 동선을 설계하며, 사용자 경험을 조정할 수 있는 권한 그 자체이다. 지도 위에 어떤 정보가 표시되고, 어떤 경로가 추천되며, 어떤 공간이 '보이지 않게' 처리되는가에 따라, 삶의 방향은 플랫폼의 손 안에서 자연스럽게 조율된다. 조지 오웰의 『1984』에 등장하는 빅브라더는 늘 우리를 지켜보지만, 그 시선은 ‘보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현실을 정의하고, 과거를 수정하며, 미래를 설계한다. 지도 데이터 역시 마찬가지다. 그것은 공간을 설명하는 수단이 아니라, 현실을 구성하고 권력을 배치하는 새로운 도구로 진화하고 있다. 따라서 지도 데이터를 지킨다는 것은 단지 외국 기업에 넘기지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것은 시민이 공간을 해석하고 상상할 수 있는 권리를, 기술과 시장 너머에서 되찾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김동헌 (Kim Dong Hun) | 디지털 공간전략 디자이너, 트렌드 분석가, 칼럼니스트 시대 디지털 기술과 감각, 철학과 디자인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공간의 새로운 쓰임과 의미를 탐구하고 있다. 기계공학과 법학을 전공한 후 LG전자 특허센터에서 기술 전략과 혁신을 경험했으며,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에서 공간문화디자인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는 AI와 디자인, 철학이 융합된 공간의 방향성을 탐구하고 있으며, 디지털 기술이 공간 경험을 어떻게 확장하는지, 생성형 AI로 인한 공간디자인 교육의 진화 방향을 주제로 연구하고 있다.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공간디자인전공 겸임교수로 미래학(Futurology)과 공간철학을 강의하며, ㈜리네아디자인 이사로 공간의 미래를 설계하는 연구자이자, 공간 분야 ESG 확립을 위한 실천가로 활동하고 있다.
    • 오피니언
    • 투명하고 건전한
    2025-05-17
  • [김동헌의 공간디코딩 ⑧] 사진 찍는 인간, 기록되는 공간
    공간은 ‘사는 곳’에서 ‘남기는 장면’이 되었다 퇴근 후 찾은 서울의 한 카페. 사람들은 메뉴판보다 먼저 포토존을 찾고, 스마트폰을 들어 사진을 찍는다. 몇 번의 포즈와 표정 확인 후, 사진은 곧바로 SNS에 업로드된다. 커피를 마시는 순간조차 알림과 좋아요 숫자에 시선이 빼앗긴다. 이곳의 가구는 더 이상 대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사진을 위한 소품이 되었다. 공간은 ‘머무는 곳’에서 ‘공유하는 장면’으로 바뀌고 있다. 공간은 ‘찍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제 도시에 들어선 카페나 매장을 방문할 때 우리는 먼저 그 장소가 사진으로 어떻게 표현될지부터 고민한다. 단순히 머무르는 경험보다, 그 경험을 얼마나 잘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서울 성수동과 도산공원 일대의 브랜드 팝업스토어, 더현대서울의 인기 있는 팝업 매장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전략은 명확하다. 그것은 고객이 그 공간을 경험하는 방식이 아니라, 카메라 프레임 속에서 얼마나 매력적인 장면을 연출할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러한 현상은 근대 건축가 루이스 설리번(Louis Sullivan)이 제시했던 모더니즘 건축의 핵심 개념인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라는 원칙마저도 뒤바꾸고 있다. 모더니즘 시대의 공간 디자인은 사용자의 실용적 필요와 기능성을 중심으로 결정되었다면, 이제는 SNS의 피드(Feed)가 기능을 대신한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나는 이를 “형태는 피드를 따른다(Form Follows Feed)“라고 표현하고 싶다. 현대 공간 디자인에서 형태는 이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얼마나 매력적으로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보여질 수 있는가 하는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 공간을 설계하는 건축가와 디자이너는 사용자 동선이나 사용성보다 먼저 카메라 앵글과 조명, 배경의 색감과 질감을 고려한다. 사용자는 공간을 사유하고 체험하기보다는, 그 공간을 어떻게 촬영할 것인지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공간은 SNS 피드를 위한 하나의 프레임으로 재구성된 것이다. 공간이 사람을 기록하는 시대의 도래 그러나 인간만이 공간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공간을 소비하고 기록하는 동시에, 공간 역시 우리를 기록하고 분석하기 시작했다. CCTV와 GPS, RFID, 와이파이 로그 등 현대 도시의 각종 디지털 장치들은 사용자의 동선과 체류시간, 이동 경로를 기록하고, 이를 데이터화하여 분석한다. 공간은 사용자의 행동을 예측하고, 다음 행위를 유도하는 데이터 기반의 장치가 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공간 속에서 기록자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데이터가 되어 공간에 의해 기록되고 있다. 공간은 사용자의 행동을 축적하고 분석하며, 이는 플랫폼의 알고리즘에 의해 다시 사용자의 행동을 제어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인간은 공간을 기록하는 주체이면서, 동시에 공간 속에서 기록되는 객체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감각과 경험의 축소, 플랫폼 속의 공간 이러한 공간 인식 방식의 전환은 인간의 감각과 경험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도시를 걸으며 만나는 공간은 더 이상 우연한 발견의 장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온라인에서 인기 있는 장소와 사진에 어울리는 장면만을 선택적으로 소비한다. 이런 공간 소비 방식은 도시 전체를 플랫폼 알고리즘이 제시하는 제한된 프레임 안으로 압축시키고, 결국 도시는 서로 비슷한 공간과 경험으로 가득 차게 된다. 철학자 발터 벤야민(W. Benjamin)이 『사진과 복제 기술의 시대』에서 ‘아우라(Aura)’가 상실되었다고 했던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현대 도시에서 공간은 더 이상 독특한 경험의 장소가 아니라, 반복적으로 재생산되는 이미지의 무대가 되었다. 인간의 공간 경험은 깊이를 잃고, 순간적으로 소비되는 이미지의 표면적 수준으로 축소되고 있다. 공간의 감각을 다시 회복하려면 이제 우리는 중요한 질문 앞에 서 있다. 디지털 기록과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인간이 공간을 통해 진정으로 얻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기록과 공유를 넘어, 공간 그 자체의 의미와 감각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디지털 기록의 시대에도 도시는 우연히 발견할 수 있는 골목과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 장소를 허용해야 한다. 때로는 디지털 기기를 내려놓고 지도 없이 도시를 걷고, SNS 공유와 상관없이 존재하는 공간의 감각과 가치를 다시 느낄 필요가 있다. 공간을 설계하는 디자이너들 또한 단지 사진 찍기 좋은 공간이 아니라, 사용자가 온전히 경험하고 사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기록되는 공간 속에서 다시 한번 ‘머무는 공간’, ‘체험하는 공간’을 회복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결국 공간디자인은 인간의 감각과 경험, 삶의 본질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고민하는 과정 속에서 다시금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동헌 (Kim Dong Hun) | 디지털 시대, 공간의 미래를 연구하는 전문가
    • 오피니언
    • 지속가능한
    2025-05-05
비밀번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