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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헌의 공간디코딩 ⑧] 사진 찍는 인간, 기록되는 공간
공간은 ‘사는 곳’에서 ‘남기는 장면’이 되었다 퇴근 후 찾은 서울의 한 카페. 사람들은 메뉴판보다 먼저 포토존을 찾고, 스마트폰을 들어 사진을 찍는다. 몇 번의 포즈와 표정 확인 후, 사진은 곧바로 SNS에 업로드된다. 커피를 마시는 순간조차 알림과 좋아요 숫자에 시선이 빼앗긴다. 이곳의 가구는 더 이상 대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사진을 위한 소품이 되었다. 공간은 ‘머무는 곳’에서 ‘공유하는 장면’으로 바뀌고 있다. 공간은 ‘찍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제 도시에 들어선 카페나 매장을 방문할 때 우리는 먼저 그 장소가 사진으로 어떻게 표현될지부터 고민한다. 단순히 머무르는 경험보다, 그 경험을 얼마나 잘 기록하고 공유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서울 성수동과 도산공원 일대의 브랜드 팝업스토어, 더현대서울의 인기 있는 팝업 매장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전략은 명확하다. 그것은 고객이 그 공간을 경험하는 방식이 아니라, 카메라 프레임 속에서 얼마나 매력적인 장면을 연출할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러한 현상은 근대 건축가 루이스 설리번(Louis Sullivan)이 제시했던 모더니즘 건축의 핵심 개념인 “형태는 기능을 따른다(Form follows function)“라는 원칙마저도 뒤바꾸고 있다. 모더니즘 시대의 공간 디자인은 사용자의 실용적 필요와 기능성을 중심으로 결정되었다면, 이제는 SNS의 피드(Feed)가 기능을 대신한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나는 이를 “형태는 피드를 따른다(Form Follows Feed)“라고 표현하고 싶다. 현대 공간 디자인에서 형태는 이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얼마나 매력적으로 인스타그램 피드에서 보여질 수 있는가 하는 기준에 따라 결정된다. 공간을 설계하는 건축가와 디자이너는 사용자 동선이나 사용성보다 먼저 카메라 앵글과 조명, 배경의 색감과 질감을 고려한다. 사용자는 공간을 사유하고 체험하기보다는, 그 공간을 어떻게 촬영할 것인지에 더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공간은 SNS 피드를 위한 하나의 프레임으로 재구성된 것이다. 공간이 사람을 기록하는 시대의 도래 그러나 인간만이 공간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공간을 소비하고 기록하는 동시에, 공간 역시 우리를 기록하고 분석하기 시작했다. CCTV와 GPS, RFID, 와이파이 로그 등 현대 도시의 각종 디지털 장치들은 사용자의 동선과 체류시간, 이동 경로를 기록하고, 이를 데이터화하여 분석한다. 공간은 사용자의 행동을 예측하고, 다음 행위를 유도하는 데이터 기반의 장치가 되고 있다. 이제 우리는 공간 속에서 기록자로서의 역할뿐 아니라, 데이터가 되어 공간에 의해 기록되고 있다. 공간은 사용자의 행동을 축적하고 분석하며, 이는 플랫폼의 알고리즘에 의해 다시 사용자의 행동을 제어하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인간은 공간을 기록하는 주체이면서, 동시에 공간 속에서 기록되는 객체가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감각과 경험의 축소, 플랫폼 속의 공간 이러한 공간 인식 방식의 전환은 인간의 감각과 경험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도시를 걸으며 만나는 공간은 더 이상 우연한 발견의 장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온라인에서 인기 있는 장소와 사진에 어울리는 장면만을 선택적으로 소비한다. 이런 공간 소비 방식은 도시 전체를 플랫폼 알고리즘이 제시하는 제한된 프레임 안으로 압축시키고, 결국 도시는 서로 비슷한 공간과 경험으로 가득 차게 된다. 철학자 발터 벤야민(W. Benjamin)이 『사진과 복제 기술의 시대』에서 ‘아우라(Aura)’가 상실되었다고 했던 것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현대 도시에서 공간은 더 이상 독특한 경험의 장소가 아니라, 반복적으로 재생산되는 이미지의 무대가 되었다. 인간의 공간 경험은 깊이를 잃고, 순간적으로 소비되는 이미지의 표면적 수준으로 축소되고 있다. 공간의 감각을 다시 회복하려면 이제 우리는 중요한 질문 앞에 서 있다. 디지털 기록과 데이터의 홍수 속에서 인간이 공간을 통해 진정으로 얻고자 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기록과 공유를 넘어, 공간 그 자체의 의미와 감각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디지털 기록의 시대에도 도시는 우연히 발견할 수 있는 골목과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 장소를 허용해야 한다. 때로는 디지털 기기를 내려놓고 지도 없이 도시를 걷고, SNS 공유와 상관없이 존재하는 공간의 감각과 가치를 다시 느낄 필요가 있다. 공간을 설계하는 디자이너들 또한 단지 사진 찍기 좋은 공간이 아니라, 사용자가 온전히 경험하고 사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그것이 기록되는 공간 속에서 다시 한번 ‘머무는 공간’, ‘체험하는 공간’을 회복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결국 공간디자인은 인간의 감각과 경험, 삶의 본질에 대해 깊이 이해하고 고민하는 과정 속에서 다시금 진정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동헌 (Kim Dong Hun) | 디지털 시대, 공간의 미래를 연구하는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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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개인정보 유출과 ESG 전략 방안 제언
최근 SK텔레콤의 악성코드로 인한 유심(USIM) 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서,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급격히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단순한 기술적 실수를 넘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 전 영역에 걸쳐 기업의 지속가능성에 심대한 타격을 입힌 사건으로 해석된다. 특히 시장지배적 위치에 있는 기업이 대규모 개인정보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이에 상응하는 수준의 책임과 리스크 관리를 수행하지 못했다는 점은, ESG 경영체계 전반에 대한 근본적 성찰을 요구한다. SK텔레콤 유심 정보 유출 사고 2025년 4월, SK텔레콤의 유심(USIM) 관리 시스템이 악성코드에 감염되면서 대규모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다. 유출된 정보는 유심 일련번호로 가입자 식별 번호인 IMSI, 단말기 식별 번호 IMEI, 통신사와 HSS가 공유하는 공유키 K 등으로 SIM 카드 복제가 우려되는 정보이며, 그 피해 규모는 2,3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이동통신 서비스를 통해 국민 대다수가 스마트폰으로 금융거래, 본인인증 등 지극히 사적인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단순한 기업 내부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사회 인프라 리스크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SK텔레콤은 사고 직후 시스템 점검과 일부 사실 공개를 통해 대응했지만, 늑장 대응과 늦은 개별 통지, 늦은 대응안 발표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나아가 유심 변경을 위한 유심 확보, 교체 방안, 구체적 보상 계획 등이 명확히 제시되지 않고 있는 현실이다. ESG 관점에서 본 문제의 본질과 대체 불가능 기업의 추가적 책임 개인정보 유출은 단순한 보안 사고가 아니다.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세 영역 모두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복합적 리스크이다. 우선, 데이터 복구 과정에서 서버 증설과 시스템 점검을 반복하게 되면 막대한 전력 소모와 탄소배출이 발생한다. 디지털 운영조차 환경적 책임을 요구받는 시대에, 사고 복구조차 탄소중립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기업의 환경책임 이행이 의심받게 된다. 사회적 측면에서 보면, 개인정보는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라 현대사회의 인간 존엄성과 직접 연결되는 요소이다. 특히 유심 정보는 금융거래와 본인인증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기 때문에, 이번 사고는 심각한 2차 피해(명의도용, 금융사기 등) 가능성을 초래한다. 디지털 인권 보호 실패는 사회 전체의 신뢰 기반을 붕괴시키는 치명적 결과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지배구조 측면에서는 이사회 차원의 리스크 관리 실패가 뚜렷하게 드러났다. 시장지배적 기업이라면 평상시부터 개인정보 보호 리스크를 전략적 차원에서 관리하고, 사고 발생 시 이사회가 즉각적으로 개입하여 책임 있는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이동통신 서비스처럼 국민 생활에 필수적인 인프라를 제공하는 기업은 일반 민간기업과 다른 차원의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한다. 대다수 국민이 스마트폰을 통해 금융, 행정, 본인 인증 등 핵심 서비스를 이용하는 상황에서, 개인정보를 수탁한 기업은 사실상 공공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기업에게는 단순한 법적 의무를 넘어, 공공신뢰 유지와 디지털 사회계약 재구축이라는 시대적 책무가 부여된다. 따라서 이번 사건은 기업 내부 시스템 개선에 그칠 문제가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디지털 신뢰 인프라를 다시 설계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전략적 대응 방안 제언, ‘디지털 패스트트랙 보상제’ 도입의 필요 이제 기업은 단순히 '복구'를 넘어, ESG 기반 위기관리 전략을 정교하게 수립해야 한다. 우선, 친환경적 데이터 복구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Microsoft는 2020년 SolarWinds 공격 이후 보안 인프라를 재구축하면서 탄소중립 목표를 적용하고, 데이터 복구 과정의 탄소배출량까지 관리·공시하였다. 이처럼 복구 작업조차 환경적 책임을 고려하는 것이 글로벌 표준이 되어가고 있다. 둘째, 사회적 신뢰 회복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한다. 미국의 Capital One은 2019년 약 1억6천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 당시, 피해자 전원에게 무료 신용 모니터링 서비스를 제공하고, 구체적 사고 경위를 신속히 공개하는 등 적극적 대응에 나섰다. 결국 중요한 것은 사과가 아니라, 피해자가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 보호 조치와 투명성이다. 셋째, 이사회 차원의 지배구조 개혁이 절실하다. 페이스북(현 Meta Platforms)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 이후, 개인정보 보호를 감독하는 전담 위원회를 이사회에 설치하고 외부 감사를 의무화했다. 리스크 통제 시스템을 이사회 주도로 강화함으로써, 장기적 투자자 신뢰를 회복할 수 있었다. 여기에 더해, 현재의 상황에 실질적이면서 즉각 도입이 필요한 기업의 대응 전략으로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디지털 패스트트랙 보상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상황에서는 USIM 도용으로 발생한 피해를 피해자가 일일이 신고하고 서류를 제출하는 기존의 절차가 아니라, AI 기반의 피해 판정 시스템을 통해 신속하고 자동화된 보상을 제공해야 한다. 이는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는 동시에, 디지털 사회에 맞는 민첩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필수적인 조치이다. 이들 사례와 새로운 제안은 모두, 사고 이후 단순한 복구를 넘어 구조적 ESG 혁신으로 이어진 경우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 각각의 영역에서 통합적 개혁을 추진해야만, 기업은 생존할 수 있다. ESG로 지속가능한 신뢰를 구축해야 이번 SK텔레콤 개인정보 유출 사고는 단순한 기술적 오류가 아니다. 디지털 시대에 개인정보 보호 실패는 곧 ESG 경영 실패를 의미하며,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직접적으로 위협한다. 특히 시장지배적 기업은 환경책임을 수반한 사고 대응, 사회적 신뢰 회복을 위한 피해자 구제, 지배구조 차원의 구조적 개혁 을 신속하고 투명하게 이행해야 한다. 진정한 ESG 경영은 위기 앞에서 빛난다. 지금이야말로, 기업이 자신들의 진정성과 책임감을 증명해야 할 때다. 사회와의 새로운 신뢰 계약을 체결하는 것, 그것이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나아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덧붙이는 글 I 윤재은(Yoon Jae Eun) 예술, 문학, 철학적 사유를 통해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공간철학자이자 건축가이다. 현재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공간디자인학과, 테크노전문대학원 공간문화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 학사, 미국 뉴욕 프랫대학 인테리어디자인 석사,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 LH 이사회의장, LH ESG 소위원회 위원장, 2022년 대한민국 ESG소통 운영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미국의 UC버클리대학 뉴미디어 센터에서 1년간 방문학자로 있었다. 저자는 ‘해체주의 건축의 공간철학적 의미체계’ 박사 논문을 통해 공간철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적 영역을 개척하였다. ‘공간철학’이란 반성을 통해 지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직관을 통해 무형의 공간과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다. 주요 저서로는 장편소설 ‘비트의 안개나라’, 시집 ‘건축은 나무다’, ‘건축은 선이다’, 건축 전문서적 ’Archiroad 1권(Hyun), 2권(Sun), 3권(Hee)‘, 철학 인문 서적 ‘철학의 위로’가 있다. 김동헌 (Kim Dong Hun) | 디지털 기술 기반 공간혁신 연구자, 칼럼니스트 AI 기반 공간디자인, 뉴미디어 아트, 공간 산업의 ESG를 연구하고 있다. 홍익대에서 기계공학과 법학을 전공한 뒤 LG전자 특허센터에서 기술 전략과 혁신 업무를 경험했다. 현재는 디지털 기술이 공간 경험을 확장하는 방식과 다양한 학문이 융합되는 공간디자인 교육의 진화 방향을 연구하고 있다.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공간디자인전공 겸임교수로서 미래학(Futurology)과 공간철학을 강의하고 있으며, ㈜리네아디자인 이사로 공간의 미래를 설계하는 연구자이자 실천가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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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헌의 공간디코딩 ➆] 마인크래프트 무비, 픽셀 속에 담긴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공간
게임에서 영화로, 마인크래프트의 변신 최근 전 세계적으로 2억 3천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월간 활성 사용자 수가 1억 4천만 명에 달하는 인기 게임 마인크래프트(Minecraft)가 영화로 제작되어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마인크래프트는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독특한 공간 개념과 무한한 창의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디지털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렇다면, 마인크래프트가 영화라는 새로운 형태의 매체로 표현될 때, 공간의 의미는 어떻게 달라졌을까? 블록으로 만드는 창의적 공간 마인크래프트는 작은 픽셀 블록으로 이루어진 가상 세계에서 사용자가 자유롭게 건축과 탐험을 할 수 있는 게임이다. 마인크래프트(Minecraft)라는 이름은 "광산(Mine)"과 "만들다(Craft)"의 합성어로, 플레이어가 직접 광물을 캐고 다양한 재료를 조합하여 자신만의 세계를 창조하는 게임의 핵심적 특징을 나타낸다. 이 점에서 마인크래프트는 레고(LEGO)와도 흥미로운 비교가 가능하다. 레고 역시 사용자가 블록을 조립해 다양한 구조물을 만들어내는 창의적 장난감이지만, 물리적 제약 속에서 완성도를 높이는 데 중점을 둔다. 반면 마인크래프트는 디지털 공간이라는 무한한 영역 안에서 사용자 상상력의 자유를 극대화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레고가 정해진 조립 설명서와 실재하는 물성을 바탕으로 창작 활동을 유도한다면, 마인크래프트는 규칙과 물리적 제약이 거의 없는 환경에서 스스로 규칙을 만들고 세계를 구축하는 경험을 제공한다. 플레이어는 블록을 쌓고 부수며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이 독특한 방식 덕분에 게임은 사용자들의 창의성을 무한히 자극한다. 사용자는 정해진 스토리가 아닌 자신만의 이야기와 공간을 창조하며, 이 과정에서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하게 된다. 바로 이 점이 마인크래프트의 가장 큰 매력이다. 작은 픽셀 블록으로 이루어진 가상의 세계에서 사용자가 자유롭게 건축을 하고 탐험을 할 수 있는 게임이다. 영화라는 새로운 매체가 던지는 질문 마인크래프트가 영화로 제작되는 과정에서 가장 본질적인 변화는 '공간을 경험하는 방식'에 있다.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직접 블록을 조작하고 세계를 만들어나가는 주체였다면, 영화에서는 그 능동성을 내려놓고 타인이 창조한 세계를 따라가야 한다. 자유롭게 개입하던 공간이 서사를 따라 관람하는 공간으로 변모한 것이다. 영화에서는 공간 그 자체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이야기의 흐름과 감정선을 이끌어가는 적극적인 서사적 장치로 기능한다. 게임에서는 공간이 순간순간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생성되지만, 영화에서는 시간의 흐름과 함께 공간이 변하고, 등장인물의 이동과 사건을 통해 공간에 시간성이 덧입혀진다. 이러한 시간적 전개는 공간에 '서사성'을 부여한다. 이는 독일의 철학자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가 강조한 '행위(action)'와 '이야기(storytelling)'의 관계를 떠올리게 한다. 아렌트에 따르면, 인간의 행위는 시간이 흐르면서 의미를 획득하고, 이야기를 통해 완성된다. 마인크래프트 무비 역시, 정지된 블록의 집합이 아니라, 사건과 감정이 흐르는 시간의 차원 위에서 비로소 하나의 이야기 공간으로 완성된다. 공간은 더 이상 배경이 아니라, 등장인물의 정체성과 서사를 매개하는 적극적 주체로 재구성된다. 특히 영화에서 주목할 점은 픽셀화된 큐브만으로 구성된 세상 속에 큐브가 아닌 사람의 형상이 등장하면서 생기는 이질감이다. 이 점은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의 '차연(différance)' 개념과 연결된다. 데리다는 모든 의미가 고정된 실체가 아니라, 다른 의미와의 차이(difference)와 완전한 의미 도달의 보류(deferment)를 통해 끊임없이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큐브로 통일된 세계에서 인간과 같은 이질적인 요소의 등장으로 인해 기존 세계의 의미는 흔들리고 재정의된다. 게임 속 균질했던 세계는 영화에서 이질적인 요소를 통해 관객에게 익숙한 현실 세계와의 유사성을 불러일으키며 새로운 성찰과 질문을 제기한다. 관객은 스스로 블록을 쌓지 않더라도 블록 하나하나의 상징성과 그 속에서 벌어지는 이질적 존재의 등장을 통해 세계의 의미를 다시 탐구하게 된다. 이는 디지털 공간의 능동성과 서사의 수동성이 절묘하게 교차하는 지점에서 탄생한, 새로운 형태의 '공간적 몰입'이라 할 수 있다. 현실과 가상 사이를 연결하는 전이 공간의 의미 『마인크래프트 무비』에서는 현실 세계와 마인크래프트 세계를 연결하는 장치로 '지배의 오브’와 ‘대지 수정’이'라는 열쇠와 그것의 결합을 통해 열리는 '포털'이 등장한다. 이 설정은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토끼굴이나 거울을 통해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설정을 연상시킨다. 열쇠와 문은 단순한 장치가 아니라, 하나의 세계관에서 다른 세계관으로 이행하는 '전이 공간(transition space)'을 열어주는 매개체다. 철학적으로 볼 때, 열쇠와 문은 "존재의 경계"를 넘는 행위를 상징한다.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는 인간 존재를 '세계-내-존재'로 규정하며, 존재란 항상 세계 안에서 열리고, 그 경계를 인식함으로써 스스로를 정의한다고 설명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영화 속 포털은 기존 현실 세계의 경계를 넘어, 새로운 의미 체계와 경험이 열리는 공간적, 존재론적 '틈'을 의미한다. 이러한 전이 공간은 단순한 이동을 넘어, 시간과 공간, 정체성의 전환을 의미한다. 관객은 포털을 통과함으로써 일상적 현실로부터 떨어져 나와, 규칙과 질서가 다른 세계에서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는다. 이는 마인크래프트의 세계가 단순히 픽셀 블록으로 만들어진 가상공간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내-존재'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장이라는 점을 부각시킨다. 블록이 주는 공간 디자인의 영감, 픽셀로 그려지는 공간의 미래 『마인크래프트 무비』는 간단한 픽셀 블록으로도 얼마나 다양하고 풍부한 세계를 창조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현실의 건축이나 도시 설계에서도 점차 디지털 기술과 가상현실이 접목되는 오늘날, 마인크래프트 영화가 보여주는 공간 디자인 방식은 많은 영감을 준다. 블록 형태의 단순함이 가진 창의적 가능성은 현실과 가상공간의 경계를 허물며, 공간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안한다. 마인크래프트가 게임을 넘어 영화로 전환되면서, 디지털 시대의 공간 개념은 더욱 넓고 깊게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마인크래프트는 우리에게 가상공간이 단지 현실의 모방이 아니라, 새로운 방식으로 경험하고 탐험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세계임을 보여주고 있다. 앞으로 디지털 기술과 가상공간의 발전과 함께 마인크래프트와 같은 콘텐츠가 어떻게 우리의 일상과 공간 경험을 변화시킬지 흥미롭게 지켜볼 만하다. 김동헌 (Kim Dong Hun) | 디지털 시대, 공간의 미래를 연구하는 전문가 AI 기반 공간디자인과 뉴미디어 아트, ESG 건축을 연구하는 공간디자인 박사과정 연구자. 기계공학과 법학을 전공한 후 LG전자 특허센터에서 기술 전략과 혁신을 경험했으며, 현재는 AI와 디자인, 철학이 융합된 공간의 방향성을 탐구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공간 경험을 어떻게 확장하는지, 인간성과 기술의 조화를 이루는 공간디자인 교육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현재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공간디자인전공 겸임교수로 미래학(Futurology)와 공간철학을 강의하며, ㈜리네아디자인의 이사로 공간의 미래를 설계하는 연구자이자 실천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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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헌의 공간디코딩 ⑥]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와 ‘순간 소비’ 공간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세대는 경험을 소비하고 기록하며, 공간을 일상의 배경이 아닌 콘텐츠로 인식한다. 이들에게 공간은 머무는 장소가 아니라, 촬영하고 공유하고, 곧바로 이동하는 ‘순간 소비’의 무대다. 소비 방식이 변화하면서 공간의 존재 방식도 바뀌고 있다. 그렇다면,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선호하는 ‘순간 소비형 공간’은 어떤 특징을 가지며, 공간디자인은 어떻게 이에 대응해야 할까? *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는 개인용 컴퓨터, 노트북, 스마트폰, 타블릿 등 디지털 환경에 자연스럽게 노출되어 성장한 세대를 말한다. 2001년 미국 교육학자 마크 프렌스키가 그의 논문에서 처음 사용하였다. 순간 소비를 부르는 공간의 특성 디지털 네이티브는 공간을 ‘체류’가 아닌 ‘경험’으로 소비한다. 사진 한 장을 찍기 위해 방문하는 전시, 영상 속 한 장면을 위해 설계된 카페, 리포스팅과 공유를 위해 디자인된 팝업 공간 등은 모두 일회적이고 순간적인 공간 소비를 상징한다. 공간은 브랜드의 철학이나 기능보다, 촬영각도, 색감, 구조의 독특함 등 ‘기록성’에 따라 선택된다. 전라북도 완주의 한옥마을에 위치한 고택과 카페는 BTS의 방문 이후 전국적인 관심을 끌었다. 전통과 자연이 어우러진 이 공간은 조용한 아름다움과 정제된 감성이 공존하는 장소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에게는 ‘나만 알고 싶은’ 공간으로 소비되며 온라인 상에서 공유되었다. 이처럼 전통적 맥락을 감각적으로 재해석한 공간은 순간적인 방문과 기록의 대상이 되며, 기존의 콘텐츠 중심 소비 흐름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회자된다. 또한 미국 뉴욕 더 브로드 현대미술관의 ‘인피니티미러룸(Infinity Mirrored Room)’은 거울로 둘러싸인 구조로 인해 SNS에서 수백만 건 이상 공유되며 세계적인 팝업 공간의 대표 사례가 되었다. 특히, SNS의 알고리즘은 이러한 ‘순간 공간’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한다. 시각적으로 강렬하고 차별화된 공간은 더 많이 노출되고 소비된다. 결국 공간은 정체성과 기능보다는 경험성과 가시성에 따라 생존하게 되는 셈이다. 디자인 전략의 변화: 경험을 위한 연출, 사라짐을 위한 설계 순간 소비형 공간은 오래 존재하기 위해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짧고 강렬하게 소비되기 위해, 철저히 이벤트성과 이동성을 고려해 설계된다. 서울 성수동은 명품 브랜드와 예술문화 팝업전시가 밀집된 지역으로, 루이비통, 구찌 디올 등 글로벌 브랜드가 짧은 기간 동안 감각적 팝업스토어를 열어 SNS 확산을 유도하고 있다. 동시에, 독립 예술가들이 전시와 체험을 결합한 이동형 전시장을 통해 공간을 예술 콘텐츠로 소비하는 흐름도 강해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사라지기 위해 설계된 공간’의 대표적 사례라 할 수 있다. 공간은 ‘컨텐츠화’를 전제로 만들어진다. 색채, 조명, 반사 재료, 인터랙티브 미디어 등은 모두 촬영 결과를 고려하여 설계된다. 이 과정에서 AI 기반 시뮬레이션이나 가상공간 테스트는 소비자 반응을 예측하고, 최적의 연출을 설계하는 데 활용된다. 백화점의 변신과 팝업스토어의 재정의: 더현대서울의 사례 전통적인 백화점의 역할 변화 속에서 더현대서울은 공간, 브랜드, 소비자 경험을 재설계하는 독특한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니라, 고객의 여가 시간과 감성을 사로잡는 ‘설레는 공간’으로서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 중심에는 팝업스토어가 있다. 더현대서울은 여의도라는 도심 거주인구가 적은 입지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존 백화점과는 차별화된 MD 구성과 트렌디한 팝업 콘텐츠 전략을 도입했다. 특히 지하 2층은 젊은 세대를 위한 '크리에이티브 그라운드'로 탈바꿈했으며, 이곳의 핵심은 끊임없이 변하는 팝업스토어다. 브랜드가 정해진 것이 아니라, 매번 새로운 브랜드가 들어서고, 그 콘텐츠가 SNS 상에서 빠르게 확산되도록 유도된다. 특히 슬램덩크, 블랙핑크 지수 등 화제성 높은 IP를 활용한 팝업스토어는 젊은 세대의 ‘기다림’을 콘텐츠로 전환하고, 팝업 그 자체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기억될 경험’이 되도록 한다. 더현대서울의 팝업 전략은 공간이 단순히 임시 판매 공간이 아니라, 브랜드 실험의 장이며 소비자 소통의 플랫폼으로 기능한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또한, 매출 연동 수수료 기반의 상생 모델과 바이어의 적극적인 브랜드 발굴 경쟁 구조는 팝업스토어를 중심으로 한 백화점 운영 패러다임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 공간은 고객에게는 놀라움과 즐거움을, 브랜드에게는 시장 테스트와 팬덤 확장의 기회를, 백화점에게는 활력과 유입을 제공하며 삼자 간의 긍정적 피드백 루프를 만들어낸다. 결국, 더현대서울이 보여주는 사례는 팝업스토어가 단순한 유행이 아닌, 백화점의 미래 전략이자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감성 소비’를 반영하는 새로운 도시 경험 플랫폼으로 작동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순간 소비의 그림자와 지속 가능한 대안 순간 소비형 공간이 증가함에 따라 환경 측면에서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짧은 주기로 설치되고 해체되는 구조물은 자원의 낭비를 초래하고, 과도한 조명과 에너지 소비는 탄소 배출을 가중시킨다. 이러한 팝업 공간은 ESG 경영 측면에서 재고가 필요한 부분이다. 브랜드 마케팅을 위한 화려한 공간 연출은 소비자에게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반복되는 폐기와 자원 소모의 문제가 존재한다. 이에 대응하여 일부 브랜드와 디자이너들은 지속 가능한 소재 사용, 재조립 가능한 모듈형 구조, 폐기물 최소화를 고려한 설계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더현대 서울은 일부 팝업 공간에 재활용 가능한 구조물과 친환경 자재를 적용하고 있으며, 일회성 구조물을 최소화하는 운영 전략도 실험 중이다. 팝업스토어 후 남는 자재를 지역사회 전시나 공공 프로젝트에 재사용하는 순환 설계 사례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성수동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아모레 성수'에서 재활용과 업사이클링을 테마로 한 '아모레리사이클 팝업스토어'를 운영한 바 있다. 이 팝업스토어는 성수동에서 발생한 폐기물과 타 브랜드 팝업스토어에서 사용된 가구를 수거해 재활용 소재로 활용하였으며, 이를 기반으로 한 설치물과 친환경 브랜드 전시를 통해 소비자에게 지속 가능한 소비와 순환의 가치를 제안했다. 디지털 네이티브의 공간 소비는 무엇을 말하는가? 디지털 네이티브의 공간 소비는 기능보다는 관계, 체류보다는 이동, 건축보다는 콘텐츠 중심의 문화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는 공간디자인이 반드시 물리적 구조물을 전제로 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이들은 공간을 '경험의 장면'으로 소비하며, 공유와 확산, 참여와 재해석을 통해 공간의 의미를 확장시킨다. 그러나 이러한 공간 소비 방식은 자칫 공간의 일회성, 자원 낭비, 감각의 피로도라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디지털 네이티브가 공간 소비를 보다 책임 있는 방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디자인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공간 소비자 스스로가 팝업 공간의 제작 과정이나 지속가능한 재료 사용 여부에 대해 정보를 얻고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거나, 소비자가 직접 공간의 의미를 구성하는 참여형 디자인을 확대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지속 가능한 소비를 유도하기 위한 인센티브 시스템, 재사용 가능한 콘텐츠형 공간 모듈 등의 개발도 고려해볼 수 있다. 순간 소비형 공간은 지속 가능성과는 멀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유연함과 확장성이라는 새로운 디자인 가치가 존재한다. 지속 가능한 구조물이 아닌, 지속적으로 반응하고, 의미를 생성하며, 관계를 맺는 공간이 필요하다. 지속 가능성과는 멀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유연함과 확장성이라는 새로운 디자인 가치가 존재한다. 지속 가능한 구조물이 아닌, 지속적으로 반응하고, 의미를 생성하며, 관계를 맺는 공간이 필요하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는 공간을 빠르게 소비하고 잊는다. 하지만 그들은 그 공간을 이미지로, 경험으로, SNS 속 콘텐츠로 남긴다. 이들이 남긴 ‘순간’은 또 다른 누군가를 끌어들이며 공간의 수명을 연장시킨다. 그렇기에 공간디자이너는 ‘지속적으로 기억되는 순간’을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기록될 수 있는 공간’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AI 시대, 공간은 감성을 이해하고 기억을 설계하며, 순간을 구조화할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네이티브가 선택하는 공간은 단순히 트렌디한 장소가 아니라, 감각의 언어이자, 감성의 플랫폼이다. 김동헌 (Kim Dong Hun) | 디지털 시대, 공간의 미래를 연구하는 전문가 AI 기반 공간디자인과 뉴미디어 아트, ESG 건축을 연구하는 공간디자인 박사과정 연구자. 기계공학과 법학을 전공한 후 LG전자 특허센터에서 기술 전략과 혁신을 경험했으며, 현재는 AI와 디자인, 철학이 융합된 공간의 방향성을 탐구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공간 경험을 어떻게 확장하는지, 인간성과 기술의 조화를 이루는 공간디자인 교육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현재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공간디자인전공 겸임교수로 미래학(Futurology)와 공간철학을 강의하며, ㈜리네아디자인의 이사로 공간의 미래를 설계하는 연구자이자 실천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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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헌의 공간디코딩 ⑤] 감성을 배우는 AI, 공간을 창조하는 인간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AI가 공간디자인에 깊이 스며들고 있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기능적인 공간을 넘어, 인간의 감성을 반영하는 환경을 고민해야 하는 시대를 맞이했다. 과거의 공간 설계는 인간의 직관과 경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졌지만,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하며, 인간의 감성적 요소까지 반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AI는 인간의 감성을 어떻게 배우고, 공간을 창조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을까? AI, 감성을 배우다: 인간 경험의 디지털화 AI는 인간의 감성을 학습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와 기술을 기반으로 발전하고 있다. 멀티모달 감정 인식 기술은 AI가 얼굴 표정, 음성 톤, 생체 신호 등을 동시에 분석하여 감정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UNIST 연구팀(김지윤 교수)은 얼굴 근육과 음성을 동시에 분석하는 AI를 개발하여 인간의 감정을 보다 정밀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Affective Computing(인공감성지능)은 사용자의 감정 상태를 인식하고 적절한 반응을 제공하는 기술로, 헬스케어, 심리 상담, 교육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는 사용자와의 대화를 통해 감정을 분석하고, 맞춤형 피드백을 제공하는 감정 인식 AI를 연구한다. 교육 분야에서도 감성 인식 AI가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는데, AI가 학생의 표정과 음성 톤을 분석하여 학습 집중도를 평가하고, 학생의 정서 상태에 따라 맞춤형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은 학습자가 스트레스를 받거나 집중력이 떨어졌을 때, AI가 즉각적으로 학습 환경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학습 효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 예상된다. 자율주행 자동차 분야에서도 감정 인식 AI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감정 인식 차량 컨트롤 기술은 AI가 운전자의 심박수, 얼굴 표정, 음성 변화를 분석하여 운전자의 감정이 격해지거나 스트레스가 높아져 위험해지는 상황을 감지하면, 즉시 차량의 제어권을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넘겨 사고를 예방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기술은 도로 안전성을 높이고, 운전자의 심리적 부담을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나아가, 운전자의 감정 상태와 생체 정보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음악, 온도, 조명 등 차량 실내 환경을 자동으로 조절하여 감성 주행이 가능하게 한다. 공간 디자인에서도 AI는 인간 감성에 반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활용되고 있다. 일본의 teamLab 유니버스는 특정 공간에서 사용자의 행동과 생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공간 내 환경(조명, 소리, 온도 등)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감성적 공간 경험을 최적화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단순한 편의성을 넘어, 인간과 기술이 협력하여 더욱 감성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AI의 감성 학습은 단순한 기술적 발전을 넘어 인간과 기술이 공존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다. 감성 인식 AI는 교육, 자율주행, 공간 디자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의 삶을 개선하고 있으며, 이러한 발전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AI가 인간의 감성을 보다 정교하게 이해하고 반응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연구와 윤리적 고려가 필요하다. 결국, AI와 인간의 협업이 공간과 사회를 더욱 풍요롭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AI와 인간의 협업: 공간을 창조하다. AI가 감성을 이해하고 반영하는 방식이 점점 정교해지면서, 인간과 AI의 협업이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공간디자인의 미래는 인간의 창의성과 AI의 분석력이 결합될 때 더욱 풍부해질 수 있다. AI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을 활용해 실제 공간을 가상으로 재현하고, 다양한 설계 시뮬레이션을 수행할 수 있다. AI 기반 공간 모델링은 영화와 건축 분야에서도 활용되며, 설계 단계에서 시뮬레이션을 통해 최적의 공간 구성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 미디어 아티스트 Refik Anadol은 AI를 활용하여 데이터 기반 예술을 창조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의 작업은 건축과 미디어 아트를 결합하여 감각적인 몰입형 경험을 제공하며, 공간이 인간의 감정과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일본의 디지털 아트 그룹 teamLab 또한 AI와 인터랙티브 미디어 기술을 활용하여 예술과 공간이 융합된 독창적인 경험을 창조하고 있다. 특히, 도쿄의 teamLab Borderless와 teamLab Planets는 디지털 프로젝션과 AI 기반 센서를 이용하여 방문자의 움직임에 따라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공간을 구현했다. 두바이의 레스토랑 크라소타(KRASOTA), 일본의 레스토랑 문플라워 사가야 긴자(MoonFlower Sagaya Ginza)는 AI를 활용하여 요리를 예술적인 방식으로 연출하며, 식사하는 동안 주변 환경이 변화하는 몰입형 다이닝 경험을 제공한다. 이러한 사례들은 AI가 감성적이고 상호작용적인 공간을 만들어가는 방향을 잘 보여준다. 스마트 시티와 AI의 역할: 하이퍼리좀(Hyper-Rhizome) 도시의 가능성 일본 토요타가 개발 중인 '우븐시티(Woven City)'는 AI와 자율주행, 스마트 인프라를 결합하여 도시의 모든 요소가 연결된 지속 가능한 미래 도시 모델이다. 스마트 시티는 단순한 효율성을 넘어, 인간 중심적이고 관계적인 공간으로 진화해야 한다. 이러한 개념은 하이퍼리좀(Hyper-Rhizome) 시티 모델과도 연결될 수 있다. 하이퍼리좀 개념은 질 들뢰즈(Gilles Deleuze)와 펠릭스 가타리(Félix Guattari)의 리좀(Rhizome)철학에서 발전한 개념으로, 도시가 고정된 중심 없이 다중적인 연결망을 형성하며, 유기적으로 변화하는 시스템임을 의미한다. AI는 하이퍼리좀적 스마트 시티를 구축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AI는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해 도심의 교통 흐름을 조정하고, 자율주행 시스템과 연계해 이동 경로를 최적화할 수 있다. 또한, 에너지 수요를 예측하고 자동으로 자원을 재분배하는 등, 도시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최적화되는 네트워크형 공간으로 작동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AI가 단순히 기술적 혁신을 넘어, 인간이 보다 쾌적하고 지속 가능한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해야 함을 시사한다. 스마트 시티는 궁극적으로 인간과 AI가 공존하며, 변화하는 사회적·환경적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유기적인 네트워크형 공간으로 발전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 중심의 도시에서 중요한 것은 인간의 감성을 반영하는 방식이다. AI는 스마트 시티에서 단순히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역할을 넘어, 시민들의 정서적 요구를 분석하고 이에 반응하는 공간을 설계하는 데 활용될 수 있다. 예를 들어, AI는 도시 내 공공장소에서 실시간으로 시민들의 감정 데이터를 분석하여 스트레스 지수가 높은 지역에 힐링 공간을 조성하거나, 공원과 광장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분위기에 맞춰 조명과 음악을 자동 조정하는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다. AI 시대, 인간 중심 공간디자인의 방향 AI가 공간디자인을 주도하는 시대에도, 우리는 공간이 인간 중심적인 방향으로 설계될 수 있도록 고민해야 한다. 개별 사용자의 정서와 신체 반응을 반영하는 맞춤형 공간이 구현되어야 하며, AI가 학습한 감성 데이터를 활용해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유동적 공간 디자인이 필요하다. 또한, 다중 감각적 경험을 제공하는 인터랙티브 공간이 조성되고, AI와 인간 디자이너가 협업하여 창의적이고 감성적인 공간을 창출해야 한다.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는 공간을 단순한 물리적 구조가 아니라, 인간의 '거주(Dwelling)'와 연결된 존재의 장(場)으로 보았다. AI 기반 공간디자인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감성을 더욱 풍부하게 하고, 인간의 삶을 더욱 따뜻하고 의미 있게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AI는 공간을 정적인 형태로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과 함께 살아 숨 쉬는 유기적인 환경으로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한다. 궁극적으로 AI와 인간은 서로를 보완하는 방식으로 협력해야 한다.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감성을 더욱 풍부하게 하고,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우리는 AI를 도구로 활용하여 인간 중심의 공간을 만들어 나가야 하며, 궁극적으로 AI와 인간이 공진화(共進化)하는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김동헌 (Kim Dong Hun) | 디지털 시대, 공간의 미래를 연구하는 전문가 AI 기반 공간디자인과 뉴미디어 아트, ESG 건축을 연구하는 공간디자인 박사과정 연구자. 기계공학과 법학을 전공한 후 LG전자 특허센터에서 기술 전략과 혁신을 경험했으며, 현재는 AI와 디자인, 철학이 융합된 공간의 방향성을 탐구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공간 경험을 어떻게 확장하는지, 인간성과 기술의 조화를 이루는 공간디자인 교육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현재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공간디자인전공 겸임교수로 미래학(Futurology)과 공간철학을 강의하며, ㈜리네아디자인의 이사로 공간의 미래를 설계하는 연구자이자 실천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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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헌의 공간디코딩④] 지속가능한 공간디자인 교육, 생성형 AI와 함께 재편되다
생성형 AI는 데이터를 학습하여 새로운 콘텐츠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인공지능 기술이다. 기존 AI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패턴을 찾아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생성형 AI는 새로운 이미지, 텍스트, 3D 모델, 음악 등을 직접 만들어내는 기능을 갖추고 있다. 대표적인 생성형 AI 기술로는 텍스트 기반 AI인 GPT, 이미지 생성 AI인 DALL·E, Stable Diffusion, Midjourney 등이 있으며, 공간디자인 분야에서도 그 활용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공간디자인에서는 생성형 AI를 활용하여 자동으로 공간 배치를 생성하거나, 다양한 디자인 시안을 즉시 도출하며, 건축 요소를 최적화하는 방식으로 적용되고 있다. 이러한 기술을 통해 디자이너는 반복적인 작업에서 벗어나 창의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할 수 있다. 글로벌 디자인 교육의 변화 해외 주요 대학과 기업에서는 생성형 AI를 활용한 디자인 교육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기존의 디자인 교육 방식으로는 급변하는 산업 환경을 반영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많은 교육 기관과 기업들이 생성형 AI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학생들과 실무자들이 최신 기술을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 과정을 개편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기술 습득을 넘어, 창의성과 데이터 기반 설계 역량을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디자인 분야에서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으로 자리 잡고 있다. AI 디자인 도구 활용이 확산되고 있는 디자인 대학 최근 전 세계 디자인 대학들은 생성형 AI를 활용한 교육 방식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생성형 AI는 기존의 수작업 중심 설계 과정을 혁신하며, 학생들이 보다 빠르고 효과적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구체화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AI 기반 디자인 툴을 활용하면 수십 가지의 디자인 시안을 자동으로 생성하고, 다양한 스타일과 공간 배치를 실시간으로 비교할 수 있어, 실험적이고 데이터 기반의 설계가 가능해진다. 프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는 Certificate Course in AI Design를 통해 디자인 전문가, 학생, AI도구를 디자인 프로세스에 통합하려는 사람들에게 생성형 AI의 기본 개념부터 실무 적용까지 아우르는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AI가 생성한 디자인을 분석하고 수정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AI 모델이 제안하는 다양한 공간 레이아웃과 색상 조합을 활용하여 보다 최적화된 디자인을 도출하는 법을 배운다. 국내에서도 AI를 활용한 디자인 교육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일부 대학에서는 더블 다이아몬드 모델을 활용한 AI 기반 디자인 교육을 도입하여, 학생들이 AI와 협력하는 방식으로 디자인 사고를 확장하고 있다. AI가 초기 디자인 시안을 생성하면, 학생들은 이를 수정 및 보완하는 과정을 거치며 창의적 문제 해결 역량을 키운다. 이러한 변화는 디자인 교육이 단순히 기술을 습득하는 것을 넘어, AI를 활용한 창의적 사고와 데이터 기반 설계를 학습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디자인 교육을 적극 도입하고 있는 기업 기업들은 생성형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내부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실무 환경에 AI 기반 설계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형 디자인 회사들은 AI를 활용한 디자인 워크숍을 정기적으로 운영하며, 직원들이 최신 AI 도구를 익히고 실제 프로젝트에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디자인 컨설팅 기업 IDEO는 AI 기반 디자인 프로세스를 실무에 적극 도입하고 있다. AI가 자동으로 생성한 공간 레이아웃을 분석하고 수정하는 방식으로 업무 효율성을 높이고 있으며, 직원들은 AI가 제공하는 설계안을 평가하고 최적화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디자인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일부 글로벌 기업에서는 사내 AI 연구소를 설립하여 디자인과 AI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프로세스를 개발하고 있다. LG전자는 사내 AI 강화를 위해 생성형 AI 활용에 관한 온오프라인 교육을 신설했으며, 세계적인 AI 분야 권위자들과 함께 다양한 온라인 세미나도 진행하고 있다. 생성형 AI의 윤리적 사용과 새로운 저작권 문제의 대두 생성형 AI가 디자인 산업에 깊이 자리 잡으면서, 저작권 문제와 윤리적 사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다. AI가 기존 디자인과 유사한 결과물을 생성할 경우, 저작권 침해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 모호해지고 있으며, 법적 분쟁 가능성도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업과 대학에서는 생성형 AI의 윤리적 활용과 지적 재산 보호를 위한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학생들이 AI가 생성한 디자인이 기존 창작물과 얼마나 차별화되는지를 분석하고, 저작권법 및 데이터 윤리에 대한 학습을 병행하도록 하고 있다. 일부 교육기관에서는 AI가 만들어낸 디자인이 독창성을 가지려면 어떤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지에 대한 실습을 포함한 과정도 운영하고 있다. 기업들은 AI 학습 데이터의 출처를 철저히 관리하고, 저작권이 있는 디자인이 무단으로 AI 모델에 반영되지 않도록 내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AI가 생성한 결과물에 대한 법적 소유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디자인 결과물의 창작 기여도를 평가하는 기준을 수립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AI 기술을 책임감 있게 활용하기 위한 필수적인 과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생성형 AI가 디자인 교육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래의 공간디자인 교육,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과거의 공간디자인 교육은 주로 아날로그 방식에 의존하여, 손으로 스케치를 그리고, 도면을 작성하며, 실물 모형을 제작하는 과정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현재 공간디자인 교육은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며, AI 및 데이터 분석을 활용한 새로운 접근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단순한 설계 능력을 넘어, 데이터를 활용하여 공간을 최적화하고, 시뮬레이션을 통해 다양한 환경에서의 공간 활용도를 평가하는 것이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기존의 설계 중심 교육에서 벗어나, AI와 협업하는 방식, 데이터 기반 분석, 실시간 시뮬레이션, 디지털 윤리 교육 등이 함께 이루어지고 있다. (1) AI와 협업하는 교육 모델로 전환되어야 한다. 디자인이 전적으로 인간의 창의성과 경험에 의존했던 과거와 달리, 앞으로는 AI가 디자인 과정의 핵심 도구로 자리 잡을 것이다. AI가 자동으로 생성한 공간 배치를 분석하고 수정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며, 학생들은 AI가 제공하는 다양한 디자인 옵션을 활용하여 창의적인 의사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과거에는 디자인이 전적으로 인간의 창의성과 경험에 의존했지만, 현재는 AI가 디자인 과정에서 중요한 파트너로 자리 잡고 있다. AI가 자동으로 생성한 공간 배치를 분석하고 수정하는 과정이 교육의 필수 요소가 되고 있으며, 학생들은 AI가 제공하는 다양한 디자인 옵션을 기반으로 창의적인 선택을 하는 역량을 키우고 있다. 디자이너가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닌 디자인 파트너로 활용할 수 있도록 교육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 학생들은 AI 기반 설계 도구를 활용하여 창의적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발전시키는 경험을 하고 있다. (2) 코딩과 데이터 분석이 필수 역량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기존의 공간디자인 교육은 형태와 미적 요소에 집중했지만, 현재는 데이터 기반의 설계가 필수적인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공간 내 인구 밀도, 조명 배치, 공기 흐름 등 다양한 요소를 분석하여 최적의 디자인을 도출하는 과정이 중요해졌으며, 이를 위해 데이터 분석과 프로그래밍 역량이 필수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공간디자이너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설계를 도출할 수 있도록, 데이터 분석 및 코딩 교육이 포함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건축 환경 데이터를 분석해 공간 활용도를 최적화하는 실습 과정도 요구되고 있다. (3) 사용자의 언어 능력 또한 중요해지고 있다. 디자인 프로세스에서 AI와 협업하기 위해서는 디자이너가 AI에게 명확한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언어적 표현력이 필수적이다. 특히, 프롬프트 엔지니어링(prompt engineering) 능력이 중요해지면서, 학생들은 텍스트 기반 AI를 활용한 설계 방법을 익히고 효과적인 의사소통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글로벌 협업이 증가함에 따라 다국적 팀과 협력할 수 있도록 외국어 능력도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4) 디지털 윤리와 지속가능성 교육이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AI가 생성한 디자인이 환경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는 것이 필수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지속 가능한 소재와 에너지 효율적인 설계 방안을 연구하는 과정이 교육에 포함되어야 하며, AI의 저작권 문제와 데이터 편향성을 해결하기 위한 디지털 윤리 교육도 더욱 체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전까지 공간디자인 교육에서 지속가능성은 선택적인 주제였지만, 현재는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 AI가 생성한 디자인이 환경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하고, 지속 가능한 소재와 에너지를 고려하는 방식으로 교육이 변화하고 있다. 또한, AI가 생성하는 디자인의 저작권 문제와 데이터 편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디지털 윤리 교육도 강화되고 있다. AI를 활용한 디자인 과정에서 데이터 편향성과 윤리적 문제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며, 지속가능한 공간 설계를 위한 AI 활용 방안 연구도 병행되고 있다. 공간디자인 교육의 미래,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디지털 기술이 공간디자인 교육을 변화시키는 것은 단순한 흐름이 아니라 패러다임의 전환으로 볼 수 있다. 공간디자이너는 이제 단순한 설계자가 아니라, AI와 협업하여 데이터를 분석하고 공간을 최적화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AI가 디자인의 일부를 자동화하는 시대에서 디자이너들은 창의적인 문제 해결 능력과 기술을 활용하는 역량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공간을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공간디자인을 배우는 방식 자체를 재정의해야 하는 시점이다. 교육과 실무의 변화 속에서, 미래의 공간디자이너는 AI와 협업하는 새로운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이제, 공간을 설계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공간디자인을 배우는 방식도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김동헌 (Kim Dong Hun) | 디지털 시대, 공간의 미래를 연구하는 전문가 AI 기반 공간디자인과 뉴미디어 아트, ESG 건축을 연구하는 공간디자인 박사과정 연구자. 기계공학과 법학을 전공한 후 LG전자 특허센터에서 기술 전략과 혁신을 경험했으며, 현재는 AI와 디자인, 철학이 융합된 공간의 방향성을 탐구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공간 경험을 어떻게 확장하는지, 인간성과 기술의 조화를 이루는 공간디자인 교육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연구하고 있다. 현재 국민대학교 디자인대학원 공간디자인전공 겸임교수로 미래학(Futurology)과 공간철학을 강의하며, ㈜리네아디자인의 이사로 공간의 미래를 설계하는 연구자이자 실천가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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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청청의 ESG건축 칼럼 ⑦] 노르하운(Nordhavn), 덴마크의 지속 가능한 '5분 거리 도시’
-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도시로 손꼽히는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은 진정한 녹색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2014년 유럽 녹색 수도로 선정된 코펜하겐은 2025년까지 세계 최초의 탄소중립 도시가 되겠다는 목표 아래 불과 20년 만에 생태 대도시로 탈바꿈했다. 이러한 중심에 노르하운(Nordhavn)이 있다. 과거 산업 항구였던 노르하운(Nordhavn)은 축구장 625개 규모의 부지에 5분 도시(5-Minute City) 개념을 도입해 복합 용도 도시로 탈바꿈하면서 지속 가능한 도시 개발의 대표적인 성공 모델로 자리 잡았다. 노르하운은 한때 코펜하겐의 크루즈선 및 항만 물류의 중심지였으나 도시의 성장에 따라 통근 수요가 급증하며 교통 시스템에 부담이 가중되었다. 이에 따라 코펜하겐은 도시를 외곽이 아닌 중심부로 확장하는 내향적 성장 전략을 선택했고, 그 중심에 노르하운 개발이 있다. 노르하운 개발은 2007년 코펜하겐 하운 지역과 외레스타드 지역 개발을 위해 설립된 도시 개발 회사 ‘바이 앤 하운(By & Havn)’의 자회사인 ‘코펜하겐 말뫼 항(Copenhagen Malmö Port)’이 주도했다. 이 프로젝트는 지속 가능성 인증제도인 DGNB 시스템에서 ‘골드’ 인증을 획득한 유일한 신도시 개발 사례로, 생태적 기준뿐 아니라 경제적 요소까지 포괄적으로 평가하는 지속 가능한 건축 인증 방식이다. 이를 통해 도시의 장기적인 관리 가능성과 경제적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노르하운은 태양열 에너지, 빗물 재활용, 친환경 교통 시스템 등을 도입하면서 녹색 도시로 변모했다. 지하철 노선, 풍부한 자전거 도로, 넓은 보행자 전용 공간은 자동차 중심의 생활에서 벗어나 자연스럽게 친환경 교통수단으로 전환되었다. 이 도시 전략은 주민들이 도보 또는 자전거로 5분 이내에 주요 시설에 접근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해 지하철역까지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그 결과 지속 가능한 사람 중심 도시환경을 조성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주거, 상업, 레크리에이션 공간을 근거리 내에 통합함으로써 지역사회의 응집력을 높이고 24시간 도시 생활을 가능하게 했다. 그리고 통근 필요성을 줄여 탄소 배출을 감소시켰고 녹지 공간과 해안 활동, 산책로 등은 주민삶을 향상시키고 소통 기회를 제공했다. 지역 주민의 일상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지역 기업, 소매점, 생활 서비스가 도보권에 집중 배치되어 이동 거리를 줄이는 동시에 지역 경제의 활성화에 기여했다. 또한 노르하운은 스마트 시티 기술을 활용해 교통 관리, 폐기물 처리, 에너지 효율적인 건물 운영 등에서 전반적인 도시 회복력을 강화했다. 지속 가능한 교통 체계와 에너지 효율적인 인프라를 구축함으로써 노르하운의 탄소 발자국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주민들은 대기질 개선과 환경적 영향의 감소라는 실질적인 혜택을 누리고 있으며 사회적 상호작용을 유도하는 디자인 원칙을 통해 지역 주민들 간의 강한 소속감을 형성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와 같은 공동체 중심의 접근 방식은 응집력 있고 포용적인 환경을 조성하여 사회적 유대감과 공동체 정체성 형성에 기여했다. 노르하운은 도시 계획이 환경적 지속 가능성과 경제적 번영은 물론 사회적 결속력과 주민 삶의 질 향상까지 실질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지역 기업에 대한 지원은 경제 성장 촉진뿐만 아니라 지역 내 일자리 창출과 기업가 정신 확산에도 기여했다. 이러한 경제적 활력은 지역의 회복력과 지속 가능성 강화를 가능하게 했다. 과거 산업과 물류의 중심지였던 항만 지역은 이제 주거, 업무, 문화 기능이 유기적으로 어우러진 복합 도시로 재탄생했다. 이는 환경적 지속 가능성과 사회적 통합, 경제적 효율성을 고루 반영하는 새로운 도시 개발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노르하운 개발의 가장 큰 특징은 ‘탄소중립 도시’를 목표로 했다는 점이다. 코펜하겐 시는 2025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노르하운은 이 목표 실현의 선도 사례로 기획되었다. 이에 따라 교통, 에너지, 건축 등 도시 시스템 전반에 친환경 기술과 설계를 적용했다. 교통 측면에서는 보행자 및 자전거 중심의 이동 환경을 조성하고 대중교통 접근성을 강화해 자동차 사용을 최소화했다. 이는 일상적인 이동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데 기여했다. 에너지 측면에서도 높은 자립성을 확보했다. 대부분의 건물에는 태양광 패널과 고효율 단열재가 설치되어 있으며 해수 냉난방 시스템과 지역 난방 시스템을 통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했다. 이 같은 기술적 요소는 도시의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동시에 장기적으로 운영비 절감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노르하운은 환경과의 조화도 중시했다. 기존 수변 공간을 훼손하지 않고 보존·재생하는 방식으로 도시가 설계되었고, 자연 침투형 포장재를 통해 빗물의 자연 순환을 유도하고 있다. 도심 곳곳에는 다양한 녹지 공간이 조성되어 생태적 다양성을 확보하고 시민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을 체감할 수 있도록 했다. 사회적 지속 가능성 또한 노르하운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이다. 도시 설계 초기 단계부터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유도했고 이들의 의견은 실제 공간 구성과 커뮤니티 중심 시설 설계에 적극 반영되었다. 공유 정원과 커뮤니티 센터 등은 주민 간의 유대감을 강화하고 도시 내 공동체 문화를 조성하는 데 기여했다. 1918년에 지어진 창고형 건물인 아우도 하우스(Audo House)는 현재 부티크 호텔, 콘셉트 스토어, 카페로 운영되고 있으며, 길 건너편에 위치한 식품 슈퍼마켓 MENY는 과거 총기 제조 공장이었던 공간을 재활용한 예이다. 이 건물은 보호 구역으로 지정되어 2차 세계 대전 당시의 벽, 창문, 천장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미래지향적인 식품 시장으로 재탄생했다. 인근의 더 사일로(The Silo) 역시 과거 곡물 저장고였던 거친 철판 외관을 유지한 채, 현재는 17층 고급 주거용 건물과 레스토랑으로 새롭게 활용되고 있다. 무엇보다도, 노르하운은 기존 산업 인프라와 건축물을 철거하지 않고 재활용하는 방식을 채택함으로써 경제적 효율성까지 고려했다. 기존 건물의 구조를 보존하며 새로운 용도로 전환하거나, 자재를 해체해 다른 건축물에 재사용하는 전략은 환경적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개발 비용을 절감하는 데 효과적이었다. 이처럼 노르하운은 환경적, 사회적, 경제적 지속 가능성을 조화롭게 실현한 도시 개발 모델이다. 도시 재생과 기후 위기 대응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해결한 이 사례는, 전 세계 지속 가능한 도시 개발을 고민하는 도시들에게 실질적인 영감을 주고 있다. 묘청청 / 苗菁菁 / Miao Jingjing 묘청청은 중국 난징예술대학교와 경덕진도자대학원을 졸업하고 국민대학교 TED 공간문화디자인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논문으로는 ‘ESG기반 생태도시 구축 특성연구 (A Study on the Characteristics of ESG-Based Ecological City Construction)를 연구했다. 현재 ESG코리아뉴스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도자 예술, 공간 디자인 및 그와 관련된 학제 간 융합을 포함해 ESG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ESG위원회(Korea ESG Committee) 폐기물 관리 위원회(Waste Management Committee) 부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현재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도자 재료의 순환 활용, 문화 기억의 현대적 표현, 도시 계획에서의 적용 및 ESG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생태 도시 발전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도자 폐기물의 재활용, 공간과 소리의 상호작용, 지속 가능성 개념을 예술 창작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작품으로는 2024중국 포산 “석만배(石湾杯)” 국제 청년 도예 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다수의 국제 전시 및 학술 행사에 선정되었으며 현재까지 한국에서 KCI 논문 1편, 국제 학술대회 논문 3편을 발표했고 2점의 예술 작품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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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청청의 ESG건축 칼럼 ⑦] 노르하운(Nordhavn), 덴마크의 지속 가능한 '5분 거리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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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청문(姜倩雯)의 환경기호학 ①] 기후 위기: 2024년의 경고와 인류의 선택
- 물러설 곳 없는 기후 위기 앞에서 인류는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행동을 요구받고 있다. 2025년 현재 지구는 기후 변화로 인한 대형산불과 홍수, 가뭄, 생물 다양성의 붕괴, 플라스틱 오염 등의 심각한 환경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기후 위기는 특정 국가나 세대의 문제를 넘어 전 인류가 함께 해결해야 할 보편적 과제가 되었다. 이제는 누가 먼저가 아니라 모두가 함께 나서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이 칼럼은 기후 위기가 불러온 복합적인 문제들을 짚고, 인류가 함께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방향에 대해 성찰하고자 했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여정은 거창한 계획이 아닌 일상의 작은 변화에서 시작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기고자 했다. 1.5°C를 넘은 지구 기후 재앙의 서막 2024년은 인류가 기후 위기의 임계점을 처음으로 넘긴 해로 기록됐다. 유럽연합 산하 코페르니쿠스 기후 변화 서비스(C3S)에 따르면, 이 해 전 세계 평균 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6°C 상승해 파리협정에서 설정한 1.5°C 목표를 처음으로 초과했다. 이는 2023년보다 0.12°C 높은 수치로 기후 변화가 더 이상 예측이나 경고에 그치지 않고, 이미 현실 속에서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2024년의 평균 지표면 기온은 관측 이래 가장 높았으며, 해수면 온도 역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전 지구적인 이상 고온 현상이 두드러졌다. 이러한 고온 현상은 단지 통계상의 수치에 머물지 않았다. 실제로 세계 곳곳에서 기후 변화로 인한 재난이 잇따랐다. 2025년 4월, 미국 미시시피 강 유역에서는 기록적인 폭우와 홍수가 발생해 수십 명이 목숨을 잃고 수십억 달러에 이르는 경제적 피해가 발생했다. 과학자들은 해당 홍수의 강도는 9%, 발생 빈도는 40% 증가했다고 분석하며, 이는 명백히 기후 변화의 영향임을 지적했다. 이어 2025년 초 로스앤젤레스에서 발생한 대형산불은 약 18만 명의 대피와 최소 10명의 사망자를 초래했으며, 전문가들은 2024년의 고온과 극심한 가뭄이 산불을 악화시킨 주요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재난의 근본 원인은 명확하다. 바로 인간 활동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증가다. 2024년, 대기 중 이산화탄소(CO₂) 농도는 422ppm에 달하며 전년보다 2.9ppm 상승,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메탄(CH₄)과 아산화질소(N₂O) 역시 각각 1,897ppb와 336ppb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러한 온실가스는 지구의 에너지 균형을 붕괴시키며, 지표면과 대기의 온도를 끌어올려 폭염, 가뭄, 해수면 상승, 강수 패턴 변화 등 다양한 기후 이상 현상을 초래한다. 특히 유럽은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는 지역 중 하나다. 2024년 유럽의 평균 기온은 10.69°C로, 1991~2020년 평균 대비 1.47°C 높았으며 이는 유럽 역사상 가장 높은 연평균 기온이다. 이러한 수치는 유럽이 세계 평균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온난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뜨거워진 지구, 차가운 경고 기후 위기는 단지 현재 세대의 문제가 아닌, 미래 세대에게 더욱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할 중대한 위협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2020년에 태어난 아이들의 최대 92%가 생애 동안 극심한 폭염을 겪을 가능성이 있으며, 지구 평균 기온이 3°C 이상 상승할 경우 그 피해는 상상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단순한 환경 문제를 넘어 미래 세대의 생존과 삶의 질을 위협하는 정의와 형평의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집단일수록 기후 재난의 영향을 더욱 크게 받을 수밖에 없어, 기후 위기는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버클리 어스(Berkeley Earth)의 분석에 따르면, 2024년에는 지구 표면의 약 24%에서 연간 평균 기온이 지역별로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이는 전 세계 인구의 약 40%에 해당하는 33억 명이 국지적인 기록적인 더위를 경험했다는 의미한다. 2024년에는 산불로 인해 대기 중 CO₂ 농도가 전년 대비 3.6ppm 증가했으며, 이는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위한 연간 증가 허용치(1.8ppm)의 두 배에 해당한다. 남극에서는 2024년 7월 중순, 겨울철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에서 기온이 평년보다 최대 28°C 이상 상승하는 이례적인 열파가 발생했다. 이러한 기후 변화에 대해 유엔 기후변화 사무총장인 사이먼 스틸은 현재 추세대로라면 지구 평균 기온이 3°C까지 상승할 수 있으며, 이는 심각한 환경 및 인도적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위와 같은 추세는 인간의 화석 연료 사용뿐 아니라 산불 등 자연 현상, 그리고 산림의 탄소 흡수 능력 저하 등 복합적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결국 지금 우리가 기후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그 책임은 미래 세대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수밖에 없다. 이는 단순한 환경 보전의 문제가 아니라 다음 세대에게 어떤 지구를 물려줄 것인가에 대한 윤리적 책무이기도 하다. 기후 악순환과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 대기 중에 남아 있는 온실가스는 전체 배출량의 일부에 불과하다. 인간이 배출한 이산화탄소의 절반 이상은 해양과 육상 생태계가 흡수하지만 엘니뇨와 라니냐와 같은 자연적 기후 요인에 따라 그 흡수량은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엘니뇨가 발생한 해에는 식생이 위축되고 산불이 빈번해져 탄소 흡수 능력이 현저히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처럼 자연의 탄소 흡수원이 기후 변화와 상호작용하며 오히려 탄소 배출원으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자연 현상이 아닌 악순환 구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문제다. NOAA(미국 해양대기청)의 자료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23년 사이 장수명 온실가스(대기 중에서 수명이 매우 길어 수십 년에서 수백 년 이상 머무르며 지구온난화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치는 온실가스)에 의한 복사 강제력, 즉 지구를 따뜻하게 만드는 영향력은 무려 51.5% 증가했으며 이 중 81%가 이산화탄소에 기인한 것으로 분석되었다. 문제는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에서 수백 년 동안 머무를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 당장 온실가스 배출을 ‘제로’로 만들어도 현재의 온난화 추세는 수십 년 이상 지속될 수밖에 없다. 과학자들은 이러한 온도 상승이 지구 시스템의 ‘티핑 포인트(tipping point)’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그린란드와 남극 빙상, 아마존 열대 우림, 산호초, 영구 동토층, 해양 순환 등 주요 생태계가 1.5°C 상승 수준에서 이미 위험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이 임계점을 넘어서면, 지구는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변화를 겪게 되며, 그 결과는 돌이킬 수 없을 수도 있다. 희망을 향한 행동과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전환의 길 2024년 기록적인 온도 상승은 인류에게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경고하는 신호이지만, 아직 희망은 존재한다. 국제사회는 여전히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로 줄이기 위한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며, 이를 위해 각국 간 협력과 행동을 촉구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등 주요 기구들은 전력, 운송, 산업, 농업 등 고탄소 배출 부문에서의 협력 강화를 통해 1.5°C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보고한다. 또한, 세계무역기구(WTO)와 국제통화기금(IMF) 등도 탄소 가격 책정과 정책 조율을 통해 국제적인 기후 대응을 지원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각국은 재생에너지 전환을 가속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중국은 대규모 전력화 캠페인을 통해 에너지 사용의 상당 부분을 전기로 전환하며 태양광과 풍력, 전기차 등 청정에너지 기술 분야에서 앞서 나가고 있다. 유럽연합은 리파워이유(REPowerEU)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크게 늘리고, 태양광 패널 설치와 열펌프 보급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지역 사회가 주도하는 태양광 프로젝트가 주민들의 생활 환경 개선과 자립성 향상에 기여하고 있어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의 모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기후 금융 분야에서도 진전이 이루어지고 있다. 2024년 유엔기후변화협약(COP29)에서는 선진국들이 2035년까지 연간 최소 3,000억 달러의 기후 금융을 제공하기로 합의했으며, 이를 통해 개발도상국들의 기후 재난 대응과 청정에너지 전환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아제르바이잔은 화석 연료 생산국과 기업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재생에너지 프로젝트에 재투자하는 기후 금융 행동 기금을 설립해 새로운 금융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라틴아메리카와 아프리카 등에서는 지역 사회가 직접 참여하는 재생에너지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는 에너지 빈곤 문제를 해소하고 주민들의 경제적 자립과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도 경제 성장과 환경 지속 가능성을 조화시키는 균형 잡힌 에너지 전환을 강조하며, 아프리카 대륙 내 수많은 인구가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받도록 국제 협력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결국 기후 위기는 거대한 도전이지만, 전 세계가 협력하고 각국 정부와 시민, 기업이 행동에 나선다면 1.5°C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길은 여전히 열려 있다. 2025년은 그 경고음 속에서도 행동을 통한 희망이 가능함을 일깨워주는 해이다. 지금은 말이 아닌 실천이 필요하며,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모두가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전환에 동참해야 할 때이다. 참고문헌 1. Deena Robinson, Martina Igini, Global Commons, 15 Biggest Environmental Problems of 2025, Jan 9th 2025, earth.org, https://earth.org/the-biggest-environmental-problems-of-our-lifetime/ 2. Martina Igini, Global Commons, The Tipping Points of Climate Change: How Will Our World Change?, https://earth.org/tipping-points-of-climate-change/, earth.org, Jan 11th 2024 3.Greenhouse gas concentrations surge again to new record in 2023, 28 October 2024, world meteoroligical, organization,28 October 2024 https://wmo.int/media/news/greenhouse-gas-concentrations-surge-again-new-record-2023?utm_source=chatgpt.com 4. World Breaches 1.5c global warming target for first time in 2024, financial times, https://www.ft.com/content/fd914266-71bf-4317-9fdc-44b55acb52f6?utm_source=chatgpt.com 5. Maxwell Akalaare AdombilaandColleen Goko, South Africa calls for affordable, balanced energy transition, Reuters, May 13, 2025 https://www.reuters.com/sustainability/climate-energy/south-africa-calls-affordable-balanced-energy-transition-2025-05-13/?utm_source=chatgpt.com 6. Constance Malleret, ‘A future on our terms’: how community energy is lighting up Latin America, The Guardian, 8 May 2025 https://www.theguardian.com/global-development/2025/may/08/latin-america-community-energy-indigenous-lighting-electricity-solar-pollution-diesel-just-transition?utm_source=chatgpt.com 덧붙이는글 I 강청문 / 姜倩雯 / JIANG, QIANWEN 강천문은 중국 광저우미술학원에서 전시예술디자인 전공으로 학사 및 디자인학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 국민대학교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에서 디자인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박사학위 논문은 《가상현실 박물관의 공간 인지 특성 연구》이다. 현재 한국ESG위원회 전시공간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ESG코리아뉴스의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디지털 전시 디자인, 가상현실 기술 및 문화 공간의 융합적 응용이며, ESG 분야의 혁신적 실천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특히 디지털화와 지속 가능 디자인의 융합 발전을 지향하고 있다. 한국 KCI 논문 1편과 EI 컨퍼런스 논문 2편을 발표했다. 주요 연구 방향은 문화유산 전시에 있어서 VR/AR 기술의 창의적 응용, 디지털 미디어와 공간 체험의 인터랙티브 디자인, 지속 가능한 전시 재료 개발, 그리고 ESG 이념에 기반한 지능형 전시 공간 구축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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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청문(姜倩雯)의 환경기호학 ①] 기후 위기: 2024년의 경고와 인류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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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청청(苗菁菁)의 ESG건축 칼럼 ⑥] 랭커셔주에 위치한 그림쇼의 에덴 프로젝트(Grimshaw's Eden Project)
- 에덴 프로젝트(The Eden Project)는 영국 콘월(Cornwall)의 버려진 점토 채석장을 세계적인 생태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대표적인 사례이다. 이 프로젝트는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미래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생태 복원, 지속 가능성, 교육, 예술, 건축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복합적인 공간으로 발전해왔다. 1996년, 팀 스밋(Tim Smit)과 조나단 볼(Jonathan Ball)에 의해 처음 구상되었고, 1998년부터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되었다.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2001년 3월에 문을 열었고, 채석장은 약 2년 반의 노력 끝에 생명력 넘치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프로젝트의 핵심은 거대한 반구형 온실인 ‘바이옴(Biome)’이다. 이 곳에서는 열대우림과 지중해 기후를 인공적으로 구현하여, 다양한 식물들이 자생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열대우림 바이옴은 세계 최대 규모의 실내 열대 환경으로, 바나나, 커피, 고무나무 등 다양한 식물이 자라고 있으며, 지중해 바이옴은 올리브, 포도나무, 허브류 등 따뜻하고 건조한 기후에서 자라는 식물들이 중심이 된다. 또한, 야외 정원에서는 다양한 온대 지역의 식물들을 만나볼 수 있고, 차나 라벤더와 같은 실용 식물도 전시된다. 이 외에도 조형 예술이 에덴 프로젝트 곳곳에서 전시되어 있으며, '위맨(WEEEMan)'과 같은 작품은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에덴 프로젝트는 건축 면에서도 혁신적입니다. 바이옴은 가볍고 투명한 ETFE 소재로 만들어져 자연광을 최대한 받아들이면서도 구조적으로 안정적이다. 이는 자연의 진화 과정을 모방한 생체모방 건축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힌다. 2005년에는 교육 및 전시 공간인 '더 코어(The Core)'가 개장했으며, 이곳은 식물의 생장 원리를 본뜬 나선형 구조로 설계되어 독특한 디자인을 자랑한다. 더 코어는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전시를 통해 식물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주제로 한 배움의 장을 제공한다. 에덴 프로젝트는 환경 지속 가능성을 핵심으로 운영된다. 바이옴의 습도 유지와 화장실 용수는 현장에서 고인 빗물을 정화하여 사용하고, 친환경 전력을 활용한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운영한다. 2010년에는 지열 발전소를 건설해 자체 전력뿐만 아니라 인근 5,000가구에 전력을 공급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는 신재생에너지의 실제 활용 가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로 평가된다. 또한, 에덴 프로젝트는 문화 행사와 지역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영화 007 다이 어나더 데이((Die Another Day))의 촬영지로 사용되었고, 아프리카 콜링(Africa Calling) 콘서트와 세계 파스티 챔피언십 등 다양한 문화 행사를 개최하며, 1,000만 명 이상의 방문객을 유치하였다. 이로 인해 콘월 지역 경제에도 10억 파운드 이상의 기여를 하였다. 에덴 프로젝트는 그 영향력을 영국을 넘어 세계로 확장하고 있습니다. 2018년, 영국 모어캠브에서는 해양 생태계를 주제로 한 '에덴 프로젝트 노스(Eden Project North)'가 준비 중에 있으며, 중국 칭다오에서는 물을 주제로 한 ‘스톰 포레스트 바이옴(Storm Forest Biome)’이 착공되었다. 이러한 글로벌 확장은 에덴 프로젝트가 지역적 사례를 넘어서 세계적인 지속 가능성 모델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에덴 프로젝트는 산업 폐허에서 자연을 배우고 이를 실천으로 옮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상징적으로 제시하는 공간이다. 기후 위기 시대에 자연과 인간이 바람직한 관계를 맺는 방법을 모색하며, 세대 간 자연에 대한 존중과 감탄을 나누는 살아있는 교육의 장이자 문화적 실험장이 되고 있다. 참고자료 https://www.archdaily.com/976162/grimshaws-eden-project-north-in-lancashire-receives-planning-approval?ad_campaign=normal-tag https://www.thevalleycornwall.co.uk/news/6-facts-eden-project/ https://neverenougharchitecture.com/project/edenproject/ https://www.visitcornwall.com/things-to-do/gardens/eden-project 묘청청 / 苗菁菁 / Miao Jingjing 묘청청은 중국 난징예술대학교와 경덕진도자대학원을 졸업하고 국민대학교 TED 공간문화디자인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논문으로는 ‘ESG기반 생태도시 구축 특성연구 (A Study on the Characteristics of ESG-Based Ecological City Construction)를 연구했다. 현재 ESG코리아뉴스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도자 예술, 공간 디자인 및 그와 관련된 학제 간 융합을 포함해 ESG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ESG위원회(Korea ESG Committee) 폐기물 관리 위원회(Waste Management Committee) 부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현재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도자 재료의 순환 활용, 문화 기억의 현대적 표현, 도시 계획에서의 적용 및 ESG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생태 도시 발전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도자 폐기물의 재활용, 공간과 소리의 상호작용, 지속 가능성 개념을 예술 창작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작품으로는 2024중국 포산 “석만배(石湾杯)” 국제 청년 도예 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다수의 국제 전시 및 학술 행사에 선정되었으며 현재까지 한국에서 KCI 논문 1편, 국제 학술대회 논문 3편을 발표했고 2점의 예술 작품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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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청청(苗菁菁)의 ESG건축 칼럼 ⑥] 랭커셔주에 위치한 그림쇼의 에덴 프로젝트(Grimshaw's Eden Pro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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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려의 똑똑한 미래 ④] 도시 농업의 미래, 싱가포르 수직농장의 혁신
- 세라믹은 점토와 같은 무기 비금속 재료를 고온에서 성형 및 소성하여 제작되는 재료로, 경도, 취성, 내열성, 내식성 등의 특성을 갖추고 있다. 세라믹의 역사는 최소 기원전 24,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싱가포르는 국토의 50%가 녹지로 덮여 있는 '정원 도시'로 알려져 있으며, 자국 농산물 생산량은 전체 농산물 소비의 약 7%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채소는 인접 국가에서 수입되며, 전체 식량의 90% 이상을 해외에서 수입하는 식량 의존 국가이다. 이와 같은 위기는 싱가포르가 자국 내 농업을 적극 개발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2018년 기준, 싱가포르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인구 밀도가 높은 국가로, 인구와 토지의 불균형이 심각해 넓은 면적이 필요한 전통 농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싱가포르는 좁은 면적에서도 높은 생산량을 낼 수 있는 첨단 농업 방식, 즉 ‘수직 농업(Vertical Farming)’을 선택하게 되었다. 싱가포르는 수직 농업 기술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으며, 이 기술은 기존의 전통 농업 방식과는 완전히 다르다. 싱가포르는 열대 지역에 위치해 햇빛이 풍부하다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공간과 햇빛의 이용을 극대화했다. 농업용 토지가 부족한 싱가포르에서 수직 농장은 고층 건물의 옥상을 이용한 고기술 농업 생산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대부분의 고층 건물 옥상에는 꽃이나 잔디 대신 농장이 들어서 있으며, 수경재배나 어·식물 복합 양식(Aquaponics) 방식이 주로 사용된다. 현재 싱가포르의 많은 고층 건물들은 이미 수직 농장으로 전환되었다. 표 1 싱가포르 정부 허가 수직농장 7곳 현황 비교 싱가포르는 수직 농업을 상업화한 세계 최초의 국가이기도 하다. 20세기 초부터 수직 농업에 대한 연구를 시작해, 2012년에는 최초로 상업적 검증을 마친 수직농장이 등장했다. 현재 정부의 인정을 받은 7개의 수직농장이 채소, 어류, 게 등을 생산하고 있다. 표 1에 따르면, 수직농장은 밀폐된 기술 환경과 24시간 조명, 조절 가능한 습도를 통해 전통 농업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무균 농산물과 수산물을 생산할 수 있다. 또한, 농장의 규모에 따라 판매 방식이나 관광 프로그램도 달라진다. 무엇보다도 농산물 생산량은 510배, 수산물은 1,020배까지 증가한다. 싱가포르의 수직 농업은 고품질, 고수익 생산 방식이 농업 수익뿐 아니라 관광, 경관 문화 정보 제공에도 기여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싱가포르 수직 농업 기술이 성공한 가장 큰 이유는 햇빛을 충분히 활용한 점이다. 국토 면적은 710㎢에 불과하고 경작지는 약 250에이커(약 101헥타르)로 매우 제한적이다. 따라서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증가하는 식량 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으며, 인구 밀도가 높고 토지 가격이 비싼 싱가포르에서는 단위 면적당 생산량을 높이는 유일한 방법이 수직 농업이다. 싱가포르 Sky Greens 수직 농장은 200 Lim Chu Kang Lane 3 Singapore에 위치해 있으며, 면적은 약 20,600㎡이다. 이 농장은 엔지니어 잭 응(Jack Ng)이 싱가포르 농식품수의국(AVA)의 지원을 받아 설립한 회사다. Sky Greens의 가장 성공적인 기술은 ‘A-Go-Gro’ 재배 시스템이다. 이 수직 재배 시스템은 약 6미터 높이의 A자형 재배 타워를 사용한다. 1) 이 기술의 독특한 점은 LED 조명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 햇빛을 직접 이용한다는 것이다. 하나의 재배 타워에는 22~26개의 재배 트레이가 있으며, 알루미늄 프레임을 따라 재배 트레이가 초당 1mm 속도로 천천히 회전한다. 8시간에 한 바퀴를 돌며 각 층의 트레이가 회전하기 때문에 모든 채소가 고르게 햇빛을 받을 수 있다. 가장 위쪽의 채소는 햇빛에 많이 노출되어 온도가 높고, 가장 아래쪽은 온도가 낮아지는데, 이 온도 차이가 채소의 맛을 더 좋게 만든다. 트레이의 회전은 전력이 아니라 수력 시스템으로 구동되며, 빗물을 모아 동력을 제공하고 필터링을 거친 물은 다시 관개 시스템에 사용된다. 이 저탄소 설계 시스템은 소비 전력이 단 60와트 전구 하나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2) ‘A-Go-Gro’ 시스템은 전통 농업보다 5배 많은 수확량을 자랑하며, 배추, 상추, 브로콜리, 양배추, 청경채 등 다양한 채소를 재배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채소를 자연적인 방식으로 성장시키며 고품질을 유지할 수 있다. Sky Greens 수직 농장은 LED 조명을 사용하지 않고, 햇빛이 풍부한 기후 조건을 최대한 활용해 전기료도 절약할 수 있다. 작물 재배의 경제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전통 농업과 경쟁에서 밀릴 수 있기 때문에, 전 세계 많은 기업들이 LED 조명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연구 중이다. Sky Greens 수직 농장의 식물 재배 기술은 무토양 재배 방식으로, 수경재배(hydroponics)와 기질재배(substrate cultivation) 방식을 사용하며, 햇빛을 이용하여 채소가 더 잘 자라도록 하고, 빗물을 수집해 재활용한다. 또한, Sky Greens는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공간 설계를 통해 유리 외벽을 활용하여 모든 채소가 햇빛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했으며, 각 층의 재배 트레이는 프레임을 따라 회전하여 최상단과 최하단의 채소 모두 고르게 햇빛을 받을 수 있다. 바닥은 청소가 쉽고 균이 자라기 어려운 저렴한 시멘트를 사용했으며, 열을 고르게 받아 채소 생장에도 유리하다. Sky Greens 수직 농장은 도심에 위치해 있어 채소의 신선도를 유지하기에 용이하다. 건물 외형은 직육면체 형태로, 더 많은 채소를 재배할 수 있으며 햇빛도 더 많이 받을 수 있어 작물 생장에 유리하다. 공간 구성은 A-Go-Gro 시스템의 회전 트레이로 이루어져 있으며, 고르게 빛과 공기를 공급하고 물을 주는 조건이 유지된다. 이 시스템은 적은 공간을 차지하면서도 단위 면적당 수확량은 전통 농업보다 훨씬 높다. 에너지 소비는 낮고, 자연광을 활용하며 인공조명이 필요 없다. 물 사용량도 적고, 식물은 빗물을 통해 관수와 비료를 공급받기 때문에 물 낭비와 전력 낭비가 없다. 1.7톤에 달하는 수직 구조물의 회전에 필요한 물은 단 0.5리터이며, 물은 밀폐된 지하 저장고에서 회수되고 재활용된다. Sky Greens는 학습 공간도 별도로 마련하여 학생들과 일반 방문객이 견학하고 배울 수 있도록 1층에 교육 공간을 배치하였다. 2011년 6월 싱가포르 개발부(2MND)가 주최한 도시 지속가능 개발 연구 대회에서 AVA와 함께 ‘수직 농업 연구개발 우수상’을 수상하였다. 이는 싱가포르의 도시 식량 지속가능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인 녹색 솔루션으로, Sky Greens는 세계 최초의 저탄소 수력 구동 수직 농업 시스템의 창시자이자 건설자임을 입증하였다. 참고자료1) https://zhuanlan.zhihu.com/p/20779197/ 2) https://baijiahao.baidu.com/s?id=1728282846441524008&wfr=spider&for=pc 진려 / 陈丽 / Chen Li 중국 난징예술학원 디자인학원에서 실내 디자인학 석사를 마치고 국민대 테크노디자인전문대학원 공간문화디자인학과 크리에이티브 인테리어 아키텍쳐랩(Creative Interior Architecture Lab)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학위 논문은 ‘미래도시 수직농장의 3T(ICT, Plant Technology, Spatial Technology) 기술 예측 연구’이다. 또한 현재 ESG 코리아 뉴스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사단법인 한국 ESG 위원회(Korea ESG Committee) 미래기술위원회(Future Technology Committee)부위원장을 맡고 있다. 현재 수직 농장의 정보화 기술, 재배 기술, 공간 기술에 대한 심층 연구를 진행 중이며, 한국에서 박사학위 기간 중 KCI에 2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스마트 팜의 공간 배치 특성에 관한 연구’와 중국 ‘예술백가’의 중문 핵심 정기간행물에 ‘해체주의 실내공간설계의 창작 관념과 수법’에 관한 논문을 발표하였다. 또한 2025년 6월에 출판 예정인 ’생태학의 풀리지 않은 문제들‘이라는 서적의 중국어, 영어 교정에도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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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려의 똑똑한 미래 ④] 도시 농업의 미래, 싱가포르 수직농장의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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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청청의 ESG건축 칼럼 ④] 세라믹 폐기물 재활용을 통한 지속 가능한 예술 실천
- 세라믹은 점토와 같은 무기 비금속 재료를 고온에서 성형 및 소성하여 제작되는 경도, 취성, 내열성 및 내식성을 갖춘 다양한 재료를 지칭한다. 세라믹의 역사는 최소 기원전 24,000년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1) 세라믹은 경제, 예술 및 문화유산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며, 경제와 문화의 중요한 매개체로서도 기능하고 있다.2) 따라서 전 세계적으로 세라믹은 사회적 생산 및 생활에서 널리 사용되는 일반적인 소재이며, 그 적용 범위도 매우 광범위하다. 산업혁명의 등장과 함께, 세라믹의 생산, 사용 및 소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하였으며, 이는 자원 남용과 낭비, 에너지 낭비, 기후 변화, 환경 오염, 폐기물 배출 등 다양한 문제를 야기하였다. 유럽에서는 세라믹 산업의 각 생산 단계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의 양이 전 세계 생산량의 약 3~7%에 달하며, 이는 매년 수백만 톤의 세라믹 폐자재가 매립되고 있음을 의미한다.3) 이러한 고체 폐기물은 대량의 토지 자원과 석탄 등의 에너지를 소모할 뿐만 아니라, 과도한 탄소 배출로 인해 환경에 심각한 해를 끼치고 있다.4) 전반적으로 세라믹 산업은 높은 생산 가치와 높은 에너지 소비를 특징으로 하는 에너지 집약적 산업으로, 주요 산업 온실가스 배출 분야 중 하나이다. 이수경(Yeesookyung)은 가치 없다고 여겨지는 폐기된 작품들을 사용하여, 세라믹 조각들을 접착제와 금으로 연결함으로써 새로운 형태로 재조립하고, 이를 통해 새로운 생명을 부여하였다. 그녀는 버려진 사물의 잠재력을 발견하고, 모든 기존 사물의 본래 모습을 중시하였다. 이수경(Yeesookyung)의 작품은 세라믹 폐자재 조각을 활용하여 창작되었으며, 예술가의 지속 가능한 창작과 환경 보호에 대한 신념을 반영하고 있다. 전통적인 소성 공법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소성 과정에서의 자원 소모와 환경 영향을 감소시켰다. 세라믹 폐자재를 활용한 이 도예 작품은 쓰레기 예술(JUNK ART)의 미학적, 기능적 가치를 보여주며, 환경 보호 개념의 확산과 세라믹, 환경, 지속 가능성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촉진하고 있다. 이수경(Yeesookyung)의 세라믹 예술 작품은 전통 세라믹 작품에서 발생한 세라믹 폐자재를 현대 예술 기법과 결합하여, 현대적 미감을 반영한 예술 작품을 창작하였다. 이는 한국의 세라믹 문화를 전승함과 동시에 문화의 혁신적 발전을 이루어냈다.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인식과 시대 및 재료에 대한 고찰을 반영하며, 본토 문화에 대한 정체성을 강화한다.이수경(Yeesookyung)의 작품은 국내외 전시회에서 선보여졌으며, 전 세계 관객에게 세라믹 폐자재 재활용과 지속 가능한 발전이라는 환경 보호의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이는 강한 교육적 의미를 지니며, 대중이 예술과 환경 보호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촉진할 수 있다. 이수경(Yeesookyung)은 창작 과정에서 자신의 창작 이념을 공개하였으며, 세라믹 폐자재를 사용하는 것이 환경 예술에 대한 대중의 신뢰와 지지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였다. 이수경(Yeesookyung)의 성공 사례는 다른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과 관련 기관 및 환경 단체에 유용한 참고 자료를 제공하며, 대중이 지속 가능하고 책임감 있는 창작 방식을 채택하도록 독려할 수 있다. 이수경(Yeesookyung)의 작품은 대영박물관, 시카고미술관, 보스턴미술관, 서울미술관 등 세계적인 기관들에 소장되고 있다. 또한, 주요 언론들에서 관련 보도 및 홍보가 이루어졌으며, 그중 한국의 조선일보는 이수경(Yeesookyung)이 깨진 세라믹 조각을 이어붙인 작품이 영국 런던의 대영박물관에 소장된 부분을 보도하였다. 또한, 이수경(Yeesookyung)의 작품은 제57회 베니스 비엔날레와 같은 세계 각지의 주요 전시회에 초청되었으며, 13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베니스 비엔날레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문화 기관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이 예술가는 세라믹 폐기물 자원의 재활용을 통해 의미 있는 작품을 창조하고, 개인적인 예술적 언어를 명확히 하여, 예술 감상을 통해 환경 보호와 사회 교육의 긍정적인 의미를 증진시킨 바 있다. 인도에서 찬디가르 찬디가르 록 가든(Rock Garden of Chandigarh)은 인도 예술가 네크 찬드(Nek Chand)가 1957년에 창작한 작품이다. 찬디가르 록 가든은 깨진 팔찌, 세라믹기, 기타 폐기물과 같은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진 다양한 조각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든은 찬디가르의 인기 있는 관광지로 매년 500만 명 이상의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1976년에야 정부에 의해 공식적으로 인정받아 공원으로 선포되었다. 찬디가르 록 가든은 '환경 예술'의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전형으로 인정받아 여러 상을 수상하였다. 2002년에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되었다. 2015년 이후 찬디가르 록 가든은 네크 찬드의 예술가 및 장인 팀에 의해 지속적으로 관리 및 확장되고 있다. 예술과 창의성을 통해 세라믹 폐자재를 건축 자재로 활용하여 정원의 건설 및 장식에 적용함으로써 환경을 미화하는 동시에 생태적, 문화적 가치를 높였다. 세라믹 폐자재를 사용함으로써 새로운 건축 및 장식 자재를 완전히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자원 재활용을 촉진하고, 자원 채굴과 낭비를 줄이는 데 기여하였다. 이는 점토 자원의 채굴 감소, 제조 과정에서의 탄소 배출 및 에너지 소비 절감 등 자연환경 보호에 도움이 된다. 찬디가르 록 가든은 세라믹 폐자재를 가치 있는 자원으로 전환함으로써 대중의 환경 보호 의식과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많은 방문객과 자원봉사자를 끌어들이며, 지역 주민과 방문객들이 함께 환경 보호에 참여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지역 사회의 결속력과 참여 의식을 강화하였다. 1997년, 이 정원은 네크 찬드(Nek Chand)의 작업을 지원하고 록 가든에 대한 전 세계적인 인식을 높이기 위해 설립된 등록된 자선 단체인 '네크 찬드 재단(Nek Chand Foundation)'을 설립하였다. 이 재단의 프로젝트에는 조사 수행, 시급히 필요한 다큐멘터리와 홍보 자료 출판, 전시회 개최 및 반년마다 진행되는 자원봉사자 여행 조정 등이 포함되며, 이는 네크 찬드와 그의 예술 작품을 기념하고 지원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이 정원의 건설과 유지에는 철저한 프로젝트 관리가 필요하며, 이는 정부, 재단, 지역 사회 및 자원봉사자들의 공동 노력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 공정하고 투명하며 책임 있는 관리 방식은 모든 이해관계자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력을 보장하고 있다. 위의 두 사례는 세라믹 폐기물 재활용의 창의적 형식을 통해 폐기물 재활용의 기능성을 효과적으로 보여주고, 대중의 환경 보호 의식을 제고함과 동시에 공공의 참여를 유도하였다. 미적 경험과 공간 체험을 통해 세라믹 폐기물의 재활용을 촉진하였을 뿐만 아니라, 대중의 높은 참여도와 예술적 체험을 가능하게 하였다. 참고문헌 1)https://depts.washington.edu/matseed/mse_resources/Webpage/Ceramics/ceramichistory.htm 2)Agata Lo Giudice, Carlo Ingrao, Maria Teresa Clasadonte, Caterina Tricase, Charles Mbohwa, 3) F. Pacheco-Torgal, S. Jalali,Reusing ceramic wastes in concrete,Construction and Building Materials,Volume 24, Issue 5,2010 4) https://www.archdaily.cn/cn/988055/jian-zhu-de-ren-wu-tan-jian-pai-cong-cai-liao-kai-shi 묘청청 / 苗菁菁 / Miao Jingjing 묘청청은 중국 난징예술대학교와 경덕진도자대학원을 졸업하고 국민대학교 TED 공간문화디자인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논문으로는 ‘ESG기반 생태도시 구축 특성연구 (A Study on the Characteristics of ESG-Based Ecological City Construction)를 연구했다. 현재 ESG코리아뉴스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도자 예술, 공간 디자인 및 그와 관련된 학제 간 융합을 포함해 ESG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ESG위원회(Korea ESG Committee) 폐기물 관리 위원회(Waste Management Committee) 부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현재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도자 재료의 순환 활용, 문화 기억의 현대적 표현, 도시 계획에서의 적용 및 ESG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생태 도시 발전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도자 폐기물의 재활용, 공간과 소리의 상호작용, 지속 가능성 개념을 예술 창작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작품으로는 2024중국 포산 “석만배(石湾杯)” 국제 청년 도예 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다수의 국제 전시 및 학술 행사에 선정되었으며 현재까지 한국에서 KCI 논문 1편, 국제 학술대회 논문 3편을 발표했고 2점의 예술 작품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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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청청의 ESG건축 칼럼 ④] 세라믹 폐기물 재활용을 통한 지속 가능한 예술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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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청청의 ESG건축 칼럼 ③] 상하이의 공중 정원, '1000 Trees'
- '1000 Trees' 프로젝트 1단계가 완공되어 상하이시의 명물로 자리 잡고 있다. 헤더윅 스튜디오(Heatherwick Studio)가 설계한 이 개발은 두 개의 나무로 뒤덮인 산의 형태를 띠고 있으며, 1,000개의 구조 기둥과 70종 이상의 식물이 포함되어 있다. 각 기둥에는 나무 군락이 자리 잡고 있으며, 통합된 자동 급수 시스템에 의해 유지된다. 12월 22일 열린 개장식에서는 공중에 매달린 나무들이 마치 천 개의 불빛처럼 빛을 발했다. 건축가 토마스 헤더윅(Thomas Heatherwick)이 이끄는 '1000 Trees'는 '상하이의 공중 정원'으로 묘사된다. 이 프로젝트는 8년에 걸친 개발 기간 동안 지역 주민과 방문객들의 관심을 끌어왔으며 300,000제곱미터 규모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아 상하이 도심을 가로지르는 42km 길이의 쑤저우 크릭(Suzhou Creek) 강변의 명물로 자리잡고 있다. 이 복합 단지는 산업 유산을 기념하는 동시에 다양한 용도로 활용된다. 1단계에는 레스토랑, 박물관, 갤러리, 엔터테인먼트 허브가 포함되며, 현재 2단계 공사가 진행 중으로 프로젝트는 더욱 확장될 예정이다. 또한, 과거 공장의 유산을 보존하기 위해 네 개의 건물과 벨 타워(현재는 전망 엘리베이터로 개조됨)가 개발에 통합되었다. 이 디자인은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건설하는 대신,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따뜻하고 활기찬 환경을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개발은 상하이 푸퉈(Putuo) 구에 위치하며, 쑤저우 강변을 따라 1,100미터에 걸쳐 자리 잡고 있다. 주소는 모간산로(Moganshan Road) 600번지이다. 중국의 황산(Yellow Mountains)과 바빌론의 공중 정원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된 이 건축물은 멀리서 보면 산처럼 보이며, 계단식 구조가 초현실적인 느낌을 자아낸다. 이 구조물은 1,000개의 기둥과 400개의 계단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기둥에는 나무가 심어져 있습니다. 또한, 관목, 다년생 식물, 덩굴식물 등 약 25,000여 개의 식물이 전체 디자인에 통합되었다. 공공 공간으로는 900미터 길이의 강변 산책로, 조깅 코스, 조각 정원, 야외 활동 공간 등이 마련되어 있다. 서쪽 건물은 정글 산책로를 연상시키는 기하학적 사다리꼴 모양을 특징으로 하며, 북쪽 정면은 400개의 계단과 1,000개의 흰색 나무 모양 받침대로 구성된 테라스가 있다. 남쪽 면은 위에서 보면 평평해 보이며, 마치 잘려나간 산처럼 보이는 독특한 형상을 하고 있다. 또한 M50 예술 지구와의 조화를 위해 남쪽 높은 벽에 그래피티 예술가들을 초청하여 벽화를 제작하도록 했다. 이 프로젝트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엇갈린다. 일부는 획기적인 건축 걸작으로 평가하는 반면, 일부는 상하이의 고층 빌딩 사이에서 다소 이질적으로 보인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노출된 기둥과 유지 보수 비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0 Trees'는 기존 고층 건축의 틀을 깨는 상상력 넘치는 디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이끈 토마스 헤더윅은 21세기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라고 불리는 세계적인 건축가로 평가 받고 있다. 그는 왕립 산업 디자인 메달(Royal Industrial Design Medal)과 프린스 필립 건축상(Prince Philip Award) 등을 수상한 바 있다. 헤더윅은 2010년 상하이 엑스포에서 자하 하디드(Zaha Hadid)를 제치고 영국관 디자인 권리를 획득하며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그는 '1000 Trees'를 설계하기 위해 직접 쑤저우를 방문하여 그곳의 정원과 전통 중국 산수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1000 Trees'는 다양한 인기 명소와 가까운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모간산로의 창의적인 거리, 창화로(Changhua Road) 요트 선착장, M50 예술 지구, 옥불사(Jade Buddha Temple) 등이 인접해 있다. 독창적인 디자인, 문화적 중요성, 그리고 자연과 도시 생활이 완벽하게 조화된 이 개발은 상하이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주목받고 있다. 참고문헌 1. '1000 trees' by heatherwick studio opens to the public in shanghai, designboom 2. Heatherwick Studio's 1,000 Trees opens in Shanghai, dezzen 3. Heatherwick Homepage 4. Vimeo, 1000 trees aerial 묘청청 / 苗菁菁 / Miao Jingjing 묘청청은 중국 난징예술대학교와 경덕진도자대학원을 졸업하고 국민대학교 TED 공간문화디자인 박사학위를 받았다. 박사논문으로는 ‘ESG기반 생태도시 구축 특성연구 (A Study on the Characteristics of ESG-Based Ecological City Construction)를 연구했다. 현재 ESG코리아뉴스 칼럼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도자 예술, 공간 디자인 및 그와 관련된 학제 간 융합을 포함해 ESG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사단법인 한국ESG위원회(Korea ESG Committee) 폐기물 관리 위원회(Waste Management Committee) 부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현재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해 도자 재료의 순환 활용, 문화 기억의 현대적 표현, 도시 계획에서의 적용 및 ESG 프레임워크를 기반으로 생태 도시 발전을 연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도자 폐기물의 재활용, 공간과 소리의 상호작용, 지속 가능성 개념을 예술 창작에 적용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으며, 작품으로는 2024중국 포산 “석만배(石湾杯)” 국제 청년 도예 대회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다수의 국제 전시 및 학술 행사에 선정되었으며 현재까지 한국에서 KCI 논문 1편, 국제 학술대회 논문 3편을 발표했고 2점의 예술 작품을 게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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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청청의 ESG건축 칼럼 ③] 상하이의 공중 정원, '1000 Tre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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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칼럼] 인사쟁이가 바라보는 ESG ④
- 글로벌 대기업에서는 성공적인 ESG경영 실천을 위해 ESG중심 경영체제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고 이사회에 지속가능경영위원회 등의 기구를 신설하여 그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상에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채용, 평가, 보상, 교육훈련, 복리후생, 가치창출, 소통, 안전 등을 체계적으로 달성하기 위해 전문부서를 설치하고 전문가를 초빙하는 등 경영기획 및 인사 측면에서 대응해야 할 업무들이 발생하고 있는 시점이다. 조직개편은 비단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의 경우에도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만든다는 기조에서 탈피해 미래 지속성을 염두에 둔 제품개발 등을 통해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관리조직 및 연구조직의 체계화가 이루어지는 추세이며, 이에 인사부서에서는 관련 조직구조 개편에 적합한 인재를 채용이나 순환배치 등을 통해 채워 넣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대표적인 기업으로 이브자리의 경우 연구조직 개편을 통해 한지섬유 침구, 오가닉솔리드 등 친환경적 소재개발이 이루어지고 있고, 탄소중립실천연대 참여 등을 통해 ESG경영에 한발 앞서가고 있으며 기타 대기업과 상생 관계에 있는 1, 2차 벤더 기업의 경우에도 모기업 및 납품 대기업의 ESG 추진에 영향을 받아 관리조직에 대한 조직개편이 이루어지고 있고 그에 따른 인력 배치가 뒤따르고 있다. 한발 더 나아가 관리조직이나 연구조직뿐 아니라 현장조직에 대해서도 체질 개선이 시도되고 있으며 관련하여 추진되고 있는 여러 활동 중 하나가 작년 9월 삼성전자가 선언한 RE100(Renewable Energy 100, 재생에너지 100) 참여 등 사용 전력 전체를 재생에너지로 충당하겠다는 계획이며 이런 행위들을 달성하기 위해 조직구조를 개편하는 것 또한 뒤따라야 할 인사업무라고 하겠다. 다양한 ESG 활동이 시도되고 있지만 결국 그것을 가능케 하는 힘은 인사업무를 통한 적정인력의 배치에서부터 시작한다고 봄이 타당하며 많은 수의 기업에서 그 중요성을 인식하여 ESG 전문부서를 개편하면서 인사 관련 부서도 함께 개편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ESG경영을 위한 조직구조의 경우 초창기에는 별도의 조직으로 분절화하는 경우가 다수를 차지했으나 정착단계에 들어선 현재에는 다수의 기업이 관리부서를 통폐합하여 효율화하고 있으며 실무부서로 관련 인원을 재배치하여 본부의 언어가 현장에 제대로 적용될 수 있는 방향으로 재개편되고 있다. 다만 기업의 경우 ESG경영이 향후 기업에 미칠 영향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어 전문가 집단을 우대함은 물론 체계적인 준비가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 공공기관이나 출연기관의 경우 경평지표에 반영된다고는 하나 그 중요성이 높지 않고(정확히는 인식하고 있지 못하고) 순환배치 등으로 인사조직의 전문성이 떨어져 CSR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던 업무들을 명칭 변경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어 개선이 요구된다. ESG경영은 결국 전사적인 관심사이며 필수적 요소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그것을 가능케 하는 조직구조는 전략기획 측면에서 검토되어야 하고 그것을 가능한 조직으로 만들어 내는 것은 인사조직의 역할이므로 향후 ESG경영과 관련한 인사 부문의 역할은 점차 커질 전망이다. 덧붙이는 글 : 김경수(Kyoung-Soo, Kim) 현재 지역산업육성기관인 테크노파크에서 정책기획단 혁신사업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충북대학교 사범대를 졸업하고 동대학교에서 법학석사, 교육공학 박사과정을 거쳤다. 기업 및 기관에서 20년 넘게 인사(HRM), 교육(HRD), 경영기획, 사업기획 업무등을 담당하며 ESG 도입의 필요성 및 중요성을 강조해 왔고 지속적으로 연구 및 관련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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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칼럼] 인사쟁이가 바라보는 ESG 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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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칼럼] 중소기업과 ESG 경영
- 지난 17일, '금융위원회가 2025년부터 실행하기로 했던 ESG 공시 의무화를 2026년 이후로 1년 이상 연기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접했다. 대기업들에게 해당되는 얘기지만 조만간 중소기업에게도 닥쳐올 파도인 것이다. 또 동월 10일자 기사로, '전 세계 기업 중 4분의 3은 ESG 보증(Assurance)에 대응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한다. 기업의 지속가능성 보고서(보통 ESG보고서라고도 함)가 효력을 얻으려면 보고서에 기술된 정보가 신뢰할 수 있다는 보증이 필요하다. 외부기관의 검증, 진단, 인증이 필요한 것이다. 컨설팅업체 KPMG가 2일(현지시각)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기업 중 25%만이 ESG 정책, 기술, 시스템을 보유해 독립적인 외부기관에 의한 ESG 보증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 보고서는 전 세계 750개 기업을 선정하여 분석한 결과를 정리한 것으로, 실제로 ESG 데이터는 재무 데이터보다 더 광범위하고 상이한 시스템의 자료를 필요로 한다. 많은 기업들은 환경, 소셜 등 ESG 부문의 데이터 수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즉, 제대로 ESG경영을 이행하고 보고서를 공시하려면 대기업에서도 많은 체계적인 준비와 투자가 필요한 것이다. 요즘 중소기업 현장에서 CEO들을 만나 이야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ESG경영이 대화 주제로 등장하게 된다. 그리고 많은 CEO들께서 ESG경영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포럼이나 CEO 모임 등의 특강을 통해 습득한 지식일 것이다. 지속가능보고서 공개, 또는 정보공시 등과 같은 키워드들이 오가는 경우가 많다. ESG경영이란 이 녀석이 아마도 n차원 일터인데 3차원 정도로 파악하고 계신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게 된다. 필자는 대학에서 거의 한평생을 교육과 연구 그리고 산학협력(이 주제는 아마 2000년대 초반부터 등장하지 않았나 싶다)을 위해 살아 온 이력을 갖고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는 현 중서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을 통해 중소제조기업들의 정보화, 스마트화 관련 지원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칼럼을 통해 우리나라 중소기업 특히 제조기업에서 지속 이행 가능한 그리고 성장과 직접 연계된 ESG경영을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고 모색하고자 한다. 필자가 지금까지의 경험을 통해 정리한 ESG경영의 커널(kernel)은 “상생”이라는 점을 먼저 밝히고 싶다. ESG경영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을 위해 ESG라는 용어가 어떤 것인지를 위키백과를 통해 보자. '환경, 사회, 기업 지배구조(영어: environmental, social and corporate governance, ESG)는 기업이나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의 지속 가능성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는 세 가지 핵심 요소이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또 ESG경영은 재무적 관점에 더하여 '장기적인 관점에서 친환경 및 사회적 책임경영과 투명경영을 통해 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ESG경영의 탄생이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는가에 대해 살펴보자. 이는 우리가 신입 직원 채용 시 이력서를 보고 그 사람을 파악하는 것과 유사한 행위이다. ESG경영 개념은 대기업들이 주도해서 만들어졌고 또 그러한 흐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KT 김재필 수석연구원의 칼럼 내용을 요약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ESG의 역사는 자본주의의 태동과 함께 시작됐다. ESG라는 용어는 2004년 유엔글로벌콤팩트(UNGC)와 20여 개 금융기관이 공동으로 작성한 「살피는 자가 승리한다(Who Cares Wins)」 보고서에서 처음 사용된 이후, 2006년 유엔이 제정한 ‘사회책임투자 원칙(PRI, Principles for Responsible Investment)’에 반영되면서 확산되기 시작했다. PRI가 ESG의 출발점이었다면, ESG 확산에 기폭제 역할을 한 것은 2020년 초 글로벌 자산운용사 블랙록(Blackrock) CEO 래리 핑크의 연례 서신이다. 블랙록은 운용 자산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인 미국 국적의 자산운용사로 2021년 기준 현재 관리 중인 자산이 $ 8.67조(약9,000조원)이상이라고 한다. 래리 핑크는 “석탄 개발 업체나 화석연료 생산 기업 등엔 투자하지 않겠다”고 ESG 우선주의를 천명했는데, 이를 기점으로 전 세계 ESG 투자는 급물살을 탔다. ESG도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어진 개념이 아니다. 오랜 시간 동안 자본주의의 발전과 더불어 환경 및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서 기업이 올바른 방향으로 경영할 수 있도록 많은 전문가와 이해관계자가 논의하고 체계를 정립해 온 개념이다. ESG는 비재무적 투자 지표지만, 그 이면에는 빙산의 밑부분처럼 엄청나게 깊고 방대한 의미가 내포돼 있다. 즉, ESG경영은 기업 경영의 목적이 이익 극대화, 즉 재무적 관점 위주 시대에서 비재무적 관점(익서의 핵심 요소가 ESG)이 추가되는 과정에서 등장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앞서 블랙록의 래리핑크의 연례서한 내용에서 이 내용이 잘 드러나 있는 것이다. 필자는 그가 “석탄 개발 업체나 화석연료 생산 기업 등엔 투자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현재 기준으로 석탄개발 업체 혹은 화석연료 생산기업들이 환경, 사회 등 ESG경영 관점에서 미흡한 수준이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본다.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의 경우 중견기업, 중소기업, 소기업, 벤처기업 등으로 분류되며, 업종 또한 매우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것이 현실이고, 모기업으로부터 부품 등을 주문받아 생산하고 납품하는 기업들, 자사 브랜드의 제품 또는 서비스를 생산하여 판매하는 기업들, 그리고 이 두가지가 혼합되어 있는 기업들 등으로 분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이유는 중소기업들의 운영 특성에 따라 ESG경영 대응 전략이 조금은 달라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중소기업도 ESG경영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짧게나마 생각해 보자. 자체 브랜드의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 2021년 대한상공회의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의 63%가 ‘기업의 ESG 활동이 제품 구매에 영향을 준다’고 응답했고, 70.3%는 ‘ESG에 부정적인 기업의 제품을 의도적으로 구매하지 않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ESG 우수 기업 제품의 경우 경쟁사 동일제품 대비 추가 가격을 더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88.3%에 달한다고 한다. 무라벨 생수병이 좋은 예일 것이다. 만일 자사 브랜드 제품없이 모기업의 주문에 의해 생산하고 납품하는 기업(예를 들어 자동차 부품 협력회사)의 경우에는 소비자들의 구매 패턴은 고려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러나 공급사슬(Supply Chain으로 공급망 또는 공급망사슬이라고도 함)의 관점에서 대응해야 한다. 물론 이 공급사슬 관점은 자사 브랜드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도 대응해야 할 중요 주제이다. 지난 4월 공급망실사법 적용 기업 확대 법안이 유럽연합(EU) 의회 법사위를 통과했다. 공급망실사법의 적용을 받는 기업은 제품의 생산ㆍ유통 등 공급망에 속한 기업들에 대해 노예노동이나 아동노동, 임금 착취, 온실가스 배출, 환경 오염, 생물다양성과 생태계 훼손, 산업 재해, 직원 건강 위협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해당 기업은 지구 온도 상승 폭을 파리협약이 정한 1.5도 이내로 억제한다는 목표를 준수해야 한다. 이 법의 적용을 받는 공급망에 속한 기업은 부품이나 원자재를 공급하는 협력업체뿐 아니라 판매나 물류, 운송을 담당하는 업체까지 포함한다. 마이클 포터 교수의 SCM(공급망 관리) 모델이 이제 공급망 범위의 전부가 아닌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글로벌 대기업의 협력업체로 활동하는 중소기업의 경우 자사의 모기업이 공급망 실사법에 적용을 받는다면, 부품이나 원자재를 공급하는 협력업체뿐 아니라 판매나 물류, 운송을 담당하는 업체까지 포함하므로 자의에 의해서가 아니라 타의에 의해서 ESG경영에 참여하게 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자, 이제 우리 중소기업들은 어떻게 이 험한 파고를 헤쳐 나가야 할까.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 제대로 공부해야 할 것이 많지 않겠는가! 덧붙이는 글 I 이상호(Sang Ho Lee) 충북대학교에서 평생을 대학에서 IT 분야 교육, 연구 활동을 하며,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애쓰는 학자이자 실천가이다. 2018년 정년 퇴직을 하여 현재 충북대학교 소프트웨어학부 명예교수이며, 지속가능경영을 지원하는 주식회사 에셈시의 수석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다. 숭실대학교에서 전자계산학(현재 대부분의 대학에서는 컴퓨터공학이라고 부름)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호주 텔레콤 연구소 방문 연구원과 캐나다 UBC 전산학과 초빙교수로 있었으며 멜번과 밴쿠버의 자연을 지금도 부러워하고 있다. 인류와 함께 영원토록 함께해야 할 지구를 생각하며. 2000년대 중반부터 중소기업청과 인연을 맺고 중소기업의 정보화를 위해 활동하였고, 2010년에는 중소기업융합학회를 설립하고 회장으로 재임하며 중소기업의 융합기술 보급과 확산 등을 위해 노력하였다. 대학 재직 시절 학부 및 대학원생들을 지도하며 20건의 특허를 등록하고 그 중 여러 건을 중소기업에 기술이전을 한 바 있다. 평생을 배우며 돕는다는 신념으로 살아가고 있다. 최근에는 ESG경영에 대해 학습하고 있으며, 고객의 상황과 눈높이에 맞춘 ESG 관련 교육과 컨설팅을 제공하고자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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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호칼럼] 중소기업과 ESG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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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은 칼럼] 인류문명이 만든 쓰레기... 순간의 ‘편안함과 이기심’이 지구를 병들게 한다
-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는 인간이 지구라는 푸른 행성에서 자신들만의 편의를 위해 지구를 병들게 하고 있다. 지구는 인간만이 사는 행성이 아니라 수많은 생명체가 함께 ‘공생’하며 사는 곳이다. 생물학적 관점에서 공생이란 각기 다른 두 개나 그 이상의 종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를 말한다. 따라서 지구별에서 공생이란? 하나의 객체가 주인행세를 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생명체가 함께 살아가는 것이다. 지구를 병들게 하는 암 덩어리는 바이러스나 병균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풍요 속에서 과도한 소비로 만들어진 쓰레기이다. 과도한 소비는 더 많은 쓰레기를 생산하고 그 쓰레기는 우리에게 되돌아오고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쓰레기가 바로 ‘지구의 암 덩어리’이다. 현재 지구는 과도한 탄소배출로 인해 기후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기후 위기의 주범인 탄소배출의 원인은 과도한 생산과 소비에 있다. 현대인은 풍요로운 사회에서 분에 넘치는 생활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풍요가 위기로 되돌아오고 있다. 지난달 29일 미국의 경제도시 뉴욕에서 시간당 3인치의 폭우가 쏟아지며 큰 물난리로 어려움을 겪었다. 이번 뉴욕의 기록적 폭우는 3시간 만에 한 달 치 폭우가 집중해서 쏟아진 것이다. 이러한 기후 이상은 뉴욕만의 일이 아니다. 지난 7월 6일 네덜란드에서도 때아닌 여름 폭풍으로 도시가 마비되고, 미국, 유럽, 아시아를 포함해 많은 국가에서 대규모 홍수로 재난 사태가 발생했다. 캐나다에서는 8월 대규모 산불이 발생해 주민대피령과 함께 국가 비상사태까지 선포됐다. 이러한 산불 피해는 캐나다뿐 아니라 미국, 유럽까지 미쳤다. 기후 온난화의 원인으로 ‘인간의 문명’이 있다. 인간의 문명 중에서도 산업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산업화는 탄소 위기를 이전과 이후로 가르는 기준선이다. 대량생산을 통해 만들어진 산업화는 과도한 생산을 부추기며 더 많은 연료 소비와 더 많은 생산을 이끌었다. 이러한 추세는 브레이크 없이 질주하는 탈주 열차와 같고 인간은 이것을 문명이라는 이름으로 환호했다. 현대사회의 문명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18세기 중엽 영국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이다. 산업혁명은 기계에 의한 대량생산을 이끌며 자연 상태의 인간을 자본주의 사회로 이끌었다. 산업사회를 통한 대량생산은 풍요의 시간이 되었고, 풍요가 거듭되면서 탄소는 쌓여만 갔다. 이제 지구상의 탄소는 한계에 도달해 '기후 온난화'라는 위기를 만들어 냈다. 인류가 산업화를 통해 문명을 발전시키는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에너지이다. 모든 생산의 원동력이 되는 에너지는 기계를 통해 수많은 제품을 생산해 내고 이러한 과정에서 과도한 탄소배출이 이루어졌다. 산업사회가 만든 문명이 지구 위기를 만들어 낸 것이다. 산업화로 인해 만들어진 수많은 제품은 쓰레기로 되돌아오고, 빠르고 편리한 사회는 일회용품 쓰레기가 늘어만 갔다. 이렇게 만들어진 쓰레기는 차고 넘쳤다. 쌓여가는 쓰레기 중 일회용품 쓰레기는 더더욱 심각했다. 버려진 쓰레기가 자연에서 분해되는 시간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했다. 쓰레기가 자연에서 분해되는 시간을 살펴보면 유리병은 4,000년 이상, 알루미늄 캔은 500년 이상, 일회용 기저귀는 100년 이상, 스티로폼은 500년 이상, 나이론 천은 30~40년 이상, 일회용 컵은 20년 이상, 우유 팩은 5년 이상, 나무젓가락은 20년 이상, 담배 필터는 10~12년 이상, 칫솔은 100년 이상이 걸린다. 일회용품 쓰레기의 처리 기간은 실로 엄청나다. 만약 인류가 현재 사용하는 추세로 1회용품을 생산하고 소모한다면 인류는 더 큰 희생을 치러야 한다. 하루하루 쏟아져 나오는 일회용 쓰레기를 보라! 과도한 포장, 한번 쓰고 버리는 포장 등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쓰레기를 생산해 낸다. 가정집에서 버려지는 쓰레기를 보면 우리가 얼마나 많은 쓰레기를 쓰고 버리는지 가늠할 수 있다. 밤이면 도로 앞에 수거해가기만을 기다리는 쓰레기를 보라! 실로 엄청나고 두려움이 밀려온다. 믿을 수 없을 만큼의 쓰레기가 매 순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쓰레기를 줄이는 방법은 생산과 소비를 줄이는 것이다. 생산과 소비가 줄어야 쓰레기가 줄어든다. 쓰레기를 줄이지 않고는 인류의 미래가 없다. 쓰레기는 지구를 병들게 하는 가장 큰 해악이다. 쓰레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국가의 정책에 있다. 국가는 쓰레기 발생을 줄이기 위해 적절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만약 국가의 정책이 부재하다면 쓰레기는 더욱더 많이 쏟아져 나올 것이다. 이러한 쓰레기의 과다 배출은 인류를 위협하고 자연을 파괴할 것이다. 인류는 지금이라도 환경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고 일회용품 쓰레기를 줄이는 운동에 동참해야 한다. 만약 인류가 생각을 바꾸고 행동한다면 지구온난화와 쓰레기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거부한다면 그 피해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이제 말보다 실천을 해야 할 때가 왔다. 더 이상의 시간이 없다. 스스로 위기를 느끼고 스스로 실천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류가 푸른 지구별에서 지속 가능한 삶을 영위하고 후손들에게 안전한 자연을 물려주기 위해선 ‘풍요의 시간’을 ‘절제의 시간’으로 되돌려 모두가 상생하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덧붙이는 글 I 윤재은(Yoon Jae Eun) 예술, 문학, 철학적 사유를 통해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공간철학자이자 건축가이다. 현재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공간디자인학과, 테크노전문대학원 공간문화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 학사, 미국 뉴욕 프랫대학 인테리어디자인 석사,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사단법인 한국ESG위원회 이사장, 한국토지주택공사 LH 이사회 의장, LH ESG 소위원회 위원장, 2022년 대한민국 ESG소통 운영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미국의 UC버클리대학 뉴미디어 센터에서 1년간 방문학자로 있었다. 저자는 ‘해체주의 건축의 공간철학적 의미체계’ 박사 논문을 통해 공간철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적 영역을 개척하였다. ‘공간철학’이란 반성을 통해 지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직관을 통해 무형의 공간과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다. 주요 저서로는 장편소설 ‘비트의 안개나라’, 시집 ‘건축은 나무다’, ‘건축은 선이다’, 건축 전문서적 ’Archiroad 1권(Hyun), 2권(Sun), 3권(Hee)‘, 철학 인문 서적 ‘철학의 위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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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은 칼럼] 인류문명이 만든 쓰레기... 순간의 ‘편안함과 이기심’이 지구를 병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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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재自在의 환경 이야기] 이러지 맙시다! 제발
- 우리는 만물의 영장일까요, 아니면 극악무도한 지구의 파괴자들일까요? 지구가 이렇게나 몸서리를 치는데 이게 뭡니까? 이 조그만 상자 하나 보내려고, 이렇게나 큰 비닐을 사용하다니요? 도대체, 생각이 있는 겁니까? 그렇지 않아도 비대면(Untact) 시대가 생활화되어가고, 1인 가구 증가로 인하여, 갈수록 택배 쓰레기가 온 지구를 덮고 있는데, 이게 도대체 뭡니까? 사회적 책임을 전혀 느끼시지 않으십니까? 오직 회사의 이익과 편리만을 위해 이렇게 환경오염을 시키시렵니까? 직원들은 살인적인 배달량과, 찜통더위 속의 물류창고에서 땀으로 목욕을 하고, 과로사가 속출하고 있는 이 시점에, 나 몰라라, 회사의 이득만 챙기면 된다는 것입니까? 지구는 너무 뜨거워져 어디선가 집중호우가 쏟아져 사람들이 죽고, 먹을 물이 없어 흙탕물이라도 먹으려고 수십 리 길을 걸어가다 쓰러지고, 곳곳에서 굶주림으로 죽어가고 있는데, 제발 이러지 맙시다. 이게 뭡니까? 같이 좀, 삽니다. 환경 쓰레기의 주범 중의 하나 택배 쓰레기, ‘적당히 좀 버립시다’ 정부에서도 일회용 쓰레기와 과다 비닐 남용 등에 대한 책임을 물읍시다. 이 조그만 물건 하나 싸는데, 이렇게 큰 비닐봉지라니요! 거기에 하나의 물건에 삼중 사중 비닐로 싸놓아 뜯어내기도 힘들게 하는 비환경적인 택배회사들. 도대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제발, 생각 좀 하고 삽시다. 지구가 견디지를 못하고 단말마(斷末魔)를 지릅니다. 이건 또 어찌할까요. 무지막지하게 쌓이는 얼음팩들, 서너 개 있을 때는 재활용이 가능한데, 도저히 주체할 수가 없어요. “인간은 쓰레기만 양산하는, 자신의 터전을 철저하게 파괴하는 어리석은 동물이기만 할까요?” 정말 큰 일 났습니다. 이렇게 무지막지하게 쏟아져 나오는 환경 쓰레기들... 막다른 길로 치닫고 있는 이 엄청난 플라스틱 쓰레기들... 태평양 바다로 흘러 들어가 거대한 쓰레기 섬을 만들고 다시 분해되는 미세쓰레기들... 물고기가 먹고, 다시 인간이 먹는 이 살풍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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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재自在의 환경 이야기] 이러지 맙시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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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칼럼] 인사쟁이가 바라보는 ESG ③
- ESG 경영에 있어서 인사쟁이의 역할은 Social(사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ESG 도입 초창기만 해도 공공기관에서 Environment(환경), Governance(지배구조)를 중심으로 제시해 왔던 지속가능경영보고서가 기업의 생존과 직결(투자, 금리 등)되면서 직접 작성 후 인증받는 구조로 변화하였고, 그러면서 그동안 도외시되었던 Social 부문의 보완이 이루어지게 되어 인사 부문의 비중이 확대되고 있다. 물론 아직은 IPO(Initial Public Offering, 기업공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기업이 많지만, 점차 그 부문이 확대되어 가고 있으며 타 지표들이 직관적인 정량지표 중심인 것에 반해 정성지표들이 많은 분야이니만큼 그 정성지표를 어떻게 정량화하는지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기업이나 초우량 기업을 제외한 기업과 기관의 경우 통상 인사와 총무, 교육 등을 같은 부서에서 통할하는 경우가 많지만, 인사노무 업무에 한정하여 정리해 보고자 한다. 지속가능경영보고서상에 다양한 메뉴들이 있지만 인사 부문에서 직접적인 작성이 필요한 내용은 1. 채용, 2. 평가, 3. 보상, 4. 교육훈련, 5. 복리후생, 6. 노사관계 등의 지표가 있다. 지표별로 보면 다음과 같다. 1. 채용의 경우 어떤 평가 과정을 통해 신뢰성을 높이고 있는지, 인력의 직무 적합성을 채용 단계에서부터 찾아내 얼마나 초기 이탈률 등을 잡고 있는지 등 정성지표를 정량화할 수 있는 내용들을 찾아 결괏값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희미해지면서 기업은 기업대로 직원은 직원대로 안정보다는 실리를 찾는 경우가 많아 직원이 정착하지 못하는 회사는 지속 가능성이 작다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지표가 된 셈이다. 2. 평가 또한 다양한 평가 도구를 통해 그 공정성이 담보되고 있는지 보여주고 그것을 보완하려는 방법이나 대안을 제시했는지 등 관련 노력의 피력이 필요한데 관련 내용은 전편에서 충분히 다루었으므로 참고하기를 바란다. 3. 보상은 평가 결과와 연동된 보상과 그 외 별도의 보상 체계 또한 중요한 요소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해당 항목의 경우 정량화가 거의 불가능한 지표이니만큼 어떤 종류의 보상 체계를 얼마나 보유하고 있으며 그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성을 언급해 주는 것이 필요한 지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예를 들어 좋은 평가 결과를 통해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은 당연시 되며 그 평가 결과를 통해 누적되어 연봉이 차등 인상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면 좀 더 나은 지표로 인식하는 수준이다. 공정한 평가를 통해 공정한 보상이 주어지고 만족도조사 등을 통해 직원들이 그것을 공정하다고 느낀다고까지 이어진다면 더욱 괜찮은 지표로 인정될 수 있다. 4. 교육훈련의 경우에는 기업의 비전이나 미션과 연계하여 어떤 교육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는지와 의무교육, 법정교육, 교육시수 부여 등을 통해 정성, 정량화된 지표를 제시할 수 있으며 그 외에도 교육 방법의 다양화나 이해관계자(임직원, 협력사, 고객, 지역사회 등)에 대한 지원을 통한 산업육성 지원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부분들과 엮어 제시하는 추세에 있다. 결국 주먹구구식 교육 운영보다는 교육을 통해 회사의 비전과 미션을 어떻게 달성하고 그것이 달성되면 기업의 지속 가능성이 커지며 나아가 이해관계자에 대한 지원 등을 통해 지역과 산업 전반에 좋은 영향을 미쳐 선한 사회적 영향력을 미친다는 것이 핵심적인 요소이다. 5. 복리후생은 직접적 경제지원(가계안정자금, 학자금, 의료비 등) 뿐만 아니라 휴가(특별휴가, 공가, 병가, 자녀학습지원휴가 등), 자기 계발, 일가정양립 제도 시행 등의 직접적 지표 외에도 관련 제도의 시행을 통한 직원 만족도 조사 등의 정량화가 가능하다. 여기서 중요하게 봐야 할 부분은 복리후생이 없던 회사가 갑작스럽게 많은 제도를 만들어 낸다고 해서 좋은 평가를 얻는 구조가 아니라 직원들의 회사·직무만족도가 올라가는 것이 핵심이므로 관련 내용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6. 노사관계의 경우에는 꼭 노조가 존재하지 않더라도 노사 간 협의체의 운영 등을 통한 소통 창구의 활성화, 다양화가 필요하며 구성원 간 소통이 핵심적인 요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외에도 조직문화 등에 대한 부문 등이 평가지표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나 정량화가 어렵고 복리후생에서 상당 부분을 다룰 수 있어 관련 분야의 유무는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지 않다. 앞서 여러 지표에 대해 장황한 듯 설명하였으나 막상 읽어보면 이미 우리가 다 알고 있는 내용들인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저 중 실천하고 있는 것이 몇 가지나 있는지 되돌아본다면 우리의 ESG경영 수준이 드러난다고 볼 수 있겠다. 또한 위에 제시된 내용들은 최소한의 예를 들었을 뿐 글로벌 기업에서는 컨설팅 그룹의 자문을 통해 훨씬 더 세부적인 연계 지표들을 만들어 내고 있다. ESG경영 초창기만 해도 중요한 요소로 취급받지 못해 기존에 해오던 업무의 나열에 불과했던 인사 부문이 점점 더 중요한 요소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것은 타 지표들에 비해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 있기 때문이며 실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상에도 그 항목이 다양화되고 있음을 비추어 볼 때 향후 ESG경영에 있어 인사 부문의 확대는 중요한 한 축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덧붙이는 글 : 김경수(Kyoung-Soo, Kim) 현재 지역산업육성기관인 테크노파크에서 정책기획단 혁신사업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충북대학교 사범대를 졸업하고 동대학교에서 법학석사, 교육공학 박사과정을 거쳤다. 기업 및 기관에서 20년 넘게 인사(HRM), 교육(HRD), 경영기획, 사업기획 업무등을 담당하며 ESG 도입의 필요성 및 중요성을 강조해 왔고 지속적으로 연구 및 관련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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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칼럼] 인사쟁이가 바라보는 ESG 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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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익 칼럼] 기후 위기로 인한 폭염 대응 방법
- 올해 여름은 유난히도 더운 한 해였다. 캐나다와 스페인의 대형 산불, 이탈리아와 미 중서부에 내린 테니스공 크기의 우박, 미국, 인도, 중국을 포함해 커다란 인명피해를 내는 대형 홍수 등은 심각한 기후 위기를 보여주는 현상들이다. 이뿐만 아니라 일반인이 볼 수 없는 남극과 북극에서는 우리가 겪는 기후 위기보다 더 심각한 해빙이 일어나고 있다. 특히 여름 기준 남극의 해빙 면적은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2022년과 2023년 벨링스하우젠해(Bellingshausen Sea) 인근은 얼음이 얼지 않는 현상도 발생했다. 2023년 8월 28일 BBC에 따르면 남극 해빙 유실로 인해 새끼 황제펭귄 수천 마리가 떼죽음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기후 위기는 전세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일어나고 있다. 특히 이번 여름 각국에서 발생한 폭염으로 인해 전 세계 경제손실은 16조 달러(2경 2,707조 원)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전 세계 인구 중 20년간 기상이변으로 사망한 사람은 2022년 기준 약 50만 명에 이른다. 2023년 7월은 세계에서 가장 더운 달로 기록 인간이 초래한 기후 위기와 엘니뇨는 지구 온도를 치명적으로 올려놓았다. 이러한 기후 위기로 인해 2023년 7월은 세계에서 가장 더운 달로 기록되었다. 안토니오 구테헤스(António Guterres) 유엔 사무총장은 최근 연설에서 올해를 “인류가 기후 지옥으로 가는 고속도로에서 가속페달을 밟고 있는 해”라고 말하며,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알렸다. 유럽에서는 2022년 한해 60,000명 이상이 온열 질환으로 사망하며, 일부 국가에서는 허리케인이나 태풍 그리고 대형 산불로 인해 지구 위기의 심각성을 체험하고 있다. 이탈리아 기상학회는 최근 폭염을 단테의 '인페르노'에 나오는 지옥의 문을 지키는 머리 세 개 달린 사냥개의 이름을 따서 '케르베로스'라고 명명하며, 이번 폭염의 심각성을 알렸다.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폭염은 도시 열섬현상 (Heat Island)으로 인해 더욱 뜨거운 열을 발생시키고 있다. 1850년 영국의 기상연구가 류크 하워드(Luke Howard)가 발견한 열섬 현상은 열을 흡수하는 콘크리트 건물과 아스팔트 표면으로부터 복사열을 통해 발생하는 현상이다. 이러한 열섬 현상은 도시 개발에 따른 녹지 부족이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의 구세주 에어컨과 탄소 발생 인류는 산업화에 따른 무분별한 개발로 푸른 지구 행성이 위기에 처할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기후 위기를 알고 있으면서도 인류는 이에 대한 대비가 소홀했다. 만약, 에어컨의 발명이 없었다면 인류는 이번 여름 폭염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을까? 에어컨은 윌리스 하빌랜드 캐리어(Willis Haviland Carrier)에 의해 발명되었다. 그는 버펄로 제철소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던 1902년 온도와 습도, 공기 순환 등을 모두 통제하는 최초의 에어컨 시스템을 발명하면서 인류가 더위로부터 피할 수 있는 기술적 혁신을 가져다주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여름철 폭염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에어컨은 일사병과 더위에 관한 질병 사망률을 줄여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인류의 구세주와 같은 에어컨은 폭염을 이기는 기술로 사용되지만, 이를 돌리는 에너지가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킴으로 인해 탄소배출의 증가를 가져왔다. 결국 더위를 극복하는 기술이 탄소 발생을 늘려 지구를 더 덥게 만드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심각한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해 인류가 도시에서 할 수 있는 5가지 방법 첫째, 나무 심기와 녹지 공간 만들기 도시 열섬 완화를 위한 나무 심기는 지구의 지표면 온도를 낮출 뿐 아니라, 여름철에 발생하는 열섬 현상을 10도까지 낮출 수 있다. 이러한 대응의 하나로 서울시는 3천만 그루의 나무 심기를 발표했다. 도심 나무 심기는 그늘을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식물과 토양으로부터 증기를 발산하는 효과를 통해 최대 섭씨 5도까지 냉각 효과를 줄 수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는 나무 심기 마스터플랜에 따라 2037년까지 기후 위기에 적응할 수 있는 다양한 종의 나무를 도시면적의 30%만큼 심겠다고 발표했다. 유럽의 많은 도시가 기후 위기와 폭염에 대응하기 위한 도시 숲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산이 많은 관계로 도심 녹지 공간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많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강남을 포함한 도심권은 아직도 녹지 공간이 부족한 실정이다. 따라서 도시 발달에 필요한 녹지 공간 조성 사업은 앞으로 다가올 여름 폭염을 대비하기 위해 반드시 실행해야 할 과제중 하나이다. 둘째, 도로 위 물 분사와 분수대 설치 세계가 폭염으로 위기를 맞이할 때 도시는 물 분사 차량을 통해 물을 뿌리는 것을 볼 수 있다. 물은 불과 상대적 물질로 열기를 식히는데 최적의 물질이다. 하지만 이러한 효과는 일시적이다. 물을 뿌려 식혀진 도로는 태양에 의해 금방 더워지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미세 물 입자 분사는 주변 온도를 최대 7%까지 낮출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도시는 폭염을 피하기 위해 물을 뿌리거나 물 공간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서울의 경우 한강은 여름 폭염을 피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고 광화문 광장의 물 분수 같은 시설도 여름 폭염에 큰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과거 도시에는 분수대가 많이 있었지만 최근 도시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하지만 폭염을 대비한 도심 개발에 분수대 설치는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이다. 오스트리아의 수도 비엔나는 온도가 섭씨 35도 이상 올라가면 자동으로 작동하는 스마트 스프링클러 시스템을 갖춘 22개 지역을 ‘차가운 도로(cool straßen)’로 지정하며 폭염에 대비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폭염 피해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대비가 절실한 시점이다. 셋째, 차양막 설치와 도심 가로 정비 유럽의 어느 도시를 가나 형형색색의 차양이 펼쳐져 있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차양은 미적 측면뿐 아니라 뜨거운 태양을 막아주는 보호막이다. 태양은 끊임없이 도시에 열기를 제공하고 사람들은 그늘을 찾아 어디론가 피하고 싶어한다. 이러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발명품이 차양이다. 차양은 뜨거운 태양을 막아주며 그늘을 만들어 가로에서도 오랫동안 머물 수 있게 한다. CNN에 따르면 열정의 도시 스페인 세비야는 최근 환승역, 운동장, 학교, 병원 등에 대형 차양을 만들어 도심 그늘을 만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도 나타난다. 태양전지가 내장된 스마트 천인 루미위브(LumiWeave)로 만든 캐노피가 도심에 설치되었다. 이스라엘 제품 디자이너 아나이 그린(Anai Green)이 개발한 이 차양은 낮 동안 태양 에너지를 저장한 후 저녁에 LED 조명을 제공한다. 이처럼 차양은 무더운 여름을 피하는 최적의 그늘막이다. 넷째, 흰색은 빛의 반사를 통해 온도를 낮춘다. 빛의 반사가 가장 높은 흰색의 사용은 여름 폭염을 막는 방법 중 하나이다. 차량의 경우도 흰색차량이 검정색 차량보다 빛을 더 잘 반사 시킨다. 흰색은 깨끗한 느낌을 줄 뿐만 아니라 여름 직사광선을 반사시켜 열기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깨끗한 흰색 지붕이 있는 구조물은 직사광선의 약 85%를 반사하는 반면 어두운 지붕은 약 20%만 반사한다. CNN에 따르면 인디애나 퍼듀대학교 연구팀은 “햇빛의 98%를 반사하고 건물 표면 온도를 주변 환경에 비해 약 6.67도 낮출 수 있는 일종의 초백색 페인트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퍼듀대학 기계공학 교수 시우린 루안(Xiulin Ruan)은 이 페인트로 약 92제곱미터(1000제곱피트)의 지붕 면적에 칠하면 10킬로와트에 해당하는 냉각능력이 생성된다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는 최근 몇 년간 쿨씰(CoolSeal)이라는 반사 코팅으로 도로를 칠해 왔다. 2019년 시범 지역에서 냉각 효과가 나타났다. 이러한 효과를 목격한 LA 시장 에릭 가세티(Eric Garcetti)는 2028년까지 250마일의 도로 차선을 냉각 재료로 덮겠다고 발표했다. 여름 폭염을 이기는 다양한 방법 중 하나인 흰색 칠하기는 도시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한번은 생각해보아야 할 문제이다. 다섯째, 자연 친화적인 전통 기술의 접목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옥이 있다. 한옥은 자연으로부터 얻는 재료를 사용하여 친환경적이며 여름 폭염에 매우 강한 적응력을 가지고 있다. 한옥은 자연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공해가 없고, 주변 자연을 훼손하지 않는다. 특히 한옥에서 갖는 자연 친화적 개방감은 현대주택에서 볼 수 없는 장점이 있고, 목재를 사용해 실내 습도와 온도를 조절해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인도 남부 타밀나두(Tamil Nadu) 주에 있는 오로빌 지구 연구소(Auroville Earth Institute)는 급성장하고 있는 토속 건축 운동의 중심지이다. 연구 센터는 약 40년 동안 압축된 진흙과 토양으로 경제적인 저탄소 구조물을 건설하는 방법을 전 세계 건축가 및 건축업자와 협력해 왔다. 콘크리트, 유리, 강철에 비해 전통적인 흙벽돌은 더 많은 열과 습기를 흡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류가 산업화 이전에 지었던 건축물을 보면 지역에서 생산된 재료를 통해 건축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진흙이 있는 곳은 진흙으로 집을 짓고, 나무가 있는 곳은 나무로 집을 짓는 것이다. 특히 알래스카 같은 추운 지역은 눈이나 얼음을 가지고 집을 짓는다. 이제 인류는 무분별한 산업화로 인해 기후 위기에 정면으로 직면해 있다. 인류가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보다 현명한 자세가 필요하다. 우선 탄소배출과 쓰레기 발생을 줄이고, 친환경 재료를 통한 도시 개발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덧붙이는 글 I 서재익(Jaeik Seo) ESG에 기반한 의료프로그램의 효과적인 실행방안을 찾아내고 바이오건강기능식품 적용 분야의 확대를 연구하는 경제학자이자 경영학자이다. 현재 버지니아통합의학한의대학원 국제부총장, 동양대특임교수, KDI경제정책자문위원, (사)한국ESG위원회 회장을 맡고 있다. PACOM GLOBAL(미)대표, PACIFIC ASIA COMMUNICATIONS (미)대표, 주한뉴질랜드상공회의소 이사, 메디오젠 사장, 하나금융투자 전무를 지냈다. 하버드대학 글로벌헬쓰딜리버리 과정, 스탠포드대학 뉴트리션사이언스 과정 수료, 플로리다스쿨오브로에서 법학을 수학, 연세대학에서 경제학석사, 한국항공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자는 주요논문으로 'An Empirical Study on the Impacts of the Chinese Banking Industry by Foreign Bank’s Entry(International Journal EF)'를 연구하였고, '기업성과지표와 주식수익률 성과간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회계지표와 부가가치지표의 비교)' 박사 논문을 통해 경영자 입장에서의 기업평가지표와 투자자 입장의 성과 지표 간의 분리분석을 시도하였고, 주식 변동성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학문적 영역을 개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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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익 칼럼] 기후 위기로 인한 폭염 대응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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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익 칼럼] ESG 실천을 위한 ‘바이오필릭(Biophilic)’ 시티
- 지구 온난화로 생태계의 보존과 확장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에 환경에 대한 문제가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런 시대적 흐름에 힘입어 ‘바이오필릭(Biophilic)’ 개념이 주목을 받고 있다. 바이오필릭은 '생명 친화적' 개념으로 20세기를 대표하는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의 저서 '바이오필리아(Biophilia)'에서 확산된 개념이다. 이 개념은 생명(Bio)과 사랑(Philia)의 합성어로 ‘생명체에 대한 사랑’ 즉 ‘자연에 대한 타고난 사랑’을 뜻한다. 콘크리트로 채워진 현대 도시에서 자연과 생태계를 중시하는 바이오필릭은 ESG가 중심이 되는 사회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개념이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본능적으로 자연을 좋아하고 바이오필릭을 통한 생명 존중 사상을 키워왔다. 바쁜 도시의 일상 속에서도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연의 소중함을 인식한다. 결국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멀어질 수 없고, 자연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다. 스위스 철학자 장 자크 루소(Jean-Jacques Rousseau)의 ‘인간이여,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18세기 유럽의 불평등 사회를 비판하며 자유롭고 평화로운 작은 공동체 사회를 꿈꾸는 루소의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문명사회를 비판하며 반근대주의 사상가로서 낭만주의 운동을 이끌었다. 그의 사상에서 인간은 본래부터 가지고 있던 선한 마음을 되찾을 수 있도록 자연적인 교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바이오필릭 사상도 루소의 낭만주의적 사상과 유사하다. 인간은 본래부터 자연을 그리워하고 동경하며 사랑하는 존재이다. 하지만 도시는 이러한 인간 본성을 뒤로하고 물질사회로의 발전을 거듭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시로 바이오필릭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 시애틀에 있는 아마존(Amazon) 본사는 바이로필릭 디자인을 접목해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아마존 본사 부속 건물인 더 스피어스(The Spheres)는 거대 구형 유리온실로 4만여 종의 식물이 자라나는 바이오필릭 개념이 접목되었다. 미국의 글로벌 건축회사 NBBJ와 워싱턴 시애틀의 조경 회사 사이트 워크숍(Site Workshop)이 디자인한 3개의 더 스피어스 유리돔은 6각형 모양의 패널로 덮여 있고 직원 라운지 및 작업 공간으로 사용된다. 3개의 유리돔중 가장 큰 구는 약 800명을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더 스피어스 유리돔은 평소 직원들의 휴식 공간이자 작업실로 사용되며, 기존 오피스에 대한 보편적 개념을 깨고 자연을 내부로 끌어들여 바이오필릭 정서를 느끼도록 설계되었다. 내부 식물들로부터 발생하는 산소의 공급은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정신적 건강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이케아의 R&D 랩 '스페이스 10(SPACE 10)'에서 제시한 도시 마을 프로젝트(The Urban Village Project)도 바이오필릭 디자인이 반영된 대표적 사례 중 하나이다. 이 공간은 지속 가능성에 기반하여 친환경성을 고려한 디자인이다. 도시 마을 프로젝트는 지속 가능한 주거 환경을 위해 더 저렴한 가격으로 접근 가능하며 만족스러운 공동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주거 프로젝트이다. 도시는 거주 가능성, 지속 가능성, 경제성을 최우선으로 개발되어야 하며, 환경에 대한 문제도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결국 도시와 마을은 지속 가능한 바이오필릭 개념의 도입이 중요하다. 지속 가능한 삶을 산다는 것은 특별한 일이 아니며 삶의 자연스러운 일부이다. 도시 마을 프로젝트는 건축, 환경, 관리, 수명주기 등을 고려하면서 지속 가능한 삶의 방법을 주거에 접목했다. 특히 물 수확, 재생에너지, 식량 생산, 퇴비 솔루션 등이 심각하게 고려되었다. 이 프로젝트에서 생활공간은 공유공간의 확장 및 커뮤니티 생활의 지원을 통해 거주자의 주거 향상을 증가시키는 데 집중했다. 특히 일상으로부터의 탈출을 시도하여 커뮤니티 일원들이 서로의 유대를 통해 공동체의 중요성을 깨우치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바이오필릭 디자인에서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요소는 ‘지속 가능성’이다. 도시화를 통한 고립감은 도심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문제이다. 최근 묻지마 살인은 이러한 사회문제를 반영한다. 이러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연을 도심으로 끌어들이고 자연과 공존하는 바이오필릭 개념은 도시디자인에 있어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되었다. 싱가포르에서 바이오필릭 개념을 접목한 '정원 속 도시(City in a Garden)' 프로젝트는 세계인의 관심을 받고 있다. 싱가포르는 대규모 공원 지역인 '가든 바이 더 베이(Garden by the bay)'에 총 12개의 슈퍼 트리 조형물을 만들고 지중해와 아열대 지방의 다양한 식물들을 심어 바이오필릭 정원을 만들었다. 더 베이지역뿐 아니라 싱가포르의 관문인 창이공항(Changi Airport)에도 바이오필릭 디자인이 적용되었다. 창이 공항은 영국 항공 서비스 조사기관인 스카이트랙스가 선정한 세계 최고 공항의 명성을 8년 동안 지키고 있다. 공항의 내부에는 약 40m에 이르는 실내 폭포가 있으며, 1분에 약 37,800리터의 물이 흘러내리고 있다. 특히 이 물은 빗물을 받아 재활용할 뿐 아니라 실내의 습도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다. 공항에 바이오필릭 개념을 실천한 것이다. 창이공항 내에 있는 시세이도 포리스트 밸리(Shiseido Forest Valley) 워킹 트레일은 층층이 쌓인 숲과 나무를 통해 공항 내 인도어 하이킹 코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간과 자연이 하나가 되는 공간이다. 테라핀(Terrapin)의 프로젝트 이사이자 생체친화적 디자인 운동의 리더인 케이티 라이언(Catie Ryan)은 녹색도시에 대한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녹색도시 운동은 바이오필릭 개념의 도시 개발 운동이다. 그녀는 건축 환경에 있어 인간의 건강과 지속 가능성 문제에 대해 깊게 고민하고 활동가이다. 바이오필릭은 인간과 자연 사이의 타고난 연결점이다. 바이오필릭 도시는 건강한 환경을 위해 자연의 경험을 도시로 불러들인다. 자연과 생명에 대한 호기심은 본능적으로 바이오필리아로부터 나온다. 바이오필릭의 흐름은 도시뿐 아니라 시민 공간과 야외 공간에서도 마찬가지로 중요하다. 특히 현대인이 관심을 갖는 도시의 물리적 인프라와 생태계의 조화에 대한 생물 친화적 경험에서 바이오필릭의 개념은 더욱 더 중요한 문제도 대두된다. 산업사회로부터 발전해온 오늘날의 도시 문제는 환경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구 온난화로 지구 환경이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ESG 사회를 향한 바이오필릭 개념 확산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덧붙이는 글 I 서재익(Jaeik Seo) ESG에 기반한 의료프로그램의 효과적인 실행방안을 찾아내고 바이오건강기능식품 적용 분야의 확대를 연구하는 경제학자이자 경영학자이다. 현재 버지니아통합의학한의대학원 국제부총장, 동양대특임교수, KDI경제정책자문위원, (사)한국ESG위원회 회장을 맡고 있다. PACOM GLOBAL(미)대표, PACIFIC ASIA COMMUNICATIONS (미)대표, 주한뉴질랜드상공회의소 이사, 메디오젠 사장, 하나금융투자 전무를 지냈다. 하버드대학 글로벌헬쓰딜리버리 과정, 스탠포드대학 뉴트리션사이언스 과정 수료, 플로리다스쿨오브로에서 법학을 수학, 연세대학에서 경제학석사, 한국항공대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자는 주요논문으로 'An Empirical Study on the Impacts of the Chinese Banking Industry by Foreign Bank’s Entry(International Journal EF)'를 연구하였고, '기업성과지표와 주식수익률 성과간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회계지표와 부가가치지표의 비교)' 박사 논문을 통해 경영자 입장에서의 기업평가지표와 투자자 입장의 성과 지표 간의 분리분석을 시도하였고, 주식 변동성의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학문적 영역을 개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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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익 칼럼] ESG 실천을 위한 ‘바이오필릭(Biophilic)’ 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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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은 칼럼] 콘크리트로 만든 ‘회색 도시’... ‘악몽의 그림자(shadow of nightmare)’가 다가오고 있다.
- 대한민국은 ‘아파트 천국’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대한민국은 산업화 및 도시화로 늘어나는 인구증가와 주택 부족 문제 해결을 위해 아파트 정책을 펼쳤다. 아파트는 건축법상 5층 이상의 공동주택을 말한다. 대한민국 아파트의 발전사 대한민국 최초의 아파트는 1932년 서울 충정로에 세워진 5층짜리 아파트였고, 해방 이후 최초 아파트는 1959년 종암아파트였다. 1964년 마포아파트는 대한주택공사 주도로 지어졌으며 1965년 중정형 동대문 아파트가 건축되었다. 당시 연예인이 많이 살아 연예인아파트란 별명으로 유명했다. 1965년 대한주택공사가 지은 서울 중구 정동아파트는 당시 고급아파트에 속했다. 1967년 김현옥 시장과 김수근 건축가가 주도한 세운상가는 최초의 주상복합 아파트였다. 당시 재력을 가진 사업가나 정부 고위직 인사가 거주하며 고급아파트란 명성을 얻었다. 1967년 외국인 인구수가 늘어나면서 그들의 거주 시설로 용산구 한남동 힐탑아파트가 지어졌다. 이 아파트는 지상 11층에 120가구가 사는 고층아파트로 국내 최초로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었다. 또한 집에서 전화를 받을 수 있는 자동식 전화기도 설치되었고 옥상에는 옥상정원이 설치되어 놀이터로 사용되었다. 남산 외인아파트는 1972년 16, 17층 규모로 2개 동이 지어졌으며, 온수난방 시스템이 적용되었다. 아파트의 전성시대는 1972년 압구정 현대아파트를 기점으로 큰 붐을 일으켰다. 도시의 인구가 급증하며 주거 시설의 부족과 도시의 팽창을 흡수하기 위해 강남이라는 영동지구를 중심으로 본격적인 고층아파트 시대가 열렸다. 주거 문제의 해결사임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아파트 붕괴’의 잔혹사 이처럼 대한민국 주거문화를 이끌었던 아파트가 재앙을 맞이한 것은 1969년 30명이 사망하고 44명이 부상당한 와우아파트에서 시작되었다. 와우아파트 붕괴사고 이후 52년이 지난 2022년에 광주 화정 아이파크 붕괴사고가 일어났다. 이 붕괴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신축 공사하던 현장에서 발생했으며, 39층에서 22층 사이의 약 17개 층이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면서 작업자 6명이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아파트의 붕괴는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2021년 6월 24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서프사이드 챔플레인 사우스 아파트의 일부가 붕괴되며 충격을 주었다. 이 사고로 인해 전체 136가구 중 55가구가 순식간에 무너져내려 98명이 목숨을 잃고 재산피해만도 1억5,000만 달러(한화 약 1800억원)에 달했다. 한국에서 건물 붕괴로 큰 트라우마를 가져온 것은 1995년 6월 29일 오후 5시 52분경 발생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이다. 이 사고로 502명의 사망자와 937명의 부상자, 6명의 실종이 있었다. 당시 피해액은 약 2,700억 원 정도였다. 아파트 붕괴뿐 아니라 건물 붕괴는 큰 재앙으로 이어진다. 이러한 붕괴를 막기 위해선 콘크리트 건물의 수명을 늘려야 한다. 일반적으로 콘크리트의 수명은 60년에서 65년까지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시공만 잘한다면 100년까지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콘크리트 수명을 최대화하기 위해선 구조물의 내구성 설계와 구조 안전이 필연적으로 동반되어야 한다. 하지만 한국의 아파트를 보라! 40년이 지나면 구조적으로 불안전해지는 대한민국의 아파트는 사회적 불안의 요인이 되고 있다. 바닷모래로 지은 아파트... 미래의 불안은 이때부터 시작되었다. 아파트의 붐은 노태우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출발한 1기 신도시 계획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대선공약으로 200만 호 건설을 약속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시중 자금이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집값이 급속하게 상승하고 전월세가격이 폭등하면서 주거 문제가 본격적인 문제로 대두되었다. 당시 정부는 물가 안정과 정권 유지를 위해 대규모 주택 건설 사업을 추진 할 수 밖에 없었다. 1989년 초 정부는 중동, 평촌, 산본 등지에 대규모 신규 주택단지 건설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발표로 인해 지역 땅값이 상승하면서 부동산 투기가 성행했다. 당시 정부는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1989년 4월 27일에 분당과 일산을 추가 신도시로 지정했다. 이러한 정치적 판단에 힘입어 신도시 주택건설 사업은 그야말로 속전속결로 진행되었다. 1989년 46만 호를 기점으로 1990년 75만 호가 준공되었고, 1991년 8월 신도시 건설이 완료되어 본격적인 아파트 시대가 열렸다. 정부는 대규모 아파트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바닷모래와 중국산 시멘트가 사용했다. 분당신도시 아파트를 지을 때 강모래가 부족해 바닷모래를 퍼다 쓰면서 제대로 된 세척을 하지 않아 염도가 기준치를 초과한 아파트들이 대거 준공승인을 받았다. 이제 이러한 신도시 아파트들이 건설된 지 30년이 넘어가고 있다. 대단위의 공동주택 아파트는 시간이 지나면 노화되고 붕괴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재건축을 하여야 한다. 하지만 분당과 일산을 포함한 신도시의 아파트들이 이미 고층으로 지어졌기 때문에 재건축에 대한 경제성이 부족해 개발이 어려운 상황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노후화되고 있는 아파트...어떻게 할 것인가? 아파트의 노후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1980년대 대단지로 개발된 송파, 강동, 목동, 상계동을 포함해 고양시 화정지구, 능곡지구, 행신지구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대단위의 아파트 단지가 건설되었다. 이렇게 지어진 아파트는 시간의 무게를 짊어지고 고독하게 버티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의 시간이 문제다. 인간이 수명을 다하면 죽는 것이 필연적인 것처럼, 아파트도 절대 수명이 다하면 구조적 불안정성 때문에 반드시 철거될 수 밖에 없다. 만약 이러한 필연적 순리를 저버린다면 와우아파트나 플로리다 아파트처럼 큰 재앙으로 다가올 수 있다. 정부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이러한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백년대계’라는 말이 있다. 이 고사성어는 ‘먼 뒷날까지를 내다보고 큰 계획을 세우는 것’을 말한다. 국가를 통치하는 사람이나 행정부에서 큰 정책을 입안하고 결정하는 사람은 이처럼 다가올 미래를 사전에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 대통령은 최소 100년을 내다보고, 국무총리는 50년, 장관은 20년을 내다보며 정부의 정책을 추진하여야 한다. 광화문 광장에 가면 현재의 대한민국을 만드는데 가장 존경받는 두 사람의 동상이 있다. 바로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이다. 이순신 장군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 조선 수군을 지휘하며 위기에 빠진 나라를 구한 영웅이다. 16세기 말 조선 최고의 수군 명장이자 구국 영웅 이순신은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존경하는 사람이다. 그가 이룩한 업적은 이루 말로 할 수 없다. 지금도 세계 각국의 해군들이 연구하며 그의 전략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그는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는 ‘필사즉생필행즉사(必死卽生必生卽死)’라는정신을 통해 자신의 목숨을 바쳐 나라를 구한 영웅이다. 현재 행정부를 이끌어 가는 장관이라면 최소 이순신 장군의 기개와 충정을 본받아 나라를 이끄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만약 이순신 장군과 같은 장관이나 총리가 있다면 대한민국은 세계 어떤 나라보다 우수한 국가가 되고 세계를 선도해 나갈 것이다. 군왕은 무릇 세종대왕과 같아야 한다. 조선 제4대 국왕인 세종은 대한민국 역사상 그 어떤 왕보다 훌륭한 업적을 많이 쌓았다. 그는 유교 정치의 기틀을 마련하고 과학 기술의 발전과 기술 서적의 편찬을 통해 대한민국이 현재에 이르는 기틀을 마련했다. 백성들의 문맹을 해결하기 위해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대한민국의 역사적 자존감과 민족적 긍지의 기틀을 마련했다. 젊은 학자들이 연구에 몰두할 수 있도록 집현전을 만들어 인재를 양성하여 국가의 기틀을 확립했다. 현재 K-Pop이 세계인을 사로잡는 것도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와 수많은 업적들이 있었기에 가능하다. 한 나라를 이끌고 국민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기 위해선 세종대왕과 같은 군주가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아파트가 가져올 미래의 불안? 누가 해결할 수 있을까? 주거 문제는 개인의 사유재산이라는 이유로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맡길 수는 없다. 전 국민의 대다수가 한 채의 집이나 아파트가 전 재산인 경우가 대다수다. 만약 아파트의 붕괴가 현실로 다가온다면 누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단 말인가? 개인의 재산권이 붕괴되고,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려준 은행은 부실채권으로 파산에 직면하게 되면 나라는 ‘도미노 현상’처럼 붕괴될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국가는 현명한 정책을 지금 당장 실천해 나가야 한다. 대통령은 최소한 100년을 내다 보아야 하며, 총리는 50년, 장관은 20년을 내다 보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약 미래를 내다보는 눈이 없거나 지혜가 없는 사람이라면 그 자리를 받지 말아야 한다. 행정부는 국가의 미래를 결정지을 중요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회색 도시가 만들어낸 ‘악몽의 그림자’가 우리 곁으로 다가 오고 있다. 대한민국의 전체 주택 중 공동주택이 73.3%를 차지하며 아파트는 63.5%에 달한다. 이처럼 해마다 늘어나는 아파트들...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말이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들린다. 최근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 등이 주연을 맡은 ‘콘크리트 유토피아’ 영화가 개봉되어 선보이고 있다. 영화에서 서울은 사상 초유의 대지진으로 폐허가 되지만, 유일하게 무너지지 않은 황궁 아파트 입주민들은 자신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외부인과 맞서 싸우는 스토리이다. 대한민국의 아파트가 얼마만큼 깊숙이 우리의 일상이 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영화이다. 영화처럼 아파트는 지진이나 천재지변으로 붕괴의 위험이 다가 올 수 있다. 하지만 노후화를 통해서 안전에 이상이 오면 천재지변이 아니라도 인재로 붕괴의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만약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다면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영화보다 더 큰 재앙이 우리에게 닥쳐올 수 있다. 회색도시에서 일어나는 악몽같은 사건들 아파트는 도심를 회색 도시로 만들고 인간을 우울하게 만들어 정신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자연으로부터 자유롭게 뛰어노는 아이들과 달리 콘크리트로 둘러싸인 아파트 단지에서 성장하는 아이들은 고립되거나 우울증에 시달리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2023년 7월 21일 신림동 칼부림 사건으로 20대 남성 한 명이 살해당하고 30대 남성 3명을 다치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2023년 8월 9일 강남의 중심지인 강남역 인근 유흥가 화장실에서 20대 여성이 낯선 남성에게 흉기에 찔려 숨진 사건, 2023년 8월 3일 분당 서현역에서 차량 돌진으로 5명의 사상자를 내고 백화점으로 들어가 무차별적으로 칼부림을 해 8명이 중상을 당하고 1명이 사망하는 사건들이 쉬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최근 아파트 윗집에서 쿵쿵거리는 층간 소음이 시끄럽다며 윗집에서 아랫집 쪽으로 CCTV를 설치하며, 신변 보호를 요청하는 사건 등 수많은 사건이 충격적으로 일어나며 시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다. 최근 들어 왜 이처럼 ‘묻지마 강력 사건’이 발생하는 것일까? 이러한 문제에는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회색 도시’가 만들어낸 도시문제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인간은 자연을 벗 삼아 활기차게 뛰어놀며, 사색하고, 따스한 햇살을 느끼면서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다. 하지만 현대도시는 콘크리트가 숲을 대신하고 새들이 앉아 노래 불러야 하는 가지 위에 아파트들이 수직적으로 마천루를 이루고 있다. 이제 자연 대신 아파트로 이루어진 회색 도시가 도시를 대변하는 상징적 언어가 되어 버렸다. 이러한 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스트레스가 쌓이게 되고 정신적 불안감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도심에 즐비한 많은 아파트 중 자신의 집 하나 없다는 한탄 섞인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사회적 소외감을 느끼며 자신을 비관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증오의 대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처럼 증오가 늘어가는 회색 도시에서 사람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새로운 낙원, 살기 좋은 대한민국! 이러한 나라가 국민이 꿈꾸는 국가의 모습이다. 최근 많은 사회문제가 도시와 주거 문제에서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국가는 인간 친화적이고 자연 친화적인 도시를 통해 국민이 행복하고 안전한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시점이다. 덧붙이는 글 I 윤재은(Yoon Jae Eun) 예술, 문학, 철학적 사유를 통해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공간철학자이자 건축가이다. 현재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공간디자인학과, 테크노전문대학원 공간문화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 학사, 미국 뉴욕 프랫대학 인테리어디자인 석사,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사단법인 한국ESG위원회 이사장, 한국토지주택공사 LH 이사회 의장, LH ESG 소위원회 위원장, 2022년 대한민국 ESG소통 운영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미국의 UC버클리대학 뉴미디어 센터에서 1년간 방문학자로 있었다. 저자는 ‘해체주의 건축의 공간철학적 의미체계’ 박사 논문을 통해 공간철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적 영역을 개척하였다. ‘공간철학’이란 반성을 통해 지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직관을 통해 무형의 공간과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다. 주요 저서로는 장편소설 ‘비트의 안개나라’, 시집 ‘건축은 나무다’, ‘건축은 선이다’, 건축 전문서적 ’Archiroad 1권(Hyun), 2권(Sun), 3권(Hee)‘, 철학 인문 서적 ‘철학의 위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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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은 칼럼] 콘크리트로 만든 ‘회색 도시’... ‘악몽의 그림자(shadow of nightmare)’가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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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은 칼럼] ‘전자제품 폐기물’이 남긴 탄소 발자국...지구를 위협한다.
- IT 기술에 따른 전자 통신의 진보는 인류에게 큰 발전을 가져왔다. 하지만 이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환경적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일상에서 발생 되는 엄청난 양의 전자 폐기물은 단순한 쓰레기를 넘어 환경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특히 전자 폐기물은 많은 화학물질로 만들어져 폐기물 처리 과정에서 엄청난 독성물질을 배출한다. 전자 폐기물은 폐기 처리 후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만약 폐기과정에서 잘못 처리하면 그 피해는 그대로 인간에게 돌아온다. 결국 인간에게 편의를 가져다주는 전자제품이 종국에는 인간에게 해가 되어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수명을 다하는 전자 폐기물의 처리 과정은 과학적 접근방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선 전자 폐기물을 처리하는 방법 중 가장 좋은 방법은 재활용하는 것이다. 만약 전자제품에 대한 재활용이 늘어나면 생산과 폐기에 대한 수명주기가 늘어나 자원절약에 대한 효과와 함께 환경적 부담도 크게 완화할 수 있다. 풍요의 시대가 유발한 과도한 소비 현대사회는 엄청난 속도의 기술 발전을 통해 신제품 출시 속도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최근 추세를 보면 신제품을 구입하고 얼마 되지 않아 새로운 제품이 출시된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 소비자는 유행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사용기간이 많이 남아있는 제품을 포기하고 새 제품으로 바꿔버린다. 이러한 경향은 젊은 층에서 더욱 빠르게 진행된다. 전자제품의 짧은 수명주기는 기업의 상술에서 발생된다. 기업은 기존 제품으로부터 싫증난 고객에게 새 제품 구매를 촉진하기 위해 디자인을 조금 바꾸거나, 단순한 기능 몇 가지를 추가해 소비자를 현혹한다. 특히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유명 연예인을 동원하여 대대적으로 광고를 한다. 이러한 소비 흐름에 편승해 버려지는 전자제품의 양은 엄청나며 환경오염도 심각하다. 전자 폐기물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많은 위험 요소가 있다. 특히 폐기물 안에 들어있는 중금속은 치명적이다. 최근 IT 기술의 다양한 접목으로 인해 전자제품 전반에 반도체 메모리가 많이 들어가면서 이러한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모니터 스크린, 전력 조절 장치 등에 들어 있는 납과 카드뮴, 비소, 수은 같은 독성물질은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준다. 전자 폐기물의 문제는 우리의 일상뿐 아니라 저개발 국가에도 큰 피해를 발생시킨다. 선진국에서 폐기 처리된 전자제품은 수출을 통해 저개발 국가에 보내지고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얼마 되지 않아 열악한 폐기 처리 과정에서 나온 중금속과 유독성 강한 화학물질로 인해 심각한 환경오염을 겪고 건강 문제도 일으킨다.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 풍요로운 현대인들은 전자제품이 조금만 고장 나거나 싫증이 나도 고친다는 생각보다 새 물건을 구매하는 게 편하고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소비 심리를 이용해 생산업체는 생산단계에서부터 짧은 수명을 유도해 신제품의 빠른 교체를 유도한다. 1980년대 초 금성(현재 LG) TV 광고에서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합니다’라는 광고가 있었다. 당시 고가 전자제품은 어떤 제품을 구매하느냐에 따라 오랜 수명을 보장한다는 뜻의 광고였다. 이처럼 과거에는 전자제품의 구매가 이뤄지면 오랫동안 이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판매자와 소비자의 공통된 인식이었다. 하지만 물질적 풍요를 맞이하며 다양한 전자제품이 홍수를 이루는 현대사회에서 이러한 수명은 중요한 구매 요인이 되지 못하고 있다. 전자제품의 기능이 다양해진 것에 비해 수명은 점점 더 짧아지고 있다. 전자제품의 수명이 짧아지는 만큼 탄소 발자국의 길이는 점점 더 길어지고 있다. 인류가 기후 목표를 달성하고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탄소 발자국을 줄이고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최근 전력 시스템 및 IoT 분야의 글로벌 반도체 리더인 인피니언 테크놀로지스는 탈탄소화를 추구하며 디지털화를 천명했다. 천연 섬유와 무할로겐 폴리머 기반의 재활용 가능 생분해성 PCB(인쇄 회로 보드) 서브 스트레이트인 ‘솔루보드(Soluboard®)’를 도입했다. 이 제품은 영국 스타트업 지바 매터리얼스(Jiva Materials)가 개발했으며, 전자 산업의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 할 것으로 주목받는 기술이다. 천연 섬유로 만들어진 솔루보드의 식물 기반 PCB는 기존 유리 기반 섬유보다 탄소 발자국이 훨씬 적게 발생한다. 이 기술은 식물기반 PCB이기 때문에 뜨거운 물에 용해되고, 비료로 사용할 수 있는 유기 물질만 남아 친환경적 기술이다. 따라서 이 기술을 사용하면 기존 PCB 폐기물 발생을 줄일 뿐 아니라 보드에 솔더링(전자기기 제조에 필수적인 접합법으로 450도 이하의 온도에서 두 이종 재료를 저융점 삽입 금속을 녹여서 접합하는 방식)된 전자 부품들을 회수해 재활용할 수 있어 지속 가능성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지바 매터리얼스의 공동 설립자 조너선 스완스턴(Jonathan Swanston) 최고 경영자는 “수성(water-based) 리사이클링 프로세스를 사용하면 귀중한 금속을 더 많이 회수할 수 있고, FR-4 PCB 소재를 천연 섬유로 만들어진 솔루보드로 대체하면 탄소 배출을 60%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1㎡의 PCB 당 10.5㎏의 탄소와 620g의 플라스틱을 줄일 수 있는 효과이다. 인피니언은 유럽 위원회의 ‘그린 딜’ 정책을 따르고 있다. 이 정책은 순환성(circularity)을 우리 생활의 대세로 만들고 유럽 연합(EU) 경제의 ‘녹색화(greening)’를 가속해 2050년까지 기후 중립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또한 EU의 전기·전자 장비 폐기물(WEEE) 규정에 따라 자사가 제조한 전자제품의 책임 있는 수거와 리사이클링을 실천하는 규범을 따르고 있다. 최근 지구 온난화를 걱정하는 많은 과학자와 기업들은 친환경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 적용만으로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지구 온난화를 막을 방법은 없다. 인류가 과도한 탄소 배출로 위기를 맞고 있는 시점에서 과도한 전자제품의 사용과 폐기 문제는 인류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점이 되고 있다. 18세기 독일의 철학자인 괴테의 말처럼 ‘인간은 자연과 가까울수록 병은 멀어지고, 자연과 멀어질수록 병은 가까워진다’. 인간 스스로의 건강과 지속 가능한 지구를 보고 싶다면 과도한 전자제품의 사용을 줄여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데 동참해야 할 것이다. 덧붙이는 글 I 윤재은(Yoon Jae Eun) 예술, 문학, 철학적 사유를 통해 본질에 대해 고민하는 공간철학자이자 건축가이다. 현재 국민대학교 조형대학 공간디자인학과, 테크노전문대학원 공간문화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홍익대학교 산업디자인 학사, 미국 뉴욕 프랫대학 인테리어디자인 석사, 홍익대학교 건축대학 공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사단법인 한국ESG위원회 이사장, 한국토지주택공사 LH 이사회 의장, LH ESG 소위원회 위원장, 2022년 대한민국 ESG소통 운영위원회 위원장을 지냈다. 미국의 UC버클리대학 뉴미디어 센터에서 1년간 방문학자로 있었다. 저자는 ‘해체주의 건축의 공간철학적 의미체계’ 박사 논문을 통해 공간철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적 영역을 개척하였다. ‘공간철학’이란 반성을 통해 지식의 한계를 극복하고, 직관을 통해 무형의 공간과 사물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이다. 주요 저서로는 장편소설 ‘비트의 안개나라’, 시집 ‘건축은 나무다’, ‘건축은 선이다’, 건축 전문서적 ’Archiroad 1권(Hyun), 2권(Sun), 3권(Hee)‘, 철학 인문 서적 ‘철학의 위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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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은 칼럼] ‘전자제품 폐기물’이 남긴 탄소 발자국...지구를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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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칼럼] 인사쟁이가 바라보는 ESG
- 그동안 기업 운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로 받아들여진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이익의 창출’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기업활동에 있어 친환경, 사회적 책임,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로 받아들여지게 되면서 지속 가능한 조직 운영을 위한 생존 전략으로서 ESG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왜 갑자기 ESG인가?’ 사실 갑자기 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 인사쟁이 입장에선 어느 순간 마른하늘에서 툭 떨어진 소나기와 같기에 그 원인과 히스토리를 먼저 살펴보고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고민해 보고자 한다. 세계적으로 ESG의 중요성은 2000년대 중반부터로 거슬러 올라가며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이 넘어서야 언급이 시작되었고 대학에서도 글로벌 대기업에 근무하다 학교로 오신 일부 교수님들이 경영학개론 등에서 단발성으로 다루는 게 대부분이었다. 오히려 그때는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 더 현실적이라는 이유로 마치 ESG는 서방 선진국들 얘기며 우리에겐 시기상조라는 분위기였고 우리는 ESG를 준비하기 위해 CSR을 먼저 수행해야 한다고 논하곤 했었다. 그렇게 10여 년이 지난 2020년대 초반이 되어서야 각종 법률(중대재해처벌법,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상장법인 환경정보 공개 의무화 등)이 제정되기에 이르렀고 기업은 앞다투어 ESG에 투자하기 시작했다. 기업은 ESG를 용어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법률적 문제, 마케팅의 문제로 받아들이면서 도입이 가속화가 되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심지어 현재는 기업들이 각종 법무법인이나 마케팅그룹과 연횡하여 “ESG 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한 조직을 꾸리는 지경에 이르렀고 글로벌 스탠다드와는 달리 수세적 대응에 몰입하는 양상을 띠고 있다. 하지만 ‘공격은 최선의 방어’라는 말이 있듯이 공세적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문제가 발생하고 나서 깨닫게 되는 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실제로 2017년 노르웨이 국부펀드에서는 한국전력(석탄화력 30% 이상), 한화(대량살상무기 집속탄 제조), KT&G(건강을 해치는 담배), 대우인터내셔널(심각한 환경 피해), 포스코(심각한 환경 피해), 풍산(대량살상무기 집속탄 제조) 등에 대한 약 10조 규모의 투자를 철회한 이력이 있고 이는 기업의 생존에 있어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문제로 대두되게 되었다. 우리가 미루고 미루던 ESG가 어느덧 우리 눈앞까지 와버린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그제야 우리 기업들은 ESG를 강조하기 시작했고 ESG가 무엇인지도 모르던 경영진과 관리부서들은 당황하며 모양내기에만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가 하는 ESG 활동들에는 노사 공동 ESG 선포식, 환경을 지키는 에코 플로깅, 공정경쟁을 통한 일자리 창출, ESG 혁신을 위한 조직개편,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불우이웃돕기, 디지털전환(DX) 대응을 위한 신사업 발굴 등 새로울 것 없이 현재 하고 있는 CSR에 그럴싸한 이름을 붙여 ESG로 둔갑시키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물론 공공기관 입장에서는 이렇게라도 해서 매년 있는 경영실적평가에 좋은 성적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기업에서 이 정도로 ESG 대응이 되고 있다고 본다면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수치화가 되지 않는 실적은 그저 주장일 뿐임을 명심해야 한다. ESG는 용어 그대로 받아들이되 비즈니스의 장기적 성장을 가능케 하는 필수요소로 인식하고 접근해야 한다. 철저한 계획을 통해 직접 할 수 있는 것을 찾아 수치화하고 어려운 부분은 부족하거나 남는 부분을 처리(탄소배출권 등)하기 위한 세부 계획까지 수립되어야 한다. 현재 하는 CSR을 그럴싸하게 바꾸는 작업을 하더라도 성의가 담겨 있어야 한다. 우리가 준비하는 것들을 오래도록 계획성있게 추진하면 지구를 위해, 우리를 위해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성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해양환경공단에서 추진하고 있는 ‘해변줍깅 캠페인’, 사실 이런 종류의 캠페인은 그동안에도 수없이 추진되어왔고 많은 기업과 기관들에서는 에코 플로깅이라는 이름으로 회사 주변의 환경을 정화하는 일련의 행위들을 반복해 왔다. 하지만 여기에 명확한 목적성(해양 플라스틱과 쓰레기를 치워 환경개선에 도움을 주겠다.)을 첨가하고 그것을 수치화(모인 플라스틱과 쓰레기의 정화를 통해 얼마만큼의 탄소를 절감하였는지)함은 물론 관련 기관 등과의 연계협력 등을 통해 확산한다면 그동안 해왔던 똑같은 행위들임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ESG 활동이 될 수 있게 된다. ESG는 어렵거나 새로운 것이 아니라 그동안 하고 있던 일을 구체적으로 수행하고 수치화하는 것이다. ‘명품은 디테일의 차이’라는 말이 ESG에도 쓰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I 김경수 (Kim, Kyoung-Soo) 현재 지역산업육성기관인 테크노파크에서 정책기획단 혁신사업팀장으로 재직 중이다. 충북대학교 사범대를 졸업하고 동대학교에서 법학석사, 교육공학 박사과정을 거쳤다. 기업 및 기관에서 20년 넘게 인사(HRM), 교육(HRD), 경영기획, 사업기획 업무등을 담당하며 ESG 도입의 필요성 및 중요성을 강조해왔고 지속적으로 연구 및 관련 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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